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7화 〉 에일렌 탄생 파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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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택에 오기 전에 나이 순서대로 들어 오자고 미리 약속이라도 한 건지 국왕 이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시작해서 작은 사람 순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해요. 인간과 다르게 이렇게 일찍 출산하실 줄은 몰랐어요.”
“에헤헤, 괜찮아요. 엘라 공주님께서 잘 보살펴주셨거든요.”
“대신에라고 할까 선물을 들고 왔어요. 임산부의 몸조리에 좋다는 와이번의 고기에요. 꼭 수프로 끓여서 드세요. 그리고 이건 술! 엘라 아가씨와 특별한 늘에 드셔주세요.”
“이렇게나……, 정말 감사해요.”
국왕 다음으로 온 사람은 메이드 학교에 다닐 때 신세를 졌었던 레베카 왕자비와 아이야트 왕자.
레베카는 레이시가 임신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해산일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면서 연신 사과했고, 레이시는 괜찮다면서 레베카를 진정시켰다.
“오랜만입니다, 레이시 씨.”
“아, 돌로로스 부마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에요.”
“몸에 직접 닿는 것은 꺼려하신다고 들어서 다른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사진 출력기입니다. 사진기는 가지고 있다고 미스트가 말해주어 준비했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군요.”
“고마워요! 정말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레이시를 잔뜩 경계하고 있는 돌로로스와 슈레이.
레이시는 싱긋 웃으면서 돌로로스를 바라봤지만, 돌로로스는 어딘가 긴장한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러한 긴장은 레이시에게 그대로 전해지면서 레이시가 의아함을 느끼게 만들었고,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작게 웃음을 터트리다가 미스트에게 자리로 안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서 자리를 안내하는 미스트.
돌로로스는 미스트의 안내에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고 지정된 자리에 앉았고, 레이시는 그런 돌로로스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볼케릭이 저택에 방문하면서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흠, 고생했다. 받도록.”
저번에 받았었던 엘릭서를 내밀면서 다소 딱딱하게 말하는 볼케릭.
레이시는 차가워 보이는 볼케릭의 모습에 쭈뼛거리면서 엘릭서를 받아들었고, 볼케릭은 레이시가 엘릭서를 받자 눈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이내 미스트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작게 웃는 여성.
볼케릭의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볼케릭에게 이것저것 속삭였고, 볼케릭은 여성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헛기침을 크게 하면서 여성에게 조용히 하라며 작게 핀잔을 주었다.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시선에 볼케릭의 옆에 있는 사람이 그의 아내인 사리아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자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사리아.
사리아는 레이시에게 몸조리를 조심해서 하라고 말한 다음에 볼케릭과 함께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사리아의 모습에 우물쭈물 방황하다가 이내 다른 사람이 들어온다는 소리에 다시 문쪽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이번에 만나는 사람은 문자 그대로 초면인 사람.
그렇기에 레이시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문을 쳐다봤고, 이내 다크서클이 짙은 정장 차림의 실로트가 들어오자 침을 꼴깍 삼켰다.
실로트가 엘라나 미스트처럼 강하지 않다는 건 단번에 눈치챘지만, 정장을 입고 다크서클이 짙은 얼굴을 해서인지 압박감을 느끼는 레이시.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시가 긴장하자 실로트는 덩달아 긴장하더니 이내 다급하게 자리에 앉았고, 레이시는 그런 실로트를 보고 움찔 떨다가 엘라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러자 슬슬 시작하자면서 입을 여는 엘라.
엘라는 자기와 레이시는 술을 마실 수 없지만, 손님들은 술을 마셔주었으면 한다며 잔을 들었고, 국왕은 엘라의 말에 잔을 들며 가볍게 입술을 축이며 레이시에게 축하의 말을 전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이시는 그런 축하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축하하는 말이기는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딱딱했다.
마치 자기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안 중요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해서 축하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듯 말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기에 레이시는 입을 우물거리면서 고개를 숙였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자리에 앉으면서 크게 박수쳤다.
