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진호야, 입 벌려봐.”
내가 바보냐? 벌리라면 아 벌리게? 나는 내 앞에 무릎으로 선 남궁호를 노려보면서 입술에 힘을 주었다. 남궁후는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휘며 한 손으로 내 양 볼을 그러쥐었다. 힘으로 눌러서 열게 만들 심산인가 본데, 질 수 없지.
누르는 힘에 저항하기 위해 나는 입안에서도 이를 꽉 물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입으로 하는 건 진짜 힘들단 말이야. 질 수 없어!
“흐, 으읏, 잠.”
그러나 방금 전 결심이 무색하게도 날 엎드리게 만든 남궁후가 뒤에서 깊이 쳐올리는 것에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입에 힘을 빼고 말았다.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남궁호가 씩 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고, 나는 녀석이 원하는 대로 입을 벌리게 되었다.
“빈틈!”
“시르, 으븟, 으긋.”
씨발, 남궁호! 마지막으로 싫다고 말해보려고 했으나 입안에 꽉 들어차는 남궁호의 것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오히려 목젖을 지나 목구멍을 넘어올 듯 꾸역꾸역 들어오는 선단에 말은커녕 헛구역질이 나와 눈물이 고일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이 느낌이 싫다고.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응, 히으, 히허, 흐으.”
“후우… 미안, 진호야. 이거 근데 진짜, 너무 중독적이라서.”
자꾸 하게 돼. 한쪽 눈을 찡그린 채 한껏 웃는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해봤자 얄미움만 가중될 뿐이다. 나를 달래기 위해 엄지로 볼을 살살 쓸어내리는 남궁호를 무시무시한 눈으로 째려보기 위해 다시금 눈을 치떴는데, 그러자마자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쾌감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크으, 응, 으으읏.”
“자꾸, 앞에 있는, 저 새끼만 신, 경 쓰고, 우리 곰돌이.”
제대로 심통이 난 남궁후는 적응할 때까진 살살 움직이던 것이 무색하게도 쾅쾅 제멋대로 박아대기 시작했다. 익숙하게 내가 느끼는 지점을 정확하게 눌러대는 녀석의 것에, 나는 남궁호의 것이 목구멍을 틀어막은 와중에도 쾌감에 못 이겨 신음을 내질렀다.
“우리 진호 목 상한다고, 새끼야.”
“하으, 흐크으, 응.”
“뒤에서 박는데 입에 물린 새끼가 잘못이지, 왜 내 탓을 해.”
녀석들은 서로를 힐난하면서도 각자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남궁호는 뒤에서 받칠 때마다 앞으로 나가는 내 몸에 맞춰 앞뒤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고, 남궁후는 팔을 뒤로 잡아당기면서 온 힘을 다해 쳐올리고 있었다.
“으, 아아, 하악, 아...!”
“후우- 진짜 미치겠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점점 눈앞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감각이 붕 떠 있는 내 정신을 일깨우는 건 쾅쾅 부술 듯이 작렬하는 쾌감이 전부였다.
이상하다, 원래, 원래 이렇게 길게 하지 않는데. 전에도 내 입에 물려놓고 내 표정을 즐기거나 목의 조임을 즐기긴 했어도 오늘따라 그 시간이 긴 느낌이었다. 이미 모든 힘이 빠진 나는 얼굴은 남궁호의 손에 들리고, 온몸은 남궁후의 힘에 의지한 채 가운데서 신음하며 흔들리고만 있었다.
원래는 더 하면 진호 힘들다면서 오늘은 이만큼만 하자고 빼줬었잖아. 내가 힘들 것 같으면 누구 한 명은 나 힘들다고 그만하라고 말렸었잖아.
흐릿한 시야로 올려다본 남궁호는 입술을 혀로 쓸며 웃을 뿐 빼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손가락만 겨우 움직여 날 잡고 있는 남궁후의 팔이라도 잡고 싶었으나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뭔가, 인형 같아.
“흐, 하, 하까아, 아하, 아하아.”
“응? 뭐라고? 하자고?”
아파, 아프다고! 잠깐 멈추라고! 더운 열기 속에서 숨이 막혀오고, 쾌감에 절여지면서도 겨우 외친 말을 또 제멋대로 해석하는 남궁호를 보고 있자니 점점 더 서러워졌다. 늘어진 내가 어떤지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앞뒤로 박아대는 모습이 꼭, 나를 인형 취급하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성욕 풀이용 인형이라니. 싫어. 이런 거 싫다고.
생리적으로 찔끔 흐르던 눈물의 양과 확연히 다를 정도로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지 남궁호가 허리를 뒤로 물려 자신의 것을 빼내고 다시 한번 물어왔다.
“진호야, 왜 그래. 응? 왜 울어. 많이 아팠어?”
남궁후는 자신의 것을 빼지는 않았지만 팔만 잡고 있던 것을 그만두고 뒤에서 날 끌어안아 상체를 세워주었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에 내 등을 기대어 앉게 만들고 내 관자놀이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왜 그래. 응? 왜 울어, 우리 곰돌이.”
방금 전까지 날 끈 떨어진 인형 다루듯 막 다룬 놈들인 걸 알면서도, 나는 바로 눈앞에 있는 남궁호의 걱정 어린 얼굴과 귓가의 다정한 목소리에 홀려 생각나는 대로 소리쳤다.
“이런, 이런 거 싫, 흐윽, 싫어. 인, 흐윽, 인형 싫어!”
