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디아나는 천천히 눈을 감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 책의 다음 내용이었다. 소설에선 이후 트리샤가 후작위를 받아 내고 기어코 루비 목걸이를 걸었다. 무려 세 줄이나 되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목걸이라서 더 빛이 났다. 오만한 트리샤의 붉은 눈동자에 딱 어울리는 목걸이였다.
트리샤는 제 목에 건 거대한 루비만큼 빛나는 루카스의 총애를 쥐고 황실이 놀이터인 양 뛰어놀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다.
“그런데, 목걸이 하나로 되겠어요?”
디아나는 이후에 일어질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 책에선 후작이 된 트리샤가 감히 황후의 처소 바로 옆에 둥지를 틀었다. 그 처소엔 나날이 선물이 그득하게 찼고 나중엔 그 핑계로 트리샤가 더 큰 공간을 차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일어났다.
소설 속의 디아나는 그때도 침묵하며 조용히 물러섰다. 제 공간을 내주고, 남편을 내주고, 자리를 내주고, 존엄을 내줬다.
“고작 목걸이 하나로는 부족할 텐데요.”
트리샤의 기세는 나날이 등등해졌다. 루카스는 황제로서의 정무도 미룬 채 자주 내궁을 찾았다. 트리샤의 취향에 맞춰 개조한 정원을 거니는 일도 잦았다.
아주 좋은 위치 선정이었다. 세상 사람들로선 루카스가 내궁에 간다는 것만 알았지 황후의 처소로 향하는지, 그것을 가장해서 트리샤의 처소로 향하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트리샤는 그 정도로 만족하지 않아요.”
디아나의 고운 입술이 비틀렸다. 얼음보다 차가운 목소리에 루카스는 뒤늦게야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이제야 말이다.
“무슨 뜻인가.”
“트리샤는 욕심이 아주 많은 아이잖아요?”
“황후.”
루카스의 입에서 경고와 비슷한 말이 나왔다. 왤까, 디아나는 사실만 말하는 것뿐인데. 트리샤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했고, 그만큼 욕심이 많았다. 전부 가져도 트리샤의 욕심이 다 채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은 것을 원하는 게 바로 트리샤 블랑이었다.
“하긴, 무한한 욕심을 채울 방법은 없죠.”
초연한 디아나의 목소리에 루카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시선을 돌려 루카스의 눈을 똑바로 주시했다. 푸른 눈동자에는 평소 같은 고요함이 아닌 감정의 거센 파도가 담겨 있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드물게 루카스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이건 원래의 디아나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감히 루카스에게 이런 식으로 대든 사람도 처음일 것이다. 그는 황족의 존엄성에 티끌이라도 묻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아는 권위주의자였다.
“무슨 소리면?”
디아나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것은 그 책에 없는 내용이었다. 원작의 디아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트리샤를 믿었다. 아니, 트리샤를 향한 루카스의 감정이 우정이라는 거짓말을 믿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한 결혼이었기에, 더욱.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아니었다. 그 책의, 이 상황 후의 일을 아는 이상 더 참는 것은 한계였다.
“그래, 뭐…… 상관없어.”
디아나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체념이 깃든 말에 루카스는 제 귀를 의심했다. 그의 얼굴이 신경질적으로 어그러졌다.
“황후, 갑자기 정신이 나간 건가?”
“그럴 수도.”
드레스를 정돈한 디아나가 일어서서 똑바로 루카스를 봤다. 여태까지 한 번도 하지 않은 일이었다.
“황후! 언행을 삼가라. 아무리 황후라도 그런 언행은 용납할 수…….”
“무슨 언행이면 어때. 어차피 너희가 하는 개소리보단 나을 텐데.”
싸늘한 말에 루카스는 크게 동요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에 당혹감과 놀라움이 서려서 흔들리고 있었다. 제 손바닥만 한 상식을 벗어난 디아나의 행동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았다.
“황후!”
그러나 디아나의 얼굴은 묘하게 후련했다. 차라리 이게 나았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루카스의 아래에 깔려 후계를 생산하기 위해 몸을 내어 주는 것보다 훨씬.
