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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235화 (235/542)

〈 235화 〉 어울리지 않는 옷­1

* * *

“이, 이런 걸 어떻게 입어요!?”

“네? 평범한 옷인데요?”

“이, 이, 이, 이……!”

미스트가 건넨 옷을 보고 말이 잘 나오지 않는지 말을 더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고 나면 입은 듯 안 입은 듯 편할 거라며 레이시를 달랬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야 커다란 박스티만 하나 걸치는 거랑 똑같은데 불편할 일은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편리함이나 그런 게 아니다.

옷이 너무 짧다.

무릎 아래까지 가려줘도 쭈뼛쭈뼛거리면서 걸을 거 같은데 저건 아무리 봐도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가 아니다.

기껏해야 허벅지 중간에서 끊겨버리는 길이다.

자칫 잘못하면 속옷 같은 것도 보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절대로 싫다며 미스트가 건네는 옷을 거부했고, 뒤늦게 나온 엘라는 몸을 닦다가 레이시를 뒤에서 끌어안으면서 레이시의 귀에 귓속말을 속삭였다.

“약속했잖아. 안 지키는 거야?”

슬픈 목소리로 레이시에게 속삭이는 엘라.

이내 엘라는 레이시에게 레이시의 야한 드레스 차림을 보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어린애처럼 조르기 시작하는 엘라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하기 시작했다.

그야 엘라가 이렇게 조르는 건 드문 일이니 웬만해서는 엘라의 부탁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 이 옷은 그런 웬만한 일을 넘어서 일.

아무리 봐도 입었다간 좋은 꼴을 못 볼 거 같았기에 레이시는 앓는 소리를 내면서 바둥거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조금만 더 조르면 넘어가겠다 싶어 레이시를 끌어안고 계속 조르기 시작했다.

“안 돼?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레이시, 이런 옷 절대로 안 입어줄 거잖아. 나, 레이시가 이런 옷을 입은 것도 보고 싶은데…….”

“아, 아으으으으!”

엘라의 말이 자기를 놀리기 위해서 조르는 걸 알고 있음에도 엘라의 목소리에 흔들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표정에 한 번만이라며 레이시의 아랫배를 살살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움찔움찔 떨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전생에 남자였으니 치마도 원피스도 안 된다고 말했었지만, 지금 자기는 임신도 할 수 있는 상태.

누가 뭐래도 여자이니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저런 옷을 입는 것도 뭔가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시의 마음은 엘라의 부탁을 딱 한 번 들어주는 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얼마 안 가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채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됐다면서 상쾌하게 웃으면서 내일 기대하겠다고 말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대답에 자기가 미친 게 틀림없다며 한숨을 내쉬다가 침대에 몸을 던져 여로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새가 짹짹거리면서 아침을 알리자 레이시는 한숨을 내쉬면서 오늘만큼 일어나고 싶지 않았던 날은 없었다며 작게 중얼거렸다.

벽에 걸린 원피스.

레이시는 그 원피스를 원망한다는 얼굴로 쳐다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침대에서 일어났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일어나자 과일을 가져다주며 잘 잤냐고 물어봤다.

여전히 보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질 정도의 상쾌한 미소.

하지만 레이시는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고는 미스트의 미소에 따라 웃을 수가 없었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긴장한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아요 원피스만 입으라고는 말하지 않을게요.”

“저, 정말요?”

“네, 스타킹과 가터벨트, 그리고 숄도 드릴게요.”

“……으으으.”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대로 샤워를 하고 나온 다음 엘라는 어디에 갔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지금 밖에서 귀족들을 상대하고 있다면서 늦지 않게 옷을 갈아입자고 말했다.

레이시는 그 말에 잠옷을 벗고 원피스를 입으려고 했다.

“아, 잠시만요.”

“네? 왜요?”

“속옷 갈아입으셔야죠. 여기요.”

“……에?”

레이시에게 t팬티를 건네주는 미스트.

미스트는 브래지어도 면적이 거의 없다시피한 것을 건네주었고, 레이시는 미스트가 건네주는 속옷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의심가는 천 쪼가리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자 미스트는 얼른 입으라며 레이시를 재촉했고, 레이시는 점점 얼굴을 붉히면서 정말 입어야 하냐고 물어봤다.

