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6화 (205/259)

-끼에엑!!

거미 괴물이 기분 나쁜 괴성을 질렀다.

강유진은 그 모습을 보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유성아!"

"알았어! 누나!"

강유진의 외침에 동생인 강유성이 익숙한 듯 커다란 도끼를 들고 빠르게 달려 나간다.

그리고 도끼로 그물에 걸린 거미 괴물의 다리 관절을 부쉈다.

-으적! 으적!

그러자 거미 괴물은 그물에 걸려 그저 무력하게 꿈틀거릴 뿐이었다.

강유성은 거미 괴물의 몸을 밟고 올라, 도끼를 높이 들어 그대로 괴물 머리를 후려쳤다.

-깡!!

예상했던 일이다.

이놈들은 머리가 가장 치명적인 약점인데 머리가 더럽게 단단했다.

"후압!!"

강유성은 무방비한 거미를 향해 연신 도끼로 머리를 내려쳤다.

-깡! 깡! 쩌억!!

몇 번의 도끼질 후에 드디어 머리가 쪼개지면서 괴물 놈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그래도 사후경직인지 뭔지 다리가 꿈틀거린다.

벌레를 좋아하는 여자는 드물다.

그건 강유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동안 사냥하면서 몇 번을 본 모습이었지만, 언제봐도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동생이 갈라진 거미 괴물의 머리에 손을 넣어 마석을 꺼냈다.

'저건 얼마나 나오려나....100코인은 넘었으면 좋겠는데….'

"이리 내놔."

강유진은 동생의 손에서 마석을 가로채 가방 속에 소중히 집어넣었다.

"누나. 구경도 못 해?"

"그 정도 봤으면 됐지. 아저씨들 정리해줘요."

"예! 팀장님!"

강유진이 창을 들고 있는 남자들에게 지시하자, 그들은 거미 괴물 사체에 달라붙어 그물을 떼어내고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특히 단단한 다리 갑주 부분과 머리는 마석만큼은 아니라도 꽤 값이 나갔다.

강유진의 눈에 동생인 강유성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 보였다.

"왜 그러는데?"

"누나, 뭐 못 느꼈어?"

"뭐? 아무것도?"

"진짜? 지금도.....지진.......은 아니야. 뭔가 가까이 오는…."

강유진의 동생인 강유성은 육체 강화 쪽의 각성자다.

요즘은 우노 비전 도서관에서 결제한 오러 비전이라는 것도 열심히 익히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사람보다는 훨씬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을 터였다.

강유진은 그렇게 생각하니 동생의 말을 쉽게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누나, 뭔가 오고 있어."

강유성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동생의 말을 들은 강유진은 괴물 사냥꾼을 하려고 했을 때 간단한 교육을 받으며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곳에는 이놈들과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괴물들이 있다고.

"아저씨들 작업 그만하고 빠져요!"

강유진의 지시에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쳐다보는 일반인 사냥꾼들.

그때 건물 위로 방금 잡은 거미 괴물의 족히 두 배는 넘을 듯한 거대한 괴물이 나타났다.

-끼에엑!!

그 거대 거미 괴물의 입에서 사체를 해체하고 있던 사냥꾼들에게 하얀 거미줄이 쏘아졌다.

"으악!! 티, 팀장님! 사, 살려줘!!"

거미줄에 감싸인 사냥꾼들이 옴짝달싹 못하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그런 사냥꾼들에게 거대 거미 괴물이 다가간다.

"미친!"

그걸 두고 볼 수 없던 강유진은 손을 뻗어 주문을 외웠다.

"라이트닝 볼트!"

손에서 번개 구체가 날아가 거대 괴물 거미에 부딪혔다.

-빠지직!!

거대 거미 괴물은 잠깐 움찔하더니 고개를 강유진에게 돌렸다.

전혀 피해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그로를 끄는 데는 성공했다.

아니, 거미줄에 걸린 이들이야 다잡은 사냥감이었으니 천천히 잡아먹어도 된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누나! 저놈!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야! 잠깐만 시간 좀 끌어봐!"

"저, 저놈을 상대로?"

"그래! 비싼 돈 주고 배운 거 이럴 때 써먹어야지!"

"에이씨!"

강유성이 화풀이하듯 힘껏 허리춤에 매고 있던 손도끼를 거대 거미 괴물에게 던졌다.

-깡!

괴물 머리에 맞은 손도끼는 허무하게 튕겨 날아갔다.

그래도 효과가 있었는지 거대 거미 괴물이 강유성을 타겟으로 바꿨다.

강유성은 민첩한 신체 능력을 이용해 거미가 내뱉는 거미줄을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주의를 끌었다.

"누, 누나 빨리!!"

강유진은 동생이 시간을 끄는 틈을 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119를 눌렀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만약에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났을 때 하라고 교육받은 행동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누가 받을까 싶어 소리쳐 봤지만, 수화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이러면 된다고 했는데…."

강유진은 괴물에게 쫓기는 동생과 휴대폰을 번갈아 가며 불안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때였다.

-파직!

핸드폰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더니 검은 번개가 거미를 향해 날아간다.

"어?"

자신은 마법을 쓴 적이 없다.

