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3화 〉 보금자리 준비3
* * *
“카, 카지노……요?”
“네. 카지노요.”
“도박하는 그곳이요……?”
“네, 도박이 주요 상품이고 가끔씩 쇼 비즈니스를 하는 그곳이요. 용케도 아네요? 그런 곳은 데리고 가지 않았는데.”
“거길 왜 가요?”
가슴에서 손을 빼고 목덜미를 마사지해주는 미스트에게 황당하다는 듯 물어보는 레이시.
부상에서 회복되고 가장 먼저 가야하는 곳이 카지노라니?
혹시 회복 기념 파티로 카지노로 가려는 건가?
그런 거라면 일 나간 아샤가 돌아왔을 때 다섯 명이 오순도순 소풍이라도 가는 게 더 좋은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스트를 바라보자 미스트는 레이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면서 레이시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톡톡 찌르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말했다.
“회복되자마자 죄송한데 일하러 가야 할 거 같아요.”
“일……이요? 엘라의 일은 몬스터 퇴치 아니었나요?”
“그게 아니라, 레이시가 이번에 새로 익힌 스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러 가는 거예요. 정보상이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이번에 카지노에 가서 일정한 돈을 잃는 것으로 정보를 사는 거예요. 나름 합법적인 카지노지만, 정보 사업은 불법에 가까우니까요.”
“저, 정말요?”
“네, 어디까지나 합법인 거지, 조금 애매한 영역이에요. 그래서 정보가 필요한 귀족 손님들은 카지노에 가서 돈을 잃는 것으로 정보를 사는 거죠.”
뭐, 이번에 가는 건 단순히 정보를 사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겠지만…….
정보를 파는 이야기는 레이시가 알 필요가 없는 어두운 부분의 이야기라 말을 얼버무린 미스트는 물수건을 치운 다음 레이시의 동공을 바라봤고, 손가락 끝에 작은 불빛을 만들었다가 지우며 동공의 반응을 살펴봤다.
“으음~ 거의 다 나았네요. 내일부터는 산책부터 시작해서 모래에 나가볼까요?”
“네에.”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배시시 웃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웃음에 뺨에 입을 맞춰준 다음에 오늘은 편하게 자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오늘만 자면 되는 건가 싶어서 기지개를 켜다가 미네르바를 불러 껴안았다.
그리고 미네르바의 품에서 꾸벅꾸벅 졸더니 그대로 자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레이시가 일부러 자기를 도발하기 위해서 저러는 건가 싶어 한숨을 내쉬었고, 엘라는 미스트의 한숨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미스트를 놀렸다.
“아하하. 레이시, 점점 이런 거에 능숙해지는 거 같지 않아?”
“그러게요……. 정말이지 다음에 어떻게 혼나고 싶은 걸까요?”
“글쎄? 킥킥!”
미스트의 말에 키득키득 웃으면서 카지노 근처 여관에 머물 테니까 너무 소란스럽게 하면 다른 손님들도 소란스러워질 거라고 말하는 엘라.
미스트는 엘라의 말에 그럼 더 좋지 않냐며 입가를 가리면서 요염하게 웃었고, 엘라는 미스트의 웃음에 키득키득 웃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돈이나 준비하자고 말했다.
레이시가 익힌 스킬의 레어도는 9.
다른 9레어의 스킬보다는 많이 알려진 스킬이라지만, 스킬의 상세 효과는 모르니까 꽤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
거기에다가 레이시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야차이니 더더욱 정보가 더 많이 필요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마른세수를 하다가 미스트를 불렀고, 미스트는 엘라의 부름에 레이시에게 담요를 덮어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세요?”
“으음, 나, 아……, 음, 단어가 없네.”
“네?”
“엄마라고 하기에는 내가 안 낳잖아. 그렇다고 아빠라고 말하기에는……, 나, 여자잖아?”
“그건 그렇죠?”
“나, 레이시랑 아기를 가진다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도와드릴 테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을 거예요. 공주님 때처럼 최악의 상황이 아닐 거예요.”
“……킥, 그건 그렇지.”
미스트의 대답에 한숨을 깊게 내쉬다가 피식 웃으면서 레이시의 볼을 콕하고 찌르는 엘라.
