소설리스트

제1권 제3장 (3/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1권 제3장 대폭풍(大暴風) - 대막(大漠)의 영광(榮光)이여! 다시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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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砂漠).

  태고 이래 철저히 생체(生體)를 거부해 온 천형(天形)의 땅.

  앞 뒤 어디를 봐도 수목  한 그루 풀 한 포기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이곳은 영겁(永劫)의 형상을 보여주듯 사구(砂丘)의 구릉 또한 끝

  이 없었다.

  헌데 그 중  한 커다란 모래언덕 위에  언제부터인지 한 사나이가

  바위처럼 우뚝 서 있었다.

  가마솥처럼 끓어오르는 열사(熱砂)의 땅을 밟고 뼛속까지 태워 버

  릴 듯한 폭양(暴陽)을  고스란히 맞고 서 있으면서도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이 사나이.

  어깨는 하늘을 받치고 철탑같은 두 다리는 온 땅을 짓누르고 있는

  듯한 그  당당한 웅풍(雄風)이며 낡은  파의(破衣) 사이로 드러난

  딱 벌어진 구리빛 체구는 말 그대로 철인(鐵人)을 연상케 했다.

  만약 이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냐고 묻

  는다면 서슴없이 이 사나이를 지적해도 무방할 것 같았다.

  평생 한 마디도 하지 않을  것처럼 꽉 다문 입술에 불길처럼 이글

  거리는 부리부리한 호목(虎目),  거기다 우측 뺨에 비스듬히 새겨

  진 한 줄기  검흔(劍痕)은 이 사나이의 강렬한  인상에 또 하나의

  매력을 더해 주고 있었다.

  사나이는 오른손에 한 자루의 부러진 도(刀)를 움켜쥔 채 타는 듯

  한 시선으로 사막 저쪽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휘이이잉.......

  날이 어두워지면서 조금씩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밤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바람이다.

  사막의 밤은 춥다.

  얼마나 추운지 겪어 보지 않는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휘우우우웅!

  후우웅!

  바람이 드세어지면서 싯누런 황사(黃砂)가 살갗을 파고들 듯 휘날렸다.

  그러나 사나이는 눈  한 번 끔벅거리지도 않고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어찌 보자니 마치 그 상태  그대로 숨이 끊어진 게 아닌가 의심이

  갈 만큼 사나이는 도대체 미동도 할 줄 몰랐다.

  그 부리부리한 한  쌍의 호목에 불현듯 한  줄기 횃불같은 광채가

  번쩍 피어오른 것은 그로부터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콰우우우우.......

  사나이의 시선이 끝닿은 저쪽에서  말할 수 없이 거대한 돌개바람

  이 무서운 속도로 밀려오고 있지 않은가!

  콰우우우우웅!

  가슴 떨리게 하는 굉음과 더불어 천지를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그

  사납고 엄청난 기세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평생 웃는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사나이의 얼굴에

  는 언뜻 흐릿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용권풍(龍卷風)...... 드디어 나타났구나......."

  용권풍.

  그것은 사막의 대상(大商)들이 가장 만나기 두려워하는 것으로 인

  간의 육신을 흔적도 없이 분해해 버리는 건 물론이고 사막의 지형

  까지 뒤바꿔 버린다는 죽음의 돌개바람을 일컬음이다.

  또한 천지(天地)를 온통 박살낼  듯한 기세로 무섭게 휘몰아쳐 오

  는 이 거대한 바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다.

  콰아아아아!

  용권풍이 가까워지면서 사나이의 옷자락은 거센 바람에 휩쓸려 찢

  어질 듯 펄럭였다.

  사나이는 부러진 도를 으스러져라 움켜쥐었다.

  "구천십지제일신마...... 네가 설마하니 용권풍보다 강하겠는가?"

  사나이는 돌연 부러진 도를 번쩍 치켜들면서 한 소리 천둥같은 외

  침을 토해냈다.

  "벽력일섬단혼도(霹靂一閃斷魂刀)―!"

  그것이 마지막 음성이었다.

  콰콰콰콰콰콰―!

  용권풍이 무지막지한 기세로 사나이의 전신을 휘감아 버린 것이었

  다.

  순식간에 사나이를 집어 삼킨  용권풍은 그 기세를 몰아 하늘까지

  집어 삼키려는 듯 수십 장 높이로 치솟아 올랐다.

  그것은 실로 장관이었다.

  이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오오, 보라!

  놀랍게도 그 거대한  용권풍이 마치 선(線)을 그어  놓는 듯이 두

  개로 쫙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가?

  헌데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두 개로  나뉘어진 용권풍 사이에

  그 사나이가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이었다.

  콰콰콰콰콰콰!

  물살처럼 갈라지는 두 쪽의 용권풍과 그 사이에 부러진 도를 비스

  듬히 치켜든 채 천신(天神)처럼 우뚝 서 있는 사나이!

  그 모습은 억겁의 세월을  풍우와 싸워 이겨온 태산(泰山)의 그것

  과 조금도 다를 바 없었다.

  옷은 걸레처럼 갈가리 찢겨져 나갔고 전신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이의 얼굴에는 용권풍을 처음 보았을 때보

  다 더욱 짙은 미소가 가득 번져 있었다.

  승자(勝者)만이 가질 수 있는 환희의 미소였다.

  웃으면서 사나이는 중얼거렸다.

  "대막(大漠)의 영광이여!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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