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전 여친과 현 여친1
* * *
“미네르바랑 하양이…….”
새벽 4시.
레이시는 문득 정신이 들자 자기만 보는 하피와 자기가 돌봐야 하는 산양의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자기 옷차림을 보고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중간중간 기억이 날아간 부분은 있긴 해도, 대부분의 것들이 기억나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마지막에 자기가 했었던 말을 떠올리고는 발을 동동 굴리기 시작했다.
“으갸아아아아…….”
뭐가 욕심쟁이라는 거야…….
레이시는 자기가 한 건지 의심될 정도로 변태적인 말에 얼굴을 붉히고 발을 버둥거리다가 미스트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어서는 순간 허리에 저절로 힘이 빠지면서 앞으로 넘어졌고, 미스트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로 그런 레이시를 받아주었다.
“괜찮으세요?”
“우, 우으…….”
미스트의 포옹에 얼굴을 붉히며 미스트를 노려보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시선에 레이시가 어제 일을 떠올렸다고 생각하면서 쿡쿡 웃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다가 미스트의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어제, 귀여웠어요.”
“……으으우우!”
“욕심쟁이…….”
“으갸아악! 잊어요!”
미스트의 말에 비명을 지르면서 울먹거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레이시의 비명에 작게 웃다가 엘라하고 함께 씻고 오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움직여 뒤를 쳐다봤다.
엘라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면서 여기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으으으…….”
엘라의 손짓에 눈을 흘기다가 얼굴을 붉히면서 엘라의 옆에 앉는 레이시.
엘라는 비몽사몽 한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가 부축받는 걸 보고는 레이시의 허리를 꽉 끌어안으면서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허리 풀렸어?”
“……으크응! 마, 만지지마요!”
“아하핫! 귀여워라.”
“시끄러워요! 이이익!”
“따뜻한 몸 좀 지지면 괜찮아질 거야. 씻으러 갈까?”
레이시가 화를 내며 볼을 꼬집자 킥킥 웃으면서 어제는 미안했다며 레이시를 안아주는 엘라.
엘라는 레이시에게 배는 안 고프냐고 물어보면서 여관의 욕실에 들어갔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끙끙 앓기 시작했다.
“그런 짓을 했는데 먹을 게 들어가요?”
“뭘 했는데?”
“……진심으로 물어보는 거예요?”
“진심인데? 평소처럼 섹스한 거 말고는 없잖아? 3p라서 조금 몸이 힘들었다는 거 말고는 늘 하던 거잖아.”
“시끄러워요오오!”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더니 목욕물에 잠수해버리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행동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이제 그만 일어나라며 레이시의 옆구리를 간질었고, 레이시는 엘라의 손길에 버둥거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엘라를 노려봤다.
“과일, 먹을래?”
“……먹을래요.”
“후후, 배고프지?”
엘라는 레이시가 노려보든 태연하게 미스트에게 과일과 음료수를 가져다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미스트는 준비가 됐다며 포크와 껍질을 깎은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그러자 쭈뼛거리면서 욕조 안에서 과일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아삭거리면서 시원한 맛의 과일.
뜨거운 목욕물로 잔뜩 뜨거워진 몸에 그런 과일이 들어오자 레이시는 다시금 축 늘어지기 시작했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같이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욕하는 동시에 배를 채우는 두 사람.
엘라의 말대로 따뜻한 물로 목욕하자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해도 멀쩡히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레이시는 하루만에 멀쩡한 옷을 입게 되었다.
“흐아아아…….”
“빨리 돌아갈까요?”
“흐으으, 이게 누구 때문인데요!”
미스트의 말에 괜히 투정을 부리면서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레이시.
산을 오를 때보다는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다는 말을 계단을 통해 몸소 배우고 있는 레이시는 괜히 두 사람에게 투정부리기 시작했고, 레이시와 다르게 멀쩡한 두 사람은 그런 레이시의 투정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가 레이시가 계단에서 내려와서 팔을 벌리자 두 사람은 레이시를 안아주면서 마차에 태웠고, 루룬의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반기는 건 질린다는 얼굴을 한 아샤와 질투심에 가득한 얼굴을 한 미네르바.
레이시는 새벽부터 기다리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손을 흔들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인사에 발을 동동 구르다가 마차가 멈추자마자 달려왔다.
그리고 레이시가 내려오자마자 확 끌어안고 엘라와 미스트에게서 레이시를 보호하듯 감싸안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행동에 어색하게 웃었지만, 정신을 잃을 때까지 자기를 괴롭혀주었던 두 사람에게 투정부릴 겸 미네르바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두 사람은 여유롭다는 듯 웃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레이시를 보내주고서 아샤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루룬, 아니, 마케르크 가문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러 가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자기 일을 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저희는 하양이에게 가볼까요?”
“저 두 사람이 이상한 짓은 안 했나?”
“아, 아하하……. 안 했어요.”
“우우…….”
레이시의 대답에 레이시를 껴안고 칭얼거리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 초커를 매만졌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손길이 닿는 곳을 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은 채 걷기 시작했다.
미네르바는 레이시가 넘어지지 않게 팔로 받쳐주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부축에 고마우면서도 왠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 미네르바를 쳐다봤다.
“부, 부축 안 하셔도 괜찮은데.”
“……? 주인, 허리가 나갔잖나. 부축을 안 해주면 넘어질 거다.”
“……어떻게 아셨어요?”
“보면 안다.”
……그러고 보니까 미네르바, 다른 참가자들을 보고 다른 사람들의 근육은 혹사한 근육이라고 말했었지.
보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건강을 알아차릴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뭔가 어제 무슨 일을 당했는지 눈치 챌 거 같아서 얼굴을 붉히면서 쭈뼛거리기 시작했고,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눈을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부끄러워하는 걸까?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레이시가 가리려고 하는 곳을 보고는 걱정하지 마라며 웃었다.
