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4화 〉 보금자리 준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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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를 보내고 레이시와 관련된 정보를 사러 카지노의 안쪽으로 가는 엘라.
엘라는 한참을 걷다가 나오는 방문을 보고는 여전히 악취미라면서 문을 열어 정보상인에게 인사했다.
“정보는 준비해뒀지?”
“오자마자 그 소리야?”
엘라의 인사에 한숨을 내쉬는 정보상인, 네스크.
우스꽝스럽게 둥글게 말린 수염을 하고 있던 드워프의 여인은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다가 우선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하자고 말했고, 엘라는 잠시 술잔을 바라보더니 이내 어깨를 으쓱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네스크는 엘라의 잔에다 고급 맥주를 따라준 다음 남은 술을 전부 한 입에 털어넣었고, 엘라는 네스크의 음주방식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잔을 홀짝거렸다.
“그래서 정보는?”
“급하네.”
“시끄러워. 이쪽은 급하다고.”
“수도의 정보원에서 변했다, 변했다~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변했을 줄은 몰랐는데……. 뭐, 좋아. 일단 네가 제일 궁금해할 정보를 알려줄게. 그 스킬을 익힌다고 해서 몸에 문제가 생기진 않아. 스텔라의 아이는 큰 부작용이 없는 계통의 스킬이거든.”
“후우…….”
네스크의 말에 긴장했던 것을 풀면서 맥주를 마시는 엘라.
엘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약간 흐르는 걸 보자 네스크는 엘라가 진짜로 변했다고 생각하면서 스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들어봤자 쓸모가 없는 신화의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유일한 부작용인 남자와의 성행위로는 이제는 임신을 절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까지.
그렇게 네스크의 설명을 듣자 엘라는 크게 신경 쓸만한 것은 없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야차의 임신에 대한 정보를 물어봤고, 네스크는 엘라의 질문에 어깨를 으쓱였다.
“우선, 먼저 알아둬야 할 건 야차의 특징이야.”
“뭔데?”
“신체적으로는 거의 완성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때문에 자손을 가지는 일에 야차의 몸은 그다지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 이거 보면서 이야기할까?”
엘라에게 한 권의 책을 건네주는 네스크.
“남자 야차에 대한 기록이야. 보통 이런 기록은 잉태를 시키는 남성 위주로 자료가 남으니까. 보면 살육의 야차가 작은 마을을 하나 몰살시키면서 그 안에 있던 가임기 여성을 전원 강간했음에도 아이는 태어나지 않았다고 적혀있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고자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이 모든 야차가 고자라는 이야기인데 그게 말이 돼? 그리고 여기에는 다른 곳에서는 한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적혀있잖아.”
엘라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을 하는 네스크.
엘라도 자기가 말해놓고 조금 아니다 싶었는지 어색하게 웃다가 그럼 뭐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거냐고 물어봤고, 네스크는 엘라의 질문에 학자들이 만든 가설을 말해주었다.
“드래곤, 발록, 히드라나 와이번 같은 몬스터들의 공통점이 뭘까?”
“글쎄? 잘 모르겠는데?”
“강하고 자식을 잘 가지지 않는다는 거야.”
비룡 기사단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와이번이나 그리폰.
국가에서는 비룡 기사단의 숫자가 많으면 국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니 와이번과 그리폰을 번식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숫자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번식이 잘 되지 않기 때문.
그들은 마치 발정기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자식을 가지는데 시큰둥했고, 설령 자식을 가진다고 해도 인간에게 그대로 맡길 뿐 스스로 자식을 기르지 않는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자연에서 적이 거의 없기 때문.
태어날 때부터 강자일수록,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존재일수록 자손을 보지 않는다.
그것이 학계의 가설이었고, 그런 가설을 들은 엘라는 레이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샤에게서 전투 훈련을 받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산적에게서 도망치는 수준의 훈련.
만약 평범한 메이드가 그런 훈련을 받고 자기를 따라왔다면 나비를 테이밍하려고 했을 때 산적을 만나고 죽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레이시는 오히려 그들을 여유롭게 제압했고, 일반적인 병사들보다도 월등히 강한 블루드의 부하에게서 어떻게든 살아서 도망쳤다.
그렇게 부족한 기술로도 그렇게나마 도망칠 수 있었던 건 야차 특유의 신체능력 덕분이겠지.
“레이시도 그렇다는 거야?”
“아마 그렇겠지? 그 레이시라는 사람도 야차라면서?”
“……으음. 그 부분은 괜찮아. 다른 문제는 없어?”
“글쎄? 아, 야차는 임신 기간이 100일이야. 좀 짧지? 이 부분만큼은 다르더라고. 그 부분은 학자들도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애초에 여자 야차를 임신시키겠다고 도전하는 또라이들도 없고.”
전희를 위해서 입으로 해달라고 말하면 그대로 잘려나갈 판국인데 야차를 죽이지 않고 제압한 다음 자기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될까?
당장에 아샤만 봐도 사회에 비정상적일 정도로 잘 섞여 들어가서 사람들이 놀라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던 네이크는 이 부분은 자기도 알고 싶으니까 나중에 정보를 달라고 말했고, 엘라는 네이크의 말에 돈을 얼마나 줘도 싫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단호한 엘라의 대답에 혀를 차는 네이크.
하지만 금방 기분을 전환한 네이크는 엘라에게 그럼 무슨 정보를 팔아줬으면 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블루드의 추종자에게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네이크는 또 얼마나 어떻게 죽였냐고 물어보면서 엘라를 쳐다봤고, 엘라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며 씩 웃었다.
죽지는 않았다.
그 말이 의미하는 건 꽤 많았기에 네이크는 머리를 부여잡다가 이내 알겠다면서 돈은 그만큼 받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래, 레이시에게 부탁했어.”
