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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47화 (147/259)

돈은 이럴 때 쓰는 거다.

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얻어야 한다.

전자 문명이 아니다 보니 이럴 때 수니의 활용이 떨어지는 게 아쉽기는 했다.

마법 상점의 주인 마법사가 가르쳐준 정보상에게 들러 정보를 얻었다.

정보상은 음침한 곳이 아닌 대로변에 떳떳하게 상점을 열고 장사하고 있었다.

덕분에 내가 알고자 하는 정보를 쉽게 얻었다.

그렇게 특별한 정보도 아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정보 상인에게서는 미궁뿐 아니라 그 외에도 이것저것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만큼 얻은 나는 빠르게 여관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바로 아일라를 찾았다.

-똑.똑.

"아일라. 있나?"

문이 열리면 금발에 푸른 눈의 고양이상 미녀가 얼굴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야."

퉁명스러운 그녀의 얼굴을 보고 조금 안심했다.

“오늘 종일 방 안에 있던 건가?"

"어? 어...."

“그래? 됐다.”

"뭐야? 겨우 그런 일로 날 부른 거야?"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같잖은 작업멘트를 던져 본다.

"갑자기 무무...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 뜬금없는 작업 맨트에 그녀가 얼굴을 확 붉히며 소리쳤다.

예상과 다르게 효과는 좋았다.

“얼굴 봤으니 됐다."

아일라의 그 지랄 같은 성격답지 않게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으며 등을 돌렸다.

싱겁게 돌아가는 내 모습을 그녀가 어버버하며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빠르게 찾은 이유는 혹시라도 나가서 사고를 치지 않았을까 해서였다.

정보상점에서 얻은 정보.

그게 그녀를 걱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내가 엘프들의 안내를 받아 나온 숲.

그곳을 인간들은 엘프의 숲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도시는 엘프를 잡기 위해 사냥꾼들이 모이는 도시다.

에르푸는 그들로 인해 먹고사는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공확률은 높지 않지만 잡는다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다. 그리고 엘프라는 이름다운 종족을 원하는 권력자들은 많다.

에르푸는 이 바루라스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각국에서 엘프를 잡기 위해 사냥꾼이 몰려드는 명소였다.

그러니 이곳에는 상당히 많은 엘프 사냥꾼들이 있었다. 아니, 무장한 이들 대부분이 엘프 사냥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자 아일라가 왜 그렇게 인간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며 싫어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어제 도시에 들어올 때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지만, 정보 상인에게 그 사실을 듣게 된 나는 빠르게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아일라가 도시를 돌아다녔다면….”

생각만 해도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필요한 정보는 얻었다.

이곳을 빨리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제한다고는 했지만, 엘프 사냥꾼들을 보고도 그녀가 가만히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

*

*

“내일 떠난다."

저녁 식사 자리에 그녀들을 불러 모아 말했다.

내 단호한 말에 그녀들은 별 이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슬러버."

"역시?"

“그래 미긍이라고 이름이 붙은 곳 중에는 그곳이 가장 가깝더군.”

미궁이라고 불리는 곳은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이 나라에 있는 건 슬러버 미긍 하나였다.

가까운 곳부터 찾는 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내 계획을 간단하게 전달받고 그녀들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밤이 되고 잘 때가 되니 여자의 살결이 그리웠다.

'이래서 연두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나가서 창녀를 안기에는 나의 눈은 이미 너무 높아져 있었다.

아쉬운 대로 연두와 있을 때 터득한 텔레파시를 이용해 아일라를 은밀히 불렀다.

그녀가 아무래도 루나보다는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혹시 떡정이라도 들어 허락해 주지 않을까 하는 조금 희망적인 생각을 품어본다.

"무슨 일이야."

그녀의 얼굴엔 한밤중에 부른 나를 향한 짜증이 가득했다.

“너를 안고 싶다.”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아일라에게 말했다.

“머머머머뭐!?”

내 노골적인 요구에 아일라가 당황하며 소리쳤다.

“너를 안고 싶다고.”

“미친! 내, 내가 그걸 허락해 줄 거로 생각하는 거야?"

"안 되나?"

"당연히 안 되지!"

"쩝, 아쉽군."

“포, 포기하는 거야?"

"응?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나?"

내가 눈을 번뜩였다.

"아, 아니!!"

아일라는 말을 잘못했다가는 그대로 잡아먹힐지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화들짝 놀라 급히 부정했다.