“새들은 대부분이 총배설강이라 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쓴다. 주인. 하피는 아니지만.”
“……미네르바.”
“응?”
“모, 모른 척 해주지…….”
“…….”
얼굴을 붉히고 울먹거리는 레이시의 모습에 잠시 말을 멈추는 미네르바.
그러고 보니까 미스트가 모르는 척 해주는 게 좋은 일도 있다고 했었던가…….
그걸 떠올린 미네르바는 이제서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그런 미네르바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미네르바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알겠죠?”
“흡!”
“푸훗……. 말해도 괜찮아요. 그냥 다른 사람에게만 말하지 마세요. 아시겠죠?”
“주인에게는 말해도 되는 건가?”
“으응~ 너무 부끄럽게만 하지 말아주세요.”
“에헤헤…….”
레이시의 말에 헤실헤실 웃으면서 레이시를 껴안는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하양이가 있는 곳으로 레이시를 데리고 갔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기대서 하양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동안 얌전히 있었는지 네 발로 엎드려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하양이.
레이시는 하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하양이를 깨우기 시작했고, 하양이는 레이시의 손길이 닿자 눈을 뜨면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하양이는 산책시켜달라는 듯 이마를 비벼댔고, 레이시는 하양이의 애교에 작게 웃다가 하양이의 등에 등자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하양이의 등에 올라타는 레이시.
미네르바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괜찮겠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근처 사용인들에게 물어보면 괜찮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그러자 미네르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라며 레이시의 허리를 가리켰다.
“하양이는 얌전하지만, 덩치가 커서 허리 많이 아플 건데 괜찮나?”
“…….”
앉은 자세가 허리에 부담을 많이 주는 자세이기도 하고, 다른 동물 위에 올라타는 것도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
그리고 그런 요소가 섞인 승마는, 허리가 풀린 채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미네르바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시의 허리를 걱정했고,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걱정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하양이를 바라봤다.
말과 비교하지 않아도, 그냥 동물 중에서 엄청 크고 무거운 편에 속하는 하양이.
하양이의 성격이 착한 편이라 타기 쉽다지만, 몸이 크고 무거워서 승마하면 미네르바의 말대로 전력으로 질주하는 말보다도 부담이 크게 오는 편이었다.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힘은 많이 필요한 하양이의 승마, 아니, 승양.
레이시는 하양이를 바라보다가 자기 허리를 문지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탈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한참을 쭈뼛거리다가 미네르바에게 하양이의 고삐를 준 다음에 천천히 걸어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그러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찌릿찌릿한 충격.
지쳐있던 신경에 강제로 전기 충격을 주는 느낌에 레이시는 하양이가 걸을 때마다 흠칫흠칫 떨면서 허리에서 올라오는 쾌락을 무시했다.
“으으으……. 이게 다 엘라 탓이야.”
“좀 더 천천히 움직일까?”
“아뇨, 괜찮아요. 이대로 움직여주세요.”
여기에서 더 느리게 가면 산책하는 건지 고문인지 모르게 되어버리니까, 그냥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그냥 이대로 걸어 달라고 말했고, 한동안 자극을 주자 운동을 통해 근육통이 사라지는 것처럼 허리에서 올라오는 쾌감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흐아아아…….”
사람은 한 번에 너무 강한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을 기억하고 있다가 천천히 느낀다더니 정말이었던 걸까?
……아니, 그러면 두 사람은 나를 얼마나 괴롭힌 거야?
중간중간 기억이 날아간 곳에서 뭔가 엄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
“왜 그러냐? 주인.”
“아니,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하, 아하하…….”
엄한 짓을 했다고는 해도 분명 마지막에 할 때처럼 자기가 먼저 유혹했겠지.
두 사람은 자기가 진심으로 거절하면 억지로 하지 않는다는 걸 떠올린 레이시는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부끄러워도 그렇지 엘라와 미스트를 탓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고삐를 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뛰어올라 레이시의 뒤에 앉은 다음 고삐를 건네줬다.
그러자 고개를 슬쩍 돌리며 자기 등 뒤를 확인하려는 듯한 하양이.
두 사람의 몸무게는 무거운 건가 싶었지만, 미네르바가 하양이의 몸을 툭툭 건들자 하양이는 금방 진정하고 레이시의 신호를 기다렸다.
등 뒤에 올라탄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시는 가볍게 고삐를 쥐었다가 놓으면서 하양이에게 신호를 줬고, 하양이는 레이시의 신호에 아까보다 조금 더 빠르게 산보하기 시작했다.
말이 달릴 때의 소리가 또각또각거린다면 투곽투곽거리는 소리가 나는 하양이의 발.
레이시는 소리만큼이나 강한 충격에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허리를 좀 더 세게 잡아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 자기 골반에 걸치게 했다.
그러자 확 줄어드는 충격.
레이시는 미네르바에게 불편하진 않는지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는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 주인은 안 아프나?”
“네, 저도 덕분에 괜찮아요.”
레이시의 말에 배시시 웃더니 나중에 내리면 안아달라고 말하는 미네르바.
레이시는 미네르바의 말에 그렇게 해주겠다면서 몸을 기대다가 루룬이 멀리서 손을 흔들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루룬을 쳐다봤다.
“산책이 끝난다면 잠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네? 에……, 네! 한 30분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럴게요. 어차피 지금은 집안 어르신들이 일을 하고 계시니까요.”
싱긋 웃으면서 30분 뒤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말하는 루룬.
레이시와 미네르바는 그런 루룬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하양이가 가볍게 투레질하자 웃으면서 산책을 마저 이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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