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3/96)

<53화>

헐거워진 옷자락 사이로 뜨겁게 열 오른 손바닥이 파고들었다. 성현이 브래지어째로 가슴을 움켜쥐다가 손가락으로 레이스를 잡아 내렸다. 유두를 긁어 대자 아연이 으응, 하고 앓는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성급해진 손길이 치마 아래를 헤집어 올렸다.

“내 좆 만지면서 금방 이렇게 다 적셔 놓고는, 대체 날 버리고 어떤 새끼한테 가겠다는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

성현은 그새 젖어서 투명하게 변한 팬티 위를 보란 듯이 문지르며 읊조렸다. 세 개의 손가락이 살결이 비치는 천 위를 쑤석거리다가 그대로 벗겨 내리고는 서슴없이 안으로 진입했다.

“아흑!”

아연이 숨을 삼키며 성현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그러자 안쪽에 밀어 넣었던 손가락을 뺀 그가 아연의 턱을 감아쥐었다.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기다란 손가락이 작은 턱을 어루만졌다. 말간 액체를 잔뜩 발라 놓고는 아연의 턱을 단단히 붙잡아 아래를 보게 했다.

“이걸 나 말고 또 누구한테 보여 주겠다고. 이 야한 걸, 응?”

수치로 물든 뺨과는 달리 번질번질 젖은 구멍은 더 쑤셔 달라는 듯 요망하게 벌름거리고 있었다.

지독하게 선정적인 이 은밀한 광경을 다른 누군가가 본다는 잠깐의 가정만으로도 손끝이 허예질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

낮은 읊조림과 함께 성현의 손가락이 붉은 속살을 빠듯하게 벌리고 들어왔다.

“미안하지만, 네 아래에서 흘러나오는 물 한 방울까지 다 내 거야. 알아?”

거칠어진 숨을 씨근덕거린 성현이 손을 탁탁 털듯이 쳐올렸다. 아래를 뒤흔드는 강한 자극에 아연이 크게 흐느끼며 고개를 도리질했다. 살점 하나하나가 선득하게 곤두서는 것 같았다.

흘러내리는 치맛자락을 성가시다는 듯 들쳐 올린 그는 정신없어 보이는 아연의 손에 치맛단을 쥐여 주었다. 제가 뭘 받았는지도 모르고 옷자락을 꽉 쥐는 아연의 하얀 손등에 짧게 입을 맞춘 성현이 곧장 아연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처박았다.

“흐윽! 아아…….”

그가 발갛게 부푼 클리토리스를 핥아 대며 손을 빠르게 휘저었다. 신음을 참으려 입술을 깨물어 보았지만 새어 나가는 교성을 참을 길이 없었다. 안을 꽉 채운 손가락이 일정한 방향성도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내벽을 빠르게 두드렸다.

해일 같은 감각이 전신을 강타하며 말간 액체가 쏘아지듯 튀어 올랐다. 위로 들린 납작한 아랫배가 발발 떨렸다.

성현이 젖은 입술을 보란 듯이 핥아 올리며 음부에서 얼굴을 떼어 냈다. 손바닥에 고인 애액을 음부에 처덕처덕 비벼 바르고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벨트에 손을 가져갔다.

철컥. 벨트가 풀리는 소리.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몇 번이나 그와 몸을 겹치고서도 매번 경직되고 마는 순간이었다. 아연은 뒤늦게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브래지어 끈은 어깨로 흘러내리고 가슴 또한 방만하게 옷 밖으로 나와 있었다. 원피스는 허리께에 한데 뭉쳐져 있고, 양옆으로 벌어진 다리 사이는 말도 못 할 만큼 난잡하게 젖어 미끌거렸다.

허리에 어중간하게 걸려 있는 옷이 다 벗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다리를 벌려 준 제 다급함을 보여 주는 것만 같았다.

차라리 벗어 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아연은 손을 뒤로 돌려 브래지어의 고리를 풀었다. 느슨해진 끈을 끌어 내리려는데, 성현이 눈을 들어 경고하듯 말했다.

