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몇 번이고 빈주먹을 쥐었다 편 성현은 이윽고 아연의 팔을 치워 내고 손안 가득 가슴을 감싸 쥐었다.
‘뭐야, 이거.’
말랑한 살덩이를 쥔 커다란 손이 잠시 뻣뻣하게 굳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운 감각에 손끝이 저릿저릿했다.
‘뭐가 이렇게…….’
가만히 가슴을 주물러 보자, 손바닥 안에서 그가 움켜쥐는 모양 그대로 뭉개지는 살결이 소름 돋을 만큼 부드러웠다. 찹쌀떡처럼 찰진 흰 살덩이가 손안에 가득 차서는 손바닥을 달구는 것으로도 모자라 손가락 사이로 넘치듯 삐져나온 모습이 야하기 짝이 없었다.
성현은 충동적으로 고개를 내려 가슴을 베어 물었다.
“하읏……!”
아연의 등허리가 둥글게 휘며 납작한 배가 위로 들렸다. 그는 한 손을 그녀의 등 뒤로 넣어 받치고 다른 손으론 가슴을 밑에서부터 감쌌다.
둥글게 붙인 엄지와 검지 사이로 연한 분홍색의 젖꼭지가 빨기 좋은 모양새로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그는 야들야들한 살결을 느릿하게 핥다가 이내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정신없이 삼키기 시작했다.
세상에 이런 촉감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연한 순두부처럼 말랑하기도, 탄탄한 젤리처럼 탱글탱글하기도 했다. 도무지 무어라 단언할 수 없는 아찔한 감각에 뒷골이 띵했다.
지금껏 주변에서 여자 가슴에 집착하는 덜떨어진 종자들을 보며 등신 취급을 서슴지 않던 성현이었는데, 어느새 그는 아연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집요할 정도로 흡입하고 있었다. 자신이 한심하게 여기던 그 여느 등신들과 다르지 않게 몹시 집착적으로.
지금 제가 물고 빨고 있는 게 다른 사람도 아닌 한아연의 가슴이라니. 소용돌이치듯 치솟아 오르는 흥분감이 뇌를 저릿하게 물들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 것과 동시에 심장이 뚝 떨어진 것처럼 철렁했다. 마치 대단한 잘못이라도 저지르고 있는 양 굉장한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 것이다.
한아연의 가슴을 두고 성희롱을 일삼던 좆같은 놈들을 경멸하며 청소하듯 패고 다녔던 주제에, 몇 날 며칠을 굶주린 개처럼 정신이 나가서 가슴에 얼굴을 비벼 대고 젖꼭지를 빨아 삼키는 꼴이라니.
이를테면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에 감히 더러운 발자국을 찍어 누른 듯한 같잖은 죄의식, 심지어는 알 수 없는 패배감마저 느껴졌다.
느리게 숨을 몰아쉰 성현은 입에 가슴을 문 채로 눈만 들어 흘끗 아연을 응시했다. 흥분으로 발개진 여린 눈꺼풀 아래로 달뜬 시선과 마주쳤다.
더운 숨을 색색 내뱉는 입술이며 발갛게 달아오른 두 뺨.
‘씨발. 저런 야한 얼굴을, 내가 어떻게 이겨.’
무엇에 이기고 진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성현은 그저 패배를 선언했다.
그는 아연과 시선을 마주한 채로 보란 듯이 가슴을 빨아들였다. 매끈하던 두 뺨에 깊은 볼우물이 파이도록 세차게.
“아읏……. 그, 그만…….”
혀 위에서 유두를 잘근거리며 굴리자 아연이 다급하게 그의 어깨를 짚으며 밀어내려 애쓴다. 그녀가 미는 대로 온순하게 머리를 뒤로 물리며 성현은 입 안에서 쪽쪽 빨던 젖꼭지를 뱉어 냈다. 그러곤 제 타액으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음란하게 반짝거리는 분홍색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워 짓궂게 비틀고 잡아당기니 흐응, 앓는 소리가 터졌다. 아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만하라는 양 성현의 손목을 황급히 붙잡았다.
성현은 그녀에게 손목을 내준 채로 고개를 숙여 옴폭 들어간 명치를 따라 점차 입술을 내렸다.
그가 허리를 깨무는 사이, 아연은 신음을 애써 삼키며 몇 번이고 엉덩이를 들썩였다. 절절 끓어오르는 감각을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순식간에 바지와 속옷이 함께 벗겨져 발목에서 달랑거렸다.
“자, 잠깐만.”
그의 입술이 지분거리고 있는 곳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옷을 벗겨 낸 손길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맨살에 휑하니 찬 기운이 느껴지고 나서야 아연은 뒤늦게 크게 당황했다.
뭐야, 어색하지도 않게 순식간에 엄청 잘 벗기네. 많이 벗겨 본 사람처럼.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며 벌어진 허벅지를 다급히 오므렸다.
“부끄러워?”
아연의 발목에 걸려 있는 바지와 속옷을 부드럽게 빼낸 성현은 그대로 발목을 끌어와 안쪽 복숭아뼈에 입술을 붙이며 물었다.
“……뭐. 조금.”
있는 그대로 이실직고하자 성현이 볼록 튀어나온 동그란 뼈에 쪽쪽 입을 맞추며 피식 웃었다. 그러곤 가느다란 종아리를 따라 입술을 옮기며 속삭였다.
“괜찮아. 너도 봤잖아. 내 좆.”
좆……!
