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선물 줄게, 남자가 됐어
애원할수록 자꾸자꾸 더한 짓이 하고 싶다는 걸 이 여자는 모르는 모양이다. 원래 침대 위에서 남자는 왜곡의 달인이 된다. 여자의 표현을 곧이곧대로 믿지도 않을뿐더러, 제멋대로 해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더 해달란 소리지?”
주물럭주물럭, 제 양손에서 말랑말랑 쥐락펴락하는 대로 빚어지는 모찌 인형 같은 풍만한 가슴이 신기했다.
그 정점을 혀로 쿡쿡 찌르다가 꾹 눌러 빙글빙글 돌렸다가 다시 쭉 빨아들이자 여자의 벌어진 잇새를 타고 색색거리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반달 눈, 젖힌 고개. 누가 봐도 쾌감을 느낀 제 표정이 부끄러워서 남자의 시선을 피해 질래는 고개를 홱 틀어 버렸다.
깜빡이는 불빛 때문인지, 그녀의 몸짓 하나하나가 은우에게는 뇌쇄적이었다. 잠시 모든 걸 멈춘 채로 은우는 그녀의 얼굴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보지 마.”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하네.”
“하지 말란다고 안 했음 여기까지 오지도… 으읏.”
하! 모르겠다. 질래도. 제 새하얀 가슴 곳곳에 검붉은 하트를 새겨나가는 이 남자를 어찌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
사실 척추에서부터 찌릿찌릿 전해오는 이 본능적인 욕구를 꼭 멈춰야 하는 건지도 이제는 모르겠다. 이미 유두가 단단하게 뭉쳤다. 제 허벅지에 비벼지는 남자의 팽팽한 페니스가 솔직히 궁금하기도 했다. 얼마나 자랐을까?
분명한 건 어릴 때 제가 씻겨줬던 그 귀여운 물건이 남자의 바지 속에서 무럭무럭 자랐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얼굴을 밀어내던 손이 어느새 남자의 목을 휘감은 채 애걸하듯 매달려 있었다.
가슴을 맛보다가도 얼굴로 올라와 제 코와 뺨, 이마에 입 맞추는 남자의 애정 어린 스킨십이, 그 눈빛이, 그 손길이 지독히도 다정했다.
“가질래를 들썩이게 만들고, 이은우 많이 컸다. 그치?”
“…….”
“다 읽혀, 누나 얼굴에 다 써 있다고.”
“자꾸 착각을 사실인 양 맘대로….”
“착각 아닌데.”
와락, 끌어안았다. 제 판판한 가슴에서 뭉개지는 여자의 말랑말랑하고 육감적인 가슴이 울고 있는 페니스의 한계치를 시험했다.
쿵쿵쿵쿵, 남자의 심장 뛰는 소리가 질래의 가슴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맞닿은 가슴 때문인지 몸이 스르르 녹아버릴 것 같던 그때, 남자가 제멋대로의 해석을 또 꺼내 놓는다.
“이제 성인이니까.”
“…….”
“사고 치자고.”
“뭐?”
“말하고 있잖아, 온몸으로. 나한테.”
“억지 부리지 말고, …하!”
한숨이 뿜어져 나왔다. 여자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나름 발악하며 낑낑댔다. 문제는 붉게 부어버린 제 유두가 남자의 가슴에 스쳐 지날 때마다 적나라한 그 감각이, 입으로 애무 받을 때와는 또 다른 향락을 알려줬다.
사람이 사람과 맨몸으로 부대낀다는 것. 그게 불쾌하기보단 떨리고 설레서 꼭 들러붙고 싶다면, 이걸 무슨 감정이라고 정의해야만 할까? 느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이래서 한 번 맛본 쾌락은 마약처럼 끊기가 어려운 걸까.
하지만, 멈춰야만 했다. 아무리 남자의 육체가 끌려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었다. 이미 넘었다 해도 함께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전에 얼른 발을 빼야 했다.
혹 온몸이 온통 음탕하게 젖었을지언정. 멈출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문제는 남자였다. 이성과 사투 중인 질래와 달리 남자는 여자의 스커트 지퍼에 이미 손을 댔다.
“멈춰. 이은우, 정신 차려.”
그의 품 안에 차렷 자세로 안겨 있던 질래가 어설프게나마 그를 막아 세우려 했지만, 제 앞에서 출렁이는 그녀의 가슴은 오히려 더 큰 도발로 보일 뿐이었다.
“시작을 말았어야지. 이미 다 빨고, 다 벗고….”
“끝까진 안 갔잖아.”
“우리 13년 전에도 한 침대 썼는데.”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질래가 목청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질세라 남자 역시 질래의 몸을 붙든 채로 똑똑히 제 마음을 전했다.