“그냥 둬. 내가 벗길 테니까.”

네 털끝 하나까지 모두 제가 제어하겠다는 양 소유욕으로 들끓는 시뻘건 눈. 그가 집요하리만치 시선을 접붙였다.

내벽이 요동을 쳤다. 아래가 움찔거리며 안에 고여 있던 애액이 바깥으로 주륵 흘러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은 여기가 더 급해 보여서.”

기둥을 쥐고 다가선 성현이 아연의 아래만큼이나 번들거리는 귀두를 질구 위에 맞댔다. 구멍에 끼우듯이 방향을 잡고는 아연의 허벅지를 움켜쥐며 그가 성기를 단번에 밀어 넣었다. 쫀득한 속살이 길을 열어 주며 굵고 기다란 성기를 삼키듯 쑤욱 빨아들였다.

“하읏…….”

끝까지 깊게 들어온 감각에 골반이 지끈거렸다. 아연은 성현의 목을 끌어안으며 뜨거운 숨을 내쉬었다. 한 손으로 아연의 등허리를 받친 그가 또 한 번 밀려들었다.

뿌리까지 안에다 박아 놓은 채로 성현이 안쪽의 찰진 속살을 즐기듯 꾹꾹 짓눌렀다. 달아오른 점막이 지그시 압박되며 아랫배가 일시에 조여들었다. 그 선명한 반응을 놓칠 리 없는 그가 허리를 천천히 찍어 올리며 나긋하게 속삭였다.

“아연아. 우리 콘돔 안 한 거 알아?”

성현의 뜻을 알 수 없는 시선이 이어져 있는 서로의 성기를 빤히 응시했다. 아연은 저도 모르게 그 시선을 따라갔다. 딱 맞는 퍼즐처럼 연결된 결합부를 내려다보자 성현이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다란 성기가 끝까지 삼켜졌다가 귀두가 질구에 턱 걸릴 때까지 빠져나오며 들락거리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였다. 굵다란 기둥이 내벽에서 묻어 나온 애액으로 음란하게 번들거렸다.

의도적인 느린 움직임에 그가 어디까지 들어오고 나가는지가 소름 돋을 만큼 선명하게 느껴졌다.

“맨좆으로 먹는 기분이 어때.”

그가 연결부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손끝이 살점을 스치기 무섭게 아연의 내부가 왈칵 오므라들며 페니스를 쥐어짜듯 옥죄었다. 그것으로 대답이 되었다는 듯 성현이 낮게 웃었다. 기둥에서 거칠게 맥동하는 핏대가 내벽을 긁어내리는 것마저 생생히 와닿았다.

콘돔 없이 삽입했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얇은 콘돔 한 겹이 사라진 감각은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아찔했으니까.

아예 콘돔 없이 넣을 작정으로 성기를 들이대는 성현을 알면서도 저지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던 건……, 피임약을 먹고 있으니까 임신 걱정 같은 건 없을 거라는 현실적인 생각 따위에서가 아니었다.

마지막이니까.

그 무력한 말을 방패처럼 앞세우며, 실은 아무런 방해 없이 성현을 끝까지 느껴 보고 싶었다. 날것으로 날뛰는 그를 제게 오롯이 새기고 싶었다. 아주 깊은 흔적을 남기도록.

마지막으로 한 번쯤은.

“이런 게 네 취향인 줄 알았으면 진작 생으로 넣어 줬을 텐데. 그동안 괜히 얌전 떨었지.”

성현이 허리를 턱턱 치대며 문란한 모양새로 흔들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심술궂게 유두를 비트는 순간 아연의 허리가 크게 튀었다.

젖은 살갗이 쫄깃하게 달라붙으며 빠져나가는 성기의 기둥을 붙잡듯 딸려 나왔다. 퍽 소리가 나게 쳐올릴 때마다 풍만한 젖가슴이 위아래로 마구 흔들거렸다. 숨 막히게 야한 그 광경을 눈에 새기도록 빤히 응시하며 성현은 이를 악물었다.

