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얀데레 그녀의 공대여신-65화 (65/96)

〈 65화 〉 2일차 끗

* * *

마지막 게임 이벤트를 할 때 거의 부스 운영시간 마지막까지 있었던 까닭에 방에 도착해서는 받아온 팜플렛이나 부스별 기념품 등을 서랍에 밀어넣고 옷을 좀 고쳐입을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이틀 연속 트레이닝 복은 너무 추레해보이려나 걱정되기는 하지만, 남은게 동아리공연, 응원제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게 반대항 프로그램이면 몸을 쓸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치마나 슈트보다는 역시 트레이닝복에 손이간다.

덥썩

"깜짝이야..."

옷장을 보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아름이가 갑자기 나를 덮쳤다.

"왜이래..."

"아까 힘써서 언니로 충전중이에요."

'확실히 엄청나긴 했으니까... 심력을 많이 썼겠지.'

"언니, 이러고 있으니까 그때 같이 술마신날 생각나네요."

"응? 그때?"

"왜 있잖아요, 하얀 방에 포차처럼 차려놓고 마셨던 날. 젠가도 했던거 같은데."

"아아... 닭이랑 소맥 먹었던 거 같은데..."

"네 맞아요. 그때도 커플룩이라 운동나온 연인 같지 않냐고 제가 그랬었잖아요 헤헤..."

확실히 그랬던 기억이 있다.

아름이랑 술도 마시고 술게임을 하다가...

하다가...

하다가...?

그때 필름이 끊기고 다시 일어나보니 공원 벤치였다.

구속복을 입은채로 깨어나서 근처 아주머니들한테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는데 성추행범이니 뭐니 해서 지나가던 사람한테 맞고.

그렇게 경찰서까지 따라가서 내가 이정훈이라고, K­공대 다닌다고 그러니까 거짓말쟁이 취급에 H 병원에서 직원들이 나를 잡으러 와서 2층에서 뛰어내리고...

이리저리 떠돌다 마지막엔 갑천에 뛰어들려고 다 끝내려고 했..

...

"으아아악...! 악! 아악..!"

언니는 잠시 멈칫하더니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언니의 반응에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아냐..! 아아..! 끄악.!"

쿵 쿵

이내 소리치며 주저앉은채로 옷장에 머리를 박기 시작하는 언니.

"언니! 언니! 갑자기 왜이러시는거에요!"

"제 잘못이 아니에요! 아니라고! 내가 왜! 아악...!!!"

정연언니의 어깨를 잡아 말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아직도 괴로운지 내 손을 뿌리친 채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벌벌 떨고 있었다.

"아아... 이럴땐 어떻게 해야..."

마땅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으니 우선 김실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아가씨]

"언니가 갑자기 막 괴로워하고, 소리지르면서 떨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동아리 부스 끝나고 시간이 조금 있어서 방에서 기념품이랑 짐 좀 정리하고 있었는데, 언니랑 저랑 둘 다 트레이닝복 입은게 예전에 술마셨던 날 같아서 뒤에서 끌어안았다가 그날 생각나냐고 언니한테 여쭤보니까 언니가 멈칫하더니 갑자기 주저앉아서... 아아.... "

[아가씨, 아가씨!]

"네..."

[무슨 일인지 알겠습니다. 진정제 가지고 기숙사 앞으로 가겠습니다. H 병원 최교수님께도 상황을 설명해놓을테니 정연님 진정하시면 통화해보시죠.]

"네..."

[새터 일정은 제가 대신 취소해두면 되겠습니까?]

"제가 톡 넣어놓을게요 괜찮아요."

[기숙사는 제가 못들어가니까 입구에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정연님 곁에 계셔주시지요.]

"네, 고마워요."

통화를 하는 사이에 비명을 지르던 언니는 이제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언니...?"

"흑.. 제가 더 잘할게요. 버리지 마세요, 고아원 보내지 마세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용돈도 아껴쓰고, 게임도 줄일게요. 제발.. 제발.. 흐흑..."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언니의 트라우마를 건드려버린 것 같았다.

"저렇게 괴롭게 할만한 트리거가 있었나요..."

언니를, 아직은 선배라고 부르던 정훈 선배를 잡아다가 여러 자극을 주기는 했었다.

일부는 필요한 것도 있었지만 어떤 부분은 화풀이 같은 부분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나 오래 선배를 다시 만나는 것만을 기대한 나한테 선배도 어느정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혼자 기대하고 실망하면서 많이 괴롭게도 했다.

같이 술을 마셨던 넷째날 밤... 같이 젠가를 하면서 술이 들어간 선배.

"아...!"

술에 취한 선배가 나를 원해오자 왜이렇게 적극적이냐는 식으로 물었던 것 같은데 선배가 돌려준 대답이 억지로 라는 이유로 다음날 공원에 던져뒀던 것이 떠오른다.

선배를 고립시키고 점점 금이가게 만들어 나만을 원하게 하려는 것이었는데 선배의 마음속에 아직도 상처가 되어 다른 불편한 기억들을 함께 끄집어내는 트라우마로 남았나보다.

"선배 미안해요. 제 잘못이에요. 정말 죄송해요."

짐작가는 이유를 찾았다고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선배를 옆에서 끌어안고 사과하는 것밖에 내게 주어진 선택지가 없었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지 자꾸 죄송하단 말을 반복하며 벌벌 떠는 선배를 꼭 안은채로 프락터에게 오늘 이후 일정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을 넣어둔다.

"하아... 아름이? 아름님...?"

조금 진정한듯한 선배는 겨우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수준이 되어 나를 알아봤다.

