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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전-33화 (33/102)
  • 33화

    침묵의 시간이 길어졌다. 율이 지어온 밥과 국은 식어 가고 두 사람 사이엔 여전히 알 수 없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율은 상자에 담긴 고환과 이락의 가랑이 사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처음 이락을 데려갔을 때 대신들이 확인하고 데려오지 않았다고 책망하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 확인은 해야지. 해야 하긴 하는데…. 율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할 테냐?”

    이락이 물었고 율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바지 끈으로 손을 가져간다. 율이 황급히 말렸다. 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마음의 준비를 하여야겠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몇 번이나 심호흡하자 이락이 이리 오라며 손짓을 한다. 율은 무릎으로 기어 그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갔다. 불을 지핀 것도 아닌데 방 안의 열기가 후덥지근하다. 율은 괜히 목이 타서는 염치 불고하고 이락의 물을 마셔 버렸다.

    “이, 이제 준비됐습니다. 보여 주십시오.”

    그러자 이락이 한숨을 내쉰다.

    “이봐, 방울아.”

    “예.”

    “아무리 내가 천한 놈이라도 네 앞에서 바지를 벗고 밑을 까는 건 부끄럽지 않겠느냐?.”

    그동안 행동을 보면 까고도 남을 인간이…. 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그러자 이락이 바지 끈을 푼다. 율의 신경은 온통 그곳으로 가 있었다.

    “네가 손을 넣어 확인하거라.”

    율은 붕어처럼 입을 벙긋거렸다. 그냥 보기만 할 줄 알았는데 만지라고? 조금 전 저 딱딱한 것을 만졌을 때도 기함을 했는데….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니 이락이 슬쩍 웃는다.

    “나야 아쉬울 것 없지만, 확인도 안 하고 물건을 가져가 네가 곤욕을 치르지 않을까 걱정스럽구나.”

    “진짜라면 곤욕을 치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앞일은 모르는 거잖니. 너도 떳떳하려면 직접 확인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율은 긴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이 다시 이락의 바지로 옮겨 간다. 이미 그의 바지 끈은 다 풀려 있었다. 다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마음을 다잡았다.

    “알,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확인하겠습니다….”

    이락의 입꼬리가 보일 듯 말 듯 흔들렸다.

    “손을 이리로.”

    율이 머뭇거리자 이락이 덥석 손을 붙잡아 당긴다. 몸까지 끌려가자 어느덧 이락의 가까이 마주 보는 상태가 됐다. 숨소리마저도 적나라하게 들릴 만한 거리에서 이락이 율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잡은 손을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율은 머릿속으로 자신의 할 일만 생각했다. 이것은 확인하는 작업이다. 이것은 확인하는 작업이다…. 나는 용왕님을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양물로 짐작되는 것에 손이 닿았는데 뻣뻣하게 서다 못해 터질 것처럼 팽팽하다.

    율은 차마 이락의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방바닥만 쳐다봤다. 다른 생각으로 손의 감각을 잊으려 하였으나 잠시 뒤 말캉한 것이 닿자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뭘, 하느냐. 만져서 확인해야지.”

    이락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리 가라앉았다. 율은 손으로 더듬더듬하며 이락의 고환을 확인했다. 동그랗고, 탱탱하고. 말랑거리고. 따뜻하다. 상자에 있는 것과 크기는 비슷한 거 같으나 모양은 다르게 느껴졌다.

    “모양이… 다른 것 같습니다.”

    “몸에서 떼어 내 수분이 빠져서 그렇다.”

    그러는 사이 이락의 양물이 점점 크기를 키워 갔다. 그건 그것대로 율에게 충격이었다. 이제 됐습니다. 손을 빼려고 하니 이락이 팔을 잡는다. 남은 것도 확인하여야지. 율이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고환 두 개가 모양이 똑같겠지. 역시나 옆의 것도 다를 게 없다. 손으로 만지니 이락이 입을 꾹 다물고는 흐음,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그것이 율의 귓속으로 꽂히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락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더 붉은 빛을 띤다. 그 노골적인 시선에 율은 기분이 이상해져 저도 모르게 다리를 움츠렸다. 황급히 손을 빼려고 하니 이락이 또 팔을 붙든다.

    “방울아.”

    “예…?”

    “네가 자꾸 만지는 바람에 양물이 커졌다.”

    그렇게 꼭 찍어 말하지 않아도 이미 손등에 닿은 기둥의 크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율의 머릿속은 점점 백지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상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얼굴은 자꾸 뜨거워졌고 배꼽 아래가 근질거리는 느낌이 들어 괴로웠다.

    그때 이락이 율의 귓가로 입술을 가져가 속삭였다.

    “이렇게 만들었으니 너에게도 책임이 있지.”

    “저… 저더러 어찌하란 말씀입니까.”

    “네가 책임을 지고 이놈을 달래 줘야겠다.”

    율이 화들짝 놀라 손을 빼려고 하자 이락이 손을 붙들고는 이제 제 양물에 대고 문지른다. 크기도 크기지만 힘줄이 돋아난 것까지 손바닥 표피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율은 울상을 하며 손을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하였다.

