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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제2장 (2/112)

■ 구천십지제일신마 제1권 제2장 대폭풍(大暴風) - 전설(傳說)의 도문(道門) 전진(全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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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진파(全眞派)를 아는가?

  ― 율법(律法)에 있어  정통도문(正統道門)과 그 맥(脈)을 달리하

  며, 중원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는 신비도문(神秘道門).

  이것이 무림인들이 전진파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일설에 의하면  천이백 년  전(千二百年前) 천축(天竺)의 기인(奇

  人) 달탄(達呑)이 천산(天山)에서  수도할 무렵 그의 밑에서 수련

  하던 황엽풍(黃葉風)이란 도인(道人)이 깨달은 바가 있어 세운 것

  이라고 전해 오나 그 역시 확인된 바 없다.

  문파내력(門派來歷)이나 무학근원(無學根源) 등이 일체 신비에 싸

  여 있는 전설(傳說)의 도문(道門), 전진(全眞).

  그 이름을  중원에 처음으로  터뜨린 사람은 무당대조사(武當大祖

  師) 장삼봉(張三峯)이었다.

  장삼봉은 운명 직전에 수제자 십 인(十人)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했다.

  ― 제자들이여! 언제라도 도학(道學)과 무공수련에 허(虛)를 보이지 말라!

  전설의 전진(全眞)은 언제 등장할 지 모른다.

  전진 도가의 학문은 무당보다 높으니 너희들이 수련을 게을리하여

  그 힘을 후대(後代)서 퇴락 시킨다면 언젠가는 전진도가에게 크게

  당하게 되리라!

  ― 대사존이시여, 전진은 대체 무엇을 일컬음입니까?

  ― 전진은 대저 도(道)와 사(邪)와 신(神)의 최고봉을 일컬음일지니...!

  장삼봉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전진의 이름은 이렇게 강호에 알려졌다.

  도(道)와 사(邪)와 신(神)의 최고봉― 전진도가(全眞道家)!

  과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어느 황폐한 산봉우리.

  정상에는 말라 비틀어져 고사(枯死)한 나무들이 둥글게 돌려서 있었다.

  그 중앙에는 커다랗고 둥근 분지가 움푹 파여 있었다.

  과거에는 호수였던 것 같으나 지금은 물이 바짝 말라 바닥이 거북

  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분지 중앙에 한 사람이 우뚝 서 있었다.

  갓 마흔이나 되었을까?

  극히 청수한 얼굴에  짧게 자란 검은 수염이  무척 고귀한 느낌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중년인은 오른손에  쥐어진 섭선을 유유히  흔들며 바닥을 지그시

  내려다 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미간에는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중년인의 입 밖으로 나직한 음성이 새어 나온 것은 그로부터 거의 한 식경이 지나서였다.

  "일천이백 년(一千二百年)의 전진도가(全眞道家)와  함께 하던 이

  청심호(靑心湖)가 이렇듯 순식간에 말라 버리다니......."

  그는 허공으로 눈길을 옮기며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가뭄이 심하다고 하나 천이백 년 동안 이보다 심한 가뭄에도 청심호는 마르지 않았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깨끗했다.

  "그 푸르던 나무들도 모두 말라죽었으니...... 이제  전진의 맥(脈)이 끊기려 함인가......?"

  이게 무슨 말인가?

  전진의 맥(脈)이라니!

  중년인의 두 눈 깊숙한 곳에서 기이한 광채가 흘러 나왔다.

  "전진은 그 동안 너무 폐쇄적이었다......."

  섭선을 모으며 그는 결연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대사형(大師兄), 용서하십시오!  백년지약(百年之約)에는 아직도

  삼 년(三年)이 더 남았지만 나 추풍소요자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는 시선을 다시 바닥으로 향했다.

  "전진의 뿌리를 중원에 내리겠습니다. 대사형!"

  중년인 추풍소요자의 동공에는 굴강한 의지의 빛이 불꽃처럼 일렁

  이고 있었다.

  "이미  천인합일신공(天人合一神功)과 이의이기비천어검(以意以氣

  飛天馭劍)도 극성까지  연마했습니다. 당금무림에  소제의 적수가

  있으리라 여기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거의 광언(狂言)이나 다름없다.

  이 무림에 누가 있어 감히  이같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수 있을까?

  추풍소요자는 우수(右手)를 가슴 앞에 수직으로 세우고 바닥을 향

  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량수불......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도호(道號)입니다."

  자세를 바로 하며 허리를 쭉 폈다.

  그러는 순간 그의 두  눈에서는 벼락불같은 관망이 무섭게 일렁이

  고 있었다.

  "이제...... 추풍소요자라는 이름은  이 청심호처럼 영원히 이 땅

  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그럼 이만......."

  순간 그의 모습이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놀랍게도 그는  이미 광음(光陰)보다 빠른  속도로 허공 까마득한

  곳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추풍소요자가 하늘과 땅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실로 눈 한 번 깜박

  거리기도 전이었다.

  그런데 추풍소요자가 사라진 직후였다.

  뭉클...... 뭉클......

  핏빛보다 붉은 운무가 바닥의 틈사이로 꾸역꾸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핏빛 혈무 속에 한 인영의 형체가 흐릿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드러난 그 모습이란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붉은 도포에 도관(道冠)...... 붉은 머리카락에 붉은 눈썹...... 붉은 두 눈......

  따지고 자실 것도 없이 모조리 핏빛 일색(一色)이었다.

  마치 방금  핏구덩이에서 건져올린 듯한  그 소름끼치는 모습이며

  숨막히는 사기(邪氣)를 무슨 말로 형용하랴!

  혈인(血人)은 무서운 혈광(血光)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추풍소요자

  가 사라진 방향을 보면서 나직이 중얼거렸다.

  "무량수불...... 훌륭하다. 셋째 사제, 너의 완성을 축하한다."

  무량수불?

  이렇게 가슴 떨리게  하는 혈인의 입에서 그런  말이 흘러 나와도 되는 것일까?

  "대사형은 도문(道門)을...... 나 적혈자(赤血子)는 사문(邪

  門)...... 너는 신문(神門)을 이루었으니...... 이제 전진(全眞)

  은 선대(先代)의 염원을 완벽하게 달성한 것이다......."

  도문(道門)!

  사문(邪門)!

  신문(神門)!

  장삼봉의 말을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 아닌가?

  자신을 적혈자라고 밝힌 괴인은 혈안(血眼)을 바닥으로 향하며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대사형, 나는 사문(邪門)의 종주(宗主)로서 당금천하를 장악하고

  있는 구천십지제일신마와 대결할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천하제일

  위(天下第一位)를 노리는 헛된  야욕이 아니외다. 나는 단지 진정

  한 마종(魔宗)이 누군지 가려내고 싶을 뿐입니다."

  선렬한 핏빛 혈무는 더욱 두텁게 적혈자의 전신을 휘감아 갔다.

  "대사형, 백년지약의 삼 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번― 쩍!

  놀랍게도 그 토록 음산하게 일렁이던 핏빛 혈무가 거짓말처럼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적혈자의 모습도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추풍소요자!

  적혈자!

  전진도문의 대사형!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또한 백년지약이란 무슨 말인가?

  확실한 건 하나도 없다.

  단지 전설의 도문 전진이 천이백 년의 긴 침묵을 깨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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