“흥. 나, 난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야."

결국 거절당했다.

솔직히 나도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고는 생각했다.

그래도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뻔뻔히 나가 봤는데...역시 실패했다.

창녀라도 안을 게 아니라면, 결국 한동안 독수공방해야 할 거 같았다.

*

*

*

늦게 일어나 브런치를 먹고 출발했다.

그리고 결국 사고가 터졌다.

늦게 일어난 자신에게 처음으로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오고 있는 무장병력.

그들은 통일된 군청색 복장을 하고 있었다.

전에 숲에서 만난 허접한 사냥꾼들과는 질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뒤에 끌고 오는 철창 수레에 갇혀있는 엘프.

갈색 단발의 아름다운 엘프였다.

그녀의 목과 팔목, 발목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철장 안의 엘프를 수많은 사람이 몰려 구경하고 있었다.

에, 엘프다!!"

“허, 얼마 만에 잡힌 엘프를 보는 건지...횡제했군….”

좆나 이쁘다. 한 번만 따먹어 봤으면..….”

"미친놈. 저게 얼마짜런 줄 알고.”

그 모습을 보고 결국 아일라가 발작하듯이 튀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 그녀의 입을 재빨리 막고 제압해 뒷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내 손을 깨물고 난리가 났지만 별 타격은 없었다.

루나는 침착하게 나를 따라왔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도 은은한 분노의 빛이 서려 있었다.

거친 숨을 내쉬던 아일라가 조용해지자 손을 뗐다.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어떻게 하긴! 구해야지!"

“너 혼자? 루나와 같이? 지금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는 할 일이 있다. 도망자 신세가 될 생각은 없어. 설사 구한다고 해도 너희는 마을로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난 어쩌라

고? 너희 마을에 날 들일 생각도 아니잖아."

“그, 그건....큭!"

그리고 진짜 여기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냥 대충 보기에도 호위하고 있는 이들 중에는 아일라나 루나 못지않은 강자들이 꽤 많이 보였다.

그 정도는 돼야 그곳에서 엘프를 잡아 이곳까지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여긴 엘프의 숲이 아니다.

인간의 도시다.

그녀들 둘로는 도저히 가망성이 없어 보였다.

내가 도와준다면 구출할 수야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슬러버 미궁으로 간다는 내 계획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몰래 숨어서 다니거나 이 세계의 인간들이 알아줄 때까지 미친놈처럼 덤벼드는 놈들을 상대로 대량 학살을 벌이는 수밖에 없다.

내 말을 이해한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일라는 조금 진정한 듯했다.

결국 도시를 떠나려던 우리는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도저히 그냥 무시하고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 혼자 그냥 훌쩍 떠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떠나면 그녀들은 추가 노예가 될 게 뻔했다.

그런 상황을 알면서도 그냥 떠나기에는 내 마음이 너무 여렸다.

......솔직히 내가 아닌 다른 놈들이 그녀들을 갖는다는 게 배가 아파서 그냥 갈 수 없었다.

우리는 아일라의 객실에 모였다.

“너희 마을의 엘프인가?"

"아니에요. 초면이에요. 다른 마을 엘프 같아요.”

루나가 한 대답은 엘프의 숲에 마을이 여러 개가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구해야지!!!"

아일라의 의견은 물을 것도 없었다.

나는 루나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표정을 보면 꽤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후...하루 더 이곳에서 묵지.....너희들끼리 대충 의견이 정리되면 내일 알려줘.”

나는 몸을 일으켜 내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들의 생각이 정리되면 나도 내일 그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궁금함에 그녀들의 이야기에 슬쩍 귀를 기울였다.

“......이건 우리 손을 떠난 일이야."

“루, 루나!"

냉정한 루나의 말에 아일라가 당황해 소리쳤다.

'저렇게 단칼에 안 된다고 할 줄은….?

루나의 말은 나도 의외였다.

“아일라....알고있잖아...그녀를 구하려면 그들이 숲을 벗어나기 전에 결판을 봐야 했어...여기까지 잡혀 온 이상..….”

루나가 말끝을 흐렸다.

"그, 그건....”

“프리실라 님이라도 이 구출은 반대하셨을 거야."

*

*

*

루나는 잡힌 엘프를 포기하기를 권했다.

하지만 아일라는 도저히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붙잡힌 엘프는 인간들의 추악한 제물이 될 뿐이다.

늦은 밤.

아일라는 조용히 완전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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