    “이, 이락 님… 아무래도 이것은… 이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너에게 입술을 달래냐, 아니면 엉덩이를 내어 달래. 그냥 손을 빌리는 것뿐이다. 불쌍한 이한테는 잘도 내밀더니, 나한테는 왜 이리 박하게 굴어?”

    그것과 이것이 어찌 같습니까. 따지려고 해도 막상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옳지…. 잘하네.”

    이락이 고개를 기울여 율의 얼굴을 응시한다. 율은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손에 쥔 양물은 불에 달군 것처럼 뜨거웠고 끝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끈한 것이 찔끔찔끔 새어 나오고 있었다.

    머릿속이 점점 하얘지고 숨이 가빠왔다. 기분이 나빠야 마땅한데 되려 뱃속에서 알 수 없는 것이 꿈틀대며 싹을 틔운다. 율은 행여 자신의 그런 감정을 들킬까 싶어 어서 빨리 끝내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손을 조금 더 빨리 움직이니 이락의 미간이 좁혀진다. 하, 하고 진득한 숨을 내쉬더니 율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린다. 눈이 마주쳤고 율은 그가 무엇을 할지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나 달라 이어서 입술이 다가왔다. 율이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이락이 슬쩍 웃는다.

    “아, 하고 벌려야지.”

    달래는 듯한 말투에 율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자 이락이 손가락을 넣어 조개처럼 다물어진 입술을 벌리게 한다. 그 사이로 이락의 혀가 들어온다. 안으로 들어온 혀가 마음대로 입 속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율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저도 모르게 양물을 쥔 손에 힘을 바싹 주니 이락의 눈 밑이 일그러진다. 입맞춤은 더더욱 격렬해졌고, 율은 숨을 헐떡이며 고스란히 입술을 받아 냈다.

    숨이 턱 아래까지 차오르자 숨 쉬는 것이 버거워졌다. 살려 달라며 이락의 어깨를 떠미는데 꿈쩍을 하지 않는다. 급한 대로 양물을 쥐고 있던 손을 빼자 몸이 뒤로 넘어간다. 졸지에 이락이 제 위로 올라왔다. 겨우 입술이 떨어졌고 율은 붉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렸다.

    저를 내려다보는 이락의 눈빛에 욕정이 가득하다. 시선을 피하자 이락이 율의 입술을 엄지로 문지르며 가랑이 사이에 자신의 양물을 문지른다. 단단하게 발기한 것이 율의 중심부를 압박하고 입술을 만지던 손은 이젠 아래로 내려가 옷고름을 풀려고 하였다.

    정신을 차린 율은 이락의 손을 급히 잡았다.

    “이, 이락 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수컷입니다!”

    “안다. 누가 암컷이라더냐.”

    말을 하면서 고름을 풀기에 율은 그것을 겨우 잡고서는 이락을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확, 확인은 하였으니 끝난 것이 아닙니까.”

    “너는 끝났지만 나는 아니다.”

    “예?”

    “확인할 게 남았거든.”

    “무얼… 말입니까?”

    “넣어 보면 알겠지.”

    넣는다는 말에 율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무, 무얼 넣는단 말씀입니까?”

    그때였다.

    “큰형님! 저희 왔습니다! 뭘 가져왔는지 한번 보십시오! 큰형님!”

    이락의 눈초리가 사납게 올라갔다. 빌어먹을. 욕을 하며 문을 쳐다보는 사이 율이 잽싸게 옆으로 굴러 그의 품에서 빠져나가 후다닥 도망쳤다. 이락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노려보며 손을 까닥였다.

    “이리 와.”

    “확인하였으니 가, 가겠습니다.”

    부리나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보니 왕구가 있다. 왕구 형님! 율은 너무 반갑고 고마운 나머지 뛰어가 그를 끌어안고 싶은 심정이었다.

    “방울아. 너 내일 간다며. 그래서 내가 네 얼굴 보러 일부러 들렀다.”

    율은 버선발로 내려가 그의 양손을 잡았다.

    “형님 잘하셨습니다! 저도 마침 형님이 생각나던 참이었습니다!”

    “하하, 원 녀석. 그렇게 내가 반갑냐. 울려고 하네.”

    율은 간곡하게 청하였다.

    “예 반갑다마다요. 할 수 있다며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오늘 저와 이곳에서 주무실 수 있습니까. 내일 떠날 생각에 적적하여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럽니다….”

    왕구가 흔쾌히 대답했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러냐. 오늘 밤 한잔하면서 작별 인사나 해 보자꾸나. 아, 근데 형님은 왜 그리 서 계십니까?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율이 흠칫하여 뒤를 돌아봤다. 아니나 달라 언제 나왔는지 이락이 기둥 옆에 서서는 죽일 듯한 눈빛으로 왕구와 율을 쳐다보고 있었다. 율은 두려움에 왕구를 붙들고 늘어지며 그를 부엌으로 끌고 도망갔다.

    “꼭 주무시고 가셔야 합니다. 어디 가시면 절대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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