“어차피 이 이야기는 원작대로 흘러가더라.”
후, 디아나가 참았던 실소를 뱉었다. 루카스는 그런 디아나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듯이 눈을 껌벅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보자 우스워서라도 실소가 끊이질 않았다.
“무슨 말인지 모를 거야. 어차피 이건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일이거든.”
디아나는 모든 사건의 시초를 떠올렸다. 바로 디아나 카를이 되기 전의 자신이었다. 그래, 자신은 디아나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디아나는 책 속의 등장인물이었으니까.
흔하디흔한 책이었다. 뭔가 특별한 징조 따위도 없었다. 그럴듯한 홍보 문구에 낚여서 산 책은 처음부터 고구마를 먹은 듯이 답답한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역전의 사이다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초반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 대개의 고수위 로맨스 판타지 소설이 그렇듯이 홍보 문구처럼 적당히 진한 치정극 후엔 당연히 사이다가 나올 줄 알았으니까.
“하, 정말…… 너희 모두 최악이야.”
그러나 휴일의 반을 소모하면서 책을 반 정도 읽었을 때쯤, 깨달았다.
이 스토리는 답이 없었다.
대체 내가 무슨 판을 보는 거지. 어느 시점부턴가 로판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의 판을 보는 것 같았다. 사랑 없는 조건 결혼, 남편의 오랜 여자 사람 친구, 우정을 가장한 그들의 로맨스를 곁에서 지켜보며 혼자만 미쳐 가는 이야기.
아무도 디아나를 사람으로 대해 주지 않았다. 디아나 본인도 그 사실을 잊어 가듯 삭막하게 시들어 갔다.
“지금, 정신이 나간 건가? 그런 거야?”
“이렇게 살면서, 미치지 않은 게 참 이상해. 그게 더 편했을 것 같은데.”
“황후, 우선 전의를…….”
그래도 마지막에 루카스의 황당한 얼굴을 볼 수 있단 게 조금 시원했다. 지금 루카스는 온전히 디아나를 보고 있었다. 디아나를 범하면서도 트리샤의 이름을 담던 그가 드디어.
“늦었어. 너희가 병들게 한 사람은 이제 어떤 약으로도 나을 수 없어.”
그 정도로 디아나의 삶은 피폐한 일뿐이었다. 아름답고 정숙한 황후. 제국의 자애로운 어머니. 그 빛나는 황후의 관은 디아나의 감정을 모두 죽여 갔다.
“아무래도 내가 이 이야기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나 봐.”
그 책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은 이미 모든 것이 정해진 후였다. 루카스가 즉위하며 디아나는 자연히 황후가 되어 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론 세 명의 우정이라는 견고하고도 끔찍한 감옥에 갇힌 후였다.
자잘한 변화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딱 소설대로만 흘러갔다. 큰 흐름은 아무리 해도 그 책에서 바꿀 수 없었다.
“이젠 지겨워, 그냥 여기서 끝내는 게 낫겠어. 이 책, 넘길수록 최악이었거든.”
“황후,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주인공은 처음부터 트리샤였던 걸까. 후작이 된 건 시작에 불과했지.”
우정에서 시작된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서 디아나는 혼자만 병들어 가는 조연이었다. 문제는 그걸 너무 늦게 알려 줬다는 거다. 한마디로 소개에 낚였다.
그래도 디아나는 버텼다. 하나의 희망은 그 책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주인공을 위한 전개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희망 하나로 버텼기에 묵묵히 줄거리를 따라서 피폐하고 침묵하는 황후로 살았던 것이다.
“오히려 디아나란 존재가 있어서 둘이 더 불탈 수 있었던 건지도.”
이제는 한계였다. 방금 자신의 인격은 살해당했다. 치명적인 불륜을 즐기는 그들 사이의 장애물 역할보다 더 처참한 것이 있다는 건 새삼 충격적이었다.
“황후, 정말로 미친…… 그런 건가?”
“아니. 그러고 싶었어. 차라리 미쳤다면 지난 2년이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았을 거야.”
