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8화 〉 에일렌 탄생 파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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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가 다른 왕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레이시는 미스트가 마련해준 방 안쪽에서 에일렌에게 가슴을 물리고 있었다.
이제는 이빨이 나서 또 다른 느낌이 나는 에일렌의 입.
레이시는 자기 가슴을 물고 있는 에일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다가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에일렌이 젖을 뗀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복잡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야 성장을 하는 건 기쁜 일이지만……, 자기 가슴을 쪽쪽 빨아먹는 에일렌을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것도 사실.
그렇기에 레이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볼을 콕 찔러봤다.
“으응? 왜요?”
“그냥, 주인의 얼굴이 복잡해 보여서 찔러봤다.”
“푸흐흐……, 그게 뭐예요?”
“헤헤, 모른다. 그나저나 언제봐도 신기하다.”
“네?”
“하피는 우유를 안 먹인다. 우유보단 고기를 먹는 게 훨씬 나으니까.”
“아, 아하하……. 하긴 하피는 알에서 마력 앓이를 겪고 나온다고 했죠? 저희 아이도 그럴까요?”
“음, 그러겠지……? 그래서 신기하다.”
꽤 능숙하게 레이시의 주의를 돌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말솜씨에 말을 잘 하게 됐다며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가볍게 볼에 입을 맞췄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며 눈을 피하다가 에일렌을 바라보며 괜히 에일렌의 손을 잡아봤다.
손가락 두 개로 완전히 가려질 정도로 작은 손.
하피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기에 미네르바는 신기하다는 듯 자기 손가락을 쥐고 있는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문을 바라봤고, 이내 레베카와 사리아가 들어오자 눈을 깜빡이며 살짝 경계하기 시작했다.
왕족의 사람이라는 것 같긴 하지만, 미네르바에게 있어서는 그저 남.
거기에다가 지금 레이시는 가슴을 노출하고 있었기에 미네르바는 날개로 레이시를 가려준 다음 왜 지금 들어오는 거냐며 살짝 으르렁거렸고, 레베카는 움찔 떨면서 미스트를 바라봤다.
그러자 싱긋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미스트.
미스트는 밖에서 왕족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서 손님을 이쪽 방으로 데리고 왔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미스트의 말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스트에게 짜증을 내듯 눈을 가볍게 흘겼다.
“그런 거라면 이 방이 아니어도 되지 않나?”
“으음, 한쪽에 파티의 주인공이 없으면 아무래도 호스트로서 손님을 대접하지 못하는 게 되어버려서요. 돌로로스 부마님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아샤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다른 분들은 아니라서.”
“끄으으응……. 흥.”
미스트의 설명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레이시를 감싸안고 날개로 몸을 가려주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고맙다고 속삭이면서 가슴을 닦고 옷을 내렸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미네르바의 날개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걸 보고는 조심스럽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럴 수밖에 없었어요.”
“아, 아하하……, 어쩔 수 없던 거잖아요. 이해해요.”
미스트의 말에 붉어진 얼굴로 어쩔 수 없던 일이니 괜찮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대답에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말한 다음 레베카와 사리아를 안내한 다음 새롭게 차와 다과를 건네주었다.
그리고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
레베카는 미네르바의 반응 때문에 겁을 먹은 상태였고 사리아는 레이시와 아예 첫 대면이라 할 이야기가 없었기에 방 안에 있는 모두가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방에서는 어색한 공기가 감싸고 돌기 시작했다.
그런 어색한 공기 속에서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먼저 입을 연 건 레이시였다.
“그, 그나저나! 에일렌이 크게 된다면 학교 같은 곳도 가야 할 건데 어디가 좋을까요!?”
“네?”
레이시가 꺼낸 주제는 학업에 대한 것.
아직 젖먹이인 애에게 말하기에는 조금 그런 이야기였지만, 미스트가 말하길 앞으로 1년만 있으면 5살 수준으로 큰다는 것 같으니 미리 준비해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자기보다 훨씬 먼저 결혼한 두 사람에게 교육에 대한 걸 물어봤고, 두 사람은 레이시가 건넨 손을 잡고서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네요. 에일렌은 빨리 크죠?”
