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장 (7/16)

7장

보던 책을 옆으로 던지자, 책이 푹신한 이불 위로 소리 없이 떨어졌다. 지훈은 책이 떨어진 곳은 보지도 않고 문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자신이 사무실 별실로만 통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온 문이 아닌, 사무실과 별실을 잇는 문.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 새벽을 가고 있었다. 박승혁은 여전히 나타나질 않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그는 지훈이 별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으면 반드시 연락했었다. 조금만 기다리라고. 혹은 짬을 내 잠깐 들어왔다가 아는 체라도 하고 다시 나가 일을 마무리하고 왔었다.

그런 박승혁이 지금은 연락 한번 없이 계속 지훈을 별실에 놔두고 있었다. 여태껏 계속 기다리다가 책장에 꽂힌 책을 꺼내 무의미하게 몇 장 넘기고 옆에 던진 직후였다. 전화는 해도 받지 않아 그만뒀다.

내일이 비번이라 급하진 않다. 혼자 조용한 별실에 있으려니 잠이 솔솔 쏟아졌지만, 이상하게 먼저 잠들고 싶지 않았다. 저 문을 열고 박승혁이 들어오는 걸 봐야 마음 놓고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때라면 ‘내가 무슨 주인 기다리는 개새끼인가’라며 툴툴거렸을 건데, 지금은 그런 마음도 들지 않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몸을 타고 올라오는 이 묘한 긴장감을 떨치고 싶었다. 역시 아까 별실에 들어오기 전 담배 한 대 피울 걸 그랬다. 냄새 배게 여기서 피우고 싶진 않았다.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눈이 반쯤 감겼다. 고개가 아래로 꾸벅 내려가다 다시 올라갔다. 좌우로 머리를 털고 눈을 강하게 감았다 뜨며 혀를 찼다.

“쯧.”

이 새끼가, 사람 불러놓고 어디 간 거야. 어디서 뭘 하는 거야.

문을 열고 사무실로 나가버릴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한 번도 저 문을 혼자 열고 사무실로 나간 적은 없었다. 사무실에 누가 있기라도 하면 대놓고 나 조폭이랑 반 살림 차린 경찰이오, 하고 광고하는 꼴이니까.

저 문을 열 때는 건물의 주인이자 사무실 주인인 박승혁이 먼저 열 때뿐이었다. 지훈과 단둘이 있다 문을 열고 나갈 때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그럴 때면 지훈도 마음 놓고 따라 나가긴 했어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개 나가든 말든 별실에 누워 있었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잠깐 볼일을 본 박승혁이 다시 돌아와 지훈의 옆에 앉아 언제까지 그렇게 누워 있을 거냐고 건드리곤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건만, 지금 같은 상황에 불안해 박승혁을 보고 자겠다고 이러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개새끼 같은 게 아니라, 개새끼 맞네.’

새삼 그에게 길들여졌다는 걸 실감했다. 그와 함께 보낸 시간이 퍽 평화로웠던 듯했다. 고작 이런 걸로 불안해하는 걸 보면.

생각해보면 그만큼 박승혁이 자신을 이 정도의 시간 동안 혼자 있게 한 적이 없었다는 뜻이다. 가족에게 시달릴 때는 오피스텔에서 몇 달간 동거하며 같이 살기도 했고, 의지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주고 돌봐줬다. 

그러면서도 지훈이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그 상황’을 어떻게 해보려고 나서서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 지훈더러 직접 견뎌서 이겨내도록 놔두면서도, 그 과정에서 힘들면 의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옆에 있어 줬다. 힘들 땐 옆에 누군가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걸 여실히 느꼈었다.

그때를 포함해 인사 이동하며 집을 구해 나간 후에도, 아무리 바빠도 자기 전 짧은 메시지나 전화 통화라도 했었다. 늘 같이 있던 공간에 혼자 이렇게 몇 시간 있어 보니 그에게 물질적인 것을 받지 않아도 많은 것을 받았다는 게 실감 나고 있었다. 설사 그게 전부 그가 좋아서 한 행동이라 해도.

지훈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한참 전부터 머뭇거리면서도 계속한 행동이다. 액정 위를 맴돌던 손가락이 몇 군데를 누르고 또 맴돌다가, 마침내 하나를 눌렀다. 연결음이 이어지다가 끊어지고 목소리가 들렸다.

