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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367화 (367/542)

〈 367화 〉 일은 대충 임기응변으로­4

* * *

레이시가 있는 마차에 돌아간 아샤와 미스트.

미스트는 음료를, 아샤는 모빌과 딸랑이를 산 채로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레이시는 에일렌과 놀아주다가 두 사람이 들어오자 인사하면서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건 뭐예요?”

“선물이랍니다. 음료수에요.”

“아샤는요?”

“모빌이랑 장난감. ……근데 생각해보니 에일렌에게 이건 조금 무거울 거 같네.”

“에헤헤. 고마워요.”

두 사람의 말에 배시시 웃다가 음료수를 받아드는 레이시.

레이시는 엘라에게도 음료수를 마시라면서 자고 있던 엘라를 깨웠고, 엘라는 레이시의 손길에 몸을 비척이다가 천천히 눈을 뜨고 하품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료수네…….”

“네.”

“다른 준비는 다 된거야?”

“물론이죠.”

미스트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엘라.

엘라는 미스트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료수를 마시기 시작했고, 차가운 음료가 식도를 타고 들어오자 잠에서 깨서 기지개를 켜며 추가적으로 질문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아샤 말로는 횡령한 돈이 있다던데 대충 어느 정도야?”

“자세한 건 조사를 제대로 해봐야 알겠지만, 대략 1달에 30억이요.”

“헤에……, 3만 명이 있는 곳에서 30억을 어떻게 털었대?”

왕가에서는 오라토리엄 왕국민 1억 명에 수도에서 사는 부자들의 돈까지 모아서 그렇게 돈을 모을 수 있었다지만, 이 작은 도시에서 어떻게 30억이나 털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한 달에 10만 원이나 추가 세금을 거뒀다는 계산이 끝나자 헛웃음을 들이키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고, 미스트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엘라의 계산이 틀린 것 같지 않냐고 물어봤다.

“이 도시의 인구수의 15%는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청소년이잖아요? 나머지 15%는 노인이고요. 그러니까 이 도시의 70%. 2만 1천 명에게서 30억이나 턴 거랍니다.”

“아……, 그렇게 되나?”

“네.”

“더 미쳤네.”

엘라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미스트는 아무래도 한 사람당 15만 원의 추가 세금을 거두었다고 엘라에게 보고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발언에 한숨을 내쉬다가 정말 애매하게 추가 세금을 거두고 있었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입을 열었다.

“더 저질이네. 이 정도면 일부러 사람들이 왕가에다가 신문고를 올리지 못할 정도로 계산한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감옥에 보내야지. 원래는 귀족 작위에서 박탈하고 유배를 보내서 학교라도 운영하게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악질로 살았다면 감옥으로 보내야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는 엘라.

엘라는 아샤를 바라보더니 그래서 저택에 돈이 많아 보였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눈을 감더니 자세한 건 몰라도 건물에 비밀 방이 있다고 말했다.

“계단으로 가리긴 했는데 문의 간격과 방의 넓이를 생각해봤을 때 방 하나가 더 있을 거야.”

“그래?”

“응, 거기에는 안 들어갔으니까 전혀 모르겠지만.”

어깨를 으쓱이면서 방에 들어가자고 말하는 아샤.

엘라는 아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스트와 가보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 대화를 얌전히 듣다가 뭔가 형사 같다면서 작게 웃다가 조심하라면서 엘라를 배웅했다.

“걱정 마. 어차피 별 다른 반항을 못 할 거거든.”

아갈레타와 협력하고 있던 영주라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러면 목숨이라도 부지하기 위해서 자신의 눈치를 볼 게 틀림없다.

거기에다가 지금은 아갈레타 가문의 사실상 사라진 상황.

휘두를 칼조차 사라졌으니 자신에게 어떻게 저항할 수 없고 할 수 있는 저항은 비밀 방을 숨기는 것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말한 엘라는 미스트와 함께 영주의 저택으로 갔고, 영주는 이번에는 딱 한 번 얼굴을 봤었던 엘라가 저택에 들어오자 덜덜 떨면서 엘라를 바라봤다.

