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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36화 (236/542)

〈 236화 〉 어울리지 않는 옷­2

* * *

레이시의 말에 게임을 바꿔서 이어가는 접대.

하지만 그 접대 게임을 조율하고 있는 딜러는 레이시의 반응에 죽을 맛이었다.

게임 내내 눈살을 찡그리면서 게임에 흥미가 없다는 얼굴을 하는 레이시.

혹시 족보를 모르는 건가 싶어서 룰을 설명해줘도, 말도 안 되게 좋은 패를 쥐어줘도, 반대로 말도 안 되게 안 좋은 패를 쥐어줘도 레이시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뚱한 표정으로 게임판을 쳐다볼 뿐.

이러는 걸 보면 아예 게임 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레이시가 어제 카지노에서 펑펑 울었던 걸 기억하고 있는 딜러는 레이시의 얼굴을 힐끗 보더니 이내 레이시의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손장난을 치는 엘라를 바라봤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아마 엘라가 레이시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 같다.

하지만 딜러는 그런 걸 따질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딜러는 레이시에게 무슨 일이 있었든 엘라가 지불한 10억만큼의 접대를 레이시에게 해줘서 레이시에게 게임판의 즐거움을 알려줘야 하는 입장.

만약 자기 실수 때문에 레이시가 로제디아의 카지노가 재미없었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자기 잘못이 되고 거기에서 오는 후폭풍도 모두 자기가 감내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딜러는 자기의 모든 딜러 경력을 살려서 레이시에게 접대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레이시는 딜러의 혼신의 접대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집중하지 못했다.

미스트는 땀이 흐르거나 가볍게 키스하는 정도로는 화장이 흐트러지진 않는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그 부분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거기에다가 다리를 덮고 있는 담요도 담요였다.

말도 안 되게 천의 면적이 좁은 팬티를 입고 있어서 만에 하나 담요가 흐르기라도 한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겠지.

그렇기에 레이시는 도저히 게임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런 걸 전부 알고 있는 엘라는 레이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왜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레이시에게 계속해서 손장난을 쳤다.

겉모습은 도도한 미녀지만, 속은 사실은 푼수끼가 가득한 여자라니.

엘라는 주변 사람들이 레이시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하다며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찔렀고, 레이시는 화장 덕분에 차갑게 보이는 눈매로 엘라를 힐끗 쳐다봤다.

“어린애도 아니고 뭐하는 거예요.”

“귀여워서.”

“하아……, 매일 그 이야기, 지겹지도 않아요?”

“응. 귀여워. 사랑스럽네.”

“흥…….”

엘라의 말에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카드를 엎어버리는 레이시.

나름 꽤 좋은 패였는데 레이시가 그대로 판을 엎고 죽어버리자 딜러는 곤혹스러운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대접하면 좋은 걸까…….

대체 어떻게 대접하면 레이시가 기분이 나쁜 걸 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딜러는 이런 카드 게임으로는 레이시가 집중하지 못하겠다 싶어 게임을 바꿔도 괜찮겠냐고 질문했고, 레이시는 딜러의 말에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레이시를 따라가는 미스트.

미스트는 딜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레이시를 데리고 화장실에 데리고 갔고, 레이시는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적어도 화장만은 지우면 안 되냐고 조르기 시작했다.

“불편해요!”

“아하하, 익숙해져야죠. 가끔씩 이런 자리가 있을 건데. 미인 대회에도 화장 안 하고 가실 거예요?”

“어차피 베스트 커플 상 같은 거라면서요. 화장 안 해도 상관 없지 않아요?”

“공주님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는 없잖아요? 물론 레이시는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화장하는 건 공적인 자리에 자기가 예의를 이만큼 차리고 왔다고 말하는 거니까요.”

“우으으으……, 그렇구나.”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푹 숙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조금만 더 노력하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미스트를 끌어안고 칭얼거리다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바뀌어져 있는 게임판.

