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51 - 황녀는 잠 못 이루고 (3)
"자... 잠깐... 차... 마시고... 가!!"
막상 말을 뱉고 나니, 이건 부탁이 아니라 강요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니... 그게 아니라.... 차 마시고 갈 래...? 마시고... 갈 까요?.. 가주실래요?"
도대체 부탁은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리아나가 이토록 망가진 적은 유진이랑 첫날밤을 보낸 이후로 처음이었다.
부끄럽게도 머릿속이 온통 유진이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서 다른 걸 떠올릴 수 없었다.
"... 차... 마시고 가요."
결국, 유진의 옷깃을 꼭 잡은 리아나는 그녀답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어요. 마시고 갈게요."
그리고 유진은 그런 리아나가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응!!"
겨우 차를 마시고 간다는 한마디에 세상을 전부 가진 듯한 미소를 짓는 리아나.
그러나 그 직후, 리아나의 머릿속에 방의 상태가 떠올랐다.
'... 내가 어떻게 해 놓고 갔었지?'
평상시라면 이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빨래나 청소 정도야 며칠에 한 번씩 부르는 메이드의 뒷정리로도 충분했고.
기본적으로 황녀님은 방안에서 씻고, 잠을 자는 것만 반복하는 인간이다.
더럽힐 짓을 하지 않으니 방이 더러워질 이유가 없었다.
... 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은 달랐다.
'퍼져나가는 악몽'을 토벌하기 직전까지도, 제국을 좀먹는 쓰레기들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서 멜피사에게 온갖 자료를 받아서 분석했고, 식사도 되도록 방안에서 했다.
그 결과, 현재 방안은 리아나의 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더러운 상태!
그런 방을 유진에게 보여준다...?
'... 아... 안돼!'
황녀로서... 아니,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그건 허락할 수 없었다.
"그럼 들어갈까요?"
"자... 잠시만...!!"
"... 네?"
"잠시만... 기... 기다려줘. 바... 방정리 좀 하고 올 테니까..."
"... 저는 더러워도 상관없는데."
"안돼! 금방 치울 테니까!"
유진은 상관없어도 리아나에게는 상관이 있다.
쾅-!
그렇게 리아나가 문을 닫고 들어갔지만...
─끼이익
곧장 문을 다시 열더니 얼굴만 빼꼼 내민 채 말했다.
"... 그러니까 가면 안 돼? ... 꼭 기다려야해?"
"알겠어요. 꼭 기다릴게요."
"... 응!"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답을 주자, 환하게 웃은 리아나는 팔을 걷어붙이며 최적의 동선을 계산했다.
'종이를 주우려고 허리를 몇 번이나 숙이게 되는 건 비효율적이니까... 응! 일단 한쪽에 전부 몰아넣은 다음 단숨에 들어 올리자!'
리아나 루멘하르크는 황녀다.
당연히 청소 같은 잡일을 직접 해봤을 리 없는 신분.
하지만 지금까지 불가능을 경험해본 적 없는 리아나로서는 눈으로 몇 번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샤샤샥, 해치 울 수 있다!
... 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온통 한쪽으로 밀어 넣으려던 서류는 이곳저곳에 흩어져 오히려 방을 더 어지럽히고 말았다.
".... 어라?"
이외에도 리아나 나름대로 효율성을 추구하며 청소를 해봤지만 결국, 초기 상태보다 더 엉망이 된 방안.
".. 응, 전문가는 전문가인 이유가 있구나."
비효율적인 행동이 결과적으로 최선이 되는 비합리성을 인정한 리아나는 메이드가 했던 방식 그대로 방 청소를 시작한다.
슥슥슥─
과연 리아나라고 해야 할까.
괜히 폭주하지 않으면 청소를 따라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후우... 이정도면 괜찮지?"
메이드가 청소를 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반짝이는 방안을 보며 리아나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유진이가 칭찬해주려나....'
유진에게 쓰담쓰담을 받는 상상을 하며 문을 열려던 때, 리아나의 눈에 손목에 묻은 먼지가 들어왔다.
"...."