“네, 경위님.”

늦은 시각인데도 또렷한 목소리였다. 전화도 늦지 않게 받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묘한 긴장감을 높였다.

“경위님?”

지훈이 아무 말 없자 명준이 다시 불렀다. 지훈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이런 유의 전화를 해본 적이 없어 어색하고 민망했다.

“······박승혁은.”

“네?”

“박승혁이 나를 별실로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지금까지 안 오고 있다고.”

“아-”

감탄사 뒤에 이은 짧은 침묵이 달아오르던 얼굴을 더 뜨겁게 했다. 부정하고 싶지 않아도, 지금 자신은 애인만 애타게 기다리다 주변 사람에게 어디 있는지 아냐고 닦달하는 치졸한 모습이었다.

“지금 이사님이 좀 바쁘셔서, 먼저 주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무슨 일로 바쁘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보나 마나 나쁜 짓일 텐데. 경찰에게 말할 리가 있나. 그냥 회사 일로 바쁘다는, 하얀 거짓말로 답하겠지. 연인 사이인데 이런 사적인 질문 하나 못하는 사이라는 것만 실감 났다. 하려던 말은 침과 함께 삼켰다.

“전화도 안 받는데.”

“······예. 많이 바쁘셔서.”

“지금 같이 있어요?”

“네.”

“······”

통화하고 싶다고, 혹시 바꿔줄 수 있냐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얼굴을 처박아 입술만 깨물어 참았다. 이 정도로 말한 것만 해도 땀이 날 정도로 얼굴이 뜨거웠다. 여기까지 말했으면 그냥 알아서 ‘잠깐 바꿔드릴까요?’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속을 아는 건지, 모른 척하는 건지 명준이 말 없는 지훈에게 되물었다.

“경위님?”

“······지금 내가 전화한 거, 박승혁이 알아?”

“아, 전화 받는다고 잠깐 밖에 나와서요, 모르십니다.”

모른다는 말에 차분해지는 자신이 싫었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실 정도로, 안심됐다. 안심된다고 느끼던 찰나, 핸드폰 너머로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그 뒤에 희미하게 데구루루, 하고 무언가 구르는 소리까지도.

“죄송하지만 바빠서 좀 끊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주무십시오.”

“잠······”

“형님께 경위님 전화 온 거 전해드리겠습니다.”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명준이 다급하게 말하곤 끊어버렸다. 속사포로 말하더니 툭 끊어진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 내려다봤다. 명준이 박승혁을 이사님이 아니라 ‘형님’이라 지칭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급한 상황인 듯했다.

“씹, 패싸움이라도 하나.”

조폭이라 패싸움은 한다 쳐도, 하는 데 가서 있을 만한 위치는 아닐 텐데. 직접 나설 정도의 규모라면 틀림없이 경찰이 출동할 정도일 거다.

아는 형사에게 물어볼까 하다 말았다. 패싸움하는지도 확실하지 않고, 어디서 하는지도 모른다. 전화했다가 이상한 취급만 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마지막 말에 마음은 놓였다. 박승혁에게 자신이 명준에게 전화한 걸 전해달라고 말할까 말까 고민했기 때문이다. 자기 말로 뱉었으니 전해 주겠지. 패싸움이 났다 해도 그 위치에 덩치와 힘에 어떻게 되는 걸 걱정하기보다 상대방을 걱정하는 게 빠를 거다. 직접 경험해봐서 확신한다.

마음이 놓이니 다시금 졸음이 밀려왔다. 가만히 앉아있던 지훈의 고개가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했다. 올라오는 빈도가 점차 줄어들더니, 아래로 푹 꺾였다. 아래로 꺾인 고개가 억지로 앉아있는 몸도 마저 이불 위로 끌어당겼다. 곧 몸 전체가 푹신한 이불과 맞닿았다.

시간이 흐르고, 지훈이 잠결에 꾸물대며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이불 안으로 들어가며 걸리적거린 핸드폰을 집어 옆으로 던졌다. 핸드폰이 옆에 던져놨던 책 위로 던져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손을 뻗어 침대 옆 스탠드 등을 끄는 것을 마지막으로 졸음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캄캄하고 조용한 방안에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작게 퍼졌다.

