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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히로인이 조교를 기억함-75화 (75/354)

〈 75화 〉 나비는 두 번 날개짓 한다 (5)

* * *

비앙카 베아트리스는 초조한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왜 아무 짓도 안 하는 거야!’

벌써 삼 일째 밥을 주는 것과 슬라임으로 몸을 청소한 것 말고는 몸에 손대지 않았다.

첫날은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둘째 날이 되자 조교에 익숙해진 육체는 서서히 달아올랐고, 지금에 와서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욕구불만 상태였다.

─네 엉덩이 구멍에 싸주마. 감사하게 생각해라.

─하윽..네에..감사..해..여♡ 그러니까..! 빨리 싸져..싸주세엿─!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자 다리 사이에서 애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잃을 정도의 쾌락이라니...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그런 것이 존재할 것이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그런 굉장한 걸 몸에 새겨놓고서! 뭐냐고 도대체!’

비앙카가 피오르는 성욕에 짜증을 내고 있자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왔다!’

유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활짝 웃어버린 비앙카는 화들짝 놀라며 표정을 관리했다.

‘이, 이건 전부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니까!’

유진이 와서 기쁜 게 아니라 아무리 조교 해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줄 수 있으니 웃은 것뿐이다.

물론 유진과의 섹스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지만...

자신이 변태도 아니고 이렇게 감금당한 상태에서 조교 당하는 걸 기대할 리 없지 않은가.

‘이건 어디까지나 내가 저 자식을 이용하는 거야!’

비앙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자신을 조교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사실은 반대다.

결국, 마지막에 굴복만 하지 않으면 오히려 내가 유진을 자위에 이용하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그래, 그런거니까... 계약이 끝날 때까지 즐기는 정도는 괜찮겠지.’

완벽하게 자기합리화를 마친 비앙카는 침을 꼴깍 삼키고는 소리쳤다.

“나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테니까!”

선언을 끝내고 나자 비앙카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오늘은 어떤 조교를 당할까 하는 기대감에 신체가 반응한 것이다.

“...선배.”

“...흥! 또 말로 현혹하려고? 미안하지만 이젠 안 통해!”

“그런 게 아닙니다. 여기서 나가고 싶죠?”

유진의 질문에 비앙카가 앙칼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이런 공간에서는 1초도 더 있기 싫어!”

“좋습니다. 아직 계약 기간은 남았지만, 베아트리스 가문의 명예를 걸고 저와 비비안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하면 풀어드리죠.”

“...응?”

갑작스러운 제안을 이해하지 못한 듯 비앙카가 큰 눈을 껌뻑거리고 있자 유진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 그대로입니다. 맹세하시면 조교는 여기서 끝입니다.”

비앙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째서 계약 기간이 남았는데 풀어준단 말인가?

유진이 갑자기 마음을 고쳐먹기라도 한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어.’

상대는 사악한 유진 칼리오페다.

분명 이렇게 방심을 시키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핫..! 설마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억지로 따먹으려고!’

비앙카가 놀란 듯 입을 벌렸다.

보내 준다는 말에 희망을 품은 자신을 억지로 밀어붙여 더럽고 추잡한 욕망의 분출구로 사용할 생각이 분명했다.

‘...하, 바보 같기는. 내가 그런 것에 당할 것 같아?’

비웃음을 삼킨 비앙카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말했다.

“...알겠어. 맹세할게.”

이제 유진이 자신을 덮치는 순간 이미 예상했다는 걸 똑똑히 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맹세하자마자 덮쳐 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유진을 힘을 억제하고 있는 수갑을 포함한 구속구를 모두 풀어주었다.

“....?”

비앙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래서는 진짜 평범하게 풀어주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럴 리가 없는데... 헛! 설마, 완벽한 상태의 나를 다시 제압해서 첫날의 치욕을 되살릴 생각인가?’

비앙카가 유진을 찌릿 노려보았다.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하다니 정말 사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미운 정이 든 만큼 적당히 할 생각이었지만...작전 변경이야.’

유진이 덮쳐 오면 일단은 당해주는 척을 하다가 유진이 절정에 도달하기 직전에 강제로 멈춰버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비앙카는 기다렸다.

“옷은 여기 있습니다.”

유진이 가방에서 꺼낸 옷을 받아든 비앙카가 웃었다.

‘...아항, 이런 속셈이었어? 이 옷을 입으면 무언가 작동되는 거겠지!’

하지만 비앙카가 몇 번이고 꼼꼼히 확인해도, 깨끗하게 세탁되어있는 평범한 옷에 불과했다.

‘...함정이 아니야...? 그럼 설마 옷을 다 입고 나서 덮칠 생각인가!’

설마 유진은 강제로 옷을 벗기는 행위에서 흥분하는 남자였단 말인가.

‘이 개변태 자식!’

비앙카가 치욕스러운 표정으로 유진을 바라보았다.

설령 속셈을 알고 있어도 맨몸으로밖에 나갈 수는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옷을 입을 수밖에 없는 함정이었다.