“또 모른다고 하지 마! 그때도 젖었던 거 다 알아.”
남자를 바라보던 질래의 눈망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푸들푸들 떨고 있는 질래의 가랑이 사이로 제 손을 쑥 넣은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거봐, 축축하잖아, 그것도 많이.”
그건 꼭 너를 남자로 느껴서만은 아니라고 변명이라도 해보고 싶지만 막상 애액을 쏟아낸 팬티가 망신스러워 그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허우적거렸다.
“기억나? 천둥 번개 친 날. 크리스마스 새벽.”
“…….”
툭, 혼자 뭐가 그리 찔렸는지 남자를 밀치던 질래의 손이 제 허리를 스치며 바닥 쪽으로 가벼이 떨어졌다.
***
‘아아아아앙… 으읏, 아아앗!’
19살, 곧 성인이 되는 크리스마스이브 새벽. 질래의 은밀한 꽃잎들이 남자의 굵은 페니스에 겹겹이 흩날렸다. 제 가슴을 쥐고 빨며, 제 음부에 들락거리던 근육질에 희고 긴, 백마 같은 남자. 퍽! 퍽! 퍽! 박아대는 힘이 어찌나 센지 질래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려왔다.
‘아앗! 어쩌지? 아빠가 알면….’
여자의 걱정에도,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저 폭주하는 피스톤 운동과 함께 여자 몸 구석구석을 물고 핥느라 정신이 없었다.
좀 이상하다면, 모든 게 필름처럼 흘러갔다. 분명 제 질구를 정복했던 남자가 어느새 제 음부에 코를 처박은 채로 그곳에서 여자의 꿀물을 쭉쭉 빨아내고 있었다. 혀끝으로 옥구슬을 굴리듯 꽃잎 사이사이를 유영하다가도 이리저리 쫍쫍 진득하게 빨아대는 의문의 남자.
그가 가슴으로 올라와서 이번엔 질래의 가슴을 기막히게 애무하는데, 정말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
‘아앗! 어른이 된다는 건… 읍, 아픈데 좋은 거네.’
하지만 낭랑 19세가 그 육체적 환락에 빠져 있기도 잠시. 제 밑에서 가슴을 맛보던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치켜든다.
‘가… 가길래?’
으악! 깜짝 놀라 질래가 눈을 떴을 땐, 10살 꼬마였던 길래가 제 이불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미쳤구나, 가질래.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다니. 하지만 꿈속의 남자는 분명 성인이었다. 자기 품에서 꼼지락대는 이런 작은 꼬맹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질래는 잠에서 깨어나고도 자는 척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9살이 된 이후 따로 자기 시작했던 길래가 오늘처럼 천둥 번개가 치거나, 악몽을 꿀 때면 제 품에 와 곤히 잠들었기 때문이었다. 밤잠을 설치다가도 제 품에 안기면 새근새근 잠들어 버리는 게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길래는 3살 때 제 친모와 질래네 집으로 들어왔다. 길래의 친모는 아버지의 두 번째 아내였다. 그런데 다음 해, 그녀는 돌연 홀로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육아로 그동안 못했던 미술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에 더더욱 놀랐던 건, 아버지가 허락했다는 점이다. 질래의 친모, 제 어머니에겐 그렇게 강압적이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던 아버지가 은우 엄마한테는 왜 그렇게 관대했던 건지.
짐작하기로는 가 회장이 결혼한 세 명의 와이프 중 은우 엄마를 가장 사랑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어쨌든 어린 나이에 엄마와 떨어진 꼬마가 너무도 불쌍해서 질래는 그때부터 은우의 엄마가 돼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음탕한 꿈 탓인지 질래의 몸에서 느껴지는 낯선 현상들이었다. 어린 동생의 작은 스침에도 움찔거리는 몸을 통제하느라 곤혹스러움을 참아내야만 했다.
은우가 혹 내 이상한 꿈을 눈치채진 않았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꿈속의 남자를 떠올리면 입꼬리가 절로 올라갈 만큼 그는 질래의 이상형에 가까웠다. 혹 대학생이 된다면 그런 남자와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질래는 꿈속의 남자와의 생생한 정사에 두근두근, 속절없이 뛰는 심장이 어이없었지만 어린 동생 보기에 왠지 낯부끄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듯 제 품에 폭 안겨 잠들었을 뿐. 질래는 왠지 모를 죄책감에 설핏 떠오르는 남자의 얼굴을 가슴 속 어딘가에 고이고이 묻어버렸다.
