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 메스가키를 조련하는 법 (1)
* * *
태어나 처음 들어가 보는 남성의 방.
“루시아, 너는 구석으로 물러나 있거라.”
그곳에서 유진님은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루시아님에게 명령을 내렸다.
“..네... 주인님.”
루시아님이 조용히 구석으로 발을 옮기자 이번엔 내 차례였다.
“상의를 벗어라.”
조금 창피했지만,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
대답과 동시에 단추를 풀어냈다.
툭, 투둑
이미 단추가 몇 개 뜯겨 나갔기에 순식간에 가슴이 드러났다.
“...”
유진님께서는 아무런 말도 없이 평가하듯 내 가슴을 잠시 바라보았다.
‘...유진님이..보고..계서..’
나는 내 가슴이 싫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컸던 가슴이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봐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언니에게는 몇 번이고 젖소 같고 둔해 보인다는 소리를 들으며 혼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가슴을 감추기 위해 허리를 구부정하게 다니거나 품이 큰 옷을 입었다.
하지만...
지금 유진님의 시선에는 알 수 없는 기쁨이 솟아났다.
콰악
유진님이 갑작스럽게 가슴을 붙잡았다.
“흐읏...
거칠고 뜯어 당기는 듯 잡아당기는 손길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발정난 암캐년.”
움찔
유진님이 귓가에 욕설을 내뱉자 몸이 떨려왔다.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제멋대로 젖꼭지를 발기시켜서 어쩌자는 거지?”
“..흐읏...죄..죄송합니...다..”
유진님이 가슴을 움켜쥔 채 엄지로 젖꼭지를 자극했다.
“흐읏...읏...하으...”
그때마다 신음이 흘러나오고 몸이 기뻐한다.
“하...”
잠시 내 가슴을 주무르던 유진님이 나를 밀어 침대에 쓰러트렸다.
그리고는 내 위로 올라타 치마 안에 손을 넣어 팬티를 찢어내듯 벗겼다.
“이렇게 당하고 싶었나?”
찔꺽 찔꺽
“흐읏...! 하윽..유, 유..진님...아..아앗...읏..하앗...!”
루시아님의 움직임도 대단했지만 유진님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내 몸은 마치 악기라도 된 듯 유진님의 손가락에 따라 연주되었다.
“으극...하으..으..끄읏...하..흣...”
오므라든 발끝이 파들파들 떨려오고 달아오른 몸을 조금이라도 식히기 위해 개처럼 혀를 길게 내밀었다.
“헤엑...헤에..하윽...윽...아..! 으그읏..!”
유진님이 손가락을 튕길 때마다 몸에 있는 모든 수분이 빠져나갈 것처럼 애액이 흘러넘치는 게 느껴진다.
“아..아읏..앗...! 하읏....끄으읏...!”
그렇게 쌓여가던 간질간질한 게 한 순간에 터져 나오려 하는 순간.
유진님이 손가락을 빼내었다.
“아....”
아랫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안타까운 신음이 흘러나온다.
유진님이 붙어있던 검지와 중지를 떼자 손가락 사이에서 끈적하게 선이 이어진다.
“....읏.”
자신의 음란한 액체가 유진님의 손에 묻어 있는 걸 확인하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비비안, 내게 강간당하는 상상을 하며 자위했었지?”
“...아...아...”
죄책감과 수치심에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유진님이 속삭였다.
“....네가 바라는 대로 다뤄주마”
그 말과 동시에 유진님의 바지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
허리가 붕 떠올랐다.
쩌저적ㅡ
조금 늦게 찾아온 생살이 찢겨나가는 고통.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왔다.
여성에게 있어 단 한 번뿐인 상실의 고통이었다.
“끄윽...그으읏...”
그 고통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유진님의 손이 내 목을 졸랐다.
“말해봐라. 네 상상에서 나는 어떻게 행동했지?”
“켁...흐..카흑...하..흐윽...”