“네, 미스트가 내년이면 5살 정도 아이로 큰데요.”
그 뒤로는 다시 몸을 여무는 데 1~2년. 그런 다음에는 다시 10살까지 폭풍 성장.
뭔가 사람이 아니라 나비가 자라나는 것 같은 성장 곡선이었지만, 어차피 판타지 세계니까 이런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그런 이야기는 미스트랑 하기로 하고 교육은 어떻게 하는지 물어봤고, 레베카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다가 이내 보통은 가정교사라고 말하며 입을 뗐다.
“일반적인 학교에 가기도 하지만, 성장 속도가 다른 아이는 아무래도 모난 돌에 정을 맞듯 따돌림을 당하거든요. 물론 왕족이라는 호칭이 있으니 심하게 따돌림을 당하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당하는 건 당하는 거라…….”
“그, 그런가요? 그런데 그러면 친구를 못 사귀는 거 아닐까요?”
“어릴 때부터 친구를 사귈 필요는 없어요. 빨리 말을 떼고 빨리 뛸 수 있게 되더라도 에일렌은 한 살도 안 된 아기예요. 아직 엄마의 곁에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요?”
“그런 걸까요……?”
“네, 친구라는 건 능력 말고도 여러 경험이 쌓여야만 만들 수 있는 거니까요.”
경험이 충분히 쌓인 성인이야 나이를 신경 쓰지 않고 친구를 사귄다지만, 어린아이의 경우에는 다르다.
아무런 경험이 없는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라고 해봐야 엘라와 레이시를 노리는 여러 귀족에게 이용당하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을 것이다.
레베카는 그렇게 말하면서 몇 년 정도는 레이시의 곁에 있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아예 사람을 못 만나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선 엄마인 레이시 씨가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여주고 그걸 학습한 다음에 친구를 만들든 뭘 하든 해야 할 거 같아요.”
“으응.”
“사리아는 어떻게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저희 아이도 그렇게 컸는데 친구를 사귀는 것에는 문제가 없더라고요.”
“으, 으응……”
육아 이야기가 나오자 활발해지는 대화.
레이시는 그 모습에 자기가 전생에서 카페에서 봤었던 아줌마들처럼 됐다고 생각하며 조금은 슬퍼하면서도 분위기가 풀어졌다는 것에 만족하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불만스럽게 레이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육아로 잡담을 떠는 걸 보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따분해 보이는 미네르바의 얼굴에 미안하다며 손을 잡으면서도 계속해서 에일렌의 교육에 필요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참, 그 사이에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다면 실로트 왕자님의 음악궁에 들어가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
“실로트 왕자님께서는 음악가, 발명가로서의 재능도 있지만, 교육자로서의 재능도 훌륭하시거든요. 거기에다가 체험학습을 시키고 싶다고 하시면 성장 수준에 맞춰서 교육을 해주시고요. 소리가 크지 않으면 에일렌도 아까처럼 울지는 않을 거고요.”
“그렇군요…….”
아이에게 체험 학습을 시켜주고 싶으면 실로트의 음악궁을 방문해보라고 말하는 사리아.
레이시는 사리아의 말에 에일렌이 핸드벨을 흔들자마자 울면서 던져버린 것과 그때 보였던 실로트의 얼굴을 떠올리면서 정말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고, 사리아는 레이시가 뭘 걱정하는지 알겠다는 듯 웃었다.
“아기가 소리가 커서 놀랐을 뿐이니까 실로트 왕자님도 그 부분에 대한 건 신경 쓰지 않으실 거예요.”
“그럴까요……?”
“네, 실로트 왕자님께서는 예전에 아카데미 교수로 일하셨으니까요. 어린애의 반응부터 성인의 반응까지 겪으신 분이니까 에일렌이 그런 반응을 보인 것도 이해하실 거예요.”
사리아의 말에 설득됐는지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는 레이시.
