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질래요-84화 (84/84)

84. 외전 5화.

“으, 은우야, 도마뱀.”

사람이 줄 수 없는 서늘한 쾌감이란. 손이 두 개. 입이 하나인 인간이 도구 없이는 줄 수 없는 쾌락임이 분명했다. 사타구니를 기어가듯 싸하게 자극해 온 실체가 도마뱀이었다니.

은우는 그런 아내가 귀엽다는 듯 음흉한 눈빛으로 도마뱀을 잡아 질래 위에서 빙빙 돌렸다.

“저리 안 치워?”

“도마뱀이 얼마나 안전한데, 얘가 더 놀랬겠다.”

질래는 진심으로, 버럭 화를 냈다.

“빨리 안 내보내? 내보내란 말이야!”

“여보가 데리고 들어온 건 알고 있어?”

바동거리는 도마뱀의 차가운 몸이 하필 질래의 유두를 스쳤다.

“아앗.”

“거봐, 안전하잖아.”

은우의 장난에 질래의 눈썹이 솟구치고 미간이 분노했다. 그래서 이 순간 남편에게 가장 위협이 될 만한 협박을 꺼내 보기로 했다.

“걔 안 내보내면 나, 오늘 안 해!”

순간 은우의 낯빛에서 장난기가 싹 가셨다. 어떻게 얻은 PCT 여정의 첫날밤인데. 재빠르게 텐트 입구를 열어 도마뱀을 자연으로 방생시켰다.

급작스럽게 정리된 훈훈한 결말이었다. 그제야 질래가 꼿꼿하게 세웠던 허리를 다시 에어베드 위에 살포시 눕힌다.

“어쩌지? 흥분이 도마뱀이랑 함께 가출했네.”

화가 덜 풀렸는지 질래가 남편의 시선을 회피한 채 양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하지만 은우의 팽대강직해진 하체는 이깟 공백으로 무너질 만큼 나약한 물건이 아니었다. 아내의 맨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차오르는데 여기서 진행을 끊는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괜찮아, 어디로 튀든, 가질래 성감대는 내가 더 잘 아니까. 봐봐!”

“하아앗.”

은우가 질래의 허벅지를 열어 도톰한 혓바닥으로 식어가는 열점 위에 부드럽게 희열을 그렸다. 동시에 쿡쿡, 비부를 자극하니 여자의 내벽이 파르르 떨다 못해 수축했다. 남자의 혀끝을 사정없이 꽉 물었다.

“으읏. 제대로 샤워도 못했는데 혀를 거기다… 하아.”

질래의 끝말이 신음과 함께 흩어졌다. 그사이 여자의 하체에서 샘솟는 단물을 쪽 빨아들인 은우가 다음 편을 예고하듯 느른한 눈매로 아내의 이마에 축축한 키스를 내렸다. 귓가를 지분대며 낮은 저음으로 은근하게 성감대를 자극했다.

“온천수랑 섞였으니 자양강장제가 따로 없지. 우리 질래. 흥분이 가출했다더니 속살이 말갛게 젖었는데?”

말은 노골적으로 하면서도 콧등과 양 볼, 입술까지. 살포시 맛보며 젖꼭지를 부드럽게 꾹꾹 눌러주던 남자가 드디어 한 손에 페니스를 쥐었다.

쿠퍼액이 범벅된 선단으로 부드럽게 클리토리스를 오가며 문대니 질래의 온 신경이 하체로 쏠렸다. 꽃잎이 사정없이 벌름댔다.

하지만 남편은 또다시 장난질이다. 이미 표정만 봐도 아내가 뭘 원하는지 알면서 입으로 기어이 시인하게 만들 요령이다.

“넣어줘…? 말아?”

은우가 넣기도 전에 알아서 조였다 풀리는 질구 때문에 질래는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그냥, 빨리, 그를 품고만 싶다.

“아앗, 제발 좀.”

“제발 뭐?”

“하핫. 으읏.”

클리토리스 위에서 돌려지는 페니스 때문에 은밀한 곳에서 끝없이 애액이 흘렀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번개가 내리 치듯 뜨거운 전율이 팔딱였다. 허벅지가 바들바들 춤을 추고 허공으로 허리가 몇 번이고 들썩였다.

