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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45화 (145/259)

*

노예 사냥꾼을 처리하고 우리들의 야영지로 돌아왔다.

“아일라는 노예 사냥꾼에게 소중한 이를 잃었어요.”

“그렇군.”

루나의 말을 나는 당연히 이해는 하지 못했다.

원한이 있다고 처음 본 관계도 없는 인간한테 칼을 휘두르는 게 말이 되나.

그렇게 따지면 나는 보는 인간마다 다쳐 죽여도 무죄다.

얼마 안 가 헤어질 사이다.

이제 와서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그 미궁이란 곳은 왜 찾는 거죠?”

프리실라가 물었다.

“음....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세, 세계의 평화요?”

이쪽 세계는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궁보다는 마법사 소지품을 확보함으로써 이미 목표의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마법사 놈 소지품에서 괜찮은 물건이 꽤 많이 나왔다.

도시에서도 괜찮은 마법서를 찾아서 들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 적당히 대가를 받고 뿌릴 생각이었다.

‘멀린 녀석이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군.”

“혹시....그 미궁이란 곳이 세계에 위협이 될만한 무언가 있는 건가요?”

“아마도?”

내 말에 프리실라가 쓸데없이 진지한 얼굴을 했다.

솔직히 나도 잘 모르지만….

내가 알고 있는 두 개의 세계를 생각해보면 침식이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줄 거 같진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이 판테라라는 세상을 걱정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내 말을 들은 프리실라는 꽤 심각한 얼굴로 고심하는 듯했다.

*

*

*

작별의 시간은 찾아왔다.

도로가 나타났다.

도로라고 하기에 거창하고 그냥 숲속에 있는 좀 넓은 가도다.

“이쪽으로 가다 보면 도시가 하나 나올 거예요....아마도….”

“아마도?”

“저, 저도 한 30년 전쯤에 가본 곳이라….”

프리실라가 조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렇군.”

“루나를 데려가 주시면 안 될까요?”

“응?”

프리실라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저희는 운호 님이 찾는 곳이 세상의 위협과 관계가 있다고 들은 이상 그것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너희가 왜?”

“왜라니요. 세계의 위협이 될만한 위험한 무언가 있다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세계의 위협이라면 엘프들도 그것에 자유로울 수 없을 테고요.”

“..........”

이들에게는 호구.....아니, 히어로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걸 나와 같이 가서 확인해본다고….”

“예, 저는 마을 때문에 같이 가지 못하지만, 허락하신다면 루나가 운호 님과 함께 할 겁니다.”

그녀들을 얼굴을 보니 이미 이야기다 다 된 거 같았다.

당연히 나는 대찬성이었다.

“그건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루나의 뾰족한 귀를 가리키며 물었다.

루나가 심플한 옅은 붉은색 귀걸이를 꺼내 귀에 걸었다.

그러자 뾰족한 귀가 인간처럼 둥글게 변했다.

“오….”

저러면 평범한? 미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예상치 못한 인물이 따라붙었다.

아일라였다.

“너도 간다고?”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네가 루나한테 무슨 짓을 할 줄 알고......루나 혼자 보낼 수는 없지.”

“내가 인간의 도시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건가?”

“걱정하지 마. 나도 사리 분별은 할 줄 알아.”

노예 사냥꾼들을 미친년처럼 썰어대는 거 보면 별로 신뢰가 가질 않았다.

“나와 동행하는 동안은 내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데려갈 수 없어.”

나는 다소 엄하게 아일라에게 말했다.

내 말이 아일라는 맘에 안 드는듯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았어.”

*

*

*

프리실라는 떠나고 우리 셋은 숲에 나은 가도를 걸었다.

“없군.”

“뭐가.”

아일라가 대꾸했다.

“원래 이런 곳을 가면 뭔가 나와야 하는 거 아냐? 산적이나 몬스터나.”

“아직 몬스터가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아니에요....음?”

루나가 뭔가를 감지한듯했다.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고.

가도 양쪽 숲에 숨어있는 인간들을 감지했다.

‘산적인가….’

당연히 피할 이유는 없다.

느긋하게 가도를 걸었다.

인간을 마주친다는 것 때문인지 두 엘프는 조금은 긴장하고 나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하지만….

녀석들이 나오지 않았다.

“이것들 왜 나오지 않는 거야?”