디아나가 한심한 눈길로 루카스를 봤다. 저런 걸 주인공의 남편이라고 믿고 봤던 자신이 한심했다. 또한, 그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자신이 뭔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버텼던 시간이 아까웠다.
그건 너무나도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포기했더라면, 2년의 고통과 이유도 모른 채 제 아이를 흘려보내는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었을 텐데.
“아무튼, 난 여기서 하차하겠어.”
회한이 담긴 푸른 눈동자는 결연했다. 디아나는 늘 제 몸에 지니고 있던 은으로 된 단검을 꺼냈다.
“그 검, 내려놔. 지금 전의를 부르겠다.”
루카스의 말은 이미 들리지도 않았다. 디아나는 그간의 회한을 혼잣말로 뱉어 내고 있었다.
“내가 겪어 보니까, 도저히 다음 챕터까지 견딜 자신이 없다.”
디아나는 그들의 우정에 시름시름 생기를 잃어 가면서도 황후의 자리를 지켰다. 절친한 친구인 트리샤와 남편인 루카스의 행복은 디아나의 희생 위에 피었다.
곧 디아나라는 방해물로 더 뜨거워진 둘은 사랑을 했고, 트리샤는 루카스의 아이를 가졌다. 그와 동시에 당연하게도 트리샤는 황후의 자리를 원했다.
“황후……?”
“어차피 디아나는 이 단검으로 자결할 운명이야.”
그 후, 트리샤는 독살의 위험에 노출되고, 공교롭게도 그 독약은 황후인 디아나의 처소에서 발견됐다. 혼외관계라고 해도 루카스의 아이를 가진 트리샤를 독살하려 한 디아나의 악랄함에 루카스는 치를 떨었다고 쓰여 있던 게 똑똑히 기억난다.
디아나를 가장 괴롭게 한 사실은 루카스가 황후와 정해진 합궁 일마다 제 처소를 찾았다는 거였다. 기가 막힌 일이었다. 트리샤와 사랑을 나누던 더러운 몸으로 디아나를 범했다는 것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다.
“하, 정말 미친 전개였어.”
그 무렵, 너무 답답해서 페이지를 마구 넘겼다. 그랬더니 제 처소에 유폐를 당한 디아나가 혼수로 받은 가문의 귀중한 단검을 이용해 자결하는 장면이 나왔다. 아마, 트리샤에게 패배한 것이리라.
“황후, 진정하고…… 사람을 부를 테니, 차분하게.”
“됐어, 이젠 나도 모르겠다. 여기서 찌르나, 그때 가서 찌르나 디아나는 죽으니까.”
루카스의 눈에 지금의 디아나는 미친 여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디아나가 후회하는 것은 루카스와의 관계나 제 처신 따위가 아니었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 건…….”
물론 그 책을 만난 것을 후회했다. 하필 갇혀도 이런 책에 갇힌 것이 일생의 불운이었다. 그러나 그보다 후회되는 것이 있었다.
“결말을 보지 않았다는 거야.”
디아나는 대대로 가문에 전해지던 단검으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황태자비가 되기 전인 열일곱의 소녀로 돌아갔다. 소위 회귀물이었다. 한창 회귀에 질려 있을 때라 딱 그 부분에서 책을 덮었다.
“그 책을 끝까지 읽었어야 했어.”
결말은 모른다. 후회는 늦었다. 저들의 미친 짓을 더 지켜볼 자신도 없었다. 디아나로 한 챕터만 살았을 뿐인데 이미 마음이 피폐해졌다. 2년만으로도 미치는 것이 나을 정도인데, 죽으면 죽었지 앞으로 그 꼴을 볼 자신이 없었다.
“디아나?”
정말이지 오랜만에 루카스가 이름을 불렀다. 정해진 밤마다 처소에 찾아와서 기계적으로 디아나를 범할 때도 불러 주지 않던 이름이었다.
“필요 없어, 너 같은 건.”
디아나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목을 찔렀다. 그것을 막으려던 루카스의 손은 한발 늦었다.
루카스가 하는 일이 다 그렇듯이.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책의 묘사처럼 격렬한 통증은 잠시였고 점차 의식이 흐려졌다. 디아나는 눈을 감으며 간절히 바랐다.
