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질래요-83화 (83/84)

83. 외전 4화.

“괜찮아?”

단번에 아내를 찾아낸 은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여보!”

다행히 질래는 무사했다. 다만 그녀가 왜 비명을 질렀는지 은우도 금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조각 같은 몸을 지닌 발가벗은 백인 남자가 질래 곁으로 하체를 흔들며 다가온 것이다. 물론 나쁜 의도는 없다고 했다.

그는 PCT 구간 인근에 살고 있는 트레일 엔젤, 즉 어려움에 처한 여행자를 돕는 사람 중의 한 명으로 다리를 다친 질래가 혼자 온 줄 알고 도우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곳이 하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알몸으로 온천 스파를 즐기는 노천온천이었다. 바위가 내는 뜨거운 열과 물이 만나 100% 천연 온천을 만들어 낸다며, 백인 남자가 설명을 덧붙였다.

은우는 그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저에게 이야기하자 괜한 경쟁심이 발동했다. 그가 금발의 백인이라 한들 은우 역시 피지컬로는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감하게 그 자리에서 옷을 탈의했다. 티셔츠부터 바지까지, 그 어떤 남자도 질래를 넘보지 못하도록 위풍당당하게 모든 옷을 벗어 던졌다.

트레일 엔젤은 아름답게 자리 잡은 울룩불룩한 은우의 근육들을 보고 부럽다며 칭찬한 후 자리를 떠났지만 질래는 이 상황이 민망하기만 했다.

“아래는 좀 참지 그래?”

은우의 즉석 누드쇼로 인한 부끄러움은 모두 질래의 몫이었다.

“저 남자보다 훨씬 크지 봐봐. 그리고 내 몸이 훨씬 예뻐.”

이미 지나간 남자를 의식해서 옷을 벗어 던지는 연하 남편이라니. 그 질투가 은근 귀여워서 질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나도 벗을까?”

“아니.”

어느 때보다도 은우의 답변이 빨랐다. 아무리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은우라 해도, 질래만은 허락할 수 없었다. 아내의 몸을 다른 새끼들이 힐끗힐끗 흘겨본다는 상상만으로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보지 않아도 충분히 그려지는, 몇 번이고 제 혀로 핥았던 부드러운 살결. 잘록한 허리를 돋보이게 하는 항아리 골반 밑으로 야살스럽게 꿈틀대는 은밀한 꽃잎까지. 순시에 남자의 하체가 팽팽하게 차오르더니 질래를 향해 직각으로 벌떡, 솟구쳤다.

순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리는 것만 같았다. 특히나 여자들의 눈빛이 따끔할 지경이었다.

“사람들이 쳐다보잖아.”

“왜? 신경 쓰여?”

은우와 달리 옷을 입은 채로 온천물에 몸을 맡긴 질래의 선홍색 양 볼이 사랑스럽게 씰룩였다.

“아니, 나중에 목격담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질래의 걱정이 은우의 콧잔등을 찡긋, 접게 했다. 질래의 귀여운 질투가 마음에 쏙 든다는 표현이었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한국에서 온 배우 이은우, 몸만 좋은 줄 알았더니 모든 게 퍼팩트하더라. 아내인 가질래는 좋겠다. 이렇게 소문나면. 할리우드에서 마이너스될 요소는 없을 것 같은데.”

‘개방적인 할리우드 여자들이 들이 댈까 봐 그런다.’

질래는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그러면서도 노골적인 은우의 말에 얼굴에는 민망함이 붉게 피어올랐다. 나쁘지 않은 소문임에도 일부러 한 손으로는 은우의 굴곡진 가슴을 퍽퍽 쳤다.

한편으로는 은우의 그런 자신감이 마음에 들었다. 기대고 싶은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 그게 이 불안정안 여정을 온전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씻어서인지, 은우의 잘빠진 우윳빛 페니스가 달빛에 반사 돼 아름다운 그림자를 그린 덕분인지. 물장난 치던 두 사람 사이에 찌릿한 전율이 통했다.

“여보, 오늘은 어때?”

은우의 손이 수면 밑에서 은근하게 질래의 허벅지를 쓸었다.

“하아.”

은우의 손끝이 전해준 아찔한 감각에 질래의 하체가 움찔했다. 아직 사막지대를 완전히 통과하진 못했지만 너무 오랜 시간 부부가 휴전 중이긴 했다.

더군다나 온천수로 오랜만에 청결함까지 챙겼더니 쭉 뻗은 남편의 페니스를 본 아내 역시 흥분감이 뜨겁게 끓어올랐다. 과거, 내벽이 느꼈던 생생한 감각이 떠오르면서 쾌감에 대한 지독한 그리움이 함께 움텄다.