"습... 하아...♥"

내가 선배 냄새를 맡으면서 편안해 하는 것처럼 선배도 내 품에 안겨서 숨을 몰아쉬고 있었는데 뭔가 평소와는 달랐다.

"하아...♥ 주인님, 사랑해요. 정말 사랑해요."

"네, 언니 저도요... 근데 왜이렇게..."

"언니라뇨, 저는 주인님 없으면 못사는 암캐인걸요. 버리지 마세요. 주인님 없으면 진짜 못살아요. 연인이 아니라도, 주인님 언니가 아니라도 괜찮으니까... 제발 버리지 말아주세요."

진정한 줄 알았던 선배는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자신은 언니가 아니라 암캐라며 내 손에 볼을 부비는 그녀는 잡아온지 5일째 되던 날 자살에 실패하고 내가 몰아붙이자 마음이 부서져버린 모습과 정하은이랑 백화점에서 마주치고 돌아온 날 안달내며 매도하자 스스로 내게 복종하던 언니의 모습을 거칠게 섞어놓은 것 같았다.

"안그러셔도 돼요. 제가 죄송해요."

"아니에요 주인님. 주인님 잘못은 하나도 없어요. 제가 더 잘할게요. 여기도. 이렇게..."

쪽 쪽 츄릅 츄르릅

언니는 내 품에서 멀어져 발 앞에 엎드리더니 공손하게 발등에 두번 입을 맞추고는 맛있다는 듯 내 발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언니 그만하셔요... 흑.. 저때문에 으흑..."

"스읍... 주인님, 왜 우시는 거에요. 또 저 때문인가요?

버리지 마세요 주인님... 주인님 시키는대로 다 할 수 있어요...

제 처녀도 주인님께 드렸고, 원하시면 제 몸 전부 마음대로...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한번씩만 쓰다듬어주세요. 안질리시도록 열심히 준비할테니까 가끔씩 예뻐해주세요. 주인님 손길 한번, 칭찬 한번이면 암캐 여기가 젖어와요...♥"

그만해도 괜찮다고 밀어내려는 내 손을 잡은채 애원하는 그녀를 보자 속에서 역한 무언가가 올라온다.

내 품에 다시 안겨 내 체취를 마시는 것으로 흥분하는 언니.

내 목과 얼굴에 입을 맞추고 핥으며 손을 잡아끌어 가져간 언니의 그곳은 트레이닝복 바지 위로도 느껴질 정도로 축축하고 따뜻했다.

"천성이 암캐인데 자꾸 아닌척 해서 죄송해요...

사랑하는 주인님, 발정나서 침 뚝뚝 흘리는 제 변태보지 만져주세여...♥

저번에 시키신 대사 비슷하게 해봤어요 괜찮으신가요..?"

그녀는 나를 원해오는데 당황한 내가 아무런 반응을 못해주니 언니의 행동은 점점 더 과격해져가고 내 팔을 꼭 잡은 언니의 손에도 힘이 더욱 들어간다.

버려지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반려견처럼, 본인이 버려질 것이라 생각되어 더욱 집착하는 어린 아이처럼 나를 바라보는 언니의 젖은 눈에는 집착과 간절함이 비쳐보였다.

­띠링!

실장님이 기숙사 앞에 도착했는지 휴대폰에 알림이 온다.

"언니... 제가 왜 언니를 버려요...

밑에 실장님만 보고 바로 돌아올게요 잠시만 계셔요."

"거짓말... 흑... 주인님도 저 버리고 가시려고 그러는거죠?

엄마 아빠도 밤늦게 돌아온다고 해놓고...

학교 다니면서 부모없이 자랐다는 소리를 다른애들 부모한테 몇번이나 들었는데...

주인님도 그래서 제가 싫으신건가요?

아니면 제가 질려버리신건가요?

차라리 솔직히 말씀해주세요. 질려서 버린다고..."

'하아...'

내 대응이 잘못된건지 언니의 상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원래 이정도로 심각했던건지 모르겠지만 어째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진짜 안버려요. 평생 함께하자 했잖아요.

기숙사 입구까지만 갔다오면 되니까 그럼 같이 가요."

"네... 목줄... 목줄이 어디있지...?

쥬인님.. 목줄을 못찾겠어요오... 쥬인님 꺼라는 표시를 하려면 필요한데..."

죽은 눈으로 망가져있는 언니의 모습에 참았던 눈물이 다시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참고 그녀와 함께 1층 기숙사 앞까지 다녀왔다.

"이거 드시고 한숨 푹 주무셔요. 지금 많이 피곤하셔서 그래요."

"시러요... 또 정신 잃으면 어디 공원 같은 데에 던져두려고 그러죠...?

그렇게 안해도 말 잘들을게요...

가짜 시체 만들어서 안죽이셔도, 저 마, 말 잘들을 수 있어요..!

그.. 그때 벌칙 못했던거 지금 다 해드릴게요.

머, 머였지.. 핥아주기였나... 자,자위하기..?"

몸을 비틀며 저항하던 그녀는 놀라며 바지와 속옷을 벗으려 했다.

설득할 체력도 머리도 남아있지 않은 나는 별로 좋지 못한 방법임을 알지만 그냥 억지로 언니 입에 진정제를 밀어넣기로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총모양 마취제를 갖다달라고 했어야 했는데..."

이미 옷장에 머리를 박고 몸부림 치면서 남아있는 기력을 다 소진한 그녀이기에 저항도 그리 거세지 않았다.

언니의 팔과 몸통 위에 올라탄채로 강제로 입에 약을 밀어넣는다.

"아~ 하세요 언니.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금방 끝나요."

"음읍!!! 으읍!!! 읍!!! 읍!!!!"

기력이 다해서인지 약효가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10분을 더 몸부림치던 선배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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