“귀찮은 일을 떠맏기고는…….”
뭐, 자기는 돈을 받기만 한다면 별 상관 없다.
그렇게 생각한 네이크는 술을 좀 더 마시겠냐면서 냉장고에서 새로운 맥주를 꺼냈고, 엘라는 술은 거부하지 않는다는 듯 잔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순간 직원이 난처하다는 목소리로 네스크의 이름을 불렀고, 네스크는 직원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들어오라고 말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게……, 저, 손님 한 분께서…….”
“돈 내달라고 생떼 부리는 거라면 쫓아내. 조금 무리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할 거 아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돈을 못 쓰겠다고 울고 계셔서요.”
“……어?”
직원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네스크.
돈을 쓰러 오는 곳에 와서 돈을 못 쓰겠다고 운다니,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장난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한 네스크는 직원에게 우는 이유가 그게 확실하냐고 물어봤고, 직원은 네스크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담실에서 몇 번이고 확인했다며 돈을 못 쓰겠다면서 울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러자 짚히는 구석이 생기는 엘라.
엘라는 설마 아니겠지 싶어 미스트를 바라봤지만, 미스트는 엘라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라며 싱긋 웃으면서 엘라를 쳐다봤다.
“미안, 내가 아는 사람이야.”
“……돈 쓰라고 한 사람?”
“응. 그래도 이제 왕족이 될 사람인데 돈 씀씀이에 익숙해져야 할 거 아냐? 그래서 10억 정도만 가볍게 태우고 오라고 했는데 그거 때문에 그러나봐.”
“어……. 뭐, 할 말이 없네.”
엘라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엘라를 쳐다보는 네이크.
엘라는 네이크의 시선에 태생이 귀족인 애도 아니고 사람 자체가 너무 착해서 그런다며 레이시를 감싸주더니, 이내 돈을 태우는 사람은 누구든지 상관이 없으니 남은 돈은 자기가 태우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흥미가 돋았는지 네이크는 엘라에게 자기도 구경 가도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네이크의 질문에 눈을 깜빡이다가 마음대로 하라며 직원의 안내를 따라 레이시에게 달려갔다.
도착한 곳은 손님용 접대실.
레이시는 그곳에서 훌쩍거리면서 과자를 우물거리고 있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달래주려고 하면서도 주변에 다가오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흐끙……. 엘라아아아…….”
“돈 잃어도 상관 없다니까 왜 울어? 응?”
“흐에에엥!”
엘라의 말에 더 서럽게 우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를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여주다가 미네르바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칩을 교환해야 하는데 못 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직원이 재촉하자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다고 말해주었다.
“아, 아하하…….”
미네르바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엉망이 된 레이시의 얼굴을 쓰다듬어주는 엘라.
엘라는 조금 너무했나 싶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오늘은 이만 일찍 돌아갈지 물어봤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레이시는 카지노와 자기는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며 칭얼거렸고, 네스크는 레이시를 달래주는 엘라의 모습에 킥킥 웃으면서 로제디아에 얼마나 머물 거냐고 물어봤다.
“한 한 달에서 한 달 반 정도?”
“흐응, 그래. 그럼 다음에 또 놀러와.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루피너스 남작님.”
“후끙…….”
네이크의 사과에 훌쩍거리면서 엘라에게 고개를 파묻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레이시가 진정되면 놀러 오겠다면서 레이시를 데리고 여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여관에서 레이시의 얼굴을 씻겨주면서 레이시를 달래주는 엘라.
엘라는 왜 그렇게 울었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고, 레이시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울먹거리면서 엘라의 품에 파고들었다.
“흐끙……, 그렇게 돈을 쓰라고 하고……. 히끅, 히끅…….”
“얼마 안 되잖아?”
“제가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돈이거든요!? 대체 뭐예요!? 그 일단 가볍게 3억만 칩으로 바꾸자니!”
엘라의 말에 크게 소리치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 한 달 월급이 200만인데 어떻게 3억을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냐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소리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따지면 레이시가 입고 있는 옷도 1억인데?”
“에……?”
“오염방지 마법에 자동 세척마법, 자동 수복마법이 걸려있고 재질도 최소한의 방어력을 얻기 위해서 강철과 거미줄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 천으로 만든 거거든.”
“……에에?”
“옷 3벌 가격으로 도박하는 건 아무래도 괜찮잖아.”
“…….”
엘라의 말에 순간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입을 벌리는 레이시.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말에 키득키득 웃다가 나중에 벌을 받자며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꼬집었고, 레이시는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건 엘라가 잘못한 거니 자기는 벌을 받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그러면 다음에 자기가 준 옷을 입고 같이 카지노에 가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울먹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지노에 가는 건 싫었지만, 벌을 받는 게 더 싫으니까…….
그런 생각에 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이자 엘라는 레이시의 이마에 입을 맞춘 다음에 자기는 영주하고 인사하고 올 테니 레이시는 여관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미스트도 여관에 있을 거니까.”
“네에…….”
“참, 내가 건네주는 옷 입기로 한 거다?”
“우으으…….”
엘라의 말에 앓는 소리를 내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엘라는 약속이라면서 레이시의 뺨을 가볍게 쓰다듬다가 미스트에게 그 옷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고, 미스트는 욕실 밖에서 엘라에게 준비를 해뒀다면서 욕실에서 나오면 입히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저번처럼 바니복을 입히려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코트를 입고 몸을 가려야겠다고 생각한 레이시는 조심스럽게 욕실에서 나왔고, 미스트는 레이시가 조심스럽게 나오자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더니 이내 레이시에게 한 옷을 건넸다.
“……이걸 입으라고요?”
“네.”
상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미스트.
그런 미스트에게 들린 옷은 몸에 착 달라붙는 원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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