“좀 어두워지면?”

“텐트로 당장 가자. 좆이 터질 거 같아서 더 이상 못 참겠어.”

민망했다. 물 안에서 직각으로 뻗은 무언가가 질래의 사타구니를 자꾸 쿡쿡 찔러왔다.

“어쩌려고 그래. 이대로 텐트까지 어떻게 가려고.”

“부부끼리 있으면 당연한 현상인데, 발기된 게 부끄러울 일이야?”

저 자신감의 근원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 질래는 그런 은우의 당당함이 부럽다 못해 신기할 따름이었다.

한편으로는 제 남자의 가운데 다리는 저만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 여자들의 음흉한 시선이 부담스러워 챙겨온 수건으로 은우의 성기를 꾹 눌렀지만 역시나 거대한 다리를 가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냥 가지?”

“너도 참 대단하다.”

“또 너래.”

“대단한 여보를 뒀다니까. 그래, 가자.”

결국 은우에게 두 손 두 발 다든 질래가 그보다 앞서 텐트로 직진했다. 어느 때보다 몸은 개운했지만 제 뒤를 쫓는 사람들의 시선이 따끔해서 어떻게 텐트까지 왔는지조차 모르겠다. 자그마한 도마뱀이 저를 따라 텐트 안으로 들어온 것조차 몰랐으니 말이다.

이윽고 텐트 안으로 들어온 남자는 어느새 늑대로 돌변했다. 눈빛부터가 이곳, 모하비 사막에서 위험하기로 소문난 방울뱀만큼이나 음흉했다. 물론 남자는 방울뱀 꼬리에 비하면 훨씬 큰 두 개의 방울을 지니긴 했다. 양 눈에 욕정을 한 가득 담은 상태로 그간 억눌렀던 욕구를 서서히 분출했다.

“으으읏. 살살해. 밖에 사람들.”

그의 손은 이미 여자의 부드러운 젖가슴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익숙한 손길에 젖꼭지가 이미 둥글게 곤두섰다. 잔뜩 긴장한 질래와 달리 은우의 눈빛은 욕망으로 한층 깊어졌다.

대한민국을 들썩인 섹시한 남자의 유려한 손길이 전신에 찌르르한 쾌감이 주다 못해 뱃속까지 꿀렁였다. 색색거렸던 들숨과 날숨이 점점 격해질 때쯤 심장도 함께 미쳐서 날뛰었다. 그 세찬 박동이 여자를 이성을 뒤흔들 때면 어느새 질래의 옷도 하나둘씩 벗겨졌다.

맨살이 닿으면 들뜬 심장이 고스란히 느껴져 얼굴을 뜨겁게 데웠고, 꾹 닫힌 잇새가 서서히 벌어지면서 그만큼 허용 범위가 넓어졌다.

“하아! 역시 우린.”

쪽. 여자의 입술을 부드럽게 뭉갠 후 다시 혀를 밀어 넣어 곳곳을 누비는 질척한 키스. 위로는 헐떡이는 호흡이 섞이고 밑으로는 뭉툭한 헤드가 음부를 느릿느릿 가르다 못해 슬금슬금 비벼댄다.

“흐으응.”

매끌매끌해진 선홍색 살점, 그 위를 관능적으로 오가는 야릇한 움직임에 질래의 엉덩이가 제멋대로 들썩였다. 그러면서도 섬세하게 점막을 휘저으며 부드럽게 당기는 남자의 밀당이 제법 달큼했다. 찌걱찌걱. 야한 소리 민망한 줄도 모르고 위 아래로 움직여 점도 높은 체액을 질척하게 뒤섞었다.

텐트 밖, 누구라도 안에서 뭘 하고 있는지 눈치 챌 만큼, 그와 그녀는 본능에 충실했다. 녹아내리듯 뭉개지는 살점들의 세밀한 합에 흠뻑 취해 야생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쾌락의 절정을 향해 폭신폭신한 에어슬리핑 베드 위에서 무조건 내달렸다.

“하아. 그래 거기. 맞아, 거기, 으읏.”

오랜만이라 그런가. 남편의 애무가 이리도 짜릿할 수가 없다. 절로 되바라지게 가랑이를 활짝 펼칠 만큼. 남편은 뭐든 잘했고, 뭐든 환상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할딱대면서도 입술을 능란하게 벌리고 온몸 구석구석을 요염하게 휘젓는 혓바닥은 사막에서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래. 은우는 언제든 맛있는 남자였다. 혓바닥도. 큼지막한 성기도. 질질, 그가 싸는 모든 체액도. 어디에 넣든, 어떻게 닿든 미슐랭 3스타를 뛰어넘는 세상에 하나뿐인 코스요리를 창조했다. 몽환적인 예술이 됐다.

