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희는 아침 햇살을 반사시키며 번쩍이고 있는 쇼핑몰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얼굴 위로 유리창에 반사된 햇빛이 쏟아진다. 보송보송한 뺨 위로 불긋한 홍조가 어렸다. 고개를 드니 붉고 도톰한 입술이 자연스레 벌어졌다.
쏟아지는 빛에 눈을 뜨기 어려웠다.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얇은 눈꺼풀 끝에서 날갯짓하듯 바르르 떨린다. 이마 근처에 손바닥을 붙여 손차양을 하자 비로소 그녀의 크고 검은 눈동자에 쇼핑몰의 위용이 제대로 잡혔다.
파란 하늘을 가린 거대한 몸집에 살포시 눈살이 찌푸려 든다. 그러자 버선코처럼 매끈한 콧날에 앙증맞은 주름 몇 개가 생겨났다.
“노바…….”
사희가 혼잣말처럼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NOVA. 돈으로 쌓은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무섭게 땅값이 오르고 있는 이 도시의 한가운데에 자리한 쇼핑센터.
그녀에게 노바를 소개한 사람은 정교수였다.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하면서 만나게 된 인연인데, 말이 많은 것을 제외하곤 좋은 사람이다.
정 교수가 사희의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왜인지 그는 싹싹하게 곁을 지키는 다른 학생들보다 사희를 더 높이 샀다. 그녀가 국가대표 출신 수영선수라는 점이 어필이 되었을 거라는 말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리가 있다. 그녀의 대학에는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은 국가대표가 있었으니까.
대충 짐작하기론, 사정이 좋지 않아 학부시절부터 휴학을 거듭하면서도 악바리처럼 성실 우수하게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탕발림을 하지 않는 점이 되레 그의 관심을 샀다고 추측할 뿐이다.
대놓고 말은 않지만 좋게 보지 않는 사람도 꽤 됐다. 총애는 총애일 뿐, 정 교수가 공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결코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희의 우수한 석사 성적이 편애가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정 교수의 연구실 조교로 있는 윤이다. 정 교수의 호출을 받고 학교에 들렀던 날, 정 교수 연구실에 갔다가 윤과 만났다. 달갑지 않았지만 윤이 정 교수의 연구실에서 조교를 하고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정 교수는 부재중이었다. 동료 교수들과의 점심 약속이 길어지니 연구실에서 조금만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은 차였으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김 오르는 유자차를 내놓으며 윤이 소파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았다.
“사희야, 네 사정 들었어. 언니는 좀 어떠시니?”
피해갈 수 없는 화제가 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