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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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승하였다. 

현준은 읽던 책을 덮고 그를 보았다. 

일단 현준은 앉아 있었고, 그는 서 있었기 때문에 올려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목이 아프다고 현준은 생각하며 말했다. 

“. . .무슨 일. . .?” 

그 말에 승하가 실실 쪼개며 말한다. 

“헤헤헤헤헤. . . 

있잖아~ 

우리 도시락 같이 먹자고~“ 

그런 그의 모습에 주변인들은 경악을 한다. 

‘난 못 본 거야. . . 

저런 장면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돼! 

세상에. . . 

저 미친개가 저렇게 쑥스럽다는 듯이 웃다니. . .‘ 

그런 주변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이 문제의 승하군은 계속 실실 쪼갰다. 

현승은 그런 그를 귀엽다는 듯이 안경너머로 쳐다보았지만, 

그 역시 세간 사람들 눈에는 그저 무표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막 도시락을 열려던 순간. 

갑자기 커다란 물체 두 개가 불쑥 나오더니 그 큰손으로 도시락을 현준 책상 위에 불쑥 놓으며 말한다. 

“. . . 우리도 같이 먹는다.” 

바로 재석과 인석이었다. 

재석은 언제나처럼 뚱한 표정으로 있었고, 

인석은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싫다는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현준이 누군가. 

싫다는 사람 붙잡아 놓고, 달리는 법이라도 가르칠 청개구리가 아닌가. 

현준은 모르는 척 시치미 뚝 때고 뻔뻔스럽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허락의 의미. 

그 제스추어에 세 사람의 표정이 확연히 틀리게 드러난다. 

재석은 기쁘다는 듯한 얼굴. 

승하는 아쉽다는 듯한 얼굴. 

그리고. . . 인석은. . . 

. . .똥 씹은 듯한 얼굴. 

같이 먹기 싫다는 오오라는 잔뜩 뿜어내며 현준의 옆에 자리를 잡은 인석은 재석을 째려보았다. 

그러나 재석은 대체 그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덤덤하게 도시락을 풀고 있었다. 

도시락 뚜껑이 열리고. . . 

인석이 현준과 승하의 도시락을 보고는 중대한 사실이나 발견한 양 떠들어댄다. 

“엥? 

야! 어째서 현준이랑 승하 새끼의 도시락 반찬이 똑같은 거야!“ 

그 말에 재석이 숟가락으로 밥을 퍼 올리며 묵묵히 말한다. 

“둘이 같이 필이라도 꽂혔나 보지. 

그만 닥치고 밥 좀 먹자.“ 

그 말에 인석은 자신이 더 씨불였다가는 일이 더 커질 것은 예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이게 바로 십년지기 친구의 예감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승하는 전혀 그런 예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나 보다. 

너무나도 자랑스럽다는 듯이. 

아니, 너무나도 재석을 놀리는 듯이 저렇게 방정맞게 말하는 것을 보면. 

“으핫핫핫. 

씨발 새끼! 

나랑 현준 형은 같이 산다~! 

부럽지롱~!“ 

그 말에 재석이 밥 먹다 말고 표정이 뚱해지며 현준에게 묻는다. 

“. . . 사실이냐. . .?” 

왠지 불쾌하다는 느낌이 생생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현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한 마디를 덧붙여서. . . 

“. . .얘네 집에서 하숙한다.” 

그리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자, 여기 까지가 보통 사람들이 보았던 관점이었다. 

실은 현준은 밥을 먹으면서 맹렬히 머리 회전 중이었다. 

‘뭐꼬, 이거. 

갑자기 상황이 와 이라노. 

쪼매 불안한데. . 

미리 말할거나 생각해 나야겠다.‘ 

그러며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서울말을 떠올려 보는 그였다. 

그러나 역시 사람이란 겉모습만 볼 수밖에 없는 생물이기에 이런 현준의 모습을 보고 공통적으로 생각한다. 

역시 참 과묵하고, 차갑구나. . . . 

실상을 알고 보면 절대로 아닌데, 다들 착각 속에 빠져버리고 만다. 

어쨌든 현준은 도시락을 먹으며 문득 말한다. 

“. . . 여기 급식은 안 하나. . .?” 

그 말에 승하가 냉큼 답해버린다. 

“아아~ 

다음 달부터 시작한대. 

실은 이 학교 지은 지 얼마 안 돼서 이제야 급식소가 지어졌거든~“ 

그리고는 무언가 칭찬의 말이라도 듣기를 원했으나 현준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승하는 몹시나도 실망한 표정으로 꼬리를 내리고는 묵묵히 밥을 퍼먹었다. 