그러고 보니 방만 치우느라 자신의 상태를 깜빡했다.
문 옆에 있는 전신거울로 확인해보니 치우기 전의 방보다 몇 배는 엉망진창인 몸 상태.
머리카락은 최다 뒤엉키고, 얼굴은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되어있다.
'... 나... 이... 이런꼴로... 유진이한테... 안겨 온 거야?'
뒤늦게 유진이 이 모습을 봤을 걸 생각하니, 리아나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다.
물론, 제국의 태양의 외모가 고작 이런 것에 빛을 잃을 리가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모습에는 아무래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씨... 씻어야해..!'
유진이가 조금 더 기다리겠지만, 이건 합의의 여지가 없었다.
리아나는 곧장 뒤로 돌아 욕실로 들어갔다.
'... 어쩔 수 없잖아! ... 차...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지만...'
유진이가 정말 차만 마시고 갈 리가 없지 않은가.
분명 다른 것도 먹어버릴 터.
어차피 먹힐 거라면 최고의 상태로 먹히고 싶었다.
그렇게 리아나가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럽게 씻고, 향유를 바르다 보니...
어느덧 1시간이 지났다.
"... 앗!"
시계를 확인한 순간 리아나가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아무리 그래도 1시간이나 기다리게 하다니, 유진이가 화를 내도 할 말이 없었다.
'... 어.. 어쩌지?'
아직 화장도 못 했고,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지도 못했지만, 더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다.
스윽─
결국, 잠옷용으로 쓰기 위해 몰래 가져 온 유진이의 티셔츠만 걸치고는 문을 열었다.
"... 유진아!"
한겨울에 벽에 기댄 채 졸고 있는 유진이를 보자 죄책감에 가슴이 쑤신다.
"아... 리아나. "
"... 미... 미안해... 추웠지.... 내가 너무 늦었어..."
"아니에요. 괜찮아요. 방은 다 치웠어요?"
"응... 들어와. 미안해...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두근-! 두근-! 두근-!
유진이가 방안에 들어오자 조금 얌전해졌나 싶었던 심장이 다시 날뛰기 시작한다.
"...."
"...."
그렇게 좌식 테이블에 앉은 리아나와 유진의 눈이 마주쳤다.
초조함, 긴장, 불안.
'퍼져나가는 악몽'과 싸웠을 때도 느껴지지 않았던 감정들이 어째서인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더욱 잘 느껴진다.
'... 이... 이제 어떻게하지...?'
루시아의 방안에 갇혀있던 유진을 비비안과 함께 덮쳤을 때는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었는데...
막상 이렇게 단둘이, 그것도 감정이 선을 넘어버린 지금은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리아나."
"... 네.. 넷!"
역시 경험이 풍부한 유진이가 리드해주는 건가 싶어서 기다리고 있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 그... 차는요?"
"차...?"
차라니? 유진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유진이 뺨을 긁으며 말했다.
"어... 그러니까... 차 마시고 가라는 거 아니었어요?"
"... 아!!!"
그때야 유진이가 기다린 이유가 뭔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를 마시고 가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게 떠오른 리아나.
".. 그... 금방... 끓여올게...!!"
부엌으로 도망치듯 달려간 리아나는 찻주전자에 물을 올림과 동시에 얼굴을 감싸며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아... 아아... 아!!!... 창피해에에..!!'
지금 상황은 누가 봐도 차를 핑계로 남자를 잡아먹을 생각하는 여자이지 않은가!
만일 유진이가 나를 머릿속에 야한 생각만 가득하면 음란 한 여자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응?... 그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누가 뭐라고 해도 유진이는 자신의 유일한 이해자이자 공범자이지 않은가.
자신과 같이 지옥 끝까지 떨어주겠다고 약속한 유진이라면 어떠한 요구해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꼴깍-
리아나가 바싹 마른 목구멍에 침을 억지로 삼켰다.
'... 응, 그렇게 하자.'
상황의 정리를 끝낸 리아나가 찻주전자를 들고서 유진의 '앞'이 아닌 '옆'에 다가가 앉았다.
