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친구?”
무경은 잘못 들었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이내 자신은 친구가 없다는 말을 지껄였다. 하윤은 그를 보며 쯧쯧 혀를 찼다. 물론 무경은 저 말곤 다른 친구가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 친구가 자신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 생각엔 네 기억이 단순한 상실뿐만 아니라, 다른 기억과도 섞인 것 같아.”
“…….”
“너. 걔랑 내 기억 섞였어.”
자신이 무경이 생각하는 걔가 아니라서 거부감이 든다면, 저도 꼭 걔가 저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하윤은 걔와 자신을 분리하기로 했다. 마침 적당한 상대가 있었다. 그날 전날에, 실종된 아이.
“김희원. 걔랑 나랑 착각하고 있다고.”
“김희원?”
무경이 희원의 이름을 뱉는 순간 아차 싶어 가슴이 뜨끔거렸다.
비록 실종된 김희원과 대화 한 마디 나눈 적 없다 하더라도 양심의 가책을 피하진 못했다. 분명 지금 하는 거짓말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으리라는 것을 알지만, 지금 당장 다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윤은 무경을 잡는 데 수단 방법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절박함이 방패가 되진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거짓말이 자신을 갉아먹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김희원……. 김희원.”
무경은 이름을 되뇌다가 자신의 입술을 더듬었다. 다른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일까. 무경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그러다가 문득 김희원의 이름을 알려 준 것이 무경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하윤은 숨을 헉 들이켰다. 일이 꼬였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불안이 밀려왔다.
“김희원. 그래, 그거였어.”
“…….”
무경의 기억이 엉켰다는 것은 그의 증상이 일반적인 기억상실과는 다른, 정신계 괴수에 의한 후유증이라는 것을 참고했다. 더없이 얄팍하고, 믿기 어려운 하윤의 거짓말을 조금이나마 그럴싸하게 꾸미기 위해 이야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하윤은 자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이래 놓고 뭐? 나 하나 잊은 것밖에 없다고?’
웃기지도 않은 소리였다.
“너 진짜 치료받아야 해.”
“됐어, 지금 와선 소용없어.”
“그렇지만.”
“희원이. 희원이 찾아야 해. 희원이에 관해 알고 있다고 했지. 가르쳐 줘. 희원이가 어떻게 됐는지. 왜 사라진 건지.”
시리얼 바를 먹길 잘 했다. 공복이었다면 지금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하윤은 조금 누그러진 무경을 소파로 이끌었다. 그를 앉힌 뒤, 저도 자리에 앉았다. 이대로 그냥 누워 자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으나, 아직 거짓말을 지어내야 했다.
하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에, 아주 조금의 거짓을 섞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김희원이자 김희원이 아닌, 김하윤이자 김하윤이 아닌 김희원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내가 하는 말은 내가 뉴스에서 본 것과 선생님이 마지막 순간에 내게 알려 주신 것들을 합한 거야. 일단 네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발단이었던 것 같은 부분부터 시작할게.”
하윤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긴장으로 손끝이 차가웠다. 하지만 여기서 겁먹고 내뺄 순 없었다.
“듣고서 어느 부분이 기억나지 않는지 짚어 봐. 그러고 나서 나중에 내가 한 말이 사실이 아닌지 확인해 봐. 그리고 맞다면 네가 잊고 있는 것들을 내가 계속 이야기해 줄 테니까 그 대신에……”
“……?”
무경은 팔짱을 낀 채 희원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서 경멸을 느꼈다. 하윤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마저 말했다.
“다시 친구 하자.”
“…….”
“내 부탁은 그거야. 다시 친구 하는 거.”
무경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하윤의 저의를 의심하듯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다가 긴 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야기 해 봐. 친구고 자시고, 어쨌든 너 나한테 그 이야기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희원의 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무경은 의외로 얌전하게 굴었다. 하윤은 눈을 감고서 기억을 더듬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서울에서 미궁이 열리기 전에, 에스퍼들의 연쇄 납치살인사건이 일어났어. 처음엔 납치만 된 줄 알았지 살인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다가 나중에 시신이 발견되고 시신이 살아 있을 때 장기를 적출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지. 이것만으로 놀랄 일인데 사건은 계속 일어났어. 점차 범행대상의 나이가 어려졌어. 기억나?”