‘변태! 변태! 변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러나 비앙카가 옷을 다 입었음에도 유진은 계속해서 방을 정리할 뿐이었다.

‘...뭐지? 설마 정말로..?’

아무래도 이쯤 되니 비앙카도 유진이 진심으로 자신을 풀어줄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머릿속을 번쩍 스치는 생각과 함께 의심이 날아갔다.

‘...설마 내가 방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덮치려는 건가!’

그래, 그런 거였다.

저 유진 칼리오페가 그냥 풀어줄 리가 없었다.

분명 방문을 여는 순간 케헤헥 속았지! 지금부터 널 따먹겠다며 달려들 것이었다.

‘크흣... 그래도 나가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

얼굴을 붉힌 비앙카가 천천히 문을 열었지만 유진은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는 한쪽 발을 밖으로 내밀어도 덮칠 낌새를 보이지 않자 비앙카가 이를 으득 갈았다.

‘멍청한 새끼! 정리하는 역할에 너무 몰입했잖아! 이러다가 진짜 도망가려면 어쩌려고!’

이건 절대 조교를 당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정정당당하게 유진을 물리치려고 그런 것이다.

다시 한번 자기합리화를 마친 비앙카가 헛기침했다.

“크흠..흠..”

“...”

“크흐흠!!”

“....”

“....저기.”

“네, 선배.”

“...이제 슬슬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어차피 다 들통났거든?”

“뭐가 말입니까?”

“읏. 그러니까! 조교 말이야! 어차피 내가 나가는 순간 따먹을 생각이잖아! 다 들통났으니까 이런 연기는 그만두고 빨리 조교 하라고!”

비앙카는 자신의 얼굴이 붉게 물들이며 소리쳤다.

‘이래서는 내가 꼭 조교 당하고 싶은 것 같잖아!’

하지만 유진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풀어드리겠다고. 이제 조교는 끝났습니다.”

“....에?”

“선배도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매, 맹세는 했지...”

당연히 유진이 먼저 맹세를 어길 것으로 생각해서 별로 큰 의미가 있지 않고 맹세했었다.

“네, 기억하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그럼.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저는 정리가 끝났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유진은 비앙카보다 먼저 방문을 열고 나겠다.

쿵─

유진이 닫고 나간 방문을 바라보던 비앙카가 얼빠진 소리를 내었다.

“에...?”

설마 진짜 이렇게 조교가 끝났단 말인가.

“뭐, 뭐야 이게에에!!!”

홀로 남은 비앙카가 바닥을 쿵쿵 내리찍으며 소리쳤다.

***

‘...맹세 받아서 다행이다.’

저래 보여도 비앙카는 베아트리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 비앙카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 이상 공격당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건 그렇고 지치네...’

2장의 메인 시나리오가 끝났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일단 어제는 양호 마망에게는 방학 중에 카르네아에 남아 이졸데에게 모유 공급을 부탁했다.

양호 마망은 자기를 진짜 젖소로 생각하냐며 씩씩거리면서 화를 냈지만 어쩔 수가 없다.

결국, 고아원에 기부를 잔뜩 하고 다음 방학에는 같이 고아원에 가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간신히 기분이 풀 수 있었다.

...황녀 때도 그렇고 최근 들어 계속 미래를 파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미래라도 팔아야지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데.

‘...시간도, 돈도 없는 빈털터리네.’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내가 비록 삼남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칼리오페 가문의 일원이다.

충분할 정도의 용돈은 받고 있었지만 고아원 기부, 모유를 보관하기 위한 보존 마법이 걸린 창고 구매를 하자 순식간에 돈이 빠져나갔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니지...’

계속해서 빠져나갈 돈을 생각하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다, 다녀오셨어요. 유진님.”

내가 한숨을 쉬며 기숙사 문을 열자 마중을 나온 비비안이 고개를 숙였다.

이번 메인 이벤트에서는 비비안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물론 중간에 정문을 막아버려서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그건 나도 예상 못 했으니 뭐라 할 자격이 없었다.

‘아, 잊으면 안 되지.’

지금 기회를 놓치면 방학이 끝날 때까지 주기 어려울 테니 나는 미리 반지를 건네주었다.

“손을 내밀어라.”

“...네에. 유진님.”

양손을 공손히 내민 비비안의 손 위에 반지를 올려두었다.

“이, 이게 뭐...에에엑!”

역시 자매라 그런지 놀라는 반응이 비앙카와 비슷하다.

“이,이,이거...정말...저,저에게 주는 건가요?”

“그래, 잃어버리지 마라.”

“네, 네엣! 헤...헤헤헤. 가..감사합니다. 유진님. 소중히, 정말 소중히 상자에 넣어서 보관할게요.”

비비안의 말에 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끼고 다녀라.”

“에에에! 저, 저, 저따위가 반지를 끼워도 되나요?”

혹시나 사고가 있을 걸 대비해 끼고 다니라고 선물한 건데 그냥 보관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당연히 끼어도 된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진님...”

그때였다.

“어머나...”

갑자기 루시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비비안의 양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좋겠네요. 비비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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