엘라는 세상 모르게 자는 레이시를 보자 그렇게 피곤한 건가 싶어서 계속해서 손장난을 치다가 이내 뭐든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싱긋 웃으면서 카지노에 갈 준비를 끝냈다.
그리고 카지노에 가는 날.
레이시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마부석에 앉아 햐양이의 몸을 쓰다듬어주었고, 하양이는 오랜만에 레이시가 자기 몸을 쓰다듬자 기쁜 듯 투레질을 하다가 무릎을 꿇고 레이시의 명령을 기다렸다.
“후아……, 후아……, 그럼 가볼게요.”
“메에에에.”
레이시의 말에 작게 울면서 천천히 움직이는 하양이.
레이시는 하양이가 움직이자 숨을 고르면서 나비의 등 뒤에 올라타서 자기를 보는 미네르바를 바라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자기를 바라보자 나비에게 알아서 따라오게 말한 다음 마부석에 앉아 레이시를 껴안았다.
“주인은 내가 지켜주겠다.”
“아하하……. 잘 부탁할게요. 미네르바. 믿고 있어요.”
평소보다 조금 긴 레이시의 대답.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대답에 눈을 깜빡이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춘 다음 레이시를 품에 껴안았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포옹에 떨리던 손끝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카지노가 있는 도시로 가는 길은 다행히 평온했다.
이유는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지노를 이용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고위급 귀족이기 때문이었다.
왕족, 공작, 후작뿐만이 아니라 타국의 귀족들도 오기 때문에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다른 도시보다 병사를 2배는 갈아 넣고 있었기에 도적이 있을 수가 없었고 레이시는 그렇게 레이시는 무사히 카지노가 있는 도시에 도착했다.
“여기가 로제디아……인 거죠?”
“응.”
“성벽이 없네요? 도시인데…….”
“그거야 그렇지. 이 근방은 애초에 맹수라거나 몬스터 같은 게 살지 않는 땅이었고, 군사적으로도 별 의미가 없으니까 성벽을 쌓아서 경관을 망칠 바에는 경관을 더 꾸미는 게 좋지.”
“헤, 헤에에…….”
그동안 간 곳이 매번 요새 도시나 이런 곳이라 성벽이 있을 줄 알았던 레이시.
하지만 로제디아는 성벽은 없고 시작부터 가로수와 화려한 깃발이 레이시를 반겨주었고, 레이시는 그런 로제디아의 입구에 눈을 깜빡이면서 이러면 출입자 통제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깃발을 가리키는 엘라.
엘라는 깃발들을 기점으로 마법진을 만들어 불법으로 도시에 들어오는 사람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비병들과 인사했다.
“로제디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엘라 파우스트 오라토리엄 님! 레이시 루피너스 남작님!”
“반갑습니다. 여기 신분증이에요.”
“확인했습니다! 부디 즐겁게 머물다 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다른 도시보다 휘황찬란한 갑옷을 입은 경비병들.
레이시는 경비병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엘라가 예약을 잡아뒀다는 여관으로 마차를 운전했고, 여관에 도착하자 짐을 풀면서 카지노에 방문할 준비를 했다.
“그나저나 여긴 뭐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되게 화려하네요.”
여관의 방을 보고 중얼거리는 레이시.
왕궁에 있는 저택은 엘라의 취향에 맞춰서 무난한 가구로 가득 차 있었지만, 로제디아의 여관은 그런 엘라의 대척점에 서겠다고 말하고 싶은 건지 샹들리에에 캐노피 침대까지 아주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아예 대놓고 그렇고 그런 걸 하라고 부추기는 도시.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짐을 풀었고, 엘라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치안이 안전하고, 부자들이 모인다면 보통은 저렇게 되지 않겠어?”
“네? 아, 아으…….”
엘라의 말에 창문 밖을 바라보자 보이는 건 엉덩이가 거의 보일 듯 말 듯한 드레스를 입고 남자에게 매달리고 있는 여자의 모습.
여자들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매달려서 꺄아꺄아 웃고 있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들의 애교를 즐기는 듯 엉덩이를 주물거리면서 뭔가 사고 싶은 게 있지 않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이것저것 사달라고 조르는 여자들.