재석과 인석도 별로 할 말도 없었던지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밥을 퍼먹었다. 

그러나 오직 단 한 사람. 

현준만이 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여기는 분위기가 와 이랐노. 

밥 먹는데 떠드는 새끼 하나 읍고. . . . 

원래 밥이라는 것은 시끄럽게 떠들며, 도시락 반찬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쫌 떠들다가 파편도 좀 마이 튀겨서 모다도 좀 때리는 그런 환경에서 묵어야 하는 거 아이가! 

인간들이 뭐 쫌 모르네. . . 

뭔가 방법 없나. 방법. . .‘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맞다! 도시락 반찬 좀 나눠주면 안 되겠나. 

도시락 반찬 하나로 싹트는 우정. . . 캬~ 완전 한편의 영화 아니겠나. 

그런데 누구한테 올리주지.‘ 

그러다가는 이내 결심을 한 듯 젓가락을 들어 자신의 소시지를 들어 승하의 밥 위에 올려준다. 

역시 승하가 제일 만만하니까. . . 

솔직히 재석이나 인석은 왠지 좀 부담스러웠다. 

“. . . 먹어.” 

그런 행동에 승하는 그만 감명을 하고 만다. 

저 차가운 사람이, 저 이런 짓이라고는 돈 줘도 못 할 것 같은 사람이, 

도시락 반찬을 집어 자신에게 나누어 주다니. . . 

거기에 왠지 희망이 생긴 승하는 눈을 반짝이며 현준에게 말한다. 

“형, 나 입안에 넣어 줘~” 

순간 그 말을 들은 반 학우 일동 13명은 급체로 양호실로 실려가버렸고, 

그 눈을 반짝거리는 장면을 본 학우 23명은 그대로 굳어져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했다고 한다. 

어쨌든 그 말에 현준은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젓가락을 들어 그 소시지를 집었다. 

그리고는 그걸 승하의 입에 넣어주려는 순간. 

덥썩------ 

재석이 가로채서는 우물거렸다. 

그런 재석의 행동에 다들 놀라서 쳐다보았고, 그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 . . 그냥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서.” 

절대 말이 안 되는 말이다. 

인석은 눈을 샐쭉하게 뜨고는 팔을 벅벅 긁으며 말한다. 

“아이씨. . . 새끼. . . 

나 닭 만들려고 작정했냐! 

그냥 네 도시락이나 쳐 먹을 것이지 뭐 하려고 그 따위 짓이나 해!“ 

그 말에 갑자기 재석은 쑥스러워져서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밥만 죽어라 퍼 먹었고, 

인석은 익숙하다는 듯이 얄밉게도 냠냠 퍼먹었다. 

승하는 그걸 못 받아먹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는지 밥 먹는 내내 재석을 쏘아보았고, 

정작 현준은. . . 

. . . 처음부터 아무 생각 없었다. 

‘재석이 반찬 욜라 맛있네. 

앞으로 종종 이용할꾸마~ 

흐흐흐. . .‘ 

역시 이 놈은 정말이지 단순한 놈이었기 때문이다. 

“. . .수학여행?” 

재석의 무심코 수학여행 간다는 말에 현준이 되물었다. 

재석은 책상 위에 발을 척하니 걸쳐놓고서는 뒤로 까닥까닥 거리며 말한다. 

“응. 

아마. . . 4월 17~20일까지 간다지?“ 

현준은 그냥 그러려니 하며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섰다. 

뭐, 이미 함 갔다 왔는데 새삼스러운 건 또 뭐 있겠노. 

그리고 책을 펴면서 아무 생각 없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데?” 

그 말에 재석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답했다. 

“. . . 씨발. . . 겨우 부산 간단다. 

하여튼 제주도 같은 데 가면 얼어 죽는 줄 아나? 

맨날 부산이고, 경주냐. . .“ 

그러나 정작 현준은 그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부, 부산? 

부산에 가는 거야?“ 

그 말에 재석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현준은 아무 생각이 없을 수가 없었다. 

‘부산으로 진짜 가는 갑네. 

씨이. . . 왠지 진수 새끼 더럽게 보고 싶잖아. . .‘ 

그리고는 이내 재석의 말은 무시하고 부산에 갈 것에 대해 즐거워하는 그였다. 

얼마 안 있으면 시험일 텐데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염려하지 않은 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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