무경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익숙하기는 해.”
“범행은 그치지 않고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 그래서 학교들은 단축수업을 했어. 그땐 일찍 가니까 마냥 좋았지.”
“일반 학교도?”
“아니. 거긴 말고 우리 쪽만. 그러던 중에 선생님이 지방에 문상을 다녀오셨어. 난 마침 새벽녘에 깨서 물을 마시려고 주방에 내려갔다가 선생님과 마주쳤지.”
“잠깐. 주방에 내려갔는데 왜 네가 어머니랑 마주쳐?”
“기억이 안 나나 보지만, 선생님은 내 능력을 일찌감치 알아보시고 제자로 거두셨어. 우리 부모님은 두 분 다 비에스퍼라 에스퍼인 날 양육하기 힘들어하셨거든.”
“아니야, 난 김희원이랑 같이 살았어.”
“맞아 같이 살았어.”
“……?”
“너희 둘이 같은 방 썼잖아. 그건 기억나?”
예민하게 반응하던 무경은 하윤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윤은 무경의 얼굴을 가만히 관찰했다. 무경은 기억이 충돌하는 부분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맞아. 같은 방을 썼어.”
“그런데 그건 다른 사람들은 잘 몰랐어. 아까도 말했지만, 문지기들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지 않아. 희귀한 데다 능력을 악용할 소지도 있어서. 선생님께서도 당신이 문지기라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셨듯이 우리 모두가 세간의 무관심에 숨어서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지.”
“문지기 이야기는 왜 하는 거야?”
하윤은 생각 좀 하라며 머리를 가리켰다. 늘 저보다 머리 좋은 무경에겐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윤은 몰래 웃었다. 그러자 아주 조금 용기가 났다.
“내가 왜 문지기 이야기를 했겠어. 희원이도 문 여는 능력이 있어서 선생님의 보호가 필요했어. 그래서 같이 생활했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드러나선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 드러내지 않고서 함께 생활했다고?”
“그래. 걔는 문을 열 수 있었으니까.”
“…….”
“기억해 봐. 너 걔가 늘 달아날까 봐 싫어했잖아. 그게 왜겠어. 대단한 백무경이 잡을 수 없게 문이라는 걸 열고 공간을 뛰어넘어 버리니까 그렇잖아.”
무경은 눈을 끔뻑였다. 기억이 났는지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랬었노라 중얼거렸다.
“하지만 문지기라는 걸 드러내지 않고 그냥 집에 와도 됐잖아. 밖에서도 문지기라는 걸 드러내지 않았다며.”
“그게 앞에 말한 연쇄 납치살인사건이랑 관련이 있어.”
“……?”
“이게 좀 복잡하단 말이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긴 줄 알았는데 이어져 있었거든. 그러니까 내가 어디까지 말했더라. 선생님이 장례식장을 갔다 왔다는 말을 했었나?”
“그래.”
“선생님은 정기오와 문태강과 함께 문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었어. 정확히는 미궁의 문에 관한 것이었지. 그리고 선생님이 갔던 장례식장은 정기오의 장례식장이었지. 착잡한 얼굴을 하고 계셨어.”
“정기오와 문태강도 문지기였어?”
하윤은 손뼉을 쳤다. 정답을 맞혔다는 의미였으나 무경은 싸늘한 얼굴로 하윤을 응시했다. 멋쩍어진 하윤은 손뼉을 치던 손은 허벅지 밑에 밀어 넣었다.
“맞아. 그리고 얼마 뒤에 문태강도 죽음을 맞게 돼. 지금 말하는 문지기 이야기는 최대한 비밀로 해 주길 바라. 밝혀지면 조금 껄끄러운 이야기거든. 이건 선생님도 관련 있는 이야기니까.”
