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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47화 (147/354)

〈 147화 〉 성녀(??)님 말고 성녀(??)님 (5)

* * *

“저...릴리스에게...진짜 보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성녀의 말을 듣는 순간 비앙카가 이를 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씨발년이 내 말을 좆 같이 듣네? 내가 분명 꼬리 치지 말라고 경고했지?”

“...저...릴리스는...서...성녀인데요..?”

조금 전까진 성녀인 걸 숨기려고 했던 주제 이젠 방패로 써먹는다.

하지만 비앙카에게는 상대가 누구든 전혀 상관없어 보였다.

“그래서 어쩌라고. 씨발년아. 조금전에 우르엘라 차기 가주랑도 싸우고 왔는데 성녀라고 뭐가 달라?”

비앙카의 말을 듣는 순간 기숙사에 벌어졌을 난장판에 숨이 턱 막혔지만, 당황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우선은 성녀의 입에서 튀어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대사를 처리해야 했다.

“...선배, 진정해요.”

“진정하게 생겼어! 저년이 내가 말하는 걸 개무시...!”

“비앙카 ...내가 진정하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힌 내가 명령하듯 말했다.

읏, 하며 주저한 비앙카가 불퉁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럼 다시 조건을 확인하죠 성녀님. 성녀님은 제게 도움을 주고 그 대신 저는 보지 사용법을 알려준다. 그거면 되겠습니까.”

“...네. 그거면 돼요...”

“여신님의 이름 아래에 맹세할 수 있겠습니까?”

“...그...그건...”

아직 조건도 듣지 않은 상태에서 맹세하려니 조금 망설임이 생긴 것 같지만, 결국 성욕을 이기지 못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맹세할게요.”

“알겠습니다. 그 조건으로 계약하죠.”

내가 계약을 맺자, 비앙카 주먹을 꽉 쥔 채 물었다.

“야... 너... 진짜 재랑 하겠다고?”

“아니요. 안 할 겁니다.”

“...에?”

“...뭐?”

내가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하자 성녀와 비앙카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안하신다고요?”

“네, 성녀님이 말한 조건은 보지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거 아닙니까?”

“...네...맞아요.”

“그럼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꼭 성녀님의 보지일 필요는 없죠.”

대답을 들은 성녀는 입을 떡 벌렸다.

나는 ‘촉수’를 정화 할 생각에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우선 ‘정화’를 부탁드릴 물건도 있으니까요.”

내가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은 단순히 비앙카 때문이 아니다.

수많은 야겜으로 단련된 두뇌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음란 성녀에게 맞는 조교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최대한 성녀의 육체는 건드리지 않는다.’

1회차의 순진했던 정신과 더럽혀진 육체와는 반대로 이번 회차에서는 더럽혀진 정신과 순진한 육체의 반향으로 조교 할 생각이었다.

“....아?”

그때야 속아 넘어갔다는 걸 알아챈 성녀가 소리쳤다.

“...이...이건 무효에요..! 저..저 릴리스가 바란건...!”

“...성녀님. 여신의 이름 아래에서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걸 무시하겠다는 건가요?”

“...읏...”

아무리 성욕에 눈이 멀었다 한들 여신을 부정할 수는 없는지 입을 다무는 릴리스.

“하, 남의 남자를 노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그 모습을 꼴좋다는 듯 비웃으며 팔짱을 껴오는 비앙카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촉수’의 정화를 위해 성녀를 기숙사에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문을 여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챘다.

“...주인님.”

차가운 바람을 쌩쌩 풍기는 루시아가 팔짱을 낀 채 물었다.

“뒤에 저 여자들은 뭔가요?”

이렇게까지 화가 난 루시아는 처음 봤기에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하, 아까도 봐놓고 뭘 모르는 척을 하고 있어.”

“주인님에게 말하는 거 안 보여? 당신에게 말하는 거 아니니 빠져있어.”

루시아아와 비앙카가 기 싸움을 시작하자,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사이에 끼어들었다.

“...루시아.”

“네, 주인님. 루시아에요.”

기계처럼 입꼬리만 올린 루시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만을 기다리는 루시아요. 주인님께서는 제가 밤새도록 기다리는 동안 절벽녀랑 뒹굴더니 이젠 또 다른 여자를 데려오셨네요?”

“...절벽? 지금 절벽이라 했냐?”

“절벽녀가 가슴만 작은 게 아니라 귀도 안 좋은가 보네.”

약점을 건드리는 루시아의 말에 비앙카가 바로 발끈한다.

“야, 이 씨발년아. 젖탱이만 크면 다냐?”

“말조심해. 비앙카 베아트리스. 나는 가슴만 큰 게 아니라 가문, 외모, 능력 모든 게 당신보다 잘났으니까.”

“...개년이...지금...”

루시아의 팩트로 가득한 공격에 비앙카가 입술을 꽉 깨물고 부들부들 떨어댄다.

“루시아. 비앙카는..”

“...하. 그래요. 주인님. 비앙카야 항상 큰 가슴만 먹다 보면 질릴 수도 있으니 이해할게요. 하지만 ‘저건’ 뭔가요?”

“릴리스는 너도 알고...”