레이시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고,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싫지 않냐고 물어봤다.
어쨌건 사랑이 없이 돈과 몸으로 만들어진 관계니까 연정의 야차에게는 싫은 관계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한 질문이었지만, 레이시는 그들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저러는 게 당연한 거겠죠……? 저, 저는 엘라를 사랑하니까 안 그러겠지만! 그래도 다른 도시에서도, 왕궁에서도 대부분 저랬으니까.”
“……뭐, 하긴 돈은 중요 요인이지.”
레이시의 말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머리를 가볍게 비비더니 싱긋 웃으면서 이제 카지노로 가는 거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옷만 갈아입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또 갑갑한 옷을 입어야하냐고 짜증을 내는 미네르바.
미스트는 그런 미네르바의 짜증에 싱긋 웃더니 미네르바에게 다가가서 뭔가 속삭였고, 미네르바는 미스트의 말에 혀를 차면서 얌전히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그러자 꽤 놀란 얼굴로 미네르바를 바라보면서 옷을 갈아입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몸매를 감상하다가 레이시도 은근히 대놓고 섹스어필하는 옷도 꽤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단 외모와 몸매가 되니까.
……다른 사람이 본다고 생각하면 빡치니까 집에서 그걸 할 때만 코스프레 하듯이 입혀야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오늘 나가면 몰래 드레스를 한 벌 사자고 생각하면서 옷을 갈아입었고 이내 일행 모두가 옷을 갈아입자 밖으로 나가 카지노로 갔다.
대리석 바닥에 건물 안에 맑은 물이 흐르면서 물고기가 헤엄치는 신기한 구조의 카지노.
하지만 그런 신기한 건물 구조나 처음 보는 물고기보다 레이시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바니걸이었다.
대체 왜 여기에 배그의 수호신 복장이 있는 거야…….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볼을 부여잡고 화끈거리는 얼굴을 진정시켰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여기의 초대 영주가 초대 마케르크 변경백 당주와 의형제였거든.”
“아으으으으…….”
“저거 보니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시끄러워요. 엘라. 바보. 멍청이. 변태.”
“앞에 두 개는 아니잖아.”
“……변태는 부정 안 하는 거예요?”
“응. 난 맞는 말은 부정 안 해.”
“씨이잉…….”
엘라의 대답에 투닥거리는 레이시.
하지만 그런 레이시의 머리에서도 배그에서 있었던 미인 대회와 그 뒤풀이가 떠올라, 레이시는 허벅지를 비비적거리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다시금 엘라를 투닥투닥 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키득키득 웃으면서 레이시의 주먹질을 받아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의 기분이 풀릴 때까지 레이시의 앙탈을 받아주다가 직원이 나와서 지배인이 만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레이시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다음 떨어졌다.
“그럼 레이시, 나는 미스트랑 일을 보고 올 테니까 그동안에 레이시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우으……, 뭔데요?”
“이 돈 다 쓰고 와.”
“네……?”
“다 잃어버려도 신경 안 쓰니까.”
엘라가 건네준 수표에 적힌 금액을 보고 얼굴을 굳히는 레이시.
“저, 저, 저, 저, 저, 저.”
“왜 말을 못해?”
“으버버…….”
엘라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 정말로 돈을 다 잃어도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레이시는 좀처럼 정신을 못 차리고 손끝을 부르르 떨었다.
수표에 적힌 0의 개수는 9개.
10억.
자기가 메이드로 평생 일해도 벌 수 없는 돈.
그렇기에 레이시는 이를 다다닥 떨면서 자기는 못 한다고 말했고, 엘라는 재미있는 게 떠올랐는지 씩 웃으면서 레이시와 다시 한번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의 귀에다 속삭였다.
“다 못 쓰면 나중에 혼난다?”
“말이 되는 소리를……!”
“아아~ 난 몰라. 그럼 다녀올게. 사랑해.”
“아으으윽! 진짜아아!”
“대답 안 해줘?”
“저도 사랑해요! 아아아아!”
“킥킥!”
레이시의 비명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직원을 따라가는 엘라와 미스트.
레이시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면서 제자리에 주저앉았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를 보면서 괜찮은지 물어보면서 레이시의 등을 토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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