딜러는 접대를 들키는 위험성을 감수하고 게임을 딜러와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블랙잭으로 바꿨고, 플레이어도 엘라와 미스트를 포함해서 3명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블랙잭의 룰을 설명하는 딜러.

다행히 딜러의 판단은 옳았는지 레이시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고, 아까 전보다는 훨씬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냥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우리 내기할래?”

“뭘로요?”

“1등이 3등에게 벌칙을 주기로.”

“으으응……, 너무 심한 건 싫어요. 특히 야한 벌칙은요.”

“내가 그런 걸 시킬 거 같아?”

“충분히요.”

레이시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들켰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웃음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하다가 게임을 하자면서 딜러를 쳐다봤고, 딜러는 레이시에게 다시 한번 블랙잭의 규칙을 설명하며 게임을 진행했다.

그리고 잠시 후, 딜러는 떨떠름한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봤다.

“버, 버스트 하셨습니다.”

“…….”

어떻게 5하고 6을 뽑은 다음 한 장 더 뽑았는데 한 장 남은 A를 뽑는 거지……?

엘라의 부탁으로 카지노 딜러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카드를 섞어 일부러 패배시킨 것도 아닌데 어떻게…….

“엘라.”

“응?”

“미워.”

“아하하핫!”

게임에서 너무 어처구니없게 져버려서인지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고개를 돌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레이시의 볼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찔렀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가락에 볼을 부풀리다 게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나오는 결과.

애초에 블랙잭이 카지노에 유리한 게임이기도 하고, 어차피 지러 온 거라 다들 돈을 잃긴 했지만, 운이 없는 건지 레이시는 20번이 넘는 게임 세트 중에서 19번을 지는 기염을 토해내며 압도적인 3등을 면하지 못했다.

거기에다가 그 패배의 대부분이 나름 히트할 법해서 히트했더니 버스트된 거라 딜러는 뭐라고 말도 못 하고 레이시의 눈치를 살폈고, 레이시의 눈은 마치 동태눈처럼 된 채 자기 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4, 3, 3, 3, 9.

도합 22.

딜러가 18이었으니 4, 3, 3, 3까지 뽑았을 땐 추가로 히트할 수밖에 없었는데 어떻게 거기에서 9을 뽑아버리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딜러는 레이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카지노에 대한 관심을 완전히 끊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면서 레이시를 쳐다봤고, 레이시는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엘라랑 미스트만 이기고……, 재미없어요.”

“아하하! 레이시, 진짜 운 없네!”

“시끄러워요, 엘라.”

“그나저나 아깝다. 한 번만 더 이겼으면 1등이었는데.”

레이시에게 이것저것 시킬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

엘라가 그렇게 말하자 내기의 승리자인 미스트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안타깝게 되었다고 말했고, 엘라는 미스트의 위로에 어깨를 으쓱이다가 오늘은 아무래도 조금 늦게 들어올 것 같다며 먼저 레이시와 돌아가라고 말했다.

“미네르바랑 돌아다니기로 했거든.”

“미네르바랑요?”

“응, 미네르바가 직접 부탁했어.”

“뭐를요?”

“그건 비밀.”

엘라의 대답에 뾰로통한 얼굴로 엘라를 쳐다보다가 이내 재미있게 다녀오라면서 싱긋 웃는 레이시.

이제는 화장에 꽤 익숙해졌는지 레이시는 제법 자연스럽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자리를 떴다.

그러자 둘이 남는 미스트와 레이시.

미스트는 승자의 특권으로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일단 가볍게 도시를 돌아다니지 않겠냐면서 레이시에게 손을 내밀었고, 레이시는 나름 평범한 미스트의 말에 안심하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저도 옷을 갈아입고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줘요.”

“네에.”

머물고 있는 여관에 가서 미스트를 기다리는 레이시.

3분 정도를 기다리자 미스트는 허벅지가 다 보일 정도로 슬릿이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나오더니 요염하게 웃었고,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옷차림에 얼굴을 붉히다가 안 부끄럽냐고 물어보면서 미스트의 손을 잡았다.

