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 김서진-114화 (114/250)

< 똥 묻은 개. -(2) >

***

[신지석 부운 교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인단 13명 중 5명이 사임계를 제출하면서 (중략) 법조계에서는 신지석 회장 측이 ‘호사스러운 변호인단을 꾸렸다’는 비판 여론이 나오자 변호인단이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쳤어?”

강석룡 변호사가 앞에 선 신도율 변호사를 보며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신도율 변호사, 재정건설의 비리를 조사하기로 지시받았던 사람이다.

“미쳤냐고!”

공판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변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임을 밝히는 중이었다.

그 시작이 신도율 변호사였다.

강석룡 변호사의 목소리가 벼락같이 울렸다.

“대답해, 이 새끼야!”

“죄송합니다.”

신도율 변호사가 고개를 숙였고 강석룡 변호사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그리고 입술을 씹으며 물었다.

“야, 혹시 협박받았어? 맞지? 김서진 그 새끼가 집으로 찾아왔지?”

“아뇨.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강석룡 변호사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쾅! 쾅! 내리쳤다.

“그러니까, 그 개인적인 사정이 뭐냐고!”

신도율 변호사는 대답대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며칠 전, 서진을 만나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서진의 목소리는 악랄했다.

-신도율 변호사님, 사임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따님의 부정입학에 대한 기사로 세상이 시끄러워질 겁니다. 아, 사임한다고 봐줄 수는 없고요. 협조하시면 비공개로 수사하죠.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난 이렇게 제안했고 이제 변호사님의 선택만 남았네요.

서진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빠꾸가 없었다.

그저 직진.

그런 미친놈을 상대하면 잃는 게 많아진다.

그래서 결심했다.

딸을 위해 조용히 물러서기로.

지금은 사이비 교주의 일로 잡아먹을 시간이 없다.

자신의 일이 더 급하다.

딸의 부정입학을 해명할 자료를 모아야 한다.

“정말 죄송합니다.”

*

강석룡 변호사는 혼자 남게 되었다.

눈빛이 복잡했고 입에서는 한숨만 흘렀다.

강석룡 변호사는 서진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서진은 금수저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자라왔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무시’라는 단어를 인식한 적이 없을 거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을 것은 예상했다. 할 말 다 하고 사는 그런 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개싸움을 한다고?’

이건 예상 밖이다.

이런 식의 개싸움은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온 놈이 아니면 어렵다.

강석룡 변호사의 치아가 ‘까득’ 소리를 내며 씹힐 때였다.

휴대폰이 부르르 떨며 진동했다.

강석룡 변호사가 휴대폰을 다급히 귀에 댔다.

“진태 잡았어? 정말 한국에 있었어? 이 새끼가... 당장 데려와! 당장!”

아들을 찾았다.

서진의 말대로 정말 한국에 있었다.

호텔에서 발가벗은 채 여자와 누워 있었다고 한다.

강석룡 변호사는 아들과 함께 있던 여자가 미성년자가 아니라는 보고를 들으며, 그 사실에 안심하는 자신이 병신처럼 여겨졌다.

“씨발...”

강석룡 변호사의 주먹에 꽉 힘이 들어갔다.

머릿속에 서진의 고압적인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 새끼 때문에...”

변호사들이 사임하고 있다.

백억짜리 판떼기가 흔들린다.

그 모든 게 서진 때문이다.

“백억, 백억!”

물론 그 돈을 모두 강석룡 변호사가 꿀꺽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떼어 주고 함께 한 변호사들과 나누고, 이래저래 들어가는 돈이 많다.

그래도 백억이다.

“개새끼...”

그런데, 생각을 이어가던 강석룡 변호사가 갑자기 히죽 웃었다.

“잠깐만...”

백억을 받는 조건은 서진을 박살 내는 게 아니다.

게임에서 승리하는 거다.

그리고 그 게임의 승패는 판사의 손에 달려 있다.

강석룡 변호사가 서둘러 휴대폰을 손에 들었다.

“야, 판사 정해졌다고 그랬지? 누구야? 강준호? 어디 강 씨야?”

*

강석룡 변호사는 서둘러 구치소로 향했다.

그리고 변호사 접견실에서 신지석과 마주 앉았다.

신지석이 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5년 이하, 100억. 어떻게...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까?”