그래, 온몸이 말하고 있다. 은우를 원한다고. 아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고.

“빨리 넣어.”

헐떡이며 내지르다시피 아내가 요청하자 은우가 바로 몸으로 응답한다.

“으읏.”

푸욱. 소원대로 은우를 아낌없이 품었다. 질래의 다리 사이, 가장 깊고 좁은 곳까지 편각에 페니스가 도달했다.

물기를 머금은 속살을 가득 채운 남자의 살점이 전신을 짜릿하게 관통했다.

드디어 하나가 된 것이다.

이내 교성으로 교감하는 둘만의 몸의 대화가 시작됐다.

좁은 내벽을 넓히며 찔러 넣는 남편의 역동적인 쳐올림에 질래는 몇 번이고 몸을 들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퍽퍽. 단단한 기둥이 사정없이 질래 안을 찔러대며 야릇한 열기를 생성했다. 성실하게 오가는 페니스를 여린 속살로 빈틈없이 가둔 여자의 눈빛이 게슴츠레하게 풀린다. 그 색색거림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하아! 우리 궁합 말이야….”

질래는 제 안으로 파고드는 은우를 받아들이며 아랫배로 흐르는 열기를 고스란히 즐겼다. 때로는 내벽이 얼얼할 정도로 커다란 살덩이가 사납게 파고들었다가도 어느새 부드럽게 질구를 왕복하며 내벽 입구까지 빠졌다 깊숙이 박히니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이지러지는 속살이 두툼한 성기를 꾹 옥죄었다.

“알아 최고란 거, 으윽….”

축축하고 부드러운 생살이 서로를 온전히 채우는 느낌. 은우가 허리를 놀리며 페니스를 길게 뽑았다 넣을 때면 엉덩이와 골반이 움찔하며 알아서 그를 집어 삼켰다.

은우도 질래의 집요한 조임에 절정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렸다. 아내 속으로 좀 더 빨리, 좀 더 깊게, 좀 더 세게.

아랑곳 않고 속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움직임이 점점 격해진다. 버겁게 찔러 넣다가도 부드럽게 속살 한 겹 한 겹을 짓누르며 박아대는 정성어린 교합에 마찰 부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새하얀 발가락이 저절로 곱아들었다.

페니스가 질벽을 문대며 쑤욱 빠져 나갔다가 강하게 안쪽까지 치받기를 몇 번. 내벽에 부풀어 오른 정점을 자극하며 손끝으로 클리토리스를 돌리자 은우의 팔뚝에 여자가 손톱을 박았다.

성기를 깊게 찔러 마찰이 가해질 때마다 맞물린 교합점이 저릿저릿, 내벽 어딘가가 불뚝대며 널뛰었다. 그의 살덩이가 음란하게 지나가는 자리마다 화마가 스치듯 전신이 낭창대며 뜨겁게 전율했다. 뻐끔대는 구멍으로 남자를 힘껏 잡아챘다.

“지, 질래.”

터지는 은우의 신음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면서도 질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변함없이 견고했다.

“사랑해. 하아.”

“나도, 사랑해 여보.”

그 순간, 질래를 치고 들어오는 페니스가 말도 안 되게 피치를 올렸다. 드나드는 속도에 과속경보음이 붙었다. 브레이크가 끊긴 경운기마냥 덜덜대며 내벽 안을 미친 듯이 질주하니 신음도 무한대로 올라갔다.

“으으윽…. 하앗, 으흐흥, 여보오!”

세포 하나하나가 튕겨나가듯 온몸을 뒤흔드는 이 감각은 그야말로 최상의 오르가슴.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쾌감은 구름 위로 사람을 둥둥 띄었다가도 순간 땅 끝까지 추락시키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쾌락과 환락의 뒤엉켜 절정을 이루던 찰나였다.

“으으윽.”

어느 때보다 진하고 길었던 사정의 시간. 훗날 PCT 베이비를 잉태하기로 작정한 은우의 사정은 질래의 자궁 속에 아름답게 안착했다.

이내 정액으로 범벅된 그의 페니스가 벌름거리는 구멍을 쑥 빠져나온다. 통통한 귀두를 뱉어낸 후 파르르 떨리는 질구가 어쩐지 허전했다. 그러면서도 끈끈한 우윳빛 점액을 꿀렁꿀렁 미친 듯이 토해냈다.