“그래서 어디로 갈 거예요?”

“글쎄요? 어디로 가고 싶어요? 이 도시는 꽤 자주 방문하는 곳이라 구석구석 알고 있으니 가고 싶은 곳을 말씀해보시겠어요?”

“그럼……. 우선 밥부터……?”

한참을 고민하다가 기껏 생각해낸 게 밥이라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는 레이시.

하지만 아침도 못 먹고 점심 무렵이 되자 레이시의 배는 밥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길을 다니는 마차를 빌려 탄 다음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이것저것 주문하고 술로 가볍게 입술을 적시는 미스트.

미스트는 와인이 맛있다면서 싱긋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요염하다.

옷차림 때문인지, 아니면 와인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 자기가 입고 있는 옷 때문인지…….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와인을 홀짝이면서 미스트를 쳐다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의 손등을 가볍게 간질이면서 이 다음에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어봤다.

그러자 자기는 이 도시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말하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크게 뜨다가 그랬었다며 키득키득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소리에 얼굴을 붉히면서 놀리는 건 그만 두라고 말했다.

“엘라도 그렇고 미스트도 그렇고 왜 그렇게 저를 놀리는 걸 좋아하시는 거예요?”

“우후후, 그러게요? 왜 그럴까요?”

“아으으으, 제가 물었잖아요.”

“후훗, 농담이에요. 레이시가 귀여워서 그래요.”

“……매일 그 말.”

“매일 그 말을 들을 정도라면 레이시가 귀엽다는 걸 슬슬 인정하지 되지 않을까요?”

“……부끄러우니까 싫어요.”

자기가 귀엽다고 인정하라니…….

그런 건 왠지 자랑하는 것 같아서 싫다.

그렇게 말하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그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다가 배그 영지의 미인대회에 출전할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키득키득 웃었다.

“그치만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걸요.”

“네네, 그럼 레이시. 나중에 밥 다 먹고 저랑 좋은 곳에 가지 않을래요?”

“좋은 곳이요?”

“네에~ 재미있는 곳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메이드복을 입었을 때처럼 말하는 미스트.

레이시는 그런 미스트의 목소리에 안심하면서 기대에 찬 눈으로 미스트를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레이시도 정말 좋아할 거라면서 천천히 스테이크를 썰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흉내 내면서 똑같이 스테이크를 먹는 레이시.

그렇게 식사가 끝나자 식당 직원은 레이시와 미스트를 양치를 할 수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고, 레이시는 양치를 끝내고 가게 밖으로 나온 다음 미스트와 팔짱을 끼고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가게 안에 양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신기하네요.”

“여기엔 부자와 귀족들이 대부분이니 체면을 차리기 위해서 이런 서비스가 발달했답니다. 수도에서도 그런 가게가 꽤 있답니다?”

“그랬던가요오오…….”

“후후, 그렇답니다.”

레이시의 팔짱을 풀더니 허리에 손을 두르고 웃는 미스트.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짓에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미스트가 시키는 대로 미스트를 껴안고 걷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데리고 점점 골목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점점 붉어지는 등과 화려해지는 건물의 외형.

묘한 향기가 풍기고 방음이 잘 되고 있을 건물 안에서 뭔가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레이시는 미스트가 자기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깨닫고 점점 얼굴을 붉히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얼굴이 붉어지자 레이시의 입가에 손을 올리고 작게 웃었다.

“다른 곳으로 갈까요?”

“버, 벌칙이라면서 데리고 갈 거면서…….”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확 붉히면서 고개를 파묻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키득 웃다가 그건 여관에 들어가서 쓸 생각이었다면서 레이시의 뺨을 쓰다듬다가 허리에 두른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서 엉덩이를 꽉 쥐었다.

숄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겠지만 살짝 말려 올라가며 엉덩이 밑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는 레이시의 원피스.

레이시는 말려 올려간 원피스의 옷자락을 느껴지자 얼굴을 확 붉히면서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면서 미스트와 함께 여관에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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