“그럼 공무도 끝났겠다, 편하게 있죠.”
“크흠!”
“읏!? 에, 엘라……. 볼케릭 왕자님이 그…….”
“응? 레이시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편하게 있어.”
“크, 크흠. 조, 조카는 어디에 있지? 아, 아직 만나면 안 되는 시기인가?”
“헤……?”
볼케릭의 말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는 레이시.
볼케릭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얼굴을 더욱 붉히더니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며 아이를 볼 수 없으면 안 데리고 와도 괜찮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볼케릭의 말에 어색하게 웃다가 요람에서 자던 에일렌을 데리고 나왔다.
“자고 있는데 괜히 데리고 온 거 아니냐?”
“아뇨. 슬슬 일어날 때라서요. 곧 밥 먹어야 하는 시간이에요.”
“크, 크흠! 그럼 다른 방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냐?”
레이시의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미스트에게 다른 방은 준비됐냐고 물어보는 볼케릭.
미스트는 볼케릭의 말에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레이시에게 오늘은 밥을 줄 때 저 방에 들어가서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남자 손님이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맨살을 보여주는 건 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볼케릭에게 에일렌을 보여주었고, 볼케릭은 레이시의 품에서 자는 에일렌의 얼굴을 보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술 대신 차를 달라며 잔을 치웠다.
아마 아이를 배려한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저번에 엘릭서를 가져다줬을 때가 떠올라 여전히 외모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부드러운 성격이라고 생각하면서 배시시 웃었고, 볼케릭은 레이시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연달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는 아이야트와 레베카.
아이야트는 볼케릭에게 오늘만큼은 조금 풀어져도 괜찮지 않겠냐면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고, 볼케릭은 아이야트의 말에 살짝 흔들리는 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자기 역할이 역할이기에 다른 사람의 집에서 흐트러질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흐트러지면 다른 곳에서 흐트러지니까 안 됩니다.”
“너는 너무 딱딱하잖니. 레이시뿐만이 아니라 에일렌도 긴장할 거다. 네 얼굴이 좀 딱딱해야지. 골렘이 널 보고 웃겠다.”
“크흠! 형님. 그 정도는 아니잖습니까.”
“아하하,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또 부끄러워하는 거야?”
“레이시 씨가 있습니다. 조용히 해주시죠.”
볼케릭은 아이야트의 말에 레이시를 보더니 크게 헛기침하면서 레이시에게 사과했고, 레이시는 그런 볼케릭의 사과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다시 부끄러워졌는지 자기는 엘라를 혼내는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안 되니 이렇게 웃지 말라며 레이시를 말렸고, 레이시는 볼케릭의 말에 일이라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겠냐며 쓰게 웃다가 엘라의 옆에 머리를 살짝 기댔다.
“좋은 아내를 뒀구나. 아, 아니지……. 시, 신랑……?”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보고 말을 더듬는 볼케릭.
이 부분에서는 볼케릭도 자유롭지 않구나 싶어 레이시는 작게 웃다가 제대로 부부로 봐준다면 어떤 말이라도 기쁘다고 말해주었고, 볼케릭은 레이시의 말에 헛기침을 반복하다 레이시를아내라고 부르면서 다시 한번 레이시를 칭찬했다.
그러자 엘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 그렇다고 대답했고, 볼케릭은 그런 엘라의 반응에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잔소리했다.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잔소리.
엘라는 그런 볼케릭의 잔소리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자기 일은 자기가 열심히 할 테니 밖에서는 싸울 연기나 하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대화에 어색하게 웃다가 안 싸우면 안 되는 거냐고 물어봤다.
“음, 그건 안 돼. 내가 싸우는 척 해야 귀족들이 딴 생각을 못 하거든.”
“에에, 그런 건가요?”
“응, 그런 거야. 그러니까 레이시는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거침없이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추는 엘라.