“됐어요! 주인님! 변명을 듣고 싶지 않아요! 성욕을 처리하려면 저한테 하시면 되잖아요! 왜 ‘저런’ 쓸모없는 것까지 데리고 오는 건가요?”

“....”

최근 들어 루시아가 질투하지 않는다는 것에 의심이 들긴 했지만, 이번 건 서운할 정도였다.

성녀가 ‘되살아난 타락’의 공략에 필요한 건 누구보다 루시아가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루시아. 그날 우리는 같이 맹세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세계에 반드시 해피엔딩을 가져오겠다고.

하지만 지금 루시아의 태도는 질투에 눈이 멀어 ‘맹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맹세를 잊은 것이냐...’

루시아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끌어 오르려는 순간 문뜩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래서, 당신은 뭔가요? 주인님께 화대라도 받으러 온 건가요? 화대라면 제가 대신 줄 테니 받고 꺼지세요.”

“저...릴리스는...그냥...”

차라리 루시아가 비앙카에 대해서만 따지고 들었으면 이해할 수 있었을 거다.

비앙카를 데리고 온 것은 순전히 내 욕심이었으니까.

해피엔딩에 있어 꼭 필요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루시아는 성녀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척을 하며 비난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지금 루시아가 이런 공격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이유가 뭘까.

“주인님. 왜 대답을 못 하시는 건가요? 제게 무슨 말이라도 해보세요.”

루시아에게 의도가 있다는 건 알겠다.

하지만 그 의도가 뭔지까지는 모르겠다.

바라는 게 있다면 따로 말하면 될 것을...

이런 식으로 말해봤자 루시아가 얻을 수 있는 건 내 분노밖에 없을 텐데.

‘...분노?’

어째서인지 분노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하, 아니면 이제 새로운 암컷이 들어왔으니 제 말 따위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건가요? 제가 꺼져드릴까요?”

지금 반응을 보니 확실했다.

루시아는 지금 내가 화를 내길 바라고 있다.

그렇기면 내가 화를 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차근차근 상황을 되짚어보며 머리를 굴리다 보니 한순간 깨달음이 스쳤다.

‘...루시아. 너는...’

지금 루시아는 내가 분노해 반항하는 자신을 제압함으로써 이 방안에서 서열을 확실히 잡길 바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여자들 사이에서의 서열과 균형은 언제나 루시아가 관리해왔지만, 그 균형은 새로운 도전자 비앙카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성녀까지 더해지니 균형은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비앙카를 버리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균형을 흔드는 존재를 버린다면 다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아는 내가 그걸 바라지 않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새롭게 나타난 게 두 번째 방법.

...내게 모든 권력을 몰아줘서 누구도 반항할 수 없게 하려는 것이다.

“어서 대답하세요. 주인님. 제가 꺼져드리면 될까요?”

“....”

서운함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루시아의 표정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나에게 이런 말을 내뱉는 것 자체가 괴롭다는 증거였다.

잠시나마 루시아를 의심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온통 미안함으로 가득하다.

여러 여자를 품기로 한 이상, 여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건 내가 했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동안 루시아는 어떤 내색도 하지 않고 그걸 대신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조차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부담을 주지 않도록 아무 말 없이 악역을 자청하는 루시아에게 너무나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걸 티를 낸다면 루시아의 저런 배려가 아무런 쓸모가 없어진다.

‘미안하다 루시아...’

마음속으로 다시 한번 사과한 나는 ‘침대 위의 왕자’를 사용해 표정을 최대한 냉정하게 굳히며 루시아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재롱을 귀엽게 봐줬더니 결국 선을 넘는구나.”

“...끄으윽....주...인님...?”

동시에 염동력으로 만든 가짜 위압감을 주위에 흘리며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루시아. 네년은 내 성욕을 풀기 위한 육변기에 불과하다. 틀린가?”

“...하흐윽...네에..하아...저는...주인님의...육변기에요...”

“그런데 육변기 따위가 주제넘게 주인에게 대드는 것이냐?”

“아..아니에요...저는 주인님께...대들려고 한 게 아니라..”

—짜악

내가 루시아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치자 방 안에 있는 모두가 숨을 삼켰다.

‘...괜찮겠지?’

소리는 엄청났어도 루시아의 뺨 앞에서 염동력으로 이루어진 얇은 막을 생성했기에 크게 아프지 않을 거다.

오히려 염동력을 때린 내 손바닥이 불에 덴 듯 욱신거렸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더욱 쏘아붙였다.

“변명하지 마라. 누가 육변기 따위에게 변명하는 걸 허락했지? 네년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내 자비를 구하는 것뿐이다.”

“...죄송...죄송합...니다. 주인님...자..자비를..”

“멍청한 년! 도대체 몇 번을 가르쳐야 아는거냐!”

“주...주인님?...그게...무슨 소리인지...”

“그게 사죄하는 자세인가? 내가 네년을 그딴 식으로 교육했더냐!”

내가 잡고 있던 머리카락을 팽개치자 루시아는 처량하게 몸을 떨더니 무릎을 꿇고 천천히 머리를 바닥에 조아렸다.

“...죄...죄송합니다...주인님...미...미천한...육변기가...감히...존귀한...주인님께...대들었습니다...부..부디..자비를...베풀어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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