“7년 잡읍시다.”

신지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변호사 양반, 내 나이가 몇이라고 생각합니까?”

신지석의 나이는 예순여덟이다.

반백 년 인생이라 하지만 이 나이가 되면 5년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런데, 7년이라니.

강석룡 변호사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 지독한 놈한테 걸렸어. 김서진, 그놈 때문에 우리 애들도 털려나가는 중이야.”

“......!”

“그리고 내 안전도 보장하기 힘들어. 그놈이 내 멱살 잡겠다고 협박하고 있거든.”

하지만 신지석이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5년. 그 이상은 안 됩니다. 에잉... 실력 있는 변호사라고 들었더니, 가세요. 다른 사람 찾아보게.”

“7년. 하지만 3년 후에는 나올 수 있을 거야.”

신지석의 행동이 멎었다.

7년 형을 받고 3년 후에 빼준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강석룡 변호사가 손으로 테이블을 툭툭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3년 후면 당신 만 70세야. 그럼, 형 집행 정지를 노릴 수 있어.”

형사소송법 제471조.

징역, 금고 또는 구류의 선고를 받은 자에 대하여 해당 사유가 있는 때에는 형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해당 사유 중 하나가 연령 70세 이상. 조건은 소속 고등검찰청 검사장 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허가.”

“......!”

“3년을 살면 남은 형량은 4년, 충분히 검사장들을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지. 어때?”

신지석의 눈이 흔들렸다.

강석룡 변호사가 빙긋이 웃으며 신지석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당신이 믿는 신에게 빌어. 3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그리고 30억을 숨겨. 3년 후에 30억을 주면 빼줄 테니까.”

“.....!”

“날 믿지 마. 30억을 믿어. 그리고 그게 많다고 생각하지 마. 검사장들 주머니에 들어가려면 그만큼 필요해. 그놈들 욕심이 많거든.”

“.....!”

“그러니까, 총 액을 말하면 130억. 어때? 준비할 수 있겠어?”

돈은 있다.

교단의 화재로 없어진 통장, 그 안에 3천억이 들어 있다.

물론 모두 불타버렸기 때문에 그 서류를 준비하는 기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건 3년 동안 천천히 해결하면 되는 문제다.

‘3년...’

신지석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강석룡 변호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7년은 가능한 겁니까?”

“아, 물론. 검찰 측에서 이런저런 증거를 가지고 나올 거야. 하지만 당신은 무조건 내 뜻이 아니라 모두 ‘신의 뜻’이었다고 말해.”

*

강석룡 변호사는 신지석을 만난 후 주차장으로 나와 차에 올랐다.

그리고 휴대폰을 손에 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전략은 세워졌고 판사도 만나기로 했고.’

이제 공판만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물러나기는 뭔가 아쉽다.

자신을 무시한 서진에게 어떤 식으로든 엿을 먹이고 싶었다.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강석룡 변호사가 주소록을 뒤졌다.

그리고.

“아, 진 검사. 나야. 우리 사무실 들어오고 싶다고 했지? 그래, 다른 팀 말고 우리 팀.”

강석룡 변호사의 팀에 들어가면 베이스로 깔리는 연봉이 5억 이상이다.

그 자리를 탐내는 검사와 판사, 변호사가 많았다.

“나도 중앙지검 출신이 필요하거든. 마침, 이번 사건 때문에 몇 명 빼야 할 것도 같고. 생각 있어?”

상대는 당연히 좋다고 한다.

탐욕에 눈이 멀어 당장이라도 사직서를 제출할 기세다.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술 한잔하면서 하고.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다른 것은 아니고. 유치한 거야. 김서진이라고 있지?”

***

미군 부대가 멀지 않은 경기도 평택의 주택가.

그곳에 검찰 승합차가 멈춰 섰다.

문이 드르륵 열리며 수사관들이 내렸다.

수사관들의 눈빛이 흉흉하다.

손에는 거무튀튀한 몽둥이가 들려 있다.

“가죠.”

서진의 목소리에 수사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저벅, 저벅 서진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서진은 J&S의 신도율 변호사를 통해 첩보를 들었다.

부운 교의 최성돈 집사가 이곳에 숨어 있다고.

최성돈 집사, 부운 교의 입구에서 도사견의 목줄을 쥐고 있던 놈이다.

