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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86화 (186/354)

〈 186화 〉 효도하는 법... 아시죠? (6)

* * *

아무리 ‘침대 위의 왕자’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음마족 네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죽겠다...’

다리는 후들거리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요도 남아있는 정액 한 방울까지 쥐어 짜내진 느낌이다.

‘자아, 유진군 엄마가 가슴으로 쓰윽 쓰윽 퓻퓻 해줄게요...’‘...선생님...제 젖보지 기분 좋으신가요?’

아이리스와 릴리스의 더블 파이즈리에 도대체 몇 발이나 쌌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물풍선이 자지를 집어삼키는 느낌에 그대로 녹아버릴 뻔했다.

그나마 내가 둘이 동시에 달려들 걸 예상하고 클라리스와 엘라리스를 최소한의 사정으로 기절시켜놔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었다면 진짜 복상사했을지도...’

그래도 관계를 맺은 네 명의 여인이 모두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남자로서 뿌듯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제 나도 좀 쉬어야지...’

체력은 진작부터 한계였고 정신력으로 간신히 견디고 있었다.

나는 왼쪽엔 아이리스를 오른쪽에는 릴리스를 눕히고는 그 사이에 몸을 던졌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졸음이 밀려온다.

그렇게 잠에 빠져들기 직전, 묘한 시선이 느껴졌다.

“....!”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순간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을 동그랗게 뜬 릴리스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하아.... 릴리스. 놀랐잖아요. 일어났다고 말을 하지 그랬어요.”

“....”

“왜 말이 없어요. 혹시 제가 가장 마지막에 사정해줘서 삐진 건...”

평소처럼 잡담을 늘어놓던 도중 나는 릴리스에게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꼈다.

‘이상해...’

어디가 이상한지 명확하게 설명은 할 수는 없지만, 저건 릴리스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릴리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누구야 너....”

그러자 릴리스의 몸을 차지한 녀석이 기쁘다는듯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이렇게 빨리 알아채다니... 눈치가 빠른 걸까 아니면 릴리스에 대한 사랑이 큰 걸까?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겠네.”

“...내가 누구냐고 물었잖아.”

나는 이를 으득 갈며 녀석을 쏘아 붙혔다.

마음 같아서는 놈을 당장이라도 공격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릴리스가 다치고 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가 주먹을 꽉 움켜쥐며 노려보고 있자, 놈은 어깨를 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아주 기운이 넘치네. 음~매력적이야. 하지만 그렇게 날을 세우지 말렴. 싸울 생각도 이유도 없으니까.”

“그럼 대답해. 넌 뭐지?”

평상시 보여주는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릴리스의 재능은 비비안과 동급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치의 재능을 가졌단 말이다.

웬만한 수단으로는 릴리스의 정신 방어를 뚫을 수 없다.

‘그런데도 육체를 빼앗겼다는 건...’

상대의 힘이 릴리스의 재능으로도 방어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라는 뜻.

“음... 최초의 탕녀, 유혹의 뱀 그리고 모든 음마의 어머니. 이 정도면 누군지 알겠지?”

저런 칭호들로 불릴 만한 인물은 이 세계에 단 한 명뿐이었다.

“리리스...”

“정답이야. 눈치도 빠르고 머리도 좋네. 마음에 들어.”

그렇게 말한 리리스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야릇하게 웃었다.

“....”

평상시의 릴리스도 워낙 외모와 몸매가 출중하니 색기가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수룩한 모습과 저돌적인 태도 때문에 색기가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릴리스가 보여준 미소를 보자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미쳤네...’

조금 전까지 축 늘어져 있던 자지가 꼿꼿하게 발기했다.

‘침대 위의 왕자’의 힘으로도 오늘은 더 못 세운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미소 한 번으로 세우다니...

나는 눈앞의 존재가 전설적인 음마, 리리스라는 걸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그런 위대하신 존재가 여기는 무슨 일로... 설마 그 몸이 탐나시는 겁니까.”

내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상대가 음마족이 섬기는 어머니이든 최초의 탕녀이든 내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건 리리스가 내 여자를 건드렸다는 거다.

만일 릴리스의 육체를 훔쳐가려는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든 리리스를 처리하고 말 것이다.

그러자 리리스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하, 설마. 모든 음마족은 내 딸과 같은 존재지만 그중에서도 릴리스는 나와 비슷한 이름을 줬을 정도로 내가 특별히 아끼는 아이란다. 그런 소중한 딸의 몸을 뺏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그럼 뭐 때문에 이런 곳에 나타나신 겁니까.”

“그냥 조건이 맞아서 나왔을 뿐이란다.”

“조건?”

“응, 뛰어난 음마족이 잔뜩 모여있고, 한 명의 남자가 그들을 모두 만족하게 해줬을 때. 그 정기를 바탕으로 내가 나타나게 되어있거든.”

리리스의 말을 들은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그런 짓을....”

“그야, 궁금하잖니? 음마족 하나를 만족시키기도 어려운데 여러 명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남자라니 어떤 여자라도 궁금할걸?”

그러니까, 그냥 정력이 강한 남자...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창피하지만 나를 보러 저런 전설적인 존재가 나타났단 말인가.

“사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살짝 맛도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릴리스가 허락을 안 하네.”

리리스가 눈을 반짝이며 입술을 핥자 소름이 쫙 끼치며 체온이 2도는 낮아진 기분이다.

“...허락이요? 지금 릴리스에게 의식이 있는겁니까?”

“아니, 그럴 리가 재워놨지.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솔직히 놀라워. 백 년도 살지 못한 아이가 나를 거부하다니. ...정말 이 아이의 잠재능력은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니까.”

