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111화 (111/354)

〈 111화 〉 태양과 달의 연회 (5)

* * *

“...주인님께 봉사할 수 있어 다행이에여. 혹시 거절 당했다면...저는...”

루시아가 말을 중간에 삼켰다.

뒷말이 신경 쓰였지만 듣지 않는 편이 아무래도 신상에 좋을 것 같았다.

“...그럼 루시아가 봉사할게여...”

텅 빈 눈을 한 루시아가 걸어오더니 입으로 바지를 물고 벗겨낸다.

“...헤헤...주인님의 자지도 기대하고 있었네여...”

내가 발기해 있는 것이 기쁜 눈치다.

루시아는 자지 기둥을 몇 번 쓰다듬고는 입을 벌려 단숨에 뿌리 끝까지 집어 삼켜왔다.

“...켁...!흑..케..케극...!”

목구멍이 압박되는 괴로움에 구역질하면서도 루시아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끄...흑!...켁..!.흐끄긋!”

오히려 더 깊숙이 더 빠르게 움직이기까지 한다.

“...”

생명이 걱정될 정도로 숨을 참은 채 움직이는 루시아.

오늘따라 유난히 육체를 더 도구처럼 쓰는 느낌이었다.

“케흑...!끅..켁..끄그읏..!”

까닥하면 루시아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여자를 도구처럼 사용하지 않으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쾌락에 사정감이 단숨에 치솟았다.

“...!”

내 자지가 움찔거리는 것만 보고도 사정이 다가온 걸 눈치챘는지 루시아가 입에서 뱉어냈다.

“...케흑..!켁..!하아..하아...아직 안돼여. 조금만 기다려주세여. 주인님.”

흘러내리는 침을 손등으로 닦으며 루시아가 머리에 향유를 꺼내 바른다.

아니, 바른다는 표현보다는 들이붓는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제 준비됐어여.”

향유 한 병을 통째로 부어 질퍽하게 젖은 루시아의 머리카락이 자지를 감쌌다.

“...읏.”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감각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신음.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루시아가 입꼬리를 올렸다.

“괜찮아여... 루시아는 주인님의 것이니까... 신경쓰지 마시고 마음껏... 마음껏 소리내주세여...”

스윽─ 스윽─

원래도 부드럽기 짝이 없던 루시아의 머리카락에 기름마저 더해지자 은색 비단으로 자지를 감싼 느낌이었다.

“...사실은 마차에서 해드리려고 했는데 루시아가 잠들어서 죄송해여...”

루시아의 아름다운 머릿결이 내 쿠퍼액으로 달라붙어 더러워진다.

‘위험하다!’

가뜩이나 루시아의 이마라치오로 사정하기 직전이었는데 더럽혀서는 안 되는 물건을 더럽히는 배덕감마저 더해지자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싼다..루시아..”

“네엣..싸주세여.. 루시아의 쓸모없는 머리카락을 주인님의 정액으로 물들여주세여...”

루시아의 손놀림이 한계까지 빨라지고 어느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물들며 쾌락의 불꽃이 튀었다.

울컥—! 울컥—!

며칠 동안 쌓여있던 정액이 이때를 틈타 루시아의 머리에 뿌려진다.

“..흐읏읏...”

루시아는 온통 정액투성이가 된 머리카락에 손으로 빗더니 눈을 감은 채 냄새를 맡는다.

“...하아...주인님의...냄새...감사합니다.”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루시아가 감사를 표하더니, 정액이 묻은 손가락을 그대로 입안에 가져다 대었다.

“쪼옵...하...주인님...정액...맛있어여..”

일단 한 발 싸고 나자 머리가 조금 냉정해졌다.

‘...이거 위험한데...?’

계획한 시나리오에서는 나와 루시아와 이런 관계라는 걸 절대 황녀가 알아서는 안 된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곧 마지막 교대 시간이다.

지금 루시아를 보낸다면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루시아. 이제 돌아가라.”

“...에...?”

내 말을 들은 루시아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트렸다.

“시..싫어여...저...이번에도 주인님께....버림받으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그...그치만...주인님이...또 황녀에게...가버리면 저는!”

루시아가 내 팔을 붙잡은 채 흐느꼈지만, 나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언제 그랬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아카조교사’를 플레이했지만, 단 한 번도 황녀의 공략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아니, 공략은 커녕 마주치는 것 자체를 피했다.

걸어다니는 데드엔딩인 황녀를 굳이 만날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그것 말고 딱히 떠오르는 이유가 없다.

물론 평소의 루시아라면 악몽 정도로 이렇게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그렇고, 대항전 때도 그렇고 1회차의 기억 탓인가, 루시아는 황녀에게 이상할 정도로 심한 적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 대한 집착과 황녀에 대한 적대심.

하필이면 이 둘이 뒤섞인 상태에서 내가 루시아와 황녀를 비교하며 황녀를 선택하는 걸 보았고.

하필이면 버림받는 악몽을 꾼 것으로 루시아의 이성의 끈이 끊어진 것 같았다.

‘돌겠네.’

악재가 겹쳐도 이렇게 겹칠 수 있는 것인가.

짧게 한숨을 내쉰 나는 루시아를 저항할 틈도 없이 벽에 밀어붙이며 입술을 빼앗았다.

“....흡...흐읏...흡...푸하...주...주인님..,?”

“닥쳐라.”

“흐읏...끄윽...”