“계속해 봐.”
“그리고 미궁이 열리기 하루 전에, 김희원이 사라졌어.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에 그들이 집으로 찾아왔지.”
“잠깐. 그 전날에 사라졌는데 난 희원일 찾은 기억이 없는데?”
“그냥 일찍 하교한 줄 알았지 뭐. 네가 너무 찝쩍거렸거든.”
“내가?”
“그래. 그런데 걔는 당장 너랑 친구 이상이 되고 싶지 않았거든.”
“왜?”
“……너무 좋아해서.”
“……좋아한다면서?”
무경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윤은 동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말로 당시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타인이 어떻게 저를 이해할까.
“너랑 사귀게 되면 남은 삶 동안 너만 사랑할 거니까. 그게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게 부담스러웠대. 주변에서도 그걸 우려하기도 했었거든. 너랑 걔랑 둘 다, 서로밖에 없어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서. 그래서 너무 좁게 살아갈까 봐.”
이미 큰 조각, 작은 조각이 벌어질 틈 없이 맞닿아 그 상태로 온전했는데. 그랬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었는데.
하지만 그것을 둘의 세계가 깨어지고 난 뒤에야 알았다. 망망대해 위에 작은 판자 조각과 함께 떨어진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겁나고 낯설고 슬펐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까? 아니면 아예 늦게, 죽을 때쯤에 알았다면 좋았을까?
“둘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야?”
“그건 아니야. 걔도 네가 곁에 없는 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거든. 그냥 생각만 그랬던 거지. 이미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도 없는 주제에.”
“……그런데 넌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쏘아 묻는 말에 질투가 묻어 있었다. 하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무경이 왜 웃느냐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런 말을 그 집에서 누구한테 하냐? 바쁜 선생님한테 하겠어, 아니면 바쁜 선생님 쫓느라 바쁜 아저씨한테 하겠어. 그것도 아니면 너한테 너 말고 다른 사람도 만나 보고 싶다고 말하겠냐구. 만만한 게 나지. 나밖에 없지. 걔 그런 마음 아는 건, 나밖에 없지.”
이상하게 목이 멨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목구멍에 쌓여서 내려가지 않았다. 코끝이 찡했다가, 숨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니까 사라졌다.
“……그날 일은 너무 많은 게 겹쳤어.”
불행을 인지하기도 전에 서로 다른 불행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김하윤 저 하나밖에 없었다.
하윤은 제게 쏟아진 불행에 압사당하지 않도록 생각을 미루고 또 미뤘으나, 아차 하는 순간에 그날의 기억이 불쑥 떠올라 곱씹게 하고 후회하게 했다.
“어쨌든 찝쩍거렸다고는 했지만, 네 탓은 아니야.”
“그걸 어떻게 확신해.”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다음 날 집에서 놈들을 만났겠지. 앞에 말했던 에스퍼 납치살인사건의 범인들. 그들이 속한 단체를 피노키오라고 했고, 우두머리를 제페토라고 불렀어. 사실은 마흔다섯 넘은 김득철이지만. ”
하윤은 새벽에 김득철이 찾아온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무엇을 만들고 싶어 했고, 무엇을 하려고 했었던 것인지 등.
그리고 그는 모자란 재료를 보충하기 위해 서이주를 노리고 있었고, 백진하는 그녀의 탈출을 돕다가 사망했으며 김득철은 죽은 백진하의 시신을 조종하여 저희를 공격하게 했었노라고.
“김득철은 인형을 만드는 데 도가 텄대. 자기 인형을 만드는 것도 우스운 일이라더라. 본체는 어디 있는지, 그날 현장에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아.”
하지만 있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윤은 알려진 나이 보다 늙어 보이던 김득철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인형을 완전히 똑같이 만들지는 못한다고 했어. 대신에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고 해.”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 하윤은 문득 자신의 말을 곱씹었다. 그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괴수를 동강내고 밀려드는 사체를 피해 하윤은 다른 문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무경은 김득철과 함께 있었다.