* * *

지훈이 다시 잠에서 깼을 때는 핸드폰 진동 음에 의해서였다. 단잠을 방해받은 미간이 무의식중에 구겨졌다. 미간을 구길 정도로 진동은 세게 귓가를 때려댔다.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코앞에 핸드폰 불빛이 보였다. 눈까지 부셨다. 미간을 더 세게 구겼다.

눈을 떠 핸드폰을 확인하니 왜 진동이 유독 세게 들렸는지 알았다. 책 위에 올려놓은 채로 자서다. 하필 단단하고 두꺼운 양장 표지라 진동 소리를 증폭시킨 탓이다.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왜 저 책을 꺼내서.

“시발······”

중얼거리며 핸드폰을 집어 발신자를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였다. 더 짜증이 치밀었다. 통화 거절을 누르고 이불 위로 던졌다. 눈을 감으려다 말았다. 눈앞에 텅 빈 옆자리가 보였다.

‘아직도 안 들어왔네.’

지금 시각은 완전한 새벽일 거다. 그런데도 박승혁은 들어오지 않았다. 잠이 약간 달아나서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그 정도로 바쁜가. 다시 전화해볼까. 아니다, 연락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조금 전 온 전화가 박승혁과 관련된 전화일까?

어둠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데 작은 진동과 함께 핸드폰 불빛이 떴다 사라졌다. 메시지가 온 듯했다. 어차피 박승혁에게 연락이 왔는지 확인하려고 했던 참이라 핸드폰을 집었다. 짜증에 멀리 던져 상체를 조금 일으켜야 했다. 액정에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알람이 떠 있었다.

박승혁이 보냈구나. 그러니까 이 시간에 메시지를 보내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해 황급히 핸드폰을 켜 확인했다. 그런데.

- 남창 형사.

메시지를 보고 반쯤 감았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목구멍에서 잘만 나오던 숨이 어디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쉬이 나오지 않았다. 저절로 벌려진 입술 사이로 흐름이 바뀐 숨소리가 불규칙하게 나왔다.

뭐지. 뭐야. 이 시간에 누가 이따위 내용을. 그것도 모르는 번호로.

제대로 본 게 맞는지 네 글자를 다시 읽었다. 그러는 사이, 메시지가 연달아 도착했다. 같은 번호였다.

- 남창 새끼야, 왜 전화 안 받아?

- 조폭이랑 씹질하는 새끼.

지훈이 천천히 일어나 허리를 곧추세웠다. 눈은 여전히 핸드폰을 향해 있었다. 문득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심장 소리였다. 심장이 쿵쿵거리며 귓가를 울려대고 있었다. 입을 열었는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메시지는 연달아 계속해서 왔다.

- 전화 받아.

- 전화 받아.

- 전화 받아.

- 전화 받아.

침대 옆 스탠드 등을 켜는 손가락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지훈은 그걸 자각하지 못했다. 엉뚱한 곳을 더듬거리던 손이 마침내 버튼을 눌렀다. 등이 켜지며 방안을 밝게 만들었다.

- 마지막 기회야. 전화 받아.

계속 오던 메시지가 끊겼다. 지훈은 마지막 메시지를 보며 고인 침을 삼켰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데, 혼잣말이라도, 감탄사라고 뱉고 싶은데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막 잠에서 깬 뇌가 지금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명령을 내리지 못했다.

‘우우웅-’

전화가 왔다. 멍청하게 핸드폰만 보던 지훈이 멈칫거렸다. 액정엔 모르는 번호가 떠 있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훈을 잠에서 깨게 만들었던 번호와 이상한 메시지를 연달아 보낸 번호, 지금 전화 건 번호는 모두 같은 번호라는 걸.

통화를 받으려는 엄지손가락이 떨렸다. 눈앞에 보고 있어서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제어할 수 없었다. 떨리는 채로 손가락이 통화를 눌렀다. 핸드폰을 천천히 귀에 갖다 댔다. 침을 꿀꺽 삼키고 숨을 들이마셨다.

“······여보세요.”

“킥킥.”