“안 그러면 원피스 위로 속옷 자국이 다 보일 걸요?”

“……이런 건 그냥 밴드를 붙인 거잖아요!”

“아, 그쪽이 좋으세요? 그럼 밴드 쪽으로 준비할게요.”

“……진짜 있는 거였어요?”

“네, 자주 애용되는 제품인데요?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살면서 들은 이지선다 중에 최악의 이지선다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눈물을 흘리면서 몸에 테이프만 붙이고 밖을 나돌아다니는 변태보다는 t팬티를 입은 요염한 여인이 낫겠다 싶어서 t팬티와 면적이 적은 브래지어를 입었다.

그러자 보이는 건 움직이는 게 심각하게 걱정되는 자신의 나체.

레이시는 자기 나체의 모습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다 우는 소리를 냈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스타킹과 가터벨트를 입혀주면서 예쁘다면서 이마에 입을 맞춰줬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히이잉…….”

“괜찮아요. 저희는 레이시가 야해져도 레이시를 사랑하니까요.”

“우으으으…….”

미스트의 말에 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얌전히 옷을 입는 레이시.

엉덩이 밑의 볼록 튀어나온 살이 그대로 노출될 것 같은 느낌에 레이시는 쭈뼛거리면서 옷자락을 내리다가 미스트가 숄을 건네주자 그대로 숄을 둘러 엉덩이를 가렸다.

그러자 레이시를 데리고 화장대 앞으로 가는 미스트.

미스트는 오늘은 조금 화장을 짙게 한다면서 레이시의 피부를 조심스럽게 닦다가 화장해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속으로 훌쩍거리다가 화장이 끝나자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아예 달라진 것 같은 외모.

씻을 때마다 늘 보는 얼굴인데 낯선 자기 얼굴에 레이시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자 요염하게 찡그려지는 눈가.

화장의 효과인지 뭘 해도 요염해 보였고 레이시는 그런 자기 외모에 한숨을 내쉬더니 미스트를 힐끗 바라봤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예쁘게 잘 됐다면서 힐을 건넸다.

그걸 본 레이시는 이제는 하이힐까지 신어야 하냐며 작게 투덜거렸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투덜거림에 작게 웃다가 대신 오늘은 자기가 꼭 붙어서 보좌해주겠다고 말했다.

“그럼 신을까요? 남작님.”

“우으, 놀리지마요.”

“우후후, 오늘은 전 레이시의 메이드로 움직일 생각이니까요.”

미스트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귀족을 상대하고 있다던 엘라에게 가는 레이시.

엘라는 귀족들과 음료를 음미하며 포커를 치다가 레이시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손을 들어 인사하려다가 레이시의 얼굴을 보고는 순간 굳어서 레이시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평소에 순해 보이는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섭게 보인다던가?

평소에 귀엽기만 하던 레이시가 작정하고 남을 유혹하기 위한 화장을 하자 엘라는 순간 가슴이 바늘에 찔린 듯 따끔하더니 아까까지 잘만 유지하던 포커페이스가 망가졌고, 레이시는 그런 엘라의 표정에 눈가를 살짝 찌푸렸다.

화장의 감촉이 어색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찡그려지는 눈살.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귀족들도, 엘라도 한참을 아무 말도 못하다가 레이시가 천천히 입을 열자 정신을 차려서 레이시를 바라봤다.

“으음……, 아침부터 게임이에요? 엘라.”

“아, 응, 이리와, 레이시.”

자기 옆자리에 레이시를 앉히는 엘라.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걷다가 엘라의 옆에 앉았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다리에 담요를 덮어주면서 레이시의 뒤에 앉았다.

그러자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레이시도 해보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엘라의 손을 치우면서 엘라를 가볍게 노려봤다.

이것도 어이가 없을 때 평소에 하는 행동.

하지만 레이시의 옷차림이라거나 화장이 다 달라서인지 엘라는 심장이 크게 뛰는 걸 느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레이시가 강아지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고양이 같은 느낌.

