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아앗…….”
마치 사냥감을 잡아챌 타이밍을 노리며 숨죽인 맹수처럼 잠자코 앉아 있던 성현은 제 사정거리에 아연이 들어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뻗었다.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연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를 마주 본 상태로 그의 무릎 위에 풀썩 앉혀졌다.
집어삼킬 것처럼 아연을 끌어당긴 힘이 거짓말처럼 온순해진 몸짓으로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성현은 아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아연은 허공에 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려 성현의 머리카락 안에 집어넣었다. 손안에서 흐트러지는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자, 그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애교 부리는 짐승처럼 머리를 비볐다.
“며칠 못 볼 거야.”
아연의 어깨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선을 따라 입술을 문지르던 성현이 한숨처럼 말했다.
“……무슨 일 있어?”
아연이 잠깐의 망설임 끝에 물었다. 아무래도 오늘 그는 조금 이상했다.
“출장. 일요일에 돌아올 거야.”
성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아연은 가만히 날짜를 세어 보았다. 일요일이면 5일이나 못 보는 거네.
“원래는 금요일에 출국하는 일정이었는데, 갑자기 변동이 생겼어.”
성현은 어울리지 않게 변명이라도 하듯 제 일정을 늘어놓았다. 좀처럼 회사 이야기를 먼저 꺼내 놓는 법이 없는 성현이기에 의외인 일이었다.
아연이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으니, 성현은 목선을 지분거리던 입술을 떼어 내고 고개를 들었다.
“어디로 가는지, 안 궁금한가 보네.”
“……어디로 가는데?”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묻기는.”
성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 대신 아연의 샤워 가운 안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단단히 묶어 놓은 매듭이 맥없이 풀어지고 가운의 앞섶이 여지없이 벌어졌다.
바깥으로 노출된 가슴을 감싸 쥔 성현은 곧장 고개를 내렸다. 그가 만지기 전부터 이미 뾰족하게 서 있던 젖꼭지가 성현의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
궁금한데 정말 가르쳐 주지 않을 셈이냐고,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혀끝을 맴돌았다. 달아오른 숨만이 연신 입술 사이를 빠져나갔다.
성현은 혓바닥 위에 유두를 뭉근하게 굴리며, 다른 쪽 가슴을 손아귀에 쥐고 반죽처럼 주물럭거렸다. 흰 살덩어리가 마구 뭉그러지며 앓는 듯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집어삼키기보다는 툭툭 건드리고 느긋하게 할짝거리는 애무에 갈수록 애가 탔다.
더 세게, 젖꼭지가 뭉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빨아 주었으면 싶은데 그는 그저 유륜을 살살 긁듯이 혀를 핥아 내렸다.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라앉은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거렸다. 길고 곧은 손가락이 아연의 어깨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가운을 스르륵 끌어 내리더니 등줄기를 쓸어 올렸다. 벼락이 친 것처럼 등허리가 튕겨졌다.
“아흣.”
가슴이 빨린 것만으로 이렇게 무너지다니. 낭패스러울 정도로 아찔한 흥분이 몰려왔다. 바글바글 끓어오른 배 속이 순식간에 끓는점에 다다른 듯 무언가 내부에서 펑 하고 터져 버렸다.
신음과 함께 흠칫 다리가 오므라들었다. 울컥 쏟아져 나온 물이 성현의 허벅지를 적셨다.
아연은 그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체를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옷감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발기한 성기의 윤곽이 그대로 느껴져 미칠 것 같았다.
성현이 입에서 젖꼭지를 뱉어 내며 피식 웃었다. 놀리는 기색이 역력한 소리에 수치심이 밀려들며 낯이 화끈해졌지만 엉덩이를 흔드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한 기분보다도 뜨겁고 딱딱한 그의 것에 아래를 맞붙이고 정신없이 문질러 대고 싶은 격렬한 본능이 날뛰며 이성을 잠식했다.
갈라진 틈 사이에 단단한 살기둥을 끼우듯이 붙이고 몸을 움직이자 흐윽, 흐느낌이 터졌다. 아래가 흐물흐물 녹아 없어지는 것만 같은 관능이 찾아왔다. 아연은 성현의 목을 끌어안은 자신의 팔 위에 고개를 묻으며 허리를 들썩거렸다.
“내 거, 그렇게 먹고 싶어?”
성현이 느긋하게 물어 왔다. 그는 아연이 하체를 흔드는 속도에 맞춰 허리를 움켜쥐고 당겼다가 풀어 주면서도 그 이상의 것을 주지 않았다.
아래를 찌를 듯이 부풀어 오른 성기는 당장이라도 제 안을 쑤시고 들어올 기세인데, 여유를 부리는 그가 야속하고 원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연은 애가 타 입술을 깨물며 눈살을 찌푸렸다.
“심술부리지, 말고. 하으……. 빨리……!”
“난 네가 이렇게 신경질 부릴 때가 좋더라.”
귀엽다는 듯 입술을 쪽 빨아 삼키며 능글맞게 입꼬리를 끌어 올리는 얼굴이 몹시 얄미웠다. 아연은 성현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밀어내고는 그가 제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현의 가운을 활짝 열어젖혔다.
하늘을 향해 바짝 고개를 든 페니스가 눈앞에 드러났다. 선단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이 귀두를 잔뜩 적신 것으로도 모자라 굵다란 기둥 밑까지 흘러내려 있었다.
이렇게까지 야하게 흥분한 주제에 놀리긴 누굴 놀려…….
아연은 눈을 흘기며 번들거리는 성기의 밑동을 움켜잡았다. 손바닥이 뜨거웠다. 핏대의 굴곡마저 하나하나 느껴졌다. 손끝에 스치는 감각이 모든 자극의 스위치를 켠 것처럼 극도의 흥분을 유발했다.