낮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상체만 일으켜 하체는 여전히 이불을 덮고 있는데도 발끝부터 한기가 들었다.

“진짜 무서운가 보네. 바로 받고.”

“여보세요.”

웃음기 가득한 개구쟁이 같은 목소리였다. 간신히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물었다. 진정시키느라 꾹 쥔 주먹이 하얗게 변색됐다.

“당신 누구야.”

“아······ 섭섭하네. 목소리 들어도 모르고.”

어? 지훈이 한쪽 눈을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낯이 익었다. 최근에 들은 적은 없지만, 분명 언젠가 들은 적 있는 목소리.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히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였다. 최근을 넘어 몇 개월 전 기억을 더듬고 더듬었다.

“진짜 모르겠어?”

“······”

“형.”

형. 그 단어를 듣는데, 죽었던 기억이 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떠올랐다. 그래, 누군지 알겠다. 다시는, 앞으로는 절대 들을 리 없다고 생각해 기억에서 지워버린 목소리. 죽으려면 근무 중에 죽는 게 나았다고, 망설임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던 목소리.

입술을 깨물었다 놨다. 누군지 알아차린 순간, 막혔던 목소리가 평소처럼 나왔다.

“······이지균.”

지균은 대답 대신 웃었다. 터져 나오듯 낄낄대는 소리가 귀를 찔렀다. 일부러 상대방 심기를 거스르려는 의도가 다분한, 비열한 웃음소리였다.

“우리랑 손절 치고 잘살고 있어?”

“너 뭐야.”

“내 번호 차단했더라? 하 씨발. 기분 존나 더럽던데.”

“이지균!”

“조폭이랑 붙어먹으려고 가족이랑 손절한 거야?”

“······너 그거 무슨 소리야.”

“뭔 소리긴. 모른 척 그만하고. 나 다 알고 있어. 경찰인데 찔리지도 않아? 조폭이랑 붙······ 아, 정확히는 붙어먹는 게 아니지. 박히는 거지.”

적나라하고도 직접적인 말에 숨을 삼켰다. 이건 떠보는 게 아니다. 분명히 알고 있다. 분명하게 내가 박승혁과 만나고, 어떤 관계인지 알고 있는 거다. 할 말을 잃고 지균이 떠드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 진짜 형한테 실망했어. 형이 남자랑 씹질하는 인간이라는 것도 혐오스러운데, 그것도 박힌다고 생각하니까 존나 토할 거 같더라. 그것도 형사가, 아 이젠 형사는 아니지만, 아무튼 경찰이잖아? 존나 양심 안 찔려? 자존심 안 상해?”

“······”

“깡패 좆이 맛있긴 한가 봐.”

“윽······”

갑자기 옆구리가 찔린 듯이 아팠다. 수술 부위였다. 이전에 칼에 찔린 부위. 급격하게 불안해진 정서가 환상통으로 터져 나왔다. 심리적인 게 아니라 정말 숨쉬기가 힘들었다. 칼날이 속을 파고드는 감각이 흐릿하게 느껴져 곧추세웠던 허리를 구부리고 이를 악물어 참았다. 입술을 벌려 심호흡하듯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 간신히 소리를 만들어 내뱉었다.

“······이지균. 너, 너 그거······”

“누가 아냐고? 다 알아. 나도 알고, 엄마도 알고, 동생도 알고, 아빠는······ 들으면 기절할까 봐 말할까 하지 말까 생각 중인데, 내일 아침에 밥 주면서 말할 생각이야. 엄마는 소식 듣고 기절하신 거 알아? 동생도 쌍욕 하던데? 맞다, 형 지금 교통과라며? 거기도 민원 전화 넣으면서 말할까 하는데-”

“이지균!”

소리를 지르고서야 나불대던 소리가 멎었다. 핸드폰을 동아줄처럼 붙들고 소리쳤다.

“말하지 마. 절대, 절대 말하지 마. 아버, 아버지한테 말하면 안 돼. 절대 안 돼. 교통과에도, 절대, 으, 흑······”

수술 부위가 욱신거렸다. 신음을 들은 지균이 웃었다.