은우는 제 정액을 흘리는 아내의 어여쁜 분비물을 닦아준 후 거친 호흡으로 날뛰는 심장 위로 그녀를 품었다. 너무나도 소중한 내 사람이자 내 가족. 나보다 더 사랑하는 유일한 한 사람. 가질래.

속살을 합치고 온기를 나눈 그녀와의 PCT 여정에서의 뜨거운 첫날밤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만 같았다. 이후 게스트 하우스와, 별장, 인적이 드문 길 위에서도 몇 번의 교합이 성사됐지만 뭐든 처음이 가장 설레고 소중한 거니까.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첫사랑인 것처럼.

***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대신해 6개월간 동고동락했던 고난의 여정.

질래는 저를 위해서라면 뭐든 해내는 은우 때문에 매일이 감동이었다. 돌아보면 감동 없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평균 기온이 45도. 내리쬐는 뜨거운 햇살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끝없는 사막 길에서 혀와 몸을 섞으며 서로를 위안했던 순간들. 혹 여건이 안 되면 소소한 일상 속에서 식욕을 채우며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

식량을 구하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고 생전 모르는 마을에서 도움의 손길을 경험했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은우와 질래는 약 1000km를 돌파했을 때. 그러니까 사막지대를 완주하던 날, 생전 처음 보는 하이커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던 순간을 둘만의 결혼식 날로 정했다. 마치 예식장에 들어서는 것 같은 환희를 경험했던 날이었기에. 비록 꼬질꼬질한 차림에, 다 터진 운동화를 신고 있을지언정, 푸르른 신록위로 펼쳐진 그림 같은 하늘과 광활한 대자연이 하객이 되어줬던 어느 날, 신혼부부는 길 위에서 겸손을 배웠다.

“저기 봐! 너무 예뻐. 진짜 아름답다는 게 이런 거구나.”

물론 그 순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 남자가 함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맞아, 모든 게 가질래스러워. 예쁜데, 어렵고, 그래서 경이로워. 평생을 지금처럼 서로만 바라보고 살자.”

은우의 진심어린 고백은 매번 질래를 감동시켰다.

“너 같은 사람이 어떻게, 나한테 왔을까?”

“신이 내 인생에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가질래야. 알아?”

은우가 돌연 무릎을 꿇고 질래의 손등에 따스한 키스를 내렸다. 손등에서 뭉개지는 남자의 입술이 때로는 이 사막 지대에서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할 만큼의 크나큰 전율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PCT의 마지막 코스로 진입하는 구간의 신의 다리를 건널 때엔 그가 또 다른 고백으로 질래를 울렸다.

“내 아내가 돼 줘서, 내 인생 속에 들어와 줘서. 이 여정을 함께해 줘서 고마워. 나는 가질래 때문에 뭐든 할 수 있고, 어떻게든 살아 갈 수 있어.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 줄 알아?”

“알아, 네가 알려줬잖아. 내 남편. 내 사람. 내 사랑, 이은우.”

은우의 귀에 닿은 질래의 달콤한 고백이 은우의 입술을 절로 웃게 했다.

수줍게 말하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진실한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던 순간들.

길 위에 텐트를 치고 함께 걸으며 사랑을 나눴던 부부의 느린 생존의 이야기는 어쩌면 영원할 사랑이야기.

6개월의 대장정 내내 둘은 하나의 질문을 떠올렸다.

과연 이 길 끝에 우리가 함께 설 수 있을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그때마다 정답은 YES.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두 사람을 뭐든 할 수 있는 부부로 이끌었다.

그런 스토리를 함께 써내려가느라 북부 캘리포니아 구간도 숲이 우거진 오레곤 구간과 하얀 설원이 발길을 사로잡던 워싱턴주 구간도. 모두, 서로를 짊어진 채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부부는 이제 PCT에서의 여정을 평생 마음속에 간직한 채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걸어왔던 험난한 여정보다 더욱 기나긴 세월을 함께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사랑을 속삭이며, 매일을 감사하며, 오늘도 내일도, 서로를 바라보며.

온전히 서로를 가진 채로.

한없이 광활하고 깊은, 사랑의 길을 함께 걸어갈 것이다.

-외전 마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