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동제국 대비 서제국의 게이트 장악도가,
*60% 이상 낮을 경우 : 보상 없음
*40% 이상 낮을 경우 : 보상 레벨 –2
*20% 이상 낮을 경우 : 보상 레벨 -1]
L급 던전의 보상은 기본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상 레벨이 2 낮아지면? SS급 받을 거 A급 받는다는 소리다.
“그럼 높아지면???”
내 의문을 해소해주는 것처럼 시스템창이 반짝이며 다음 페이지를 보여주었다.
[동제국 대비 서제국의 게이트 관리도가,
*60% 이상 높을 경우 : 보상 레벨 +3
*40% 이상 높을 경우 : 보상 레벨 +2
*20% 이상 높을 경우 : 보상 레벨 +1]
“L급 던전에서???”
누구라도 눈 돌아갈 내용이었다. +1만 돼도 S급 아이템 받을 거 SS급 받는다는 이야기니까!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동제국 엎자]
난 집무실 책상을 박차고 튀어나갈 뻔했다.
그리고 그건 같은 창을 봤을 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냥 동제국 통치도 내가 할게]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안 돼 동제국이 망하면 서제국이랑 비교할 애들이 없어져서 퀘스트가 없어질 수도 있어요]
소예리 헌터의 말투가 진지한 걸 보니 저쪽도 만만치 않게 흥분한 듯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럼 게이트관리법은 지들 알아서 알아내라고 하고 우리 거나 잘 잡자]
그 말에는 천사표 주이안 씨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도…… 헌터였던 것이다.
[현재 게이트 관리도(합100%) :
서제국 : 75%
동제국 : 25%]
시스템창이 다시 넘겨지며 현재 상태를 나타냈다.
“음, 시작 좋고.”
내가 만족스럽게 웃을 때였다.
시스템창이 반짝이더니 우리를 다시 한번 환장하게 했다.
[동제국에서 처리한 던전 16개가 곧 서제국으로 넘어옵니다. (23:59:58……)]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뭐뭐라고?]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아니 잠깐만ㅋㅋㅋㅋㅋ]
이게 뭔 소리야? 처리한 던전이 왜 넘어와?
[서제국에서 처리한 게이트 71개가 곧 동제국으로 넘어갑니다. (23:59:57……)]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 이거 아무래도 토스되는 시스템인 것 같은데요?]
난 시스템창이 무슨 소린지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우리가 처리한 게이트가 일정 시간 후에 동제국으로 한 번에 넘어가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래서 동제국에 게이트가 늦게 떴나봐]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럼 이쪽에서도 게이트를 보낼 때 계획적으로 보내야겠네요]
우리가 이 L급 RP던전을 클리어할 때 게이트 장악도가 저쪽보다 60%는 높아야 한다는 소리니까.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맞지맞]
……지.
근데 주이안 씨 방금까지 동제국 목 따는 거 반대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반대하기엔 너무 좋은 보상이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런데 그건 그거고]
맞아, 그건 그거지. 난 마른세수를 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어쨌든 이쪽에서 게이트 넘어가면 한동안 서제국엔 게이트 없을 테니까, 그 틈에 주이안 씨한테 독 쓴 놈 잡죠]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맞네맞네 그러면 되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근데 어떻게 잡으실 생각이십니까?]
군사라도 풀면 편하겠지만 그러면 황가-신전-마탑 3개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 서제국에선 RP던전 페널티 위험이 있었다.
그럼 방법은 하나였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추적할 거죠?]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네]
내가 말한 추적은 단순히 상대를 쫓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신재헌의 스킬 중에 파티원에게 적대감을 가진 개체를 쫓는 ‘추적(A)’ 스킬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일단 주이안 씨가 독을 먹은 현장부터 추적 스킬로 흔적을 찾아야 했다.
정확히는 상대가 흩뿌리고 간 적개심, 내지는 살기를 쫓아 추적해야 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럼 신전으로 가는 거예요? 페널티 괜찮나?]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어차피 황성이야 며칠씩 자주 자리 비워서 상관은 없는데]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래도 황제가 신전에 바로 나타나면 페널티 받을텐뎅]
문제는 공식적인 방문의 명분이었다.
신전에 황제 아이반이 들른다면 당연히 화제가 된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역시 증거를 잡아서 정치적인 압박을 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건 안 될 말씀이고]
독 먹인 걸 그대로 둬?
물론 지금이야 주이안 씨가 정신을 차렸으니 분위기가 조금 나아졌겠지만, 교황이 독에 노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황제가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건 무리였다.
귀족 하나 정도라면 모를까, 황제는 너무 거물이다.
그리고 우리 중에는 마침 적당한 사람이 있었다.
