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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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매점 가자” 

재석이 현준에게 말한다. 

그 말에 인석이 또 인상을 팍 쓴다. 

보나마나 뻔하군. 

그냥 재석 더러 같이 가자고 했는데, 또 나를 걸고넘어지니까 그런 모양인가 보다. 

그런 그의 모습에 현준은 오늘 하루만 봐주자는 생각에 말한다. 

“. . . 계집애 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거 싫다. 

게다가 돈도 안 들고 왔고. . .“ 

그 말에도 재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준의 오른쪽 팔을 잡아끌며 말한다. 

“. . .내가 한 턱 쏜다. 가자.” 

그 말에 인석이 얼른 꼬리를 살랑거리며 재석의 소매를 잡고는 묻는다. 

“나도 사주는 거냐?” 

그 말에 재석은 뚱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내가 너를 왜 사주냐.” 

그러자 인석은 잡았던 소매를 탁 소리 나게 놓으며 말한다. 

“씨발. . . 그럼 그렇지. 

네가 웬일로 한 턱 쏘나 싶었다. 

그래, 10년 지기 우정에게는 오징어 다리 한 쪽도 없고, 

저 따위 5일지기 우정에게는 한 턱 쏘는 거냐! ! ! 

새끼, 이제부터 너와 나는 남남이야. 씨발. . .“ 

그러고는 휙 소리 나게 고개를 뒤로 돌린다.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히 삐. 졌. 다. 

그 모습에 현준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가(나이가) 몇인데 이깟거 갖고 삐지노. 

그러면서 한숨을 푹 쉬며 말한다. 

“. . . 인석이 사주면 나도 갈게. . .” 

그 말에 인석은 갑자기 다시 고개가 제 위치로 돌아오며 이번에는 현준에게 꼬리를 살랑거린다. 

“이야~ 너 괜찮은 녀석이구나. 

우리 이제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자, 뭐해, 재석아. 

매점으로 가지 않고.“ 

그리고는 신나서 룰루랄라 거리며 현준의 손을 잡아끌고 매점으로 간다. 

그리고 그 뒤를 재석이 그 특유의 뚱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뒤따른다. 

그리고 현준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그들의 가운데에 끼여서 간다. 

“재석아. 참. 잘. 먹. 었, 어.” 

그런 그의 말에 재석이 핏발선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 역시 말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석은 정말이지 완전 生으로 재석의 주머니를 다 털어먹었기 때문이다. 

한번에 라면, 우동, 빵3개를 시키더니 어느 샌가 그것도 다 먹어치우고는 아이스크림마저 쪽쪽 빨고 있다. 

그 덕에 이미 쉬는 시간은 다 끝나고 3교시가 시작된 후에야 나올 수가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이번 시간이 단체 시간이라서 다행이지. 

단체 시간에는 언제나 자습을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기에 그저 이렇게 편안히 교실로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인석이 이렇게 많이 먹을 줄 몰랐던 현준은 슬쩍 재석의 얼굴을 보았다. 

괜시리 미안해져서 말이다. 

그가 본 재석의 얼굴은 음침 그 자체였다. 

그는 그런 음침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중얼 거리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 . . 씨발. . .미친 새끼. . . 

정말 양심도 없는 미친 새끼. . . 

내가 이래서 저 놈에게는 한 턱 안 쏘려고 했던 건데. . . 

양심도 없는 새끼. . . 

지랄 같은 새끼. . . 

이 좆같은 새끼. . . 

으으으으. . . 내 돈 만원. . . .“ 

그렇다. 

우리는 고등학생. 

바로 만 원짜리 한 장에도 빌빌거리며 살아야 하는 인생인 것이다. 

그것은 저 날라리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런 그의 중얼거림에 현준은 흠칫거렸다. 

그리고는 역시 너무나 미안해졌다. 

정말 누가 이럴 줄이나 알았나? 

대체 저 날씬한 몸 어디에 그게 다 들어가는 거냐! 

그렇다. 

인석은 겉으로 보기에는 키 180, 몸무게 65의 약간 마른 새끈한 체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생긴 것도 왠지 연약하게 생겨서는 정말 많이 먹을 듯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현준은 그걸 믿고, 들어가 봤자 얼마나 들어가겠냐 라고 생각을 했던 건데. . . 

현준 역시 앞으로 인석에게 절대로 한 턱 쏜다는 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재석에게 다가갔다. 

갑작스레 현준이 재석에게 가자 재석이 흠칫거렸다. 

그런 그의 눈은 퀭해졌다. 

역시 만원의 파급이 컸던 모양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현준은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다음에 내가 밥 한 번 살게.” 

물론 인석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이다. 

인석에게 들켜서 무슨 피를 보게. . . 

그리고는 역시 인석이 듣는 지 안 듣는 지를 확인한 후 말했다. 

“. . . 다만 우리 둘이서 가자. . .” 

그 말에 어찌된 일인지 재석의 불만이 쑤욱 들어가고는 얼굴에 미미하게나마 웃음이 서렸다. 

이상한 새끼. . . 

현준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인석을 노려보았다. 

“이 자식!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 !“ 

갑작스러운 학주의 목소리에 그들 셋은 걸음을 멈추고 복도 뒤에 숨어서 상황을 살폈다. 

왜냐하면 이렇게 공부시간에 돌아다닌 다는 거 들키면 작살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먹을 것까지 입에 물고라면 모르긴 몰라도 뺑뺑이 30바퀴에 엎드려뻗쳐는 기본일 게 뻔하다. 

그렇게 상황을 살피는 데 엄청 둔탁한 소리가 났다. 

퍼어어억----- 

현준은 그 소리에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학주 앞에 있는 녀석을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놀랐다. 

왜냐하면 지금 학주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두들겨 맞고 있는 녀석이 승현이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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