똑같이 손등을 쳐내는 모습도 요염해서 심장이 아파올 정도로 매력적이다.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레이시의 허리를 우악스럽게 끌어안고 손을 떼지 말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고개를 엘라에게서 돌렸다.

이것도 평소에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자주 하는 동작.

하지만 지금 하니까 너무나도 꺾어버리고 싶은 욕망이 치솟았고, 결국 포커페이스가 무너진 엘라는 게임에서 져버리고 말았다.

“흐~, 이제 운이 떠났군. 그럼 나는 레이시와 카지노에 가고 싶으니 오늘은 이만할까?”

“아, 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공주님.”

“뭘, 나야말로 경들의 가감없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 좋았다네.”

엘라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귀족들.

엘라는 여관의 1층 홀에 자기 일행만 남자 레이시의 목덜미를 가볍게 깨물면서 왜 이렇게 예뻐졌냐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화장이 영 불편한지 눈가를 찌푸리면서 입을 열었다.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요? 부끄럽다고요.”

“에헤헤, 미안. 레이시가 너무 예뻐져서 그만.”

“흥. 변태.”

엘라의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투덜거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애교에 키득키득 웃다가 오늘은 카지노에 가서 울면 안 된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약하게 붉히더니 엘라의 볼을 다시 꼬집다가 작게 투덜거렸다.

“안 운다고요……. 그리고 그런 일을 시킨 엘라가 잘못한 거죠. 제가 어떻게 10억이나 써요.”

“나는 작정하고 태우면 태울 수 있는데?”

“하지 마요.”

“아하하, 하지만 정보를 산 값은 줘야하는데?”

“……그건 그렇지만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가 깊게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돌리자 레이시의 뺨을 약하게 쓰다듬어주다가 싱긋 웃으면서 기왕이면 같이 게임을 즐기자고 말했다.

“돈을 태운다고 생각하기 어려우면 이렇게 생각해. 우리가 10억이나 되는 물건을 사줘서 상대방이 우리에게 대접 게임을 해준다고. 우리는 그런 걸 즐길 뿐이라고.”

“으으응…….”

엘라의 말에 잠시 한숨을 내쉬다가 자기는 포커도 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레이시.

엘라는 그 부분은 딜러가 알아서 해줄 거라면서 레이시를 다독였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미스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스트는 싱긋 웃으면서 카지노까지 안내하겠다고 말하며 레이시의 손을 잡더니 레이시를 마차에 태웠고, 카지노까지 레이시를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프라이빗룸에 앉아서 자리에 앉아서 딜러를 기다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옆에 앉아서 레이시가 게임하는 걸 지켜보겠다고 말했고, 딜러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레이시를 바라보면서 원활한 게임을 위해서 다른 손님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히스테리로 가득한 모습이었지만, 그 까칠함이 포인트가 되는 레이시의 모습에 딜러는 잠시 얼굴을 붉히다가 다른 손님들을 불렀고 이내 6명이 되자 게임을 시작했다.

딜러는 레이시를 배려해서 룰이 간단하고 운의 요소가 강하게 적용되는 게임을 시작했고, 레이시는 다리를 꼬고 테이블을 바라보다가 건성건성 게임하기 시작했다.

“레이시, 재미없어? 오늘은 너를 달래려고 온 건데.”

엘라의 말에 바짝 긴장하는 딜러와 손님들.

레이시의 말에 따라서 엘라와 친해질 기회를 얻거나 잃을 수 있었기에 사람들은 레이시의 대답을 기다렸고, 레이시는 엘라의 질문에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게임판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뜨겁고 아래로 짙게 깔리는 한숨.

사람들은 레이시의 한숨에 움찔 떨더니 레이시를 바라봤고, 레이시는 엘라를 잠시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엘라가 한 게 더 재밌어 보여서요.”

“아, 그래? 그럼 딜러, 미안하지만 게임을 텍사스 홀덤으로 바꿔주겠어?”

“손님들 괜찮겠습니까?”

“그, 마침 한 세트가 끝났으니까 그냥 바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레이시의 말에 역시 카지노라고 한다면 텍사스 홀덤이라며 웃는 손님들.

딜러는 손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더니 이내 게임을 바꿔서 카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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