닥치라는 말에 대답하지는 못하고 그저 눈물을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루시아의 모습이 참 귀엽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티를 낼 때가 아니다.

“...딱, 한 번만 말할 테니 귓구멍 똑바로 열고 들어라.”

“흐윽...흑...”

“루시아. 내 눈에는 네가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인다. 처음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울고 당장 돌아가라.”

“...주...주인님....흐윽...네에...죄..죄송해요.”

분명 그만 울라고 했건만 다시 울음을 터트리는 루시아.

“...씁! 내가 그만 울라 하지 않았느냐. 이 일은 나중에 이야기할 테니. 이제 곧 교대 시간이다. 어서 방으로 돌아가라!”

“...흐윽...네, 주인님... 실례했습니다.”

깊게 허리를 숙인 루시아가 조용히 방 밖으로 떠나자 나는 침대에 쓰러진 채 긴 한숨을 내쉬었다.

“...죽겠다.”

***

다음날 나는 리아나의 방으로 불려갔다.

응접실 같은 곳이 아니라 침실로 부른다는 게 참으로 리아나다운 선택이었다.

‘...그럼 갈까.’

마음의 준비를 끝낸 나는 화려하게 장식된 문을 두드렸다.

“...황녀 전하, 유진 칼리오페입니다.”

“응! 들어와! 기다리고 있었어.”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황녀 전하께서 손수 문을 열어주셨다.

방안은 온통 황금색과 붉은색으로 장식되어있었는데 하급품과 명품이 뒤섞여 있는 걸로 보아 리아나가 손수 고른 물건 같았다.

“잘 왔어! 아주 잘 왔어! 아! 유진은 거기 앉아.”

내가 자리에 앉자 황녀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어때? 내방 이쁘지? 여기에 들어온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유진아.”

“...영광입니다. 전하.”

“흐음~. 표정은 전혀 그런 거 같지 않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감동에 몸서리치고 있습니다.”

“헤에,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고.”

리아나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는 어떤 일로 부르셨는지.”

“흐음, 꼭 일이 있어야지만 불러야 하는 건가? 그냥, 유진에 대해서 더 친해지고서 그랬다는 건 안 돼?”

입술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살짝 돌린 리아나는 누가 봐도 토라진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그녀의 본성을 알고 있는 상태다.

“황녀 전하, 송구하오나. 이런 탐색전으로 시간 낭비를 하실 필요는 없사옵니다.”

“...흐음, 그래?”

그 순간 리아나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마치 목덜미에 독사를 휘감은 기분.

손끝과 발끝이 뻣뻣하게 굳는다.

“그럼 몇 가지 물어볼 테니. 대답해야 해?”

어제 들었던 ‘대답해 줄래’와 비슷한 말이지만 명백하게 달랐다.

그것이 권유였다면 이건 리아나의 명령이었으니까.

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응, 그럼. 유진아. 어떻게 알았어?”

환하게 웃으며 추궁해오는 리아나.

역시나, 아카데미에서의 황녀를 이용한 일부터 찌르고 왔다.

“...확신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뭘 말하는 거냐고 시치미 떼는 건 좋지 않다.

황녀에게 이런 대화조차 이해하지 못한 멍청이로 여겨질테니.

그렇게되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자신 있게 말하던데?”

“만일 안 되더라도 비장의 수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상대를 견제라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건 그렇지. 그래! 그건 넘어가 줄께!”

양손의 손끝을 맞댄 황녀가 장미가 피는 것처럼 화려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안 돼. 나는 유진이 내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짐작한 과정이 궁금한데?”

내가 눈을 감고 생각을 다시 정리했다.

지금이 중요했다.

황녀의 흥미를 얻을 정도로 정보를 풀면서도 의심을 사서는 안 된다.

다시 눈을 뜬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관찰’입니다.”

“흐음, 마음에 안드는 대답이야. 본다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연기가 어설프지는 않았어.”

“저는 본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관찰이라 했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리아나가 눈썹을 찌푸린다.

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관찰이랑 상대의 행동, 손짓, 눈빛, 말투 모든 걸 조합해서 상대를 의도를 읽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황녀 전하께서 지금 하고 계신 손가락 끝을 서로 닿게 한 모양은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상황을 주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지요. 이런 사소한 정보를 더하고 더 해서 나온 결론이 '황녀 전하께서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 였습니다.”

물론 싹 다 개소리다.

내가 지금 지껄인 것도 리아나의 성격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동작에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어설픈 거짓말을 할 바에는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게 통할 가능성이 높았다.

“흐음...‘관찰’이라....노력과 연습으로 얻어낸 ‘직관’이라고 보면 될려나.”

내 말을 곰곰이 생각하듯 리아나가 붉은 입술을 톡톡 건드린다.

“뭐, 좋아! 유진이 말한 ‘관찰’이 오라버니의 ‘직관’이랑 같은 급의 능력이라면 어느 정도 납득가는 대답이네!”

그 순간 목을 감싸고 있던 독사가 떨어진 듯 느낌이었다.

내가 안도의 한숨을 삼켰다.

...어떻게 황녀의 시험을 통과 한 모양이다.

“그러면, 에피타이저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부터는 메인이야! 자, 유진아. 어제 오라버니랑 무슨 이야기를 나눴어?”

리아나의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이것도 거짓으로 꾸민다면 얼마든지 꾸밀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황녀 전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리아나를 향한 나의 선전포고가 시작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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