숨이 막힌다.
루시아님의 손이 내 목을 졸랐을 때랑은 전혀 달랐다.
루시아님이 무력과 권력을 통해 나를 굴복 시켰다면 지금은 본능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내 목을 조르는 크고 단단한 손은 나의 모든 것이 완전히 이분의 소유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콰악
손아귀에 담긴 힘이 강해진다.
“케흐..끅...으극...끄윽..유..진..님...♥”
산소가 통하지 않자 머리가 멍해진다.
눈이 뒤집히고 입에서는 거품 섞인 침이 흘러내렸다.
“게흑..끅..끄으그...♥”
시간이 흐를수록 비명조차 줄어들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흐려졌다.
그때 매끈한 무언가가 입안에 들어왔다.
쭈읍, 쪼옵, 쭈읍
반사적으로 빨고 나서야 그것이 유진님의 혀라는 걸 알아챘다.
내가 자신의 것이라는 마킹을 하듯 유진님은 나의 입안에 타액을 흘려 넣었다.
“끄읏....읏..흐읏...하아..유..진님...♥”
타액을 삼킬 때마다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다.
하등 쓸모없던 나의 몸이 유진님의 것으로 하나하나 채워진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일까.
자궁에서 느껴지는 육체적 쾌락과 정신적 충족감은 순식간에 나를 황홀경에 이르게 했다.
“끄윽..읏흐읏...그오옷...♥”
절정이 가까워짐과 시야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자 자궁이 꾸욱 조여오며 자식을 남기고 싶다는 본능이 날뛰었다.
“비비안, 어디다 싸주길 바라지?”
“..끄옷...아...아네다 싸...싸주셰엇...♥”
질문을 듣는 순간 생각을 하기도 전에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생각했다고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이성과 본성이 유지님의 씨앗을 받기를 원했으니까.
"너 같은 암캐 따위에게 씨를 뿌려 달라고?"
“...흐읏...저..절때..♥끄읏...! 유, 유진님께는..하아..피, 피해가... 가지... 안케..! 할 테니까..제..제바알..♥”
내 간절한 애원이 통했는지 유진님이 귓가에 속삭였다.
“나쁘지 않은 대답이다.”
퍼억 퍼억
유진님이 허리를 거칠게 움직이자 자궁 입구가 자지로 눌러지며 몸이 들썩인다.
“그헥...♥끄으헷...♥으그..윽♥”
자궁이 눌러질 때마다 오직 여인만이 경험 할 수 있는 쾌락이 내리쳤다.
“네가 바라는대로 안에 다 싸주마.”
“끄으윽...! 네에엣..! 감샤...가샤합니닷...! 끄읏옥..♥”
꾸륵 꾸르륵
정액이 자궁 안으로 가득 밀려들어 온다.
“오옥♥ 으그읏..♥ 으윽...끄으으읏♥”
몸이 타버릴 것 쾌락.
신경 하나하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견딜 수 없는 절정의 파도가 밀어닥쳤다.
“가라. 비비안.”
“으핫..네엣♥ 가엿...♥..가버려여..♥앗..흐아아으아아아아아앙♥”
유진님의 명령과 동시에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행복 속에서 기억이 끊겼다.
***
“...으음..”
첫 경험을 마침과 동시에 기절하듯 잠들어있는 비비안.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하아...’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번에도 운이 좋아 간신히 살아남았다.
만일 거기서 비비안이 마녀로 각성했으면 베드엔딩 직행이었다.
‘...큰일 날 뻔했지.’
루시아의 조언대로 가면을 쓰고 있던 것도 운이 좋았다.
극적인 반전 효과를 내지 않았더라면 비비안을 말리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가면을 벗기도 전에 비비안이 정체를 알아냈을 땐 식겁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나름 인식방해가 있는 물건인데 도대체 어떻게 꿰뚫어 본 건지.
