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77화 (77/96)

〈 77화 〉 갈게 우린 다시 서울로 (2)

* * *

하아...

그 몇 분 얘기 좀 나눴다고 해장국이 싸늘하게 느껴진다.

아까처럼 고기를 발라 한숟가락씩 정성스럽게 먹을 기력이 없어 그냥 대충 입안에 밀어넣고 우물우물 씹어 넘기기를 반복한다.

"후우..."

"하아..."

아름이랑 가면 나는 뭐라고 소개해야하지?

아름이가 제가 좋다 그러는데 저도 아름이가 좋아서 적당히 이렇게 살아요?

아니면 그냥 친한 대학 동기?

근데 그러면 생일파티에 따라가는 것도 좀 그렇게 되고...

아름이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 같았지만 아름이 표정도 상당한 근심걱정을 품고있었기에 조용히 밥이나 먹기로 한다.

...

"언니. 다드셨어요?"

"아 응."

"미안해요... 안그래도 피곤하실텐데... 그래도 언니들도 막 나쁜 분들은 아니셔요. 오히려 잘해주실거에요."

"혹시 궁금한 거 몇개 물어봐도 될까?"

"편하게 물어보셔요. 다 답해드릴게요."

뭐부터 물어봐야 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부터.

"혹시 같이 가게 되면 나는 뭐라고 소개하면 될까...?"

"아, 보통 다른 사람들한테 언니도 친척 언니라고 소개하면 된다고 해서 그러시는거죠?"

"응."

"그냥... 으으... 음... 제 연인...인걸로...♥"

"아... 응..."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얼굴이 빨개지는 아름이.

아마 나한테 말하는게 힘들다기보다는 친척 언니들한테 나를 연인으로 소개할 것을 생각하니까 상상만으로도 부끄럽나보다.

"근데 나도 여잔데... 그건 괜찮아...?"

"그것도 음... 고민해본 적 없는데 괜찮을 거에요..."

"갑자기 동성애자라고 그러면 다들 놀라지 않으실까?"

"네? 근데 저 여자만 좋아하는 건 아니라서."

"응...?"

아름이가 여자가 좋다고 그랬던게 아니었나?

"언니,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선배라고 불렀을 때 정훈 선배 자체를 좋아한거죠. 근데 선배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런 언니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두마리 토끼를... 헤헤..."

"아아... 그랬었지..."

나로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감각이지만, 뭐 아름이가 그렇다고 하니까.

"그럼 연인으로 소개해?"

"네 그러면 될거에요. 어떻게 만났는지 물어보실 것 같은데 괜히 거짓말을 이리저리 붙이는게 더 힘드니까 그냥 제가 납치해와서 잡아먹었다고 하셔요...♥"

아까 미안해하던 아름이는 어디가고 나랑 이야기를 나눌수록 또 나를 먹잇감으로 보는 듯한 끈적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이 차오르는 아름이.

분위기가 이상하게 돼서 얘기가 새기 전에 다시 다른것도 물어본다.

"오늘 밤인거지? 서울?"

"네 아마 호텔 라운지일거에요."

"그럼 사람들도 많고 그런거야?? 연회 같이?"

"언니들이랑 저희만 가는 거라 라운지 층 자체는 다 비우겠지만 안쪽 큰 룸만 쓸테니 사람은 별로 없을 거에요."

"아하... 혹시 그럼 옷은...?"

"다들 편하게 입고 오실테니까 저희도 딱히 엄청 차려입지 않아도 돼요. 음... 커플로 수트 입을까요? 너무 자주 입나요 히히."

"수트 정말 좋아하는구나..."

"어른스럽잖아요! 언니한테는 어린애 말고 급이 맞는 어른스러운 연인이고 싶어서..."

"굳이 그렇게 안해도 충분히 어른스러운걸? 오히려 벗고 있을 때가.. 흐읍."

"거기까지 하셔요. 자꾸 그러면 하고싶잖아요..."

아름이가 검지로 꾹 누르듯 내 입을 막아서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제일 걱정했던 부분은 아름이 말에 의하면 의외로 쉽게 해결 될 것 같다고 하니 넘어가고.

사람들도 아름이 친척언니분들이랑 우리만 가는 거면 괜찮지 않을까?

라운지 룸이라... 파티룸 비슷한건가? 조금 고급스러운?

내가 겁부터 먹어서 그렇지 별 일 아닌 것도 같다.

'친척 동생 여친이라는데 잘 대해주시겠지.'

"음... 그럼 언제 올라가면 되는거야?"

"밤 8시라고 했으니까 여기서 좀 뒹굴거리다가 차타고 올라가서 저녁먹고 바로 파티 가요."

"오케이."

양치질만 하고 또 아름이랑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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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암..."

"언니 일어나... 어 깨어계시네요."

"응... 근데 아직 좀 피곤해 흐아아~"

"가는 길에 좀 피곤하시면 더 주무셔요."

"이씨... 아름이 너때문에 아까..."

"에이 좋아하셨으면서...♥"

아름이는 아점을 먹자마자 고민도 다 풀렸고 시간도 남았다며 나를 침대로 이끌었다.

어제처럼 막 엄청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름이의 손이 닿을 때 마다 어제가 떠오르면서 기대해버려서...

결국 쓰러지듯 다시 잠들었다가 이제야 깬 것이다.

"옷은 여기에 있어?"

"저번에 갔던 옷방에 있을거에요."

아름이랑 같이 아래층 집으로 내려가 입고 갈 옷을 골랐다.

"근데 아름아."

"네 언니."

"저기 위에 층도 아름이 너꺼야?"

"어... 엄밀히 말하면 제 이름으로 되어있는 건 아니고... 제일 윗층이랑 그 아래층, 그러니까 지금 저희 있는 층은 전부 회사 이름으로 돼있어요."