그러자 엘라가 문을 두드리며 들어가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오라고 대답했다.
“슬슬 파티가 끝나는 거 같아서. 마지막으로 인사하자, 레이시.”
“벌써요?”
“대화가 재미있었나 보네?”
“아하하……, 에일렌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조금 신났나봐요.”
“그래? 너무 무리하지마. 레이시에게도, 에일렌에게도.”
레이시의 말에 웃다가 볼에 입을 맞추면서 나가자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밖에 나갔고, 국왕은 레이시의 품에서 자는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감격한 듯 나중에 또 와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공무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찾아와도 괜찮다고 말했고, 국왕은 그런 레이시의 말에 기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자주 찾아오면 싫어할 거지만.”
“커흑!”
엘라의 말 한 마디에 그대로 쓰러졌지만.
레이시는 그런 국왕을 보며 어색하게 웃다가 다른 사람들이 물러나는 걸 끝까지 배웅해줬고, 엘라는 레이시와 같이 사람을 배웅하다가 왕족들이 저 멀리 떠나자 기지개를 켜면서 음악궁에 가보고 싶냐고 물어봤다.
“네?”
“새언니들이라면 그렇게 말할 거 같았거든. 실로트 오라버니, 남을 가르치는 능력은 좋고 음악은 아이에게 좋다고 소문이 났으니까 에일렌에게 체험학습을 시켜주고 싶으면 음악궁에 가라고 말했을 거 같았어.”
“휴우, 독심술을 익힌 줄 알았잖아요.”
엘라가 안쪽의 이야기를 들었나 싶어 화들짝 놀라하다가 엘라의 추측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고민해보는 레이시.
마음 같아서는 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에일렌이 핸드벨을 던졌을 때 보였던 실로트의 얼굴이 마음에 걸린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엘라에게 실로트가 화난 게 아닌지 물어봤다.
“화는 안 났어. 오히려 에일렌이 그런 반응을 보인 이유를 추측해서 말해주던걸?”
“네? 뭐래요?”
“아이에게 잡음이 하나 없는 너무 깨끗한 소리는 처음이라 낯설게 느꼈을 거래. 보통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소리의 파형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핸드벨은 완전히 깨끗한 소리를 낸다고 했거든. 레이시는 느낌 안 들었어?”
“아하. 소리가 좋다고 생각하기는 했죠.”
그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엘라의 손에 들린 핸드벨을 조심스럽게 잡고 가볍게 흔들어봤고, 이내 핸드벨에서 소리가 작게 울렸다.
에일렌이 울었던 걸 떠올리면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핸드벨을 흔드는 레이시.
레이시는 나름대로 소리를 죽여서 흔든다고 흔들었지만, 에일렌에게는 그 소리마저도 컸는지 에일렌은 눈을 뜨더니 핸드벨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고 그 모습에 동시에 숨을 삼키는 엘라와 레이시.
두 사람은 에일렌이 울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 침을 꿀꺽 삼키면서 에일렌을 바라봤지만, 에일렌은 이번에는 듣기 좋다는 듯 핸드벨을 향해 손을 뻗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눈을 깜빡이다가 다시금 핸드벨을 흔들었다.
그러자 재미있다는 듯 손을 들어올리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다가 아까 에일렌이 있는대로 마력을 때려박으면서 핸드벨을 흔들었던 걸 떠올리기 시작했다.
마력 조절이 서툰 어린애의 특징.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어쩌면 에일렌이 울었던 건 단순히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그럼 음악궁에 가도 괜찮겠냐고 물어봤다.
“괜찮겠지. 대신에 소리가 큰 악기는 치워달라고 말해야겠지만.”
“에헤헤, 그러면 다음에는 음악궁에 가는 거네요?”
“응. 핸드벨 줘볼래?”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에일렌과 핸드벨을 건네주는 레이시.
엘라는 마력을 조금 가다듬는 듯하더니 가볍게 핸드벨을 흔들었고, 잠시 후 엘라의 저택에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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