누구? 나.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일단 내가 일 있는 척하고 들러 볼게요]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물론 신유리 헌터님이 오시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추적 스킬은 신재헌 헌터님이…… 아]
주이안 씨는 채팅을 하다 말고 내 계획을 알아챈 듯했다.
난 씩 웃었다.
신재헌이 꼭 공식적으로 들를 필요는 없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신재헌이 들어가서 추적 스킬만 쓰면 되는 거잖아?
[신의 상점 : Lv. 3]
난 신의 상점을 열면서 채팅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들어와라 신재헌]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내 주머니로]
그 사이 신의 상점이 반짝이며 물건을 뱉어냈다.
[쪼꼬미 물약(무료)을 구매하였습니다.]
***
다음 날.
내 공식적인 일정이 정해졌다.
수호기사단장이 신전과 긴히 상의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로.
물론 상의할 거야 많았다.
난 공식적으로 게이트에 대응하는 수호기사단장이었으니 신전의 힐러 인력, 아니 사제 인력도 파악하고 다시 재분배해야 했으니까.
“아직 외부인을 만나시는 건 위험합니다.”
성기사들은 그렇게 반대했다고 하지만 주이안 씨는 간단하게 그 일을 처리했다.
“그 일로 신전의 공식적인 일을 미루는 건, 신시안 님의 뜻이 아닙니다.”
“그건……!”
그 말에 성기사들은 감동을 받으며 물러났다고 했다.
사경을 헤매다가 돌아와서도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업무는 처리해야겠다는 교황의 말에 감동을 바가지로 먹은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새삼 다시 열이 받았다.
감히 누구한테 독을 먹여?
―덜컹!
난 흔들리는 마차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벽에 머리를 박을 뻔했다.
빨리 도착해야 할 텐데.
―탁!
난 커튼을 살짝 걷어 보았다.
당연히 주이안 씨가 있을 신전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이안 씨가 습격당한 후, 성기사단은 고민 끝에 그의 거처를 한동안 옮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신전 본관까지는 거리가 꽤 있는 데다가 언제 또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저쪽인가?”
내가 작게 중얼거리며 본 쪽은 숲이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적당히 마차 따라가다가 합류할게요]
신재헌은 그렇게 말했고, 이 근처에서 그가 숨어있을 만한 곳은 저 숲 정도였다.
“주인님,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갈까요?”
그때 바깥에서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때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좋아. 쉬다 가자.”
난 크게 답하며 채팅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곧 마차 서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네 근처 숲에서 대기 중]
역시 저곳일 줄 알았다. 난 숲을 보면서 픽 웃었다.
***
“잠시 혼자 있고 싶어.”
내 말에 기사들은 별 의문 없이 멀리로 물러났다.
어차피 주변 경계는 하고 있을 거고, 나는 원래 사람들이 붙어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경계를 넓힌 B급 기사들 사이로 S급인 신재헌이 파고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내가 있는 나무 근처로 빠르게 다가왔다. 근처 풀숲을 통해 움직인 게 분명했다.
“왔어?”
작게 물은 난 곧바로 그에게 쪼꼬미 물약을 건넸다.
아무리 이 주변 경계를 하는 기사들이 B급이라고 해도 눈이 없는 건 아니니, 그들이 돌아보기 전에 모습부터 감춰야 했다.
신재헌은 별말 없이 바로 내가 건넨 약을 마셨다.
―펑!
그렇게 작아진 그를 집어 올려 주머니에 곱게 넣어 주었다.
그 사이 신재헌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처음엔 이게 왜 초코 맛인가 싶었거든?”
또 뭔 실없는 소리를 하나 싶어 내려다보니, 주머니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그가 말을 이었다.
“근데 지금 먹어보니 초코 맛인 게 다행인 것 같아.”
“왜? 생각보다 입맛에 맞아?”
얘가 초콜릿을 좋아했던가? 내가 고개를 기울일 때였다.
신재헌이 조그매진 주제에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생강 맛이었으면 다른 계획을 세우자고 했을―”
난 헛소리를 하는 그를 주머니에 잘 구겨 넣어 주었다. 생강이고 마늘이고 먹어야 했을 테니까.
“휴식 끝! 가자!”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 외침을 들은 기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재헌과 합류한 이상 최대한 빨리 주이안 씨에게 도착해야 하니, 한가하게 떠들 틈은 없었다.
―히히힝!
곧 달릴 것을 알았는지 흥분하기 시작하는 말을 보면서 난 볼을 긁적였다.
“하긴, 초코 맛이 낫긴 하지.”
나도 생강은 질색이었다.
그렇게 신재헌을 주머니에 넣은 채로, 난 신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