그렇다면 저기 날아가는 검은 번개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 놀라운 광경은 다음에 펼쳐졌다.

날아가는 검은 번개가 잘빠진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검은 슈트를 입은 미소녀로 변했다.

그리고 소녀의 손에는 어느샌가 그녀의 가냘픈 몸과는 대조되는 거대한 대검이 들려있었다.

소녀가 그 대검을 괴물을 향해 내려쳤다.

-으적!

대검이 거미의 등을 후려치며 무언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끼에엑!!

위협을 느낀 거미 괴물이 소녀에게로 목표가 바뀐다.

소녀는 거미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자기의 키만 한 그 거대한 대검을 자유자재로 휘둘러 거대 괴물 거미와 전투를 벌였다.

소녀의 대검에는 은은한 검은 기운이 일렁인다.

그 덕에 한숨을 돌린 강유성을 비롯한 사냥팀들은 거대 거미와 전투를 하는 검은 슈트의 소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대등하던 전투였지만, 거대 괴물 거미의 다리가 하나둘 잘리며 점차 소녀에게로 기울더니….

그녀가 대검으로 거대 괴물 거미의 목을 베어내며 전투가 끝이 났다.

두 남매와 거미줄에 묶인 사냥꾼들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괴물을 처리한 소녀는 익숙한 듯 대검으로 거대 거미 괴물의 머리를 갈랐다.

그리고 그 갈라진 틈으로 그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커다란 마석이 저절로 뽑혀 나왔다.

'저, 저게 말로만 듣던 중급 마석!'

그리고 그 마석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이, 이게 무슨…."

"저, 저기…."

미소녀가 멍청한 얼굴을 하는 남매에게 다가왔다.

"가, 감사...."

"이 사체는 여러분이 가지셔도 돼요!"

소녀는 밝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처, 천사…."

강유성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나왔다.

강유진도 들은 적이 있다.

119를 누르면 수호천사가 나와서 도와준다고.

당연히 사냥꾼들이 어린 자신들을 놀리는 헛소리인 줄 알았다.

물론 교육은 받았다.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나오면 119를 누르라고.

그런데 진짜 천사 같은 얼굴의 미소녀가 튀어나올 줄은 몰랐다.

*

*

*

"수고하셨어요. 좀 더 넣어드렸어요."

강유진은 일반인 사냥꾼들에게 보수가 들은 봉투를 건넸다. 중급 침식체의 부산물도 챙겼으니 이 정도 생색은 내야 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팀장님!"

일반인 사냥꾼들이 굽신거리며 봉투를 받아 갔다.

강유진은 평소답지 않게 조용한 동생을 봤다.

애가 좀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까 복귀할 때부터 멍했다.

강유진은 동생이 왜 이러나 했다.

'그 커다란 거미 괴물이 그 정도로 무서웠나?'

"야, 너 왜 그래?"

"누, 누나…."

"왜? 그 괴물한테 어디 잘못 맞았냐?"

"아니! 나, 반했어! 그녀에게!! 어떻게 한 번 더 만날 수 없을까?"

"미친놈."

강유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동생이 누굴 말하는지 알 거 같았다.

확실히 어떤 남자라도 반할만한 미모이기는 했다.

몸매도….

'아니, 애초에 사람이 맞나?'

사람이 스마트폰에서 나올 리는 없었다.

하지만 이미 마법도 있고 초능력이나 이상한 괴물도 있는 세상이 됐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사람이 없으리라는 법도 없었다.

강유진은 그 미소녀가 설사 사람이라고 해도 동생의 사랑이 이루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동생을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 우노 상가라는 글자가 써진 건물이 하나 보였다.

상가건물에는 갖가지 간판이 붙어있었다.

〚우노 은행〛〚우노 통신〛

〚우노 자동차 상점〛

〚우노 장비 상점〛〚우노 비전 서점〛

〚우노 식품〛

건물 안에 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상점들이다.

이곳에 사는 생존자라면 저 상가와 상점이 누구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고 누가 운영하는지 알법했다.

박운호.

이곳에 산다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름이다.

이 주거지역은 그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혼자서 다 해 먹고 있었지만.

그것에 대해 누구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런 편한 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그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이유도 있었지만.....무엇보다 그것을 뭐라고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의 힘뿐만 아니라 그는 천부문 사람들을 제외한 생존자들의 리더다.

소문을 들어보면 생존자 캠프의 리더가 괜히 박운호를 건드렸다가 죽고, 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한다.

다행인 건 괴물 늑대들에게 천부문을 위기에서 구해주기도 했으니, 막돼먹은 악인이 아닐 거라는 추측 정도야 할 수 있었다.

강유진도 예전에 한번 그와 만난 적이 있었다.

청주에서 이곳으로 오던 길에 가족들이 거대 좀비에게 쫓길 때 도움을 받았다.

'그때 좀 더 잘 보일 걸 그랬나?'

그렇다고 그에게 특별히 책잡힐 일을 한 것도 아니다.

박운호의 권유를 듣고 천부문의 생존자 대열에 합류했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그 당시만 해도 상당히 고민하고 한 결정이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잘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집도 전보다 훨씬 좋고 편한 곳에 살고 있었다.

다행히도 강유진은 지금 자신이 다른 생존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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