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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1 (2/36)

EPISODE 1

“야, 좀만 천천히 풀어.”

“…….”

“아, 좀.”

현이 슬쩍 제 발을 들어 수하의 다리를 찼다. 툭, 하고 발이 정강이에 닿는가 싶더니 수하에게만 들릴 만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소리가 다시 한번 튀어 나왔다. 그제야 수하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칠판에서 시선을 뗐다.

“뭐.”

“천천히 풀라고. 같이 들어가게.”

툴툴거리며 현이 말했다. 강수하는 도대체 의미를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뭘 또 같이 씩이나 들어가. 미친놈 아냐? 굉장히 어이없는 기색을 잔뜩 담고 있는 시선에도 김현은 꿋꿋했다.

조금만 강수하가 속도를 낼라 치면 어김없이 발이 툭툭 닿아 왔다. 아픈 것은 아니나 썩 기분이 좋은 것은 아니라 한숨이 새어 나오는 것도 금방이었다.

“야.”

“아, 나 다 풀었다.”

결국 풀이 과정은 거의 다 적은 수하가 참지 못하고 김현에게 시선을 돌렸을 때, 김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분필을 내려놨다. 그 뿌듯한 얼굴에 짜증 섞인 얼굴을 거둔 수하가 칠판에 답을 적어 놓고는 김현을 따라 분필을 내렸다.

강수하는 김현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뒤를 돌자마자 잔뜩 반짝반짝한 얼굴을 하고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한지헌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덕분에 수하는 순간 짜증이 들었던 얼굴을 무표정하게 관리해야 했다. 그런 한지헌의 옆자리로 김현이 쪼르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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