“왜 그래? 괜찮아? 난 또, 괜찮을 줄 알았지. 괜찮으니까 깡패랑 그 짓 하고 다닌 줄 알았지. 가족이랑 손절 치게 만든 새끼 좋다고 박히고.”

마지막에 속삭이듯 말하는 소리에 일그러졌던 눈이 뜨였다.

“무슨 말이야.”

“어? 몰랐어? 아는 거 아니었어?”

“빨리 말해!”

“아 존나 시끄럽네. 작년에 나랑 엄마가 민원 넣은 거 때문에 솔직히 형 좀 많이 피곤했잖아. 교통과로 인사이동까지 하고. ······그거 누가 시킨 줄 알아?”

동공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형 애인. 박승혁 이사.”

“······”

“우리 이사님이 형이 존나 마음에 들었나 봐. 먼저 연락해서 원하는 만큼 돈 줄 테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했지. 나야 가족이랑 연 끊겠다고 지랄한 형이 괘씸했으니까. 그러니까 진짜 돈 주면서 좋아하던데?”

‘뭐가 자꾸 감사하대. 계속 부탁드린다, 이런 말도 했던 것도 같고. ······아, 회장님? 이사님? 그런 단어도 말했어. 거의 이사님이라고 했던 거 같다. 이사님 건강하셔야 할 텐데, 그랬나? 몰라. 그게 정말이겠어?’

여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지안이 말했던 지균과 통화하던 사내, 지균이 어울리던 문신한 조폭들, 그리고 이사님이라고 지칭했던 누군가.

지안이 두 단어를 언급한 건 분명 지균이 그 두 단어를 모두 사용했다는 거고, 두 단어 중 ‘이사님’이란 단어를 주로 말했다는 뜻이다. 그래도 세상 모든 이사가 박승혁을 가리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넘겼다. 어쩌면 두 단어 모두 백가연도 박승혁도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을 지칭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사님이라 지칭했다고 박승혁을 바로 떠올리는 자신이 예민한 걸까 하고, 아예 박승혁에게 대놓고 물어볼까 생각하기까지 했다. 얼마나 멍청하고 순진했던가.

그 선택지 중 ‘박승혁이 먼저 이지균에게 연락해 모든 일을 꾸몄다’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 선택지를 떠올릴 시도조차 못 했다. 

대부업체 이사 가면을 쓴 조폭 조직의 수장인데도. 지금까지 얼마나 숱하게 나쁜 짓을 저지른 놈인지를 분명 알고 있는데도. 그에게 이 정도의 일은 양심의 가책에 조금의 스크래치도 못 남길 일일 것인데도. 

그 정도로 그를 믿었던 거다. 훌륭하게 속아 넘어갔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지 않았던 거구나. 씀씀이가 전혀 줄지 않은 것도,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던 것부터 세입자 폭행 사건도 합의금을 주고 손쉽게 마무리한 것까지 전부 박승혁이 지원해줘서.

꼬리를 문 생각은 자연스럽게 박승혁을 떠올렸다. 온몸이 아래로 추락하는 것 같은 절망감과 달리, 머리는 그의 다정한 모습을 상기시켰다. 금방이라도 박승혁이 허리를 껴안고 쓰다듬어 줄 것만 같았다. 

작년 박승혁의 오피스텔에서 같이 살 때 그가 보였던 행동들. 매일 등 뒤에서 껴안아 자던 버릇, 아침엔 머리를 쓰다듬으며 오늘은 상태가 어떠냐고 묻던 부은 얼굴, 퇴근하면 오늘은 약 먹었냐고 물어보던 여독에 물든 얼굴.

그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커 잠시 약을 복용했었다. 수면유도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이라 먹으면 꼭 꾸벅꾸벅 졸았었고, 박승혁은 그 모습부터 시작해 약을 먹는 것조차 탐탁잖게 생각했었다. 이유는 당연히 그런 종류의 약은 오래 먹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지훈도 스스로 알고 있어 정말 못 견딜 때만, 잠이 안 올 때만 먹었다. 

후자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 늘 잘 때 박승혁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잤었으니까. 허리를 쓰다듬다가, 토닥이다가 이따금 수술 부위를 스치듯 만지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느려지는 손길을 느끼고 있으면 없던 잠도 다가오고 잊고 싶은 기억도 흐려졌다. 