흡사 몽둥이 같은 기둥을 간신히 쥔 채 아연은 골반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대로 삽입하려는 자세를 취하는데, 이제껏 아연의 행동을 지켜만 보던 성현이 콧등을 찡그리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난 네 아래부터 빨아 준 다음에 넣고 싶은데. 너 좋아서 자지러지잖아, 내가 빨아 주면.”
정말로 아쉽다기보다는, 그저 아연을 놀리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능청스럽게 거드름을 피우는 여유와는 달리, 뜨겁게 열기를 내뿜는 성기는 잔뜩 성이나 맑은 액체를 질질 흘려 대고 있었다.
“필요 없으니까, 흐읏…….”
“네가 이렇게 안달하니까, 어쩔 수 없지.”
마치 자비라도 베푸는 양 능글거리는 모습에 열이 확 뻗쳤다. 온 힘을 다해 그의 팔뚝을 세게 꼬집자 성현이 장난기 많은 소년처럼 키득거렸다.
“다리 벌려. 원하는 만큼 박아 줄 테니까.”
소년이 저런 천박한 말을 속삭일 리가 없지.
완벽한 양아치의 낯짝을 드러낸 그의 눈동자가 암회색으로 빛났다. 소름 돋을 정도로 짙어진 눈빛.
“시끄러워……. 하아.”
그 눈을 마주 보며, 아연은 천천히 몸을 내렸다.
뭉툭한 귀두가 녹진하게 젖은 음순을 벌리며 서서히 안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성기가 제자리를 찾아들듯 사방을 짓누르며 진입을 시작했다. 아연은 기둥 아래를 잡고 있던 손을 떼어 내고 성현의 넓고 단단한 어깨를 짚었다.
성현은 아연의 허리를 움켜잡은 채로 삽입되는 순간 아연이 짓는 야한 표정을 즐거이 감상하고 있었다.
흥분으로 발개진 눈가. 그를 원망스럽게 흘겨보는 가련한 눈초리. 빠듯하게 벌리고 들어가는 감각을 이기지 못하고 무심코 벌어지는 입술. 그 안에 자리한 귀여운 혀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귀두에서부터 기둥 전체를 감싸 오는 내벽의 따스한 압박감. 그가 들어갈 수 있는 전부를 아연의 몸 안에 모두 꽂아 넣고 나서야 퍼즐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처럼 비로소 완벽해짐을 느낀다.
미치도록 기분 좋은 자극에 나직한 신음이 흘렀다. 아연의 안쪽이 그에게 주는 아득한 황홀감은 흡사 천국과도 같았다.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아왔던 시간이 억울할 지경이었다.
“흐읏…….”
아연은 서서히 들어찬 삽입이 주는 절정감에 어깨를 떨며 성현을 부둥켜안았다. 풍만한 가슴이 그의 가슴팍에 뭉개지며 뾰족하게 곤두선 젖꼭지가 피부 위에 비벼졌다.
“맛있어?”
성현이 눈썹을 스윽 올리며 짓궂게 물었다. 아연은 아래로 향하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촉촉이 물기가 어린 풍성한 속눈썹이 흔들리며 혼몽해진 눈동자가 성현을 향했다.
“너 너무, 커.”
안을 꽉 채운 부피감이 마치 포만감처럼 밀려들었다. 그냥 가득 메우고 있는 것만으로도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였다.
“매일같이 잘만 받아먹으면서 매번 징징거리긴.”
비아냥거리는 말을 늘어놓으면서도 그의 말투만큼은 몹시 다정했다.
“너야말로, 지저분한 입 좀 어떻게…….”
받아먹는다니. 음란한 언사가 나날이 수위를 높여 가는 것 아닌가. 이제는 어느새 익숙해지다 못해 덩달아 흥분하게 될 지경이었다.
습관적으로 그를 타박하던 아연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에 입술을 사리물며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여유작작하게 아연을 놀리는 태도를 고수하던 성현이 급작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기 때문이다.
하윽, 새된 교성이 터졌다. 성현의 허리를 감은 허벅지가 절로 오므라들었다.
“그거 알아? 네가 더럽다고 경멸할 때마다, 난 더 흥분해.”
“……미친놈 같아, 너…….”
미친놈한테 미친놈이라고 불러 봐야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는다는 듯, 성현은 오히려 입꼬리를 씨익 끌어 올렸다.
“그걸 아직 몰랐다니 유감스럽네. 나 처음 따먹었던 날, 눈치챘었어야지.”
눈치 못 챘을 리가. 단지, 자신도 그와 마찬가지로 어딘가 미쳐 있을 뿐이었다.
그래. 미친 게 분명하지.
흥분의 틈바구니를 자꾸만 비집고 들어오는 까닭 모를 불안감을 외면하며, 아연은 성현의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에 반응하듯 그가 페니스를 박아 올리는 속도를 높였다.
퍽, 퍼억. 엄청난 소리와 함께 마찰하는 결합부에 물이 철벅거렸다. 불덩이 같은 기둥이 미끄러지듯 들어와 달뜬 내벽을 난폭하게 때려 박았다.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흥분을 내게 주었으면.
아연은 참지 않은 신음을 성현의 귓가에 흘리며 그를 부추겼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아연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아 고정한 성현은 미친 듯이 성기를 찍어 대기 시작했다.
“아아! 으응!”
매일같이 몸을 맞춰도 여전히 부족했다.
더, 더 깊이, 더 오래도록. 내게 깊은 흔적을 남기기를.
아연은 기꺼운 마음으로 다리를 넓게 벌렸다.
갈급한 본능이 탐욕스럽게 입을 벌리고 이지를 집어삼키는 밤이 깊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