“내 생각에는 그렇게 보이도록 한다는 점에서 김득철이 환각이나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에스퍼가 아닌가 싶어.”
“…….”
“내가 괴수를 피해 잠시 자리를 피했을 때, 넌 김득철과 함께 있었어. 그리고 내가 다시 왔을 때는 폭주하고 있었지.”
하윤이 하는 의심을 무경도 하기 시작했는지 팔짱을 끼기 시작했다. 무경의 눈동자가 정처 없이 움직였다.
“내 기억이 섞인 건.”
“……정신계 에스퍼에게 이미 노출된 뒤, 정신계 괴수의 능력에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다 넌 암시도 걸려 있었고.”
“암시?”
“김하……희원이 법적 성인이 될 때까지 관계하지 않는 거.”
“그런 게 걸려 있었다고?”
“네가 선생님 아들이니까. 압력이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 거지.”
“설마 내가 희원이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글쎄. 근데 너도 거부하지 않았어.”
무경은 많은 이야기를 들은 탓에 두통을 느끼는지 미간을 문질렀다. 그러다가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엔 놀라지 않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까.”
서이주는 문지기였고 이미 두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이기만 해도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왔으리라.
“그런데 그날 넌 뭘 한 거야. 어떻게 하다가 어머니를 만난 거지? 희원이가 그들에게 납치된 건 또 어떻게 알았고.”
“김득철이 들이닥치고 심상찮음을 느끼신 선생님은 우리 둘을 탈출시켰어. 하지만 지하 탈출로에는 괴수가 이미 들어찼고, 부근에 내가 열 만한 문은 미궁의 지배하에 들어갔어. 쉽게 열고 나갈 수도 없었고 너도 데리고 갈 수 없었지.”
“짧게 이야기 해.”
“결국, 밖으로 도망치다가 김득철을 만났고, 그가 조종하는 아저씨와 대치하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괴수를 피해서 본능적으로 문을 열고 도망쳤지. 그리고 거기서 숨어 있던 선생님을 발견했어.”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을 예견한 서이주는 하윤에게 유언을 남겼다.
[열쇠를 완성하렴.]
그리고 그 뒤에 그녀는 무경을 부탁했다.
‘백무경의 행복을.’
그리고 김하윤의 행복을.
“아저씨와 싸우고 난 뒤, 나는 김득철의 인형에게서 그가 만든 도구를 빼앗은 참이었어. 선생님은 내게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셨어. 김득철이 선생님을 보자마자 제 흥에 취해 마구 주절거렸대. 김희원 이야기도 그때 들은 거고. 그 뒤 나는 선생님을 도와 문을 열고, 닫았어.”
“문?”
“미궁의 문.”
“…….”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아. 내가 한 건 내 쥐꼬리만 한 힘을 짜낸 게 고작이니까. 하지만 그 대가로 선생님은 목숨을 잃으셨고 난 힘을 잃었지. 선생님의 시신은 내가……. 내가 만든 샛길에 계셔. 그때까진 아주 조금이지만 힘을 쓸 수 있었거든. 그러고 나서 널 찾으러 갔어.”
“그럼.”
“…….”
“희원이를 찾으러 갔었어야지. 왜 날 찾으러 왔어? 왜 날. 찾아왔었어?”
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으론 몇 번이고 다시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해도 똑같이 널 찾아갔으리라고 생각했다. 대답하지 못할 만큼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분을 참지 못한 무경은 하윤의 멱살을 틀어쥐고 흔들었다. 천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목이 쓸렸다.
“……그러면 다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았어.”
사실에 거짓말 조금.
아니, 거짓말만.
하윤은 입을 다물었다. 울음을 참아 내는 턱이 힘들다고 달달 떨어 댔다. 하윤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자 제 가슴팍 위로 굵은 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한없이 가벼운 것이, 더없이 무거운 것이 되어선 자꾸만 가슴을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