얼마 안 가 약을 끊은 건 박승혁 덕분이 컸다. 환상통 증상으로 아파하면 바로 다가와 수술 부위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진행됐던 섹스. 전부 다. 전부 다 박승혁이 만든 거라면.

‘나에게 집착하고, 소유욕과 질투심이 보통 수준을 뛰어넘는 건 백가연 관련 일로 겪어봐서 알고 있다. 그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갈 데 없어 자기밖에 기댈 사람이 없게 상황을 만들고, 기대어 오면 어깨를 내어주는 것. 온전히 저만 바라보게 하는 것.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아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인사이동으로 집을 구해 나갈 때 티 나게 서운해했었다. 새로 간 부서는 어떠냐는 질문에 ‘좋아’라고 답했을 때도 아닌 척 서운해했었지. 설마 내가 계속 자기 옆에서만 있기를 바랐나. 날개 부러진 새처럼.’

심리적인 압박감에 몰린 지훈은 정상적인 사고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연인 사이라면 으레 가질 서운함조차 그의 비정상적인 집착 탓이라고 생각했다. 

핸드폰 쥔 손이 불안이 아니라 분노로 떨렸다. 금방이라도 핸드폰을 으스러뜨릴 듯이 움켜쥐었다. 머릿속에 가졌던 의문이 하나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너 세입자 폭행해서 합의한 거, 그것도 다 박승혁이······”

“어- 맞아, 맞아. 형도 경찰이라고, 들었구나? 맞아. 이사님이 도와주셨지. 이사님 덕분에 우리 집 괜찮아. 형이 안 도와줘도 잘살고 있어. 이것도 형 덕분이라고 해야겠네. 진짜 개좆 되게 고맙다.”

끝에 킥킥대는 웃음소리가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수술 부위에 비수가 꽂히기라도 한 것처럼 킥킥댈 때마다 따끔거리고 쑤셨다. 얼굴에 땀이 맺혔다. 인상을 찡그려 고통을 참아내면서 말했다.

“······내가 박승혁이랑 만나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겠어. 당연히 누가 알려줘서 알았지.”

“박승혁이 얘기했냐?”

“그럼 누가 얘기했겠어. 이사님 말고 더 있어?”

“······”

“이사님이 먼저 연락해서 형한테 불만 있는 거 다 안다고, 형이 일방적으로 연 끊은 것도 알고 있으니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해서 처음엔 형한테 원한 있는 조폭으로 생각했었어. 부하들 빵에 처넣어서 복수하려고 하는 건가, 했었는데······ 며칠 전에 말해주더라고. 듣고 씨발, 존나 놀랐다니까. 정확히 어떻고 어떤 관계인지. 조폭이라서 단어 선택도 참, 잘하시던데.”

이불에 그려진 패턴이 흐릿해졌다. 눈에 눈물이 고여 그렇다는 걸 시간이 흐른 뒤에 깨달았다. 지균은 박승혁이 했던 말이 대단했다며 계속해서 킬킬댔다. 그게 듣기 싫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다른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작년, 박승혁은 병실에서 가족 관계를 정리하라고 했었다. 가족의 밑바닥을 보고도 확답을 내리지 않는 지훈을 답답해하며 내 질문에도 답하라고 했었다.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얼굴을 디밀었었다. 

지훈은 그만큼 옆으로 삐뚜름하게 몸을 기운 채로, 끊을 거라고 얼결에 대답했다. 개인적인 가족사인데 거기에 대한 확답을 받아 내려는 박승혁이 의아하면서도 싫진 않았다.

저보다 더 몸이 달아서 적나라하게 현실을 꼬집어 돌아보게 했다. 머리채를 잡아서 마주 보고 싶지 않은 진실과 마주 보게 했다. 그게 강제성이 짙든, 잘못된 방식이든 간에, 어쨌거나 현실을 마주 보고 깨닫게 해주었다.

그게 전부 자신을 위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완전한 남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감정을 가지고 소중히 여긴다고 생각해서 그런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런 그가 싫지 않았던 거다.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지랄하거나 말리지 않은 거다.