다시 눈을 뜨면 이 빌어먹을 책에서 벗어나 있기를. 피폐한 숨을 두 번 다시 내쉬지 않기를. 그 책의 전개에서 벗어난 자신의 돌발적인 행동이 진정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길이었기를, 제발.
바닥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없는 어둠으로 삼켜지는 느낌은 생각보다 편안했다. 뭐가 됐든 루카스와 트리샤 사이에서 방해물로 존재하던 순간보다 나쁠 수는 없었다.
가능하면 이 잠에서 깨지 않기를, 깨어난다면 이 책을 덮어 버린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이야기에 말려든 후 제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체념과 거의 동시에 꿈의 세계가 흔들렸다.
“디아나 아가씨, 일어날 시간이에요.”
간신히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낯선 중년의 여자가 제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하얀 이불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방은 황실의 풍경과 달랐다. 게다가 아가씨란 호칭을 봐선 정말 책의 스토리대로 회귀를 한 모양이었다.
“많이 떨려서 잠을 설치셨어요? 늦잠을 다 주무시고.”
아무래도 이 이야기에 완벽히 갇힌 것 같다. 이젠 자신이 디아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과감하게 돌발적인 행동을 저질렀지만, 자결의 시점만 달라졌을 뿐이고 흐름은 그대로였다.
알고 있는 내용대로라면 디아나는 열일곱 살로 회귀한다. 하필, 거기서 지겹다고 책을 덮어 버린 자신이 후회스러울 뿐이다.
“오늘은…….”
디아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아직도 꿈나라세요? 오늘은 황태자 전하를 뵙기로 한 날이잖아요.”
삭, 핏기가 가시는 것 같았다. 안락한 어둠은 잠시였다. 아직 다친 마음이 낫지도 않았는데 여기까지 와서도 또 루카스를 보는 것이 시작이라는 건 너무 잔혹했다.
“어서 채비해야겠어요.”
이젠 이야기의 흐름에 떠밀리는 게 익숙했다. 중년의 부인은 디아나를 일으키고 시녀들을 불러 채비를 시작했다. 모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디아나의 여린 몸을 금세 단장시켰다.
“어쩜 이렇게 예쁘실까. 황태자 전하도 아가씨를 만나면 금세 마음에 들어 하실 거예요.”
과연 거울 속의 디아나는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그러나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에 생기라고는 없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루카스는 이미 제 마음속에서 폐기물이자 발암물질이었다. 그런 놈에게 잘 보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이런, 아가씨가 너무 긴장하셨나 봐요. 걱정하실 필요 없답니다.”
이미 최악의 전개를 맛보고 온 후였다. 더 나빠질 것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괜찮아요. 트리샤 아가씨도 곧 도착하실 거예요.”
“……트리샤가?”
여기까지 와서도 그 이름을 들어야 하나. 거울 속 디아나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아이답지 않은 표정에 공작저의 시녀장인 샬롯이 의아한 듯 디아나를 봤다.
“네, 아가씨가 혼자 가긴 떨린다고 하셔서 부탁하셨잖아요.”
“아…… 내가 그랬었나?”
“트리샤 아가씨는 성격이 밝으니 분위기가 좋아질 거예요.”
아, 잊고 있었다. 막장의 주체는 둘이었지만 원인 제공은 디아나의 몫도 있었다.
수줍음을 타는 공작가의 영애였던 디아나는 둘의 첫 만남에서 활발한 트리샤를 끼워 넣었다. 덕분에 정말로 분위기가 좋아지긴 했다. 디아나를 뺀 둘의 분위기가.
“아니, 트리샤 없이 갈래.”
“네? 하지만 지금 오고 계신데, 갑자기 왜…….”
“마음이 바뀌었어.”
디아나가 돌아서 샬롯을 응시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묘하게 성숙해진 눈빛이었다.
“트리샤가 오면 난 안 가.”
열일곱의 디아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이야기의 흐름은 모른다. 결말을 모르는 이야기에서 전적으로 자신의 감정에 따라 내린 첫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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