일단 엘라의 예상대로 비밀 방을 숨기려고 한 영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 영주는 어떻게든 엘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서 새로 마을에 들어온 상인에게 고급 와인을 얻었다면서 엘라에게 아양을 떨었고, 엘라는 영주의 아양에 50대 남자의 아양 같은 건 보고 싶지 않았다며 눈을 찌푸렸다.

거기에다가 아양을 부리는 사람이 심각한 마약중독자.

아마 정신을 망가트릴 수준의 독한 마약을 사용한 것 같지는 않지만, 대마 수준의 마약을 사용한 건 확실해 보이는 모습에 엘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아샤가 말한 비밀방을 열었다.

“책장을 이용한 비밀문은 너무 허접하잖아.”

“헉……!?”

“그리고 마법으로 보안을 만들거면 마력의 잔재를 치워야지.”

한숨을 내쉬면서 영주에게 핀잔을 주는 엘라.

엘라는 그렇게 핀잔을 준 다음 비밀방에 들어갔고, 이내 쌓여있는 보석과 금괴들을 보고는 미스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아있는 금액은 총 100억 정도라고 말했고, 엘라는 좁은 방에 용케도 100억이나 모았다면서 영주를 힐끔 바라봤다.

“다른 방도 있지?”

“네, 네!? 어, 없습니다!”

“정말?”

“네, 없습니다! 저희 저택에 있는 비밀방은 여기 말고는 없습니다!”

“…….”

비밀방은 여기밖에 없다.

하지만 이 영지가 아갈레타 가문과 협력하기 시작한 시간은 꽤 오래 되었으니 고작해야 100억만 모았을 리가 없다.

아갈레타와 협력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고, 실종인들을 처리하고, 개인적인 취미의 고급 마약과 고급 술을 사고, 여자에게 줄 선물을 산다고 해도 적어도 200억은 남아야 한다.

애초에 한 달에 30억은 모을 수 있는데 200억도 밖에 못 모으는 것도 이상한 거니, 마약 중독자가 아니었다면 허들을 훨씬 높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미스트에게 장부를 가져오라고 말한 다음 영주와 마주 앉았다.

그러자 영주는 최대한 돈을 헌납해서 자신의 죄를 줄이자고 생각했고, 낮에 왔었던 상인에게 샀던 와인을 선물하며 돈을 헌납하고 당장에 세금을 줄이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불탄이라는 자가 판매한 와인입니다. 처음 보는 상인이었지만, 와인의 질은 꽤 좋더군요.”

“흐으응…….”

“와인의 도시에서 와인입니다만…….”

“알아, 여기에 오기 전에 들렸으니까.”

“읏…….”

마냥 허접해 보였는데 상인은 상인이라는 걸까?

이런 면에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다고 생각한 엘라는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어봤고, 영주는 엘라의 말에 비밀 방에 있던 재산을 모두 왕가에게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꽤 열심히 모은 모양이다만, 그걸 그렇게 쉽게 기부하겠다고?”

“네, 넵!”

“아갈레타 가문이 없어져서 발등에 불이 붙었나 보네?”

“그, 그건 아닙니다……!”

“아니면, 뭐야? 협박 받지도 않았는데 영지민들에게 불법적인 추가 세금을 거두고서 모르는 척 하겠단 거야? 아주 치밀하게 계산을 했던 모양인데……. 그렇게 계산해서 모은 재산을 그냥 헌납하겠다고?”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냐면서 웃는 엘라.

엘라는 술잔을 가볍게 돌리다가 와인잔을 그대로 내리면서 어느쪽이냐고 물어봤고, 영주는 엘라의 말에 흠칫 떨면서 눈을 이리저리 돌렸다.

엘라는 아갈레타를 지우기 원한다.

그러니 아갈레타를 팔아먹어도 큰 문제는 없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아갈레타를 팔아치우고 여기에서 ‘사실은 협박당해서 뭘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는 식으로 말해서 죄를 최대한 더는 게 맞다.

하지만 영주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아갈레타 가문이 평범한 가문이던가?

오랜 기간 암살자로서 살아온 암살자 가문이자 한 때 오라토리엄 왕국을 양분하던 유서 깊은 암흑가의 제왕 아니던가?