***
끔뻑끔뻑, 수명을 다한 형광등 밑. 질래의 손목을 제압하고 있던 남자의 눈꺼풀이 여자의 유두에 닿았다. 깜박깜박, 닫혔다 열렸다. 속눈썹이 젖꼭지를 자극하는 탓에 질래의 허리가 매트리스에서 들썩였다.
남자의 긴 속눈썹이 스친 유륜에 달뜬 여운이 남았다. 파들파들, 떨리는 여자의 몸이 그렇게 답해왔다. 온전히 몸으로만 대화하고 있던 그때, 은우의 도톰한 입술이 열렸다.
“그날이 가질래 품에서 잘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줄 상상이나 했겠어.”
하지만 은우가 모르는 질래만의 비밀. 그 아찔했던 꿈속의 제 이상형의 남자가, 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와 닮은 것만 같아 혼란스러웠다.
혹시 예지몽이였나? 결국 이 아이와 난 이렇게, 커서 자게 될 운명이었나.
“오랜만이다, 그치?”
“뭐가?”
은우가 제 꿈을 알리도 없는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질래는 뜨끔했다.
“우리, 같이 자는 거 오랜만이라고. 외로울 때면 항상 그때가 그리웠어.”
그러면서 은우가 제 가슴골에 볼을 비비며 얼굴을 묻는 게 아닌가. 질래는 잊고 있던 꿈속 남자가 현실로 튀어나온 것만 같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대로 경직되고 말았다. 한참을 제 가슴에서 노닐던 남자가 질래의 한쪽 가슴을 움켜쥔 채 입술을 움직였다. 움찔, 질래의 몸이 또 반응했다.
“어릴 땐 포근했는데, 이제는 여자네.”
“으읏, 그만해.”
“그러기엔 너무 야한데?”
“으흐읏.”
방심한 사이 벌어진 입술 위로 여자의 미간이 발악하듯 구겨졌다. 질래의 젖무덤에 핀 점정을 은우가 쭉, 빨아들인 까닭이었다. 허리를 띄우며 흘리는 그녀의 신음이 그를 더욱더 헐떡이게 만들었다. 아닌 건 알겠는데, 멈추기는 아쉬운 열락의 길.
콧날이 호기롭게 쭉 뻗은 남자가 밑에서 게걸스럽게 저를 맛보고 있었다. 그 광경이 낯설면서도 질래는 이 상황의 주인공이 저란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남자는 이미 여자보다 한참 더 멀리 가 있었다. 이미 맘 같아서는 제 육체와 여자의 육체를 하나로 옭아매고 싶었다.
얼마나 맛보고 싶던 금단의 열매였던가. 피가 섞인 남매도 아니고, 미성년자도 아니고, 이젠 모든 걸림돌이 제거된 상태였다. 가질래란 여자는 은우에게 더 이상 선악과가 아니었다.
닿는 대로 주무르고 핥았더니 비틀리는 골반에서 야한 냄새의 농도가 짙어졌다. 딱딱하게 망울진 여자의 유두가 달콤했다.
질래도 그랬다. 진득하게 농락당한 얼얼한 젖가슴의 통증 때문인지, 코끝으로 전해지는 싸한 수컷 냄새 때문인지, 목숨 걸고 반짝이는 형광등 조명에 눈부셔선지. 완고했던 이성이 그만 암흑 속에 흩어졌다.
남자의 슬랙스에서 커질 대로 커져버린 대물이 여자의 음부 위에 닿으며 야속하게 비벼지던 까닭에. 혹 남자를 원하고 있는 제 까만 속내가 목울음으로 새어나왔다는 연유에서. 자이로드롭을 탄 듯 짜릿하면서도 묘한 두려움이 질래의 마음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일시적 충동에 의한 쾌락의 길. 32년 가질래 인생에 생각지도 못한 길이었다.
이미 멈출 수 없는 본능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싫진 않은데, …무서워.”
“뭐가 무서운데.”
“끝나고, 후회할까 봐.”
처음으로 솔직하게 고백하는 여자의 마음이 남자의 귓전에 울렸다.
그러자 돌연 야한 짓을 멈추고 질래를 꼭 품는 은우였다. 어릴 때와는 달리 남녀의 몸집도, 상황도 뒤바뀐 셈이었다. 이제는 남자가 여자를 안고 찰랑이는 머리칼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그거 알아?”
“…….”
“꽉 채울 만큼, 좋아 죽일 만큼… 많이 컸다는 거.”
“…….”
“크리스마스잖아.”
“…은우야.”
귓바퀴를 지분거리는 남자의 느른한 목소리가 호흡과 뒤섞여 전신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이제, 선물 줄게. 나, 진짜 남자가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