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 길들이기 (123)화 (123/154)
  • #123

    군사전략총책임본부, 본부실.

    대형 테이블에 듬성듬성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장성들 몇은 병가를 냈고, 최율 대장을 포함해 홀로그램 참여자의 수가 늘어 있었다.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남은 인원이 전략 회의를 진행했다. 장성들이 각자 목소리를 높이며 격론을 펼쳤다.

    “서의우는 이미 오염되었습니다! 센터 내부에서 허가받지 않은 이능을 사용했고, 연구원들을 위협했으며, 직속상관의 명령에도 불응했습니다. 통제 불능한 각성자는 처분해야 마땅합니다.”

    “그야 그렇습니다. 충돌을 피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그 시기가 문제란 것 아닙니까. 무턱대고 축출한다면 피해가 막심할 거라고 뻔히 예견되는데, 쯧.”

    “시기뿐 아니라 방식도 문제입니다. 정면충돌은 가능한 피해야 마땅합니다. 서 대위가 반기를 들면 저번 같은 참사가 벌어질 겁니다. 조용히 해결할 수 있으면…….”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게이트 내부에서 순직해 준다면 깔끔한 것 아닙니까? 최선의 형태가 될 겁니다.”

    서의우가 언급되자 장성들의 안색이 달라졌다. 일부는 안면을 일그러뜨렸고, 일부는 반대로 표정을 굳혔다.

    서의우에게 호되게 당한 직후인지라 그를 향해 본능적으로 두려움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포식자에게 집어삼켜질 뻔했던 경험은 각자의 뇌리에 똑똑히 각인되어 뼈아픈 트라우마로 남았다.

    물론, 채신없이 겉으로 공포심을 드러내는 장성들은 없었다. 다들 속사정이야 어떻든 외견으로는 태연하게 굴었고 심지어 서의우에게 적개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니, 아니지. S급 에스퍼란 상징성은 중요합니다. 정부 측에서 S급에 주목하고 있고, 그만한 이능력을 보유한 에스퍼를 바로 처분하는 건 어쨌든 크나큰 손실입니다. 처분이 아니라 오히려 포섭하는 결정이 최선입니다.”

    “포섭은 어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호랑이 목에 방울을 걸겠다고?”

    “권재진이 있잖습니까. 에스퍼는 결국 가이딩을 갈구하기 마련입니다. 군에서 권재진을 확실하게 포섭한다면 서의우도 회유될 겁니다.”

    “안 됩니다. 권재진은 돌연변이입니다! 돌연변이를 기용하는 자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군의 정신! 군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하지만, 등급 테스트 결과를 보았다시피 권재진은 S급 가이드입니다. 정상 범주를 한참 뛰어넘은 괴물 같은 수치라 세 차례나 재검사했다는군요. 또한 그자의 가이딩은 에스퍼의 이능을 향상시킨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능의 향상 문제는 확실하게 증명된 것도 아니지. 서의우가 이능 검사에 불응하고 도주했잖습니까.”

    “아니, 그 건은 증명됐습니다. 화면을 주목해 주십시오.”

    장성들이 앉은 자리 앞에 푸른 홀로그램 화면이 일제히 떠올랐다. 화면 안에 강등당한 마태오 소령, 현 마태오 대위의 이능 검사 결과가 세세히 적혀 있었다.

    “우측이 마 대위의 진술서, 좌측이 검사 결과입니다. 기재된 수치를 비교해 보십시오.”

    “음…….”

    장성들이 유심히 화면을 읽어 보았다. 눈에 띄게 올라간 이능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호막의 강도, 반경, 유지 시간까지 대폭 향상되었다.

    “마태오 대위는 본래도 A급 방어계 에스퍼였습니다만, 이젠 A급 중에서도 특출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권재진과 접촉한 후 이런 변화가 벌어진 겁니다.”

    검사 결과가 나왔으니, 부정할 수 없는 확증이 생겼다.

    권재진은 최초의 S급 가이드일뿐더러, 그의 가이딩은 독보적이고도 매혹적이었다.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이는 기회입니다! 권재진과 서의우를 포섭한다면 신군부의 전력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겁니다. 전무후무한, 역사적인 일이 되는 겁니다.”

    만일 현존하는 모든 에스퍼의 이능이 향상된다면…….

    그리고 그 선두에 서의우가 선다면…….

    “감당할 수 있습니까? 저 둘을, 통제할 수 있습니까?”

    “효율을 따지자는 겁니다! 살처분은 명백한 전력 낭비입니다.”

    전략 회의가 진행될수록 언성이 높아졌다. 장성들은 얼굴을 붉히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고, 수 시간이 지나도 결론이 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는 결정권을 지닌 최율 대장이 시작부터 입을 다물고 관조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상석에 자리한 최 대장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이 자리의 누구와도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배후자는 누구인가…….’

    최율 대장은 실체 없는 망령을 쫓고 있었다.

    ‘필시 저들 중 누군가는 뒤로 다른 속셈을 품고 있을 테지.’

    그는 크리처 웨이브라는 기밀과 최율 대장의 입버릇을 알고 있는 측근, 즉 장성들 중에 서의우와 권재진과 내통한 반동분자가 숨어 있다고 확신했고, 그렇기에 섣불리 나서 회의를 진두지휘하지 않았다.

    ‘불온 세력의 실체를 파악하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

    섣부르게 강수를 두기보다도, 인내하고 기다리며 반동분자를 찾는 것이다. 아직 수상한 언행을 보이는 자는 없었지만, 곧 꼬리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

    “이대로는 결론이 나지 않겠군.”

    최 대장이 넌지시 화제를 돌렸다.

    “다른 안건부터 진행하는 게 어떻겠나. 크리처 웨이브는 어찌 되었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란한 호출음이 울렸다. 긴급 호출이었다.

    장성들의 자리 앞에 떠 있는 홀로그램 화면이 갱신되며 붉은 테두리가 박힌 알림 창이 떠올랐다.

    [ Urgent! ]

    LEVEL 3

    제2 개척지구 최북단, 크리처 집단 남하.

    외경계벽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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