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이 험한 세상에선 착한 사람보다 싸가지없는 사람이 오래 살아요]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호구 주이안씨)>>>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지금은 괜찮아요]
우리가 그렇게 떠들 동안 신재헌은 말이 없었다.
뭔 일 생겼나? 너도 설마 독 먹은 거 아니지?
파티원 상태창을 불안한 얼굴로 볼 때였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동제국쪽 국경에서 소식이 왔는데]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뭔 일 있대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동제국 게이트 거의 다 폭주했고 몬스터 떼로 난리났대요]
“오.”
채팅 볼 땐 다른 사람을 집무실에서 내보내서 다행이었다.
쌤통이라고 외치는 걸 들켰다간 꼼짝없이 페널티 아닌가?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럴 줄 알았다 내가]
하지만 그 뒤로 이어지는 소식은 전혀 유쾌하지 못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런데 몬스터를 이쪽으로 유인한 것 같아요]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뫄????]
소예리 헌터도 채팅 상태가 정상은 아닌 걸 보니 놀란 듯했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실화냐]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호구 주이안씨)>>> 처리할 능력이 없어서 넘긴 건가요?]
사람이 다 죽는 것보단 처리할 능력이 있는 서제국으로 넘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
국제관계를 선택하느냐, 자국민들의 생명을 선택하느냐의 문제였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렇다고는 하는데 진짜 의도는 알아봐야 돼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일부러 게이트를 방치한 정황이 있어서]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WOW]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우리 쪽으로 모아서 보낸 거 아니에요? 망하라고?]
그거 맞는 것 같은데요? 인자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소예리 헌터도 확신했는지 헌터 채팅에 살벌한 육두문자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 그 사이로 주이안 씨가 끼어들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호구 주이안 씨)>>> 아무래도 상황이 수상하긴 하지만]
하지만? 왜 뒷말이 불길하냐? 내가 헌터 채팅을 팔짱끼고 노려볼 때였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호구 주이안 씨)>>> 게이트 처리 방법을 동제국 측에 알려주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
걔들한테? 왜요?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일단 동제국에 있는 일반인들의 피해가 크게 우려되고…….]
[‘헌터 주이안(S)’의 이름을 ‘호구 주이안 씨’에서 ‘그냥 호구’로 변경합니다.]
성자가 시대를 잘못 만난 게 아닐까요?
내가 머리를 싸매는 사이에도 채팅은 계속 올라왔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그냥 호구)>>> 무엇보다 우리에게 손해는 아니에요]
왜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어서?
내 얼굴의 인자한 미소가 짙어졌다.
“……?”
하지만 이어지는 주이안 씨의 말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괜찮은 줄 알았다.
독을 쓴 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고를 들을 때까진 그랬다.
***
주이안 씨의 주장은 대충 이러했다.
어차피 우리의 메인 퀘스트는 ‘대륙의 멸망을 막아라’다.
대륙 멸망의 기준이 자세히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대륙에 뜨는 게이트가 제대로 관리되느냐’가 척도가 될 것이 분명했다.
요컨대 게이트를 제대로 관리하는 상태에서, 게이트가 뜨는 이유를 완전히 없애라는 뜻이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그냥 호구)>>>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는 동제국 쪽 게이트가 컨트롤이 안 돼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하긴 이번처럼 그쪽에서 처리 못한 게이트 몬스터가 이쪽으로 몰려와도 문제겠고]
듣고 보니 그랬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러니 아예 게이트 관리법을 알려줘서 게이트를 제어하게 하고, 그동안 우리는 게이트 원인을 찾자?]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그냥 호구)>>> 그렇죠]
“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이게 바로 힐러의 뇌란 말인가?
[‘헌터 주이안(S)’의 이름을 ‘그냥 호구’에서 ‘주이안씨’로 변경합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동제국 애들 부려먹으면서 퀘스트 깨자는 거죠~?]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하긴 우리가 동제국 게이트까지 관리해줄 수도 없고]
대충 생각이 모이는 듯했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쪽에서 게이트 없애줘도 멸망계시록에 영향이 올 거예요]
요컨대 그쪽에서 게이트 없애도 멸망계시록에 글씨가 뜨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였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그럼 몰래 뿌리자 게이트관리법]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몰래?]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대놓고 알려주면 RP던전 페널티 받을걸요]
애초에 동제국과 서제국의 사이가 좋질 않았으니, 이 상황에서 갑자기 게이트 관리법을 알려줘 봐야 그쪽에서 수상하게 여길 것이 분명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것도 그렇고 저쪽에서도 이미 이쪽에 첩자를 심었어요]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아는 거냐?