“하아.”

여자를 갈구하며 혼몽하게 풀린 섹시한 눈동자. 그러면서도 야수의 본능을 흠뻑 담은 탐욕스런 시선은 소유욕을 절로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단순하게 남자의 혀를 받던 질래가 적극적으로 그를 탐할 만큼. 입술에 닿는 대로 은우를 빨고 핥았다

사실 그녀도 굶주렸던 것이다. 사막이라는 개방된 공간에서 완주라는 목표에 집중하느라 숨겨왔던 새빨간 욕정이 드디어 폭발했다.

서로가 흘린 타액이 전신을 녹진하게 만들고 하얀 피부를 발갛게 물들였다.

침이 뒤섞이고, 뭉개진 가슴사이로 선 젖꼭지가 요리조리 비틀려 분홍빛을 내다 못해 빨갛게 타오르던 순간.

“하앗. 은우야….”

“젖꼭지가 존나 섹시해. 그게 사람 미치게 하는 거 알아?”

“자기 좆만 할까.”

서로에 대한 직설적인 칭찬이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사이. 귓가에 바짝 붙어 질척이며 외설적인 표현으로 귓바퀴에 흥분제를 쏟아 열점을 데운다. 남자가 주는 찌르르한 감각에 제 알아서 내벽을 느슨하게 풀었다 조이며 그를 미친 듯이 갈구했다.

“으읏.”

축축한 입술이 뽈록하게 상기된 유두를 씹는다. 굶주린 늑대새끼가 여자의 젖을 갈구하듯 츄릅, 쫍, 쯥. 뜨끈하고 촉촉한 입술로 젖꼭지와 요란하게 잘도 논다.

은우가 타오르는 하체의 사정감에 질래의 몸을 끌어 제 품에 바짝 끼웠다.

어느새 텐트 안, 뒤엉킨 남녀의 다리 사이로 체모가 엉망이 된 하반신이 바짝 닿았다. 수줍은 음부의 날개를 벌려 흉포하게 부풀어 오른 우윳빛 성기가 그 안에 치받쳤다.

남자는 일부러 힘을 실어 젖은 살점 위를 최대한 느릿하게 비비면서도 부드럽게 문질렀다. 감각세포가 밀집된 모든 지역을 지배하려는 듯. 질래의 목을 젖히고 허리를 쳐들었다. 성감대에 눌려 성대가 미친 듯이 신음하도록.

“아아앗. 너무….”

“너무, 뭐? 하아!”

“좋아. 흐으읏. 흐응.”

열기를 참지 못해 움찔거리는 음부를 은우가 조심스레 벌렸다. 포악해졌다가도 부드럽게 감싸주는 마법의 손길, 제 몸의 정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만 가능한 애무였다.

질래의 열점을 눌러 자지러지게 헤집어 놓았다가도 이내 게걸스럽게 흔들어 커다란 젖가슴을 절로 넘실거리게 만드는 요술. 은밀한 조리개가 벌렁거린다. 싱싱한 전복처럼 야릇하게 꿈틀댔다.

“하아. 흐윽….”

은우의 혀가 음부의 살점을 느리게 핥으면서 제 체액을 쏟아지는 애액 위에 덧발랐다.

혀놀림을 따라 질구에선 꿀렁꿀렁 단물이 쏟아졌고, 동시에 흉포하게 젖꼭지를 괴롭히던 손가락이 내려와 내벽 위를 헛돌면 기다렸다는 뜨거운 입술이 동그란 클리토리스를 쭈욱, 빨아들였다.

“아앗, 흐, 좋아. 자기.”

온몸을 관통하는 짜릿한 쾌미에 아내의 몸이 절로 동글게 휘었다.

타오르는 전신에 종잡을 수 없는 심박수가 최고조를 찍는 순간. 허벅지 사이, 은밀한 곳이 얄궂게 달궈졌다. 희한한 건 은우는 한 명인데 마치 또 다른 누군가가 열점을 향해 살금살금 기어가는 듯한 서늘한 애무였다.

뭐지? 허리를 들어 제 선홍색 살점에 코를 박은 남자를 내려다 본 질래는 그만 깜짝 놀라 은우의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악!”

사막에 온 후 아내가 지른 가장 큰 비명이었다.

아무리 좋아도 인간이 섹스 중에 낼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신음이었다.

질래의 사타구니에 처박혀 도톰한 선홍색 살점을 독점했던 은우가 서서히 고개를 든다. 편각에 와들거리며 겁에 질린 질래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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