그리고 그놈을 잡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

그놈을 잡으면 신지석의 어깨에 살인죄까지 얹어줄 수 있다.

그때, 서진을 쫓아 걷던 한 수사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긴장된 표정이 걱정스러웠는지 동료 수사관이 물었다.

“왜?”

“아, 긴장되네.”

“다칠까 봐? 걱정하지 마. 우리가 몇 명인데, 다치겠어? 폭력배를 잡는 것도 아니고.”

“그거 아니야. 그런 거로 긴장 안 해.”

“그럼?”

수사관이 묘한 미소를 그렸다.

“김 검사가 해머 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잖아.”

“어?”

“난 부운 교 압수수색 때도 검찰에 있었어. 그 무자비한 폭력성, 진짜 보고 싶었다고.”

“미친 새끼.”

수사관들이 낄낄대며 서진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놈의 은거지에 다가갈수록 수사관들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상대는 몇 명을 죽였을지 모르는 살인범, 게다가 사이비 종교에 푹 빠진 미친놈이다.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염산을 뿌릴 수도 있고 신나와 함께 불을 붙일 수도 있다.

“잠깐만요.”

서진이 수사관들의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들어 바로 앞 건물을 바라봤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주택, 이곳의 지하에 최성돈이 숨어 있다.

서진이 뚜벅뚜벅 공동 현관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전기계량기를 보며 전기 사용량을 살폈다.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기초적인 전기만 사용한다는 거다.

세 가지 상황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죽었거나, 없거나, 아니면 들어오는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몸을 숨겼거나.

서진은 복합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넣어 두며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비밀번호가 아니라 열쇠로 여는 집.

서진이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순간 세상이 흑백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서진은 최성돈 집사가 문 뒤에서 칼을 들고 있는 것을 봤다.

서진이 서늘한 눈빛으로 수사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해머 주세요. 부숴 버리게. 그리고 위험하니까 뒤로 물러서세요.”

***

“나 봤다. 김서진 검사가 해머 휘두르는 거. 무자비하더라. 그냥, 꽝! 꽝! 우리가 말리려고 했지. 그런데, 위험한 일은 나이 어린 자기가 해야 한다면서 계속 치는 거야.”

다음 날, 수사관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기를 시작한 수사관이 담뱃재를 털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문이 딱 열렸지. 그런데, 그 새끼가 칼을 들고 있네?”

“칼? 그래서?”

“놈이 김서진 검사한테 칼을 휘두르더라고!”

수사관들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서렸다.

서진의 얼굴은 싸움과 거리가 멀다.

멱살도 잡히고 맞고 다닌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잠깐만, 김서진 검사가 찔렸다는 소문은 없잖아? 어떻게 된 거야?”

“찔렸어.”

“어?”

“김서진 검사 찔렸다고.”

수사관들의 시선이 틀어졌다.

멀리 주차장으로 나서는 서진이 보였다.

“칼에 찔리고 저렇게 움직인다고? 에이... 살짝 스쳤겠지.”

“계속 들어봐. 그놈이 칼을 훅! 집어넣었는데, 김서진 검사가 그 새끼 팔목을 턱 잡더니!”

“잡더니?”

“방검복 입었어. 개새끼야.”

“캬!”

*

서진은 차로 향하고 있었다.

그 뒤로 조우재 부장검사가 빠르게 붙었다.

“너 어제 칼 맞았다며?”

“괜찮아요. 방검복 입고 있었어요.”

“네가 경찰이야? 아니잖아, 검사잖아! 제발, 안전하게 가자! 제발!”

서진의 활약을 들을 때마다 조우재 부장검사는 심장에 무리가 오는 것을 느꼈다.

이러다가 30억 빚이 문제가 아니라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만 같았다.

조우재 부장검사의 찌푸린 얼굴을 보며 서진이 슬쩍 웃었다.

“알았어요. 안전하게 할게요.”

“야, 그런데 또 어디 가?”

“세금 도둑 잡으러 갑니다.”

“어?”

서진은 더 대답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멀어져 가는 서진의 차를 보며 조우재 부장검사가 중얼거렸다.

“미친놈...”

***

그 시각.

송파구에 있는 한 한정식집.

강석룡 변호사와 강준호 부장판사가 마주 앉아 있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0억. 딱 7년만 때려 주시면 10억은 판사님의 것이 됩니다.”