저놈은 지나치게 황제 RP 역할이 잘 맞는 듯했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쪽 통해서 정보 흘릴게요]
그렇게 이야기가 모일 때였다.
잠깐 말이 없던 주이안 씨 채팅이 불쑥 올라왔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런데 다과에 독을 탄 자를 쫓던 성기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만,]
왔습니다만? 어디로 튀었는지 알아낸 거죠?
나랑 같은 생각인지 헌터 채팅창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동제국 방향으로 간 것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중간에 흔적이 지워졌다고는 하는데…….]
하지만 주이안 씨의 채팅이 나오는 순간 폭발할 듯 시끄러워졌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멸망계시록에서 우리 방해한다던 애들이 정말 동제국 애들이었어?]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그럴 놈들이 동제국 놈들밖에 없다니까!]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애초에 이 RP던전 세계관상 그런 독을 준비할 수 있는 집단이 얼마 안 돼요]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아니 그래도 L급 독을 가졌다고? 걔네가?]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게이트관리법은 개뿔 망하라고 해]
그게 말이 되나? 그런 독을 가졌으면 게이트에 털릴 이유가 없었다.
독만 뿌려도 몬스터가 살살 녹을 텐데?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메인퀘스트에 관련된 상황이라서 독이 시스템 영향으로 세졌을 수도 있어요]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거인듯]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아니 근데 진짜 독을 꽂았다고? 교황한테? ㅋㅋㅋㅋㅋㅋㅋㅋ]
혹시 머리가 없나? 아니 머리가 있었으면 동제국 황태자가 서제국에 게이트 떴다고 달려와서 신나게 염장 지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진작 그놈 뇌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았어야 했는데!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이거 그 신재헌 헌터한테 가서 깐족거렸다는 황태자 짓이란 거에 내 오늘 저녁 건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아니면 내가 일 년 동안 금주함]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진짜?]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정말요?]
잠시 채팅이 끊겼다.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그게 중요해 지금???]
난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곧 그 웃음은 팍 식어 버렸다.
채팅창이 조용해진 틈을 타 주이안 씨가 올린 채팅 때문이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리고 조금 안 좋은 소식이 있어요]
소식은 한 번에 전해주면 안 될까요? 눈썹을 치켜올린 순간이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해독은 마쳤는데 주요 치유계 스킬 몇 개가 랭크가 떨어졌어요]
“뭐?”
난 입을 떠억 벌렸다.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헐 영구적으로?]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한시적입니다. 72시간이에요]
그건 다행이었다. 하지만 안심하고 나니 치고 올라오는 건 빡침이었다.
“와, 세게 나오네?”
L급 던전에서 먹은 L급 독이다 이거지? 내가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벙긋거리는 사이 채팅이 올라왔다.
[클로나 에이센(예리언님)>>> 똑같이 독 먹여주자]
[아이반 엘레티아 폰 카르만(신재헌놈)>>> 동제국은 그냥 우리가 관리하고 황태자 목부터 날리고 생각하는 게]
공감이었다. 동제국 게이트고 자시고 지금 스킬 랭크가 내려갔는데 그게 중요해???
어차피 동제국 게이트 관리만 되면 되는 거 아냐? 그냥 황태자 목 따고 우리가 관리하면 안 돼?
좀 피곤하겠지만 범인 놈을 어떻게 그대로 놔둬?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래도 침착하게 상황을 살피고]
[세니아 드 에델바이스(신유리)>>> 살펴서 그놈들을 조져야 하는 겁니다]
감히 스킬 랭크를 하락시켜?
이건 헌터가 아닌 자들로 따지면 사지 어디 한 군데가 부러진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힐러인 주이안 씨에게 치유계 스킬 랭크 하락이라면 손목을 부러뜨린 거나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아리엔사 시안 데마르(주이안씨)>>> 그래도 일단 동제국을 이용하는 게 우리 입장에선 이득]
주이안 씨는 우릴 설득하려고 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채팅은 뚝 끊겨 버렸다.
그의 눈앞에도 나와 같은 시스템창이 떴기 때문일 것이다.
[서브퀘스트 : 견제]
[동제국과 서제국이 본격적으로 세력다툼을 시작했습니다. 동제국에 밀리지 마세요!]
[던전 클리어 시점의 게이트 장악도에 따라 던전 ‘연약한 시한부 영애에 빙의해버렸다(L)’의 클리어 보상이 달라집니다.]
“오?”
사람 호승심 자극하는 퀘스트 내용 밑으로, 끝내주는 보상 내역이 튀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