사리아는 그런 엘라의 모습을 보고 볼케릭을 쳐다봤고, 볼케릭은 그런 아내의 시선에 크게 헛기침하더니 자기는 흐트러지면 안 된다면서 사리아의 시선을 피해냈다.
그러자 다시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야트.
아이야트는 그렇게 한참 웃다가 실로트가 선물을 건네주지 못했다는 걸 떠올리고 실로트의 이름을 부르면서 실로트에게 선물은 언제 건네주는 거냐고 물어봤고, 실로트는 아이야트의 말에 움찔 떨다가 살았다면서 포장된 선물을 엘라에게 건네주었다.
“으응? 이건……?”
“핸드벨이야. 보통의 핸드벨은 아니고 마력을 투입하는 방식에 따라 이렇게 소리가 변하는 거야. 핸드벨 공연을 보면 여러 종류의 벨을 내려놓고 하는 걸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만든 건데 에일렌에게 건네줘. 가볍고 재질 자체도 형상기억합금 같은 걸 사용해서 이렇게 잘 휘어지게 만들어뒀어. 떨어트리더라도 다치지는 않을 거야.”
“흐으응…….”
실로트의 말에 비음을 내는 엘라.
엘라는 손가락으로 벨을 찌그러트리고는 마력을 모아서 벨을 복구 시켜봤고, 이내 핸드벨을 가볍게 두어 번 흔들고는 괜찮은 물건을 만들었다며 피식 웃었고, 실로트는 그런 엘라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아무리 다치지 않도록 쉽게 찌그러지게 만들었다지만, 저렇게 손가락을 대고 눌러서 부러트릴 수 있는 건가?
그래도 금속인데…….
그렇게 생각하던 실로트는 엘라가 감사 인사를 하며 천천히 눈을 뜨는 에일렌에게 핸드벨을 쥐어 줬다.
그러자 그대로 손을 흔들면서 핸드벨을 울려보는 에일렌.
에일렌은 자기가 팔을 흔들 때마다 소리가 나오자 이내 겁을 먹은 건지 빼액 울면서 벨을 던졌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놀라다가 날아가는 벨을 반대손으로 낚아 챘다.
“아, 아하하하……, 그, 그게…….”
“……애니까 이해해.”
아니, 얼굴이 이해하는 얼굴이 아니잖아요.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자기가 개발한 핸드벨이 공포물 취급을 당했던 사람에게 뭐라고 말해봐야 좋은 소리는 안 들리겠다 싶어 어색하게 웃으면서 시선을 피했고, 실로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테이블에 올려둔 핸드벨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맑고 깨끗한 청아한 소리.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이에게는 아무래도 듣기 싫은 소리인지 에일렌은 레이시에게 몸을 파묻으면서 칭얼거리기만 했다.
“끄응.”
그리고 그 모습에 선물은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실로트.
사실 여기에 오기만 하면 됐으니 선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건 실로트에겐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지만,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나누어지는 게 아니라 그런 건지 실로트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에일렌을 바라봤다.
하긴 잡음이 없는 소리라고는 들어본 적 없는 아이에게 잡음 하나 끼여있지 않은 청아한 소리는 낯선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실로트는 멋쩍게 뺨을 긁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레이시가 다른 방으로 들어가서 에일렌을 달래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이에게 악기는 별로 좋은 선물이 아닌 것 같네.”
“풉, 악기 자체는 꽤 좋았어.”
엘라의 말에 눈을 깜빡이다가 한숨을 내쉬는 실로트.
이대로 돌아가면 아무래도 자기 체면이 안 선다고 생각한 실로트는 엘라에게 나중에 에일렌을 데리고 음악궁으로 오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자존심?”
“그런 거라고 하자. 그래서, 어떻게 할래?”
“레이시랑 상담한 다음에 같이 갈게.”
“그래. 그래라.”
엘라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는 실로트.
실로트는 엘라의 가족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다면서 차와 다과를 우물거렸고, 엘라는 실로트의 말에 어깨를 으쓱이며 다른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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