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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46화 (146/259)

두 경비 중 젊어 보이는 경비가 말을 했다. 그러면서 내 눈치를 상당히 본다.

'내 체구 때문인지, 아니면 마력 갑옷 때문인지....둘 다인가?"

도적놈들처럼 나를 기사로 착각한 것 같았다.

어쨌든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기로 한 것은 괜찮은 선택이었다. 무시당하는 거보다 이런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게 훨씬 나았다.

검문은 그렇게 빡빡하게 하지는 않는지 내 신분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대충 얼굴만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거 같았다.

아일라와 루나가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차분히 늘어뜨린 긴 은발의 미녀와 화려한 금발의 미녀가 나타났다.

"헛!!"

그녀들을 본 경비들의 눈이 커졌다.

경비가 홀린 듯이 그녀들을 쳐다보는 걸 보니 이정도 미녀는 이곳에도 흔치 않은 거 같았다.

멍하니 있는 경비들에게 말했다.

“들어가도 되나?”

"예? 예. 예…."

얼이 빠져있는 경비들과 성문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이 돌로 깔런 깔끔한 중세의 시가지가 나타났다.

발작하지 않는군."

"발작?"

내 말에 아일라가 갸우뚱한다.

"인간이 이렇게 많은데 얌전하니까."

“흥. 구역질 날 거 같지만 나도 그 정도 자제력은 있어."

슬슬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드는 게 잠잘 곳을 찾아야 할 거 같았다.

“에르푸에 어서 오세요!! 위대한 기사님! 제가 좋은 숙소를 알고 있습니다.”

타이밍 좋게 꼬마 호객꾼이 다가왔다.

꼬마는 빼빼 말라 초등학생 정도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나?"

내가 은근히 압박했지만 꼬마는 조금 움찔하고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무, 물론입니다!"

꼬마 주제에 내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건지.

안내해."

"옙!"

꼬마를 따라간 여관은 대로에서 벗어난 골목 안에 있었다.

주인아저씨, 손님 모셔 왔어요!"

꼬마 뒤를 이어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 사위가 조용해진다.

안에 있던 손님 전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을 둘러봤다.

식당도 같이 하는 여관 같았다.

사람도 적당히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다들 눈을 피한다.

이건 예전 원래 세계에서도 종종 있었던 익숙한 일이다. 유명해지기 전에도 어딜 들어가건 시선을 모을만한 덩치였다.

(기, 기산가?)

(저런 갑옷은 기사 아니면 엄두도 못 낸다고, 얼굴 보면 수련 기사는 아닌 거 같고, 자유 기사 아닐까.)

(덩치가.... 엄청나군)

(나도 저렇게 큰 사람은 처음 봐.)

쓸데없이 예민한 감각으로 주변에 쑥덕거리는 소리가 여실히 들린다.

“최고급 방 세 개. 밥은 객실로 가져다줬으면 좋겠군.”

“며, 며칠.…."

“......이....삼일 정도 묶을 거 같군. 3일로 계산해."

“예, 예, 9 실버입니다. 나오리.”

1골드를 꺼내 주인에게 건넸다.

"이거면 식사까지 되나?"

“네, 충분합니다."

“식사는 방에서 하지. 그리고 내일 이 도시 안내해줄 사람 좀 부탁하지. 가능한가?"

"네! 내일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마법사 놈의 돈은 40골드 정도 있었다. 어차피 이곳에서도 마석은 가치가 있는 것 같으니 떨어지면 마석을 팔면 될 거 같았다.

방은 예상보다는 깨끗했다.

그렇다고 현대에 살다 온 내게 만족을 주진 못했다.

이들의 생활상을 보면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지도 모른다.

다들 내방에 모여 식사했다.

여관의 밥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의 입맛에 길든 내게는 그렇게 맛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내일이나 모래까지 정보를 수집하고 별것 없으면 슬러버라는 도시로 갈 거다. 너희들도 준비할 거 있으면 준비하고.”

식사하며 루나와 아일라에게 말했다.

정보수집은 결국 내가 돌아다녀야 할 거 같았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엘프들은 생각보다 쓸모가 없었다.

루나나 아일라나 인간세계와 단절된 숲에서 오랫동안 살아 완전 백지인 나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아일라는 오히려 마이너스다.

'사고나 안 치면 다행이지...

“뭔가...날 보는 눈빛이 상당히 불쾌한데….”

내 시선을 받은 아일라가 툴툴댔다.

*

*

*

다음날.

“안내를 맡은 도르코라고 합니다. 나으리.”