비비안을 다시 힐끗 보자 목에 뚜렷하게 남은 손자국이 보였다.
“....”
내가 고개를 저었다.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
첫 경험부터 진심질식절정쾌락섹스를 즐기는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다니.
비비안의 목을 조르는 내내 티는 못 냈지만 쫄아있었다.
만에 하나 비비안이 잘못될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 ‘침대 위의 왕자’는 언제쯤 힘을 풀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이게 어떻게 B랭크야.’
내가 ‘침대 위의 왕자’ 특성을 평가 했으면 최소 A였다.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 위해 찬물을 한잔 들이키고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구석에서 벽을 바라보고 있는 채 서 있는 루시아를 불렀다.
“루시아.”
“...네...주인님...”
내 부름에 루시아가 천천히 뒤를 돌았다.
루시아의 눈이 잔뜩 부워있었다.
비비안과의 관계를 하는 중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소리 없이 눈물만 흘린 모양이다.
그 모습이 퍽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가까이 오거라.”
“네...”
손짓을 하자, 루시아가 잔뜩 겁먹은 채 다가왔다.
내 앞에선 멈추선 루시아를 향해 무표정한 얼굴로 허벅지를 두드렸다.
“앉거라.”
벌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허벅지에 앉으라니...
이 상황이 당황스러웠는지 오랜만에 루시아가 안절부절못했다.
“앉으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다시 한번 말을 하자 망설임이고 뭐고 명령대로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래도 여전히 뻣뻣하게 굳어있기에 루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그때야 긴장이 풀렸는지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어온다.
“....훌쩍...주..인님..흐윽...윽..”
이어서 눈물을 흘리는 루시아.
나는 루시아가 진정할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었다.
“그래, 이제 말해 보거라. 무슨 일이 있던 거지?”
“...흐윽...비, 비비안이 거부했어요. 주인님에게 약속한 시각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갑자기 못 하겠다면서...”
루시아의 칭얼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하는 걸 꾹 참았다.
이런 모습을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기도 했고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 있었던 일을 칭찬 할 수는 없는 법.
나는 짐짓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너는 선을 넘었다. 그건 알고 있겠지.”
루시아가 차라리 육체적 폭력을 더 휘둘렀다면 지금처럼 벌은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루시아는 가뜩이나 정신이 벼랑 끝에 몰려있던 비비안을 절벽에서 밀어버렸다.
“네에...”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 계획을 알고 있는 루시아만큼은 그러면 안 됐다.
“...흐윽..죄송...해여...주인님...”
루시아가 콧물이 나는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훌쩍거린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어 루시아의 코에 대어주었다.
“흥, 하거라.”
“..훌쩍...주, 주인님...그, 그래도..”
“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마라. 괜찮으니까 하거라.”
“...흐응...!”
코를 풀어주는 동시에 나는 루시아의 코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아얏...!”
“벌이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도록.”
발갛게 달아오른 루시아의 콧등을 보며 손수건을 휙 던지며 말했다.
“네에...”
루시아가 배시시 웃으며 가슴에 뺨을 비벼왔다.
그러더니 이내 햇볕을 쬐는 강아지처럼 하품해댔다.
“자거라.”
“그래도...주인님이...깨어..계신..데..”
말을 하면서도 눈이 풀려 꾸벅꾸벅 졸아댄다.
“...잠..들면...안...”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잠에 빠진 루시아.
나는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는 루시아를 안아 들고는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좌 비비안, 우 루시아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로 호화스러운 구성이었다.
둘 사이에 누운 내가 천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팔 할은 넘어왔다.’
오늘로서 비비안의 완전 공략까지 80% 이상은 달성했다.
다만, 100%를 달성 할 한 조각이 부족했다.
‘비앙카 베아트리스.’
비비안의 언니이자 비비안이 지금의 음침한 성격을 가지게 된 원흉.
그녀가 바로 비비안 공략의 마지막 조각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