아무리 그 가세가 쇠락하고 새로운 암살 가문이 올라오고 있다지만, 이런 상황에서 살아서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멈추지 않아 지금 여기에서 아갈레타 가문을 팔아넘기면 나중에 살아남은 잔당이 자기 목을 자르러 올 거라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족이 죽는다면 어떻게든 돈으로 재혼해서 새 아이를 낳으면 된다지만 자기가 죽는 건 싫다.

그렇게 생각한 영주는 엘라의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영주의 모습에 너무 오랫동안 아갈레타의 힘을 봐서 그 힘을 너무 크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힘을 조금만 제대로 볼 줄 안다면 자기가 죽이려고 하는 시점에서 살아남아서 영주를 암살하는 일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 텐데…….

그렇게 생각한 엘라였지만, 이내 엘라는 어차피 범죄자이니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와인으로 입을 축였다.

자기가 신경 쓸 건 법을 지키는 백성과 자기 가족이 될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삽질을 해서 자기 목에 밧줄을 채우든 뭘 하든 무슨 상관일까?

엘라는 미스트를 기다리며 그렇게 생각하다가 미스트가 장부를 들고 방에 들어오자 이상한 점이 있는지 물어봤고,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비밀방에 있는 물건의 값어치를 전부 합해도 돈 계산이 안 맞다고 대답해주었다.

“대략 150억이 비네요.”

“흐으으응. 어떻게 된 거지?”

“참고로 창고의 지하에 뭔가 있더군요. 들어오는 문은 하나고 바람은 위에서만 불어와야 하는데 옆에서 불어오던 바람이 있었어요.”

“그래?”

“네, 아마 창고의 벽면에 비밀 방이 있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그렇다는군, 영주. 어떻게 설명할 거지?”

“거, 거기는! 거기는 안 됩니다!”

“왜지? 설마하니 불법조직과 협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아갈레타 가문이 거의 모든 귀족이 알만큼 유명한 가문이라고 하지만, 겉으로는 일개 범죄자 집단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그러니 그들과 협력했다는 증거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면 영주의 목숨은 없다.

아갈레타의 힘이 그대로 있었다면 아갈레타 가문의 협력자로서 아갈레타에게 돈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서 무마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갈레타 가문의 전투원과 당주는 레이시에게 죽었다.

그럼에도 마약 제조부와 암살부는 살아있지만, 그런 것들만 살아봤자 자기에게 대적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데이 드렁커가 여기를 지배하는 것도 막을 수 없다.

애초에 병사와 모험가, 용병의 지원을 등에 업고 밀려드는데, 귀족의 지원도 끊겨버린 암살자만으로 어떻게 상대할까?

그렇게 생각하던 엘라는 눈빛을 차갑게 만들면서 영주를 바라보다가 미스트에게 장부를 아공간에 집어넣은 다음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했고, 영주는 엘라의 지시에 당황하면서 자기가 전부 말하겠다고 빌기 시작했다.

하지만 엘라는 이미 기회를 줬다면서 영주를 뿌리친 다음 창고에 들어갔고, 미스트의 말대로 아주 미묘하게 바람이 부는 창고의 벽을 부순 다음 보이는 통로에 들어가 비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림 같은 예술품도 섞여 있는 창고.

보물이 상하지 않게 온도가 조절되고 있는 비밀창고에 이럴 거면 차라리 벽면에 붙이는 게 나았을 거라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통로가 길어서 온도의 차이가 생겼군.”

“그런 모양입니다.”

“여기에 있는 건 전원 압수다. 아버지에게는 새로운 영주를 보내달라고 전언해라. 심판관도 부르고 여죄를 조사해서 징역 250년 이상이 된다면 그냥 귀족 작위 박탈까지 시켜.”

“알겠습니다. 공주님.”

“에, 엘라 공주님! 공주님! 제발! 제발 그것만은!”

“시끄럽다. 여기에서 나를 만지면 불경죄로 처단하지. 좋지? 3족까지 확 몰살이다.”

“커흑!”

엘라의 말에 다급하게 손을 떼면서 덜덜 떠는 영주.

엘라는 그런 영주의 모습을 한껏 비웃고는 발걸음을 밖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영주는 엘라의 모습에 망연자실하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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