계속해서 릴리스의 재능에 대해 설명하는 리리스.

그 모습은 뭐랄까 자식 자랑을 늘어놓는 듯한 아줌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내가 짧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자 리리스가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섹스는 못하니 키스해줘.”

“...네?”

“그러니까 키스해달라고.”

도대체 뭐가 그러니까 일까. 앞뒤가 전혀 이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이해해보려 해도 음마들의 사고 구조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싫습니다.”

“왜? 엘라리스와 클라리스에게도 손을 댄 걸 보면 딱히 정조관념이 강해 보이지는 않는데?”

리리스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녀의 말대로 정조관념보다는 단순한 생존 문제였다.

“...음마족의 여왕이랑 입을 맞췄다가 무슨 꼴을 당하려고요.”

“하하하하핫! 뭐, 평범한 사람이라면 내 키스만으로도 빨려 죽을 수도 있겠지만... 너 정도라면 괜찮을걸? 아마도...?”

‘아마도?’

스스로도 확신은 못 한다는 소리 아닌가.

“...100%는 아닌겁니까.”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리리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인걸. 그리고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모험을 해야지.”

“보물?”

“응, 선물을 하나 줄게. 언젠가 네게 찾아올 운명을 넘기 위해서는 내 선물이 필요할 껄?”

예언을 읊는 듯한 리리스의 눈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빛났다.

“...릴리스가 거부하지 않습니까.”

“에이, 음마족에게 키스 정도는 인사지 인사. 그리고 키스 한 번으로 내게 선물을 받는다면 그리 손해 보는 조건은 아닐 텐데?”

맞는 말이었다.

리리스 정도가 되는 존재의 선물을 키스 한 번으로 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남는 장사가 없을 것이다.

‘운명이라는 말도 신경쓰이고...’

리리스는 농담처럼 흘린 말이었지만 내 직감은 저 말을 쉽게 넘기지 말라고 경고했다.

“자, 그럼 마지막 제안이야 어떻게 할래?”

잠시 고민하던 척을 하던 내가 입을 열었다.

“...선불입니다.”

“아하하하핫. 뭐, 좋아. 자 받아.”

리리스가 가슴골 사이에서 꺼낸 것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은색 반지였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언제가 쓸모가 있을 거야.”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여도 음마의 여왕이 직접 건네준 물건이다.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건 세 살짜리 꼬맹이도 알 것이다.

“...이게 뭐죠?”

“이름은 하르모니아의 반지.”

리리스가 분홍빛 혀를 살짝 내밀며 대답했다.

“그 반지는 네 수명을 대가로 육체를 가장 빛나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물건이야.”

“빛나던 순간?”

“간단히 말하면 전성기라고 할까? 하지만 언제로 돌아갈지는 나도 몰라 인간에게 있어서 전성기는 각자 다르니까.”

리리스의 말을 들은 내가 턱을 쓰다듬었다.

몇 십년 후의 미래가 아닌 이상 내게 있어서 육체의 전성기는 언제나 지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치가 떨어지지 않는다면 과거로 돌아가봤자 약해질 뿐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몇십 년은커녕 앞으로 몇 년 안에 최종보스전이 진행된다. 그렇다면 리리스가 말한 운명은? 치명상을 입었을 때 사용하라는 건가? 수명을 대가로 먹지만 당장 죽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사실 상처 대부분은 릴리스가 치유할 수 있겠지만 언제나 릴리스가 곁에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는 법.

이런 보험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감사합니다.”

“응, 좋아! 자 그럼 대가를 받아 볼까.”

입술을 침을 바르며 다가오는 리리스.

척 보기에도 눈빛이 위험했지만, 이미 대가를 받은 이상 도망칠 수도 없었다.

“살살 부탁 드리겠....”

“잘먹겠습니다!”

쪼옥─

리리스의 입술이 닿는 순간 알았다.

‘...이거...위...험...’

“쪼옵♥..쪼옥!...쪼오옵...!♥쪼옥...쪼오오옵!..쪽..쪼오옥♥.!...쪼옵옥!...♥푸하! 역시 생각했던 대로 맛있네! 음음! 이 정도는 되어야 내 아이들을 동시에 만족하게 하나 보네!”

시원한 맥주를 원샷한 느낌으로 개운한 소리를 내뱉는 리리스.

그와 반대로 나는 영혼이 빨려나간 느낌이었다.

‘...키스만으로 갈 뻔했다.’

농담이 아니라 한 5초만 키스가 더 이어졌어도 진짜 갔을 것이다.

멜피사도 아니고 키스로 가버릴 뻔 하다니...

내가 자괴감에 어쩔 줄 모르자 리리스가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밀며 말했다.

“슬슬 시간이 다 됐네. 그럼 이 아이들의 어머니로서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하고 돌아갈게.”

“...말씀하시죠...”

지금까지 장난끼 가득한 말투로 말하던 리리스가 한 순간에 진짜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부디 사이좋게 지내렴.”

“....”

리리스의 진심이 담긴 부탁에 내가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리리스가 이어서 말했다.

“아, 기왕이면 가끔 와서 정기도 주고. 엘라리스랑 클라리스도 한창 때에 이런 곳에서 말라가면 불쌍하잖니.”

“...그건...생각...좀....읏...”

긴장이 풀려서일까, 아니면 리리스에게 정기를 빨려서일까.

띠링—!

갑작스럽게 멀어져가는 시야 속에서 나는 메세지를 보았다.

[특성이 진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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