“이봐요!”

강준호 부장판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돈이 욕심나기 때문이다.

강석룡 변호사가 그 마음을 읽었다. 슬슬 웃으며 말을 잇는다.

“어려운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도 판사 출신이고 판결문 좀 써봤습니다. 7년이면 무리 없는 형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

“횡령으로 4년, 살인 청부 등 기타 혐의로 6년, 그렇게 10년. 하지만 피고인은 정신질환이 있죠. 모든 것은 신의 계시로 시작된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공판 전에 정신감정 절차 받겠습니다.”

“......”

“그리고 살인 청부. 살인자 놈이 잡혔다고 하는데, 피고인은 직접 지시를 내린 경우가 없습니다. 모두 아랫놈들이 알아서 한 거죠.”

“......”

“좋은 일도 많이 했어요. 착한 짓 했다고 대통령상을 받은 적도 있고요. 그래서 이런저런 것 포함해서 감형 3년. 그렇게 7년.”

“......”

“검찰의 증거는 다 나왔습니다. 더 나올 것이 없어요. 부탁드립니다. 부장판사님.”

강준호 부장판사의 얼굴은 심각했다.

턱을 쓸며 고민하고 있다.

10억은 갖고 싶지만 불법적인 일이 꺼려졌기 때문이다.

강석룡 변호사가 술을 따르며 말을 이었다.

“맞다. 아세요? 우리 같은 강 씨라고 들었습니다. 항렬도 같고요.”

“항렬이 같다고요?”

“따져 보니까, 강준호 부장판사님이 제 아버지뻘이더라고요. 하하하.”

강준호 부장판사도 웃었다.

같은 집안 식구를 만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신기한 눈으로 강석룡 변호사를 바라보며 술병을 기울였다.

그러자 강석룡 변호사가 술잔을 받으며 계속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집안 어른들 통해 알아봤는데, 아드님이 이번에 결혼한다고요? 요즘 세상에 월세나 전세로 살면 무시당해요. 10억짜리 아파트면 며느리한테 체면은 차릴 수 있지 않을까요?”

강석룡 변호사가 주절주절 말을 이어가며 가방에서 판결문을 꺼냈다.

“이번 공판의 판결문, 제가 한 번 써봤는데 검토 좀 해주시겠습니까? 아, 부담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도 판사 출신이고 오랜만에 한번 끄적거려 본 거니까요.”

강준호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쭉쭉 읽기 시작했다.

강석룡 변호사는 상대의 표정을 살피며 술잔을 입에 댔다.

‘10억으로 모자랐나? 더 쓸 걸 그랬나?’

돈은 귀신도 부릴 수 있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것은 돈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강석룡 변호사가 긴장된 한숨을 내뱉었다.

만약 강준호 부장판사가 거부하면 얼마를 더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강준호 부장판사가 판결문을 내려두며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아직 현역에서 뛰어도 되겠어요.”

지금의 말, 판결문대로 해주겠다는 뜻이다.

강석룡 변호사가 주먹을 꽉 쥐었다.

‘됐어!’

그런데.

“아파트, 증여로 하면 세금이 꽤 나올 것 같은데...”

쓰레기 같은 놈이 세금도 해결해 달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갑은 강준호 부장판사다.

강석룡 변호사가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친척 어른 집안에 경사가 났는데, 그 정도는 깔끔히 넘겨드려야지요.”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오고 갈 현금에 분위기가 좋았다.

화기애애하게 부어라 마셔라 술잔이 오간다.

그런데, 그때 미닫이문이 드르륵 열렸다.

강석룡 변호사가 올 사람이 없는데, 생각하며 잔을 내려둘 때였다.

“여기 보세요.”

서진의 목소리, 두 사람의 시선이 홱홱 돌아갔다.

그런데, 서진만 있는 게 아니다.

이은하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찍습니다. 웃어요. 잘 나오게.”

두 사람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재판 거래의 현장이 들킨 거다.

창백한 얼굴에서 신음만 흘렀다.

미처 얼굴을 가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서진이 저벅, 저벅 방으로 들어가며 입을 열었다.

“형사, 검사는 잡아봤는데, 이제 변호사, 판사도 잡아보겠네.”

< 똥 묻은 개.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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