‘전부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그랬던 거였나. 내가 아무 데도 가지 못하게. 자기 말고 기댈 곳 없게 만들어서, 나중엔 풀어줘도 도망가지 못 하게 하려고. 오히려 저에게 매달리게 하려고.’

눈을 감으며 고개를 더 숙였다. 고였던 눈물이 분리되며 아래로 툭 떨어졌다. 처음엔 이불 위에 동그랗게 맺혀 있던 눈물은 곧 흔적 없이 흡수되어 사라졌다.

문득 귓가에 잡음이 들렸다. 듣기 싫어 내내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놨다. 눈을 감은 채로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 

핸드폰을 다시 들어 귀에 갖다 댔다. 이젠 잡음이 들리지 않았다. 통화도 끊어지지 않았다. 꽤 시간이 흘렀을 건데도 용케 전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 아직 나에게 할 말이 남아 있구나. 지훈이 낮게 물었다.

“동생은······ 지안이도 알고 있어?”

“아 진짜, 아까 얘기했잖아. 다 말했다고. 아빠 빼고 다 알고 있다고. 동생은 나보다 더 과격해서 개 쌍욕 박던데. 알잖아, 걔 성격 좆같은 거.”

“······”

“형.”

“······왜.”

“아빠한테 진짜 얘기하지 마?”

겨우 가라앉혔던 감정이 다시 동요했다. 어머니도 동생도, 이미 말해버린 상태라 어떻게 할 순 없으나 아버지는 아직 말하지 않았다. 아버지 귀에 들어가는 것만이라도 막아야 한다.

아버지 당신도 어머니와 똑같다면 똑같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지훈에게 가끔이나마 장남으로서 고생이 많다며 한 마디씩 해주셨던 분이다. 그 한마디도 지훈에게는 큰 보상이었다. 

가끔 받는 보상도 못 받은 지 오래되었다고 느낄 무렵, 아버지 안부를 묻는 지훈에게 어머니는 ‘이젠 방에서 안 나와 나도 모른다’라고 말했었다. 그때가 경위에 임용되고 한 달 후였다. 

현실이 힘들어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인데, 오랜만에 인사하려는 자식도 갑자기 커버린 모습으로 들어가면 놀란다고 말리는데, 힘들다 못해 믿기 힘든 현실을 들이밀면 더는 버티지 못할 거다.

“얘기하지 마. 정말, 농담 아니야. 절대 하지 마······”

“나도 농담 아닌데? 경찰서에도 민원 넣지 마? 형 지금 있는 곳, 교통과도?”

“하지 마. 제발, 제발······”

“생각해보고. 형 하는 거 봐서.”

“내가, 내가 뭐 할까. 어? 내가 뭐 해줬으면 좋겠는데. 일단 다 말해봐.”

“글쎄······”

지균이 흐음, 하며 몇 초간 생각하더니 말했다.

“생각해보고 연락 줄게. 피곤해서 이만 자야겠다. 안녕-”

“지균아! 지균아! 이지······”

끊어진 전화에 대고 말하던 지훈이 핸드폰을 그대로 옆으로 던졌다. 핸드폰이 옆 책상을 정통으로 맞고 바닥에서 굴렀다. 저 정도면 액정이 깨졌을 거다.

“-아아악! 씨발!”

아무도 없는 방에서 마음껏 괴성을 지르고 욕설을 뱉었다. 노래질 정도로 움켜쥔 주먹을 침대에 몇 번이고 내리꽂았다.

“하아, 하아.”

한참이나 그러고 있다가 마음이 진정된 뒤에야 두 손으로 마른세수했다. 심호흡하며 생각했다.

언제부터, 언제부터 알았던 걸까. 박승혁이 지균에게 먼저 연락해 네가 원하던 대로 하라고 하고, 지균은 ‘감히 호구 주제에’ 일방적으로 연을 끊은 지훈에게 악이 받쳐 있었던 상태라 어머니와 합심하여 서에 악질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을 고용하면서까지 악성 민원을 넣었다. 

그랬다면 그때부터 이미 박승혁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그럼 왜 하필 지금에서야 이렇게 전화를 한 걸까. 그것도 새벽에.

