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집착광공 길들이기 (42)화 (42/154)
  • #42

    “뭐야, 여기 어딥니까…….”

    “아, 내 집이에요.”

    “집……?”

    “네. 아까 거기선 가이딩 하면 위험할 테니까, 내 집으로 왔어요. 마음에 들어요?”

    서의우는 몽롱한 권재진이 어이없을 정도로 귀엽다고 생각하며, 지체하지 않고 곧장 장갑을 벗은 뒤, 그의 정장 바지에 손을 댔다. 급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흥분해서 이것저것 따질 겨를이 없었다. 벨트를 풀고 버클을 젖힐 즈음에는 거의 바지를 찢을 기세로 손속이 거칠어져 있었다.

    “잠깐, 무슨……? 하지 마, 벗기지 마십시오! 왜 이럽니까 대체!”

    사색이 된 권재진이 서의우의 팔을 붙들고 그를 떠밀었다. 일그러진 눈썹에 드러난 감정은 명백한 불쾌감이었다.

    “아…… 진정해요. 우리 가이딩, 지금 가이딩 하는 거예요.”

    서의우가 재진의 바지를 무릎까지 내려놓고 브리프 안으로 손을 비집어 넣었다. 권재진의 속살과 접촉하니 정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동요할 수 있나 의아할 정도라 가이딩 외의 나머지 것은 아무것도 생각할 여력이 없었다.

    “내가 말했잖아요, 데려오기 전에. 가이딩 하자고. 혹시 못 들었나요?”

    서의우가 나긋하게 뇌까렸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그렇지 못했다. 흉포하게 날이 선 회색 눈동자가 그의 격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나 당장 가이딩 필요하거든요. 무슨 뜻인지 알죠. 응?”

    “아니, 그게, 그러니까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습니까. 대체 제가 왜 가이드란 건지……. 분명 착오가 있는 겁니다. 다시 좀 제대로 알아보십…… 윽!”

    서의우는 권재진이 반항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허벅다리를 강제로 벌려 둔 뒤, 비좁은 뒷구멍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안쪽이 너무 비좁고 빡빡해서 서의우는 또다시 깜짝 놀랐다.

    “이거…… 일부러 이러는 건가요? 심한데.”

    “으큿! 미친, 씨발!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저는, 전 일반인이란 말입니다. 제6 거주지구…… 노동, 헉! 아, 끄윽…….”

    “구멍, 왜 이렇게 쬐끄매요? 일부러 조이는 거예요?”

    다른 가이드들과는 전혀 다르다.

    서의우는 기가 막혔다. 당장 자지 처박아도 모자랄 판에 이런 구멍에 삽입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됐다. 일단 반대 손으로 권재진의 엉덩이를 크게 쥐어 좌우로 넓게 벌려 두고 안쪽에 중지까지 쑤셔 보았다.

    고작 손가락 두 개째인데도 잘 들어가지 않아서 무리하게 주름을 비집어야 했다.

    “아윽!”

    권재진이 부들부들 떨면서 서의우를 노려보았다. 보기 좋던 그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 있었다. 아픈 모양이다. 그렇지만 가이딩은 원래 고통이 수반되는 의무 행위였다. 아픈 게 당연하다. 어차피 다 끝나면 힐링 팩터로 치료할 수 있으니 괜찮다.

    그보다는 손가락에 닿는 말캉한 점막의 감촉이 찌릿하게 좋았다.

    이렇게 손가락만 조금 넣어도 가이딩 효과가 있는데, 좆을 깊게 박아 넣으면 얼마나 좋을까……. 제대로 된 가이딩이란 건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뒷 목에 쭈뼛하니 소름이 돋는다.

    “하아…….”

    “서, 서의우. 서의우 씨.”

    “응? 나 왜요.”

    서의우는 자신을 다급히 부르는 권재진을 갈망이 뚝뚝 흘러넘쳐 번들거리는 눈으로 차근히 쳐다보았다. 살살 웃으며 시선을 마주쳐 주고는, 다시 눈동자를 내리깔아 그의 좁고 빠듯한 뒷구멍을 내려다보았다.

    “저는 당신을 압니다. S급 에스퍼, 서의우. 윽, 아닙니까?”

    “맞아요. 저예요.”

    “보아하니, 서의우 씨가 위급한 상황인 것 같긴 합니다. 지금, 좀 제정신이 아니신 것 같습니다……. 그쪽 정말로 가이딩이 시급히 필요해 보입니다.”

    “아…… 하하, 이제야 말이 통하네요. 그러니까 내가 아까부터 그렇게 말했잖아요? 나 가이딩 필요하다고. 가이딩 하자고……. 섭섭할 뻔했잖아.”

    “예, 그러니 센터로 가셔서 정식 가이딩을 요청하십시오. 거기에 있는 각성자들에게…… 헉!”

    서의우가 두 손가락을 모아 세차게 속을 찔렀다. 굵은 손마디를 끝까지 파묻어 놓고 시험해 보듯 손목을 돌렸다.

    “센터? 내가 왜 거길 가요.”

    “아, 윽!”

    “내 진짜 가이드는 여기 있는데.”

    서의우가 우악스럽게 손가락을 들쑤셨다. 아무래도 속살이 너무 좁아서 좆이 들어갈지 어쩔지 판단이 안 섰다. 좀 더 손가락을 비집어 내부를 벌려 보는데, 권재진이 팔을 휘저어 자꾸만 서의우의 어깨를 밀어 내려 했다.

    “하지 마! 하지, 마십시오! 손 빼!”

    뒤를 쑤시는 손목마저 붙잡아 쥐고 엉덩이에서 빼내려 애쓰기에 서의우는 그냥 재진이 원하는 대로 해 줬다. 안쪽 깊게 점막을 후비던 손동작을 멈추고 손가락을 밖으로 주르륵 끄집어냈다.