성현의 입에서 저런 상스러운 단어가 튀어나온 것은 아마도 처음인지라 아연에게 굉장한 충격을 주었다. 으레 말버릇이 나쁘기 쉬운 학창 시절에도 그는 주로 바르고 고운 말만 써 왔다. 말투는 그때나 지금이나 시종일관 무뚝뚝하거나 시니컬했지만.
“나도 부끄러웠어. 네가 내 거 볼 때.”
“으읏…….”
여전히 발목을 틀어쥔 채로 다리를 살며시 벌린 그는 무릎 안쪽의 여린 살을 간지럽히듯 핥았다. 아연의 아랫배가 움푹 내려앉고 가슴이 튀어 올랐다. 그녀가 견디기 어려운 감각에 파르르 몸을 떨자 그가 달래듯이 허벅지에 입술을 쪽쪽 붙여 왔다.
성현은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가는 발목을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잡아 벌리며 아래로 내리깐 시선을 옮겼다. 흰 허벅지의 피부는 투명하리만치 하얘서 안쪽에 흐르듯 자리한 푸른 핏줄이 내비칠 정도였다. 그리고 그 허벅지에서 이어진 곳에는…….
“자꾸 오므리지 말고 다리 벌려.”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아연에게 차분히 명령했다.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틀어잡힌 다리를 버둥거리던 아연은 흠칫 움직임을 멈췄다. 성현의 시선이 결국 헐벗은 제 다리 사이에 정확히 꽂혀 있었다.
“괜히 힘 빼지 말라고.”
말투만 다정했을 뿐, 성현은 도리어 아연의 허벅지를 고쳐 잡고는 자비 없이 더욱 넓게 벌려 놓았다.
그의 손길에 순응해 태연하게 벌려 주기엔 너무도 부끄러운 자세였다. 뺨이 화르르 달아오른 아연은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황급하게 양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긴장해서인지 바들바들 떨리는 아연의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는 성현의 시선은 줄곧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감상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켰다.
거실에서 아연을 낚아채듯 끌어안아 입 안을 헤집었을 때부터 이렇게 되리라는 것을 어렴풋이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제가 한아연의 가장 은밀한 곳을 보고 있다니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몹시도 생생했다. 수줍게 다물어진 야하기 짝이 없는 그곳을 보는 순간, 제 좆이 미친 듯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연한 분홍색인 젖꼭지의 색깔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쁜 색으로 익은 음순이 서로 질척하게 달라붙어 있다. 그 사이로 이슬이 맺힌 것처럼 번들거리는 애액이 음탕하게 흘러나와 있었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자극적인 광경이었다.
성현은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잊을 만큼 빤히 응시하며 바닥까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속삭였다.
“엄청 젖어 있어, 너. 알아?”
“……몰라. 일일이 설명하지 마.”
“네 구멍 말이야. 아직 아무것도 안 해 줬는데 벌써 이렇게.”
“흐읏…….”
성현의 천박한 단어 선택에 발끈하여 눈썹을 치켜올렸던 아연은 이내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어 신음을 삼켜야 했다. 신기하다는 듯한 눈으로 뻔뻔한 감상을 이어 오던 성현이 그 순간 손가락으로 질구 주변의 애액을 훔치듯 훑어 올렸기 때문이다.
손끝에 애액을 흠뻑 묻힌 그는 엄지와 검지로 들러붙어 있는 음순을 양옆으로 활짝 벌렸다. 이제껏 다물어져 있던 곳이 속절없이 개방되며 그 아래로 움찔거리는 은밀한 구멍이 드러났다.
하, 씨발. 이건 뭐, 존나…… 예쁘네.
답도 없는 변태가 된 기분이었다. 부끄러워서 발발 떠는 한아연의 다리를 억세게 잡아 벌려 놓고 하는 생각이라는 게 고작 그런 것이라서. 거기다 제 좆은 당장이라도 정액을 토해 낼 수 있을 것처럼 흥분의 정점에서 발광하며 좆대가리를 꺼떡거리고 있었으니.
20년 넘게 세워 온 견고한 바운더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더 이상 아무 거리낄 것도 없다는 듯 성현은 서슴없이 그녀의 다리 사이에 고개를 처박았다.
“하읏……! 자, 잠깐만!”
적당히 만지기는 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눈을 가리고 있던 아연은 갑작스럽게 제 다리 사이로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에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시선을 내리자, 권성현이 제 허벅지를 양옆으로 내리누른 채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연은 경악에 찬 눈으로 다급하게 팔을 내려 성현의 머리를 밀어내었다. 하지만 고집스럽게 자리 잡은 그는 이제껏 아연이 밀어내면 밀어내는 대로 온순하게 비켜 주던 것과는 달리 전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도리어 음부를 빨아올리는 입술의 움직임이 집요해지고 있었다.
“아읏! 이상해……. 그만!”
“말했잖아. 이제 네가 싫다고 해도 못 멈출 거라고.”
통통한 음부를 게걸스럽게 핥고, 입술 사이에 음순을 끼우듯 지분거리던 성현은 제 경고를 되새기며 속살거렸다. 그러더니 버둥거리는 골반을 지그시 잡아 누르며 눈을 치켜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
제 다리 사이에 고개를 묻은 채 눈만 들어 바라보는 형형한 눈빛에 아연은 말문이 턱 막혔다.
마치 식사를 방해받은 성난 육식 동물의 기세와 같아,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어 순응하는 것 외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