이것도 박승혁이 시켰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명준을 집까지 보내어 이곳 별실까지 직접 모시게 하고, 그래놓고는 지금까지 오지도 않고 있다. 지금까지 본 박승혁의 행동 중 처음 보는 모습이다. 어딘가 집중하지 못하고 있던 명준의 모습까지, 모두 지훈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다.

지훈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박승혁이 시킨 건 아닌 듯하다. 지균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자신은 박승혁이 원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오지 않는다며 불안해하고 명준에게 전화해 물어보는 등, 그에게 더 매달리는 연인의 꼴을 보이고 있었다. 

박승혁이 원하던 모습인데 구태여 지균을 시켜 사실은 뒤통수를 때렸다는 것을 알리게 하진 않을 거다. 

가능하긴 하다. 박승혁이 자신에게 질렸다면.

박승혁이 아무리 그럴 리가 없다고 나오고, 무섭게 집착했지만 결국에 그것도 하나의 감정일 뿐이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달라진다. 감정이 달라지면 관계가 퇴색된다. 

병실에서 손을 잡고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연애하는 것처럼 제대로 한번 만나보자고 했으나 세상에 만났다 헤어지는 연인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목숨까지 집착한 만큼, 더 짧고 굵게 감정이 끝났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직접 표현하기엔 먼저 내뱉은 만큼 치졸해 보이니 이런 방법을 쓴 것이다. 지훈이 알아서 실망하고 질려 떨어져 나가도록.

그것도 아니라면? 지균이 백가연과 박승혁 둘 다 양다리를 걸친 걸까. 지안이 지균이 통화 당시 ‘회장님’이라고도 불렀다고 했으니까. 그놈 성격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아니, 먼저 백가연에게 연락해 양다리를 걸쳤을 거다. 이게 제일 유력하다. 그럼······

박승혁에게 말해야 하나. 지균과 이런 내용의 통화를 했고, 이런 내용의 말을 했다는 걸. 백가연과 양다리를 걸쳤을지도 모른다는 걸 내 입으로.

난 이제 박승혁을 어떻게 대해야 하지. 물론 통화할 당시엔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막상 통화를 끊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감정이 가라앉고 그보다는 속상한 감정이 밀려왔다. 속상한 감정과 더불어 깊은 절망감이 몸도 마음도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건만 입안이 씁쓸했다. 환상통이 느껴졌던 부위는 여전히 쓰라림이 남아 있다.

이런 상황이 되니 오히려 자신이 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 설사 모든 게 박승혁 손아귀에 있었던 일이라 쳐도, 그가 베푼 애정이나 관심이 좋았다. 약을 복용할 정도로 힘들 때 오피스텔에서 같이 지내게 하면서 내어준 어깨가 고마웠다. 덕분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설사 그게 전부 그가 만든 일이라 해도.

박승혁이 밉다. 지금 눈앞에 있으면 평소보다 더 거칠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을 쳐버리고 싶을 만큼. 그런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보고 싶다. 며칠간 얼굴도 보지 못했다. 화가 나 주먹을 날리고 싶어서 보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그가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이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이 씁쓸했다. 여러 복합적인 감정이 어지럽게 뒤섞였다. 이걸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우두커니 있었다. 

‘모르겠다. 일단 자고······’

‘우우웅-’

“헉.”

진동 소리에 깜짝 놀라 신음을 뱉어버렸다. 바닥에 놓인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고 있었다. 또 딱딱한 데 놓여 있어 진동 소리도 크다. 얼굴을 구기고 혀를 찼다. 또 지균이 보냈나 싶어 액정에 뜬 번호를 읽으려고 고개를 침대 밖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지균도, 박승혁도 아니었다. 자신이 저장해놨던 이름이 떠 있었다. 의외의 이름에 두 눈을 크게 떴다.

‘팀장님(강력팀)’

형사 시절 속해있었던 강력팀 팀장이었다. 인사이동이 확정된 이후로는 연락도, 얼굴도 본 적 없었다. 당시 떠돌던 소문을 아닌 척 믿었던 이 중 한 명이다. 본인은 가정이 있음에도 박승혁 산하 영업소에서 잘 상납받는 주제에 질책 조의 눈빛을 보냈던 사람. 이 사람이 왜. 다시금 불안이 밀려왔다.

아직 불행은 끝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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