    “아니, 저기, 대체 왜 자꾸 하지 말라는 거예요? 내가 설명이 부족했나……? 말해 줄 건 다 말해 준 것 같은데. 나 도통 이해가 안 되네.”

    설마, 자신이 돌연변이 각성자인 줄도 모르는 건가?

    돌연변이가 뭔지도 모를 수가 있나……?

    일반인 출신은 원래 그렇게까지 무지한가?

    “하아…… 몰라. 그게 뭐든, 모르겠고. 나중에 얘기해요. 가이딩 끝나고 해. 이제 움직이지 말아요.”

    손가락을 빼내 준 대신, 서의우는 자신의 바지 앞섶을 열어젖혔다. 권총집과 연결된 벨트를 풀고 바지춤을 헤집어 부푼 좆을 끄집어냈다. 거대한 살덩이가 전에 없이 몹시 흥분해서 배꼽에 닿을 듯이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흥분한 건 난생처음이었다.

    본래라면 조금도 반응하지 않는 것을 번거롭고 마뜩잖게 스스로 수음해서 세워 놓은 뒤에야 가이딩 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뭔,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당장이라도 정액을 싸 댈 것처럼 살기둥 전체가 발그레한 분홍빛으로 부풀어서 꺼떡거리고 있었다.

    “그대로, 가만히만 있어요. 다른 건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까…….”

    “안 돼, 하지 마! 싫습니다. 그거, 정말 아닙니다. 이럴 리 없습니다.”

    “움직이지 말라고.”

    서의우는 가슴을 헐떡이며 도망치려 허리를 내빼는 권재진을 침대에 엎어 눌렀다. 그리고 꼼짝할 수 없도록 그의 무릎을 접어 단단히 옆구리에 끼었다. 재진이 물에 빠진 사람처럼 절박하게 발버둥 치며 빠져나가려 했지만 서의우는 조금도 허락하지 않았다.

    “응? 움직이지 말라니까?”

    서의우는 권재진의 사지를 결박하고 체중을 실어 그의 하체를 찍어 눌렀다. 덜 풀린 구멍에 좆대가리를 비비적대며 허리를 치받다가 그냥 그대로 무리하게 삽입을 시도했다.

    “아파, 아파, 아, 큿! 헉…… 그만……!”

    가뜩이나 굵고 커다란 짐승 같은 좆을 좁게 오그라든 메마른 구멍에 대고 욱여넣으니 제대로 들어갈 리 없었다. 흉기 같은 것이 생살을 찢어 가며 피와 함께 재진의 몸속으로 조금씩 밀려들었다.

    홧홧한 마찰열 때문에 아랫도리가 작열하는 것만 같았다.

    “찢어졌, 끄윽, 아픕니다. 이거 빼…… 아파!”

    “저도 아파요. 가이딩은 대개 그렇고.”

    “흐끅, 아! 서, 서의……. 끄으윽!”

    권재진이 울부짖으며 신음했다. 고통에 차 일그러진 얼굴이 바로 보였다. 반면에 서의우는 들뜬 양 뺨을 붉게 물들이고, 쾌감에 절절 끓는 회색 눈동자를 정처 없이 굴렸다.

    좋아서, 미쳐 돌게 좋아서 눈알이 회까닥 뒤집힐 것 같았다.

    “아, 아, 하아…… 좋아……. 내 가이드……. 내…… 나, 그, 에스퍼로 태어나길 잘한 것 같아요. 어쩌지? 이런 생각 들면 안 되는데. 진짜 안 되는데…….”

    꺽꺽거리며 괴로워하는 권재진을 봐줄 정신도 없이, 서의우는 발정 난 짐승처럼 무자비하게 갈급한 욕망을 채웠다.

    찢어 놓은 구멍에 대고 잔인하고 흉포하게, 그리고 애타고 간절하게 자신의 오랜 염원을 퍼부었다.

    도저히, 아무리, 뭘 얼마나 해 대도 부족할 것 같았다.

    이십 년을 굶주린 몫을 다 먹어 치우려면 이대로 이십 년 동안 쉬지 않고 가이딩 해야 저울이 맞을 것 같았다.

    “내 가이드…… 드디어 찾았다고, 내……. 그런데, 그쪽 이름이 뭐죠?”

    “시, 씨발! 끄으윽! 윽, 하악!”

    권재진은 이름을 말하는 대신 욕설을 뱉었다. 하지만 곧, 신원을 밝히는 게 착오를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하고는 권재진 석 자를 알려 주었다.

    “궈, 하, 권, 권재진…….”

    “아, 재진 씨구나……. 네, 재진 씨.”

    권재진은 이름뿐 아니라 제6 거주지구 소속과 회사명, 집 주소 등 신상을 힘겹게 읊으며 서의우가 착오를 깨닫고 자신을 놓아주길 기대했다.

    이런 극한 상황에 처한 사람치곤 침착하고 이성적인 대처였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름을 알아낸 서의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더욱 격렬하게 재진을 범했고, 권재진은 계속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어떤 말을 내뱉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리란 끔찍한 현실을 깨달았다.

    “흑, 으, 아아!”

    재진은 서의우의 얼굴에 주먹질했고, 팔꿈치로 등을 찍고, 옆구리를 무릎으로 걷어찼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도 말을 안 듣는다.

    가이딩에 살짝 방해될 정도로 버둥대는 권재진이 조금 성가셔서, 서의우는 그의 목을 졸라 잠재웠다. 깨워 둔 채 가이딩 해도 상관없을 것 같기는 했지만, 자칫 재진을 제압하려다 갈비뼈나 다리뼈를 부러뜨릴까 염려되었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