여관주인은 센스가 없었다.

안내인은 열 대여섯쯤 되는 빼빼 마른 소년이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제 와서 바꾸는 건 쓸데없는 시간 낭비다.

어쩔 수 없었다.

“마법책을 파는 상점이 있나?"

“마, 마법책 말입니까?"

“그래.”

“예, 예, 맥도웰 마법 상점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안내인 도르코는 누가 봐도 전사로 보이는 내가 그런 걸 찾으니 얼떨떨해하면서도 앞장서서 나를 안내했다.

"여깁니다. 나오리.”

맥도웰 마법 상점.

밖에서 보기에는 골동품 가게처럼 보이기도 했다.

쇼윈도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이 진열돼 있었다.

“저, 저는 이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후줄근한 소년과 대비되는 고급스러운 간판과 깔끔한 상점이었다.

안내인 소년은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건지, 아니면 못 들어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딸랑.

소년을 밖에 두고 마법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대머리의 중년남성이 나를 보고 흠칫한다.

그리고 떨떠름한 얼굴을 했다.

갑옷을 입은 인간이 들어와서 그런 거 같았다.

역시나 기사로 착각하고 있지 않을까.

“마법사다.”

“마, 마법사시라고요?"

스슥.

인벤토리에서 노예 사냥꾼 마법사 놈의 지팡이를 꺼내고 집어넣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 아공간...."

주인이 놀라 눈이 커졌다.

루나 말로는 아공간을 다루는 마법사는 최소 6서클의 고위 마법사란다.

그 말은 내가 6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사 행세를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서클이라.'

감각을 곤두세우자 상점 주인의 가슴 부근에 응축된 마력으로 이루어진 4개의 고리가 보였다.

그는 4서클의 마법사였다.

“차, 찾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실력행사를 했더니 상점 주인이 한결 공손해졌다.

“마법책을 보고 싶군. 될 수 있는 대로 종류별로 가져다주게."

“제, 제자라도 들이신 겁니까."

"그렇지."

더는 말이 나오지 않게 대충 대꾸해줬다.

“로이, 마법서를 종류별로 들고 와라.”

"예~"

대답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로브를 입은 주근깨가 있는 소년이 책을 한 아름 들고 왔다.

그리고 나는 차원 상점의 꽤 유용한 기능을 알 수 있었다.

주인이 꺼내놓은 건 차원 상점에도 있는 책이다.

차원 상점의 가격과 비교하면 가치가 있는 물건을 고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차원 상점에서 비싼 물건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다.

재밌는 건 이곳에서는 비싸게 파는 게 차원 상점에서는 더 싸게 파는 것도 있다는 거다.

그런 건 당연히 걸렀다.

나는 이 마법사 보다는 차원 상점이 매기는 가치를 더 신뢰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거의 다 3서클까지의 기초 입문 마법서였다.

“고위 마법서는 없나?"

“그, 그건 마탑을 가셔야..….”

귀찮았다.

뭐, 입문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얼음이나 불덩어리 같은 것만 쏘아낼 줄 아는 것들이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할 거다.

역시나 가격이 상당했다.

10골드 밑의 물건은 없었고 비싼 건 50골드도 넘었다. 하지만 차원 상점의 가격에 비하면 거저 나 마찬가지였다.

“총 284 골드입니다."

돈이 모자랐다.

"마석도 받나?"

“예, 로이. 마석 측정기 좀 가져와라.”

로브를 입은 소년이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더니 고급스러운 문양이 새겨진 작은 상자를 들고 왔다.

C등급 마석을 꺼내 줬다.

"오. 상등급의 마석이군요."

마법사는 마석을 그 고급스러운 상자에 넣는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

“평균치를 조금 웃도는군요. 마석의 가치는 415골드 정도 되겠습니다.”

마석의 가치를 측정하는 상자인 거 같았다.

설마 고위 마법사?한테 사기 치지는 않겠지.

거스름돈과 산 마법책들을 인벤토리에 쓸어 담고 마법사에게 물었다.

"어비스 침식 미궁이라는 곳을 알고 있나?”

"어비스 침식 미궁입니까….”

내 질문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들어본 적이 없군요. 슬러버 미긍이라면 알고 있습니다만….”

노예 사냥꾼 마법사 놈의 말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혹시 정보 상인이 있는 곳을 알고 있나? 아니면 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곳이라던가.”

<146화 > 엘프

*

*

*

정보를 얻겠다고 힘들게 발품을 팔 생각은 없었다.

발품을 팔아야 할 정도의 은밀한 정보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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