찰싹─
그것도 어깨와 어깨가 맞닿는 거리에.
리아나의 계획상, 이정도면 유진이가 언제 덮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유진이는 아무 말 없이 차만 마시더니...
"음, 맛있네요. 잘 마셨어요. 그럼 이제 가볼게요."
"... 어?"
차를 다 마시자 곧장 일어나서 떠나려고 한다.
"유... 유진아. 잠시..."
그 모습에 무언가 잘못한 게 있나 싶어 놀란 리아나가 쫓아서 일어나자.
-휙
"장난이에요."
갑자기 뒤를 돈 유진이 리아나의 양 손목을 붙잡고는 속삭였다.
***
당연히 장난이었다.
리아나가 저렇기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어떻게 그냥 간다는 말인가.
사실 방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성욕을 참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 자, 그럼."
나는 소파에 앉아 다리를 벌린 채 그 사이로 리아나를 불렀다.
"리아나, 이리와서 앉아요."
"... 응..."
리아나가 다시 사이에 앉자, 온기가 확 올라온다.
"몸이 뜨겁네요... 그렇게 기대했어요?"
스윽─ 스윽─
"흐읏... ♥하아... 유... 유진아..."
내가 천천히 허벅지를 쓰다듬는 순간, 리아나의 입에서 곧바로 간드러진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 흐읏♥... 하아♥... 흐으으... 읏♥"
"입 벌리고 혀 내밀어."
"... 베에에♥"
명령에 따라 리아나의 길게 내밀어진 혀를 살짝 깨물듯이 감싸고, 이내 내 타액을 흘려보낸다.
"... 하으♥... 흐읍♥... 쪼옵♥... 흡.. 읍♥"
은방울꽃, 복숭아, 장미, 포도처럼 지금까지 내 여자들을 여러 가지 과일과 꽃으로 묘사했지만...
리아나는 딱히 표현할만한 과일도 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몸에서 나오는 모든 체액과 체향이 꿀처럼 달콤했다.
"으음♥... 흐음♥... 더어.. ♥... 흐읏.. ♥... 읏... 꼴깍.! ♥... 더.... 더죠오... ♥"
어미 새에게 먹이를 요구하는 새끼 새처럼 내 혀를 휘감으며 필사적으로 타액을 탐하는 리아나.
그런 리아나의 허벅지를 서서히 타고 오르던 손끝이 마침내 보지에 닿기 직전.
"읏! ♥.. 거.. 거긴.... 아... 안대...!"
휙─
어딘가 익숙한 느낌의 티셔츠를 양손으로 잡고 내려 음부를 가리는 리아나의 행동에 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손 치워."
"아... 안대... 거긴... 하지... 마아... ♥"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손 치워."
"흐읏... ♥"
다시 한번 경고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치우는 리아나에게 다시 한번 주종관계를 똑똑히 새겨준다.
찔꺽─! 찔걱─! 찔꺽─!
"흐끄윽!! ♥.. 흐엑!! 흐에엑! ♥.. 유... 유진아아아!! ♥.. 끄망!!.. 가... 가쓰니까!! ♥♥제발.... 끄만!! ♥"
몇 번 쑤시지도 않았는데 단숨에 절정해버리는 허접보지를 몇 분이고 괴롭혀주자 눈물까지 흘리는 리아나.
"흐끄에!!.. ♥... 흐에윽! ♥... 위.. 위험햇!! ♥... 그러니까아!.. 흐엣♥... 흐에게엣♥끄... 끄마아아안..! ♥"
"뭘 그만하라는 거지?"
"보... 보지이이! ♥... 흐에!! ♥... 보... 보지!! ♥쑤.... 쑤시는거.!!!... 오끄읏!! ♥.. 끄만해에에에!! ♥♥"
스으윽─
간절한 애원에 내가 손을 잠시 멈추자, 리아나가 훌쩍거리며 말했다.
"흐에.. ♥흐흑... ♥유... 유진아... 오늘은... 그.. 그만하자.. 나... 흐아♥... 머...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으니까아... ♥... 알... 알았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