내 말에 수풀에 있던 인간들이 흠칫한다.

하지만 그래도 숨을 죽이고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네 모습을 봐. 누가 봐도 기사잖아. 어떤 산적이 기사한테 도적질을 해.”

아일라가 핀잔을 준다.

“흠...그런 건가?”

하긴 나는 체구가 이쪽 인간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큰 편일 거다. 노예 사냥꾼들을 봤을 때도 나보다 덩치 큰 놈은 없어 보였다.

그런 놈이 시커먼 전신 갑옷까지 입고 있으니...쫄아서 나오지 않는 거였다.

“기사가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

“오러유저가 되지 않으면 기사가 될 수 없어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강한 인간은 상당히 강해요.”

루나의 이야기를 들으면 기사는 각성자다. 각성자 한 명이 일반인 20명 정도 일방적으로 피떡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

숨어있는 산적들은 나를 기사로 착각하고 조용히 있는 거다.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놈들이 숨어있는 수풀을 향해 던졌다.

-퍽!

“으악!!!”

“나와.”

“..........”

“안 나오면 머리 박살 낸다.”

“아이고 나으리! 죄, 죄송합니다. 우리는 도, 도적이 아닙니다!! 가, 가도를 지키는 자경대입니다!”

꼬질꼬질한 사내 열댓 명이 튀어나와 넙죽 엎드리며 용서를 빈다.

생각보다 아일라가 조용했다.

숲에서는 미친년처럼 굴더니 여기서는 또 자제력을 발휘한다.

“이쪽으로 가면 도시가 나오나?”

“네!! 에르푸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놈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엎드려 내 눈치를 보고 있었다. 프리실라의 말처럼 도시가 있는 것은 확실한 거 같았다.

“얼마나 걸리지?”

“바, 반나절이면 될 겁니다. 나리!”

반나절이면 꽤 거리가 있었다. 날이 저물면 성문이 닫힐 거다.

조금 더 빠르게 이동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 도적놈들은 이렇게 납작 엎드리니 그냥 쳐 죽이기에도 뭐 했다.

“가봐.”

“네, 네 나으리!!”

놈들이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졌다.

“의외군.”

“뭐가.”

내가 아일라를 보며 말하자 그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놈들 죽이겠다고 따라갈 줄 알았더니.”

“내가 무슨 살인귀라도 되는 줄 알아?”

“날 봤을 때 그렇게 난리를 쳐 놓고….”

“그, 그건….”

내 말에 아일라가 얼굴을 붉힌다.

“엘프 마을 근처에 오는 인간은 노예 사냥꾼들 뿐이에요.”

루나가 친구를 변호해 줬다.

“나를 노예 사냥꾼 착각한 건가.”

“그래. 네가 갑자기 인간이라고 하니까...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고.”

‘인간 맞는데....이것들 뭔 착각을 하는 거지?’

얼굴을 보니 진실을 말해줘도 믿지 않을 거 같았다.

생각해보니.....엄밀히 생물학적으로 이미 나는 인간의 육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녀들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나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생각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실제로 그것에 대해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각성하지 못한 삶보다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거면 되지 뭐가 더 필요할까.

그리고 강해지는 데 대한 겨우 이 정도의 부작용? 은 감수할만했다.

“.........성문 닫히기 전에 도시에 들어가려면 조금 서둘러야 하겠군.”

우리 셋은 도시를 향해 이동속도를 조금 더 높였다.

<145화>에르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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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푸라는 도시가 시야에 들어왔다.

성벽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중세 판타지의 도시로 보였다.

“도시 이름이 엘프란 말을 적당히 늘린 거 같은데….”

"맞아요."

그냥 해본 말인데 루나가 그게 진짜라고 하니 황당했다.

"그게 진짜라고?”

“네. 꽤 오랫동안 이곳은 엘프들과 교류가 활발한 곳이었거든요."

"이곳이?"

“네, 그리고 왕이 바뀌면서 노예제도가 부활하고 지금은 노예 사냥꾼....아니 엘프 사냥꾼의 도시로 바뀌었죠.”

성문에 다가가자 앞에 서 있던 두 경비는 상당히 긴장하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머리 빼고 전신에 검은 갑옷을 두르고 있었고, 뒤에 엘프들은 망토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뒤, 뒤에 두 분은....후, 후드를 벗어주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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