콘돔 없이 하는 섹스는 위험하리만치 쾌감이 지나쳤다. 언제 ‘누가 신나서 좆질이나 하겠다고 달려들 줄 아느냐’고 발끈했던 게 쪽팔릴 만큼 머리가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성현은 이지를 잃은 짐승처럼 성기를 빠르게 박아 댔다.

세상이 뒤집어지고 있었다.

아득해지는 감각에 아연은 차라리 안도하며 성현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커다란 손이 아연의 엉덩이를 받쳐 올렸다.

허공에 붕 뜬 아연을 절대 놓지 않을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그 상태로 성현은 허리를 미친 듯이 쳐올리기 시작했다.

“으응! 아아! 아읏!”

별들이 부서져 내리고 하늘과 땅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였다. 성현으로 가득 찬 안쪽이 지끈거리다 못해 펑 하고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들썩거리는 몸을 단단히 추켜올린 성현이 점점 더 속도를 높였다.

맞닿은 결합부에서 물방울이 튀어 오르며 마찰열을 일으켰다. 빠르게 쑤셔지는 안쪽이 페니스를 물고 놔주지 않을 기세로 움찔거리며 제멋대로 경련했다.

“이 안에 잔뜩 싸고 싶은 걸, 내가 그동안 얼마나 참았는지 모르지.”

응? 아연아.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입술을 가져다 붙이는 몸짓과는 다르게 아래를 드나드는 성기의 움직임은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차마 대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쾌락이 벼락같이 쏟아졌다. 아연은 궁지에 몰린 동물처럼 작게 흐느끼며 성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달뜬 숨소리가 산산이 부서졌다. 누구의 것인지 분간할 수조차 없었다.

오롯이 느껴지는 것은 찌르듯이 안을 파고들어 오는 성현뿐이었다. 끝까지 밀어 넣고도 더 깊숙이 들어가지 못해 화가 난 사람처럼 성현은 거칠게 씨근덕거리며 몇 번이고 아연을 벌리고 들어왔다.

푸욱. 몸이 튕겨 올라갈 정도의 강한 힘이 아래를 때리는 것과 동시에 엄청난 압박감이 몰려들었다. 줄기처럼 감긴 팔이 아연의 등허리를 으스러지도록 꽉 부둥켜안았다. 무너지는 아연의 몸을 끌어안으며 성현이 집어삼키듯이 입술을 포갰다.

모든 걸 쏟아붓고도 여전히 부족한 게 남았다는 듯 갈급하고 성이 난 키스.

성현이 입술을 떼지 않은 채로 짐승처럼 신음했다. 성기를 아찔하게 감싸는 내벽의 뜨거운 점막을 꾸욱 짓누르며 그가 아연의 안에 사정하기 시작했다. 정액이 안쪽 깊숙이 흩뿌려지자 아연이 몸을 움찔거렸다.

“하아……. 하아…….”

아연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주변을 달구던 뜨거운 공기가 일시에 사그라진 것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이제 끝났어.

아연이 성현의 가슴에 손을 짚고 힘주어 밀어냈다. 성현은 여전히 그녀의 안에 몸을 묻은 채로 아연을 끌어안고 있었다.

“이제 빼.”

아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성현이 고개를 들었다. 흥분으로 붉어진 눈가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씻고 싶어. 질척거려서 찝찝하고……. 흣.”

그가 일시에 빠져나가자 꽉 맞물렸던 결합부가 풀리며 내내 채워져 있던 안쪽이 절정의 여운으로 발발 떨렸다. 성현이 메우던 자리가 휑하게 느껴질 정도의 기묘한 상실감에 어깨가 흠칫 떨렸다.

굵직한 기둥을 욕심껏 삼켰던 질구는 금세 꽉 다물리며 진득한 정액이 꿀렁꿀렁 흘러나왔다. 그것을 노골적으로 응시하던 성현이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금방 또 더러워질 텐데 뭐 하러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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