“응...? 뭐라고, 진호야? 인형?”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모르겠어. 그냥, 그냥 인형처럼 대하지 말란 말이야. 나를 인형처럼 대하는 사람들은 이제 충분한데, 이런 걸 할 때마저도 인형처럼 대해져야 한다니 그건 너무, 너무 비참하잖아.
뒤죽박죽이 된 머릿속으로 어두운 공간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진짜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잔상을 없애고 싶어 부러 눈가를 거칠게 비벼대자 커다란 손이 나를 제지했다. 그리고 그 손은 곧이어 내 겨드랑이 사이를 잡더니 나를 쑥 들어 올려 품으로 끌어당기며 소리쳤다.
“야, 네가 자꾸 곰돌이, 곰돌이 거리니까 애가 서럽대잖아. 이 미친 새끼야!”
“아, 흐으.”
커다란 것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에 잘게 몸을 떨자 내 허리를 안고 있던 남궁호가 안심하라는 듯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잔뜩 예민해진 몸은 그것조차 자극으로 받아들여 흠칫 허리를 세웠고, 졸지에 남궁호에게 적극적으로 안기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걸 오해했는지 뒤에서 남궁후가 쩔쩔매며 무릎걸음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 그래? 그런 거야? 그게 그렇게 울만큼 싫었어, 우리 곰, 아니. 진호?”
남궁후는 손을 뻗으려 했으나, 나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경계하는 남궁호에게 막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라면 남궁호의 손을 쳐내고 날 뺏었을 놈이 그러고 있는 모습과, 날 지키겠다고 점점 더 꽉 끌어안으며 손을 휘젓는 남궁호의 모습에 잔뜩 서글펐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었다.
나는 우느라 거칠어진 숨을 들이켜며 더듬더듬 말했다.
“훌쩍, 아니, 그런, 흐으, 그런 게 아니고”
“아니야? 그럼 뭔데. 인형이 왜. 갑자기 인형 갖고 싶어졌어? 아니면 뭐, 없애고 싶은 인형이 있어?”
남궁호는 내가 말을 하자마자 남궁후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휘젓던 손으로 눈을 쓸어 눈물을 닦아주고, 코 밑을 훑어 콧물까지 닦아줬다. 부모도 해주지 않았던 행동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올려다보니 녀석은 ‘왜 그래, 응?’ 하고 다시 물으며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내게 역시 저 새끼 때문이지? 하고 물어보며 손을 뻗어 남궁후를 가리켰다.
그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린 곳에선, 남궁후가 자기 어깨에 내 콧물을 문대는 손을 힐금대며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도 계속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훌쩍.”
“눈물 그친 거 보면 맞네. 백퍼네. 너 새끼 때문이었네.”
“아니라잖아, 이 새끼야.”
조금 차분해진 나는 내가 울었다고 태도를 확 바꾼 두 녀석이 신기하고 웃겨서 결국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 웃어버렸다. 그러자마자 티격태격하던 녀석들의 말소리가 멈췄다.
갑자기 조용해진 주위에 웃던 것을 멈추고 슬그머니 눈을 굴려 올려다보니, 남궁후와 호가 나를 관찰하듯 내려보고 있었다. 잠깐의 정적. 분위기가 풀렸다는 것을 눈치챈 남궁후가 아직도 자기 어깨에 슥슥 문대고 있는 남궁호의 손을 쳐내고 내게 손을 뻗었다.
“어어? 진호 너. 형들 잔뜩 놀라게 하더니 웃어? 응?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는데 어디 확인해봐야겠다!”
“힉, 잠, 잠깐!”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엉덩이로 뻗어온 손은 그대로 사이를 파고들어 쑥, 기다란 손가락을 내 안으로 집어넣었다. 시간이 지나 예민한 감각이 좀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안을 자극당하자마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함에 나는 크게 몸을 튕기며 신음했다.
“으음, 뿔은 안 난 것 같은데.... 여기 뭔가 만져지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점점 커져서 뿔이 되는 건가?”
“아, 아아, 안, 힉, 안대에-”
금세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가 된 손은 용서 없이 극점만 꾹꾹 눌러왔다. 나를 지키느라 둘러졌던 팔은 어느새 내가 그 손에서 도망치기 위해 엉덩이를 위로 빼는 것을 내리누르며 손가락을 돕고 있었다.
나의 한 손은 내 밑에 있는 남궁후의 팔을 빼내기 위해 그 손목을 잡고 있었고, 한 손은 내 허리를 잡고 당기는 남궁호의 팔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신경을 작렬하는 쾌감에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밀어내지 못하고, 그저 동아줄을 쥐듯 잡고만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서러워서 흐르던 눈물은 또다시 쾌감에 절여진 몸이 열에 이기지 못하고 내보내는 눈물로 바뀌어 볼을 타고 흘렀다. 안 그래도 아까 잔뜩 괴롭혀졌던 전립선을 쉴 틈 없이 누르는 감각에 점점 내 허리가 꺾이고 엉덩이가 흔들렸다. 조금 시들해졌던 앞이 꼿꼿해지고, 두 쌍의 눈이 내 것을 보며 번들거렸다.
안돼, 나와. 나올 것 같아. 이대로 가면, 나와. 눈앞이 하얗게 번쩍이는 간격이 좁아지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얗게 변하면서 강한 요의와 같은 감각이 아래를 지배했다.
“안, 흐이, 싸, 쌀 것 가트읏...!”
엉덩이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 한껏 허리를 휘며, 그렇게 나는 뒤를 자극받은 것만으로 정액을 잔뜩 쏟아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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