"그럼... 회사 집...?"

"명목상으로는 출장, 파견 나가는 직원들 업무지원 같은건데 다들 그냥 그렇게 해놓고 임원들이 쓰고 그래요. 문제 생길 일 없으니까 걱정 안하셔도 돼요."

"그렇구나..."

괜히 궁금해서 물어봤다가 뭔가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본 것 같다.

아름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그냥 이것도 신경끄는게 마음에 편하겠지.

"역시 수트가 제일..."

"돌고돌아 결국 또 정장이야?"

"그래도... 둘이 맞춰 입었을때 언니를 제일 세련되게 해주는걸요... 싫으셔요..?"

장화신은 고양이 영화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불쌍한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아름이한테 차마 다른걸로 하자는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입기로 한다.

"아름이한테는 맨날 지는 느낌이야..."

"그래도 좋아하시잖아요."

"일부러 봐주는거니까. 다음에는 안그럴꺼야."

"네 네~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언니."

조금 불편하긴 해도 확실히 아름이 말대로 세련된 느낌이 있긴 하다.

'남자였을 때 좀 개인적인 판타지스러운 욕구를 채워주긴 했지... 정장입은 미소녀라... 그 정갈하게 올곧은 여자가 흐트러지는 그런...'

또 혼자 잠깐 망상타임을 가지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한껏 흐트러져서 아름이 아래에서 앙앙대는건 늘 내쪽이었기에 이게 아닌데 싶어 그만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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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도착했어요."

"으응..? 벌써?"

김실장님께서 운전하시는 차에서 아름이가 무릎베개를 해주길래 옆으로 누웠던 기억까지는 있는데, 벌써 주변은 어두워졌고 눈 앞에는 밝은 조명의 건물이 있었다.

[호텔 The H]

"와아..."

"머리 눌렸어요. 제가 좀 정리해드릴게요."

"어 응."

차에서 내리기 전 아름이가 빗겨주는 대로 머리를 맡긴다.

고등학교 때 여자애들끼리 쉬는시간에 머리 정리해주는 걸 보고 왜 저러고 있을까 했는데 뒤에서 슥슥 빗겨지는 느낌이 꽤 괜찮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머리를 정리해주는 아름이도 기분좋아보이고.

"됐어요. 이제 들어가요."

"응."

아름이랑 같이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린다.

배고플텐데 빨리 저녁부터 먹자는 아름이가 손을 잡고 앞서나가서 내가 끌려가는 모양새.

"빨리요."

"아름아, 천천히 가자."

배고프긴 해도 저렇게 신나서 갈 필요가 있는가 싶은데

"와...."

아름이랑 같이 호텔 로비로 들어가니 영화에서나 봤던 엄청 커다란 유리장식들이 천장에서 내려와 조명과 함께 빛나고 있었다.

저번에 갔던 백화점도 엄청나긴 했지만 이건 그것보다 더 굉장한... 저번이 반짝이는 곳이라면 여기는 휘황찬란?

"여기 뭐 성이야...?"

"아, 언니가 이번에 한번 싹 바꿨다고 하시긴 하던데 예쁘네요. 그 정연언니 말고 사촌 언니요. 으으... 자꾸 헷갈리니까 그냥 선배라고 해도 될까요?"

"어. 편한대로."

아름이는 나만큼 놀라지는 않았다.

사실 여기서 놀라고 있는게 나밖에 없는 걸 보면 내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하고.

'앗, 아름이한테 부끄러운 사람이 되면 안되는데, 바보...'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아름이를 뒤따라간다.

엘리베이터에 타서는 나를 뒤에서 안아주는 아름이.

"언니, 아니 선배랑 가려고 제일 좋은 자리 빼뒀단 말이에요!"

"우리 뭐 먹는데...?"

"가보시면 알아요."

띵!

마침 엘리베이터도 딱 도착해서 아름이는 내 팔에 슬쩍 팔짱을 끼고 같이 걸어갔다.

"어서오십시오. 예약하셨습니까? 혹시 예약자분 존함이?"

입구에서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는 직원. 그런데 의외로 직원이 물어보자아름이가 멈칫했다.

"어, 혹시 오신지 얼마 안되셨나요? 제가 예약을 예약 시스템으로 한게 아니라서... 혹시 한아름으로 되어있나요? 아름?"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름... 지금 예약자 명단에는 없어서 잠깐만 기다려주시면 매니저님께 여쭤보겠습니다."

"네.. 천천히 해주셔요."

텐션이 급 다운되어 살짝 처진 모습의 아름이.

'뭐가 잘 안된건가?'

"미안해요 선배... 제가 확인을 잘, 아 근데 보통은 이런 일이 없는데... 선배한테 멋있게 딱 소개해주고 싶었는데..."

"아냐 괜찮아... 애초에 무슨 일인지 잘 모르지만 그럴거 까지야..."

잘은 몰라도 아름이 말대로면 제일 좋은 자리 예약이 되어있으니 나를 이끌고 가서 자랑스럽게 여기에요 하고싶었나보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지만 예약이 제대로 안된건가.

아름이 이름이 특이해서 헷갈릴 일은 잘 없을텐데...

아름이가 계속 시무룩 모드였기에 팔짱을 풀고 살짝 안은 상태로 토닥토닥 해주었다.

"예약을 예약 시스템으로 안하면 어떻게 한거야?"

"보통 예약을 안 받아두는 자리라 언니한테 전화해서 빼뒀어요."

"언니면..."

"죄송합니다!"

아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또 어디서 열심히 뛰어오신 것 같은 남성 분 한분이 숨을 헐떡이며 우리에게 사과하셨다.

어 이장면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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