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14화 (114/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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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절한 눈빛들이 내게 쏟아지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이곳에 살 생각이 없다.”

그 눈빛들이 실망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데려가 줄 수는 있지.”

다시 그 눈빛들이 희망에 차오른다.

내 말에 일희일비하는 여자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책임진다는 이야기는 아니고....나름 괜찮은 살만한 곳을 소개해줄 수는 있지.”

“그런 곳이 있나요….”

세상살이가 팍팍하니 그녀들이 믿기 힘든 것도 이해는 했다.

“그곳이 너희들의 맘에 들지 안 들지는 나도 모르지...따르고 안 따르고는 너희 마음이다.”

직접 보기 전에는 믿기 힘들 거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으로 그녀들에게 뭘 해줄 생각도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과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내가 사는 곳까지 이동할 거다. 출발은 내일이다.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은 그때까지 준비하도록.”

단호한 내 말에 그녀들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었다.

이곳에서 세종시에 있는 거점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건 내 기준이었다.

여자들이 걸어서 단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넉넉하게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날이 저무는 지금 출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홀딱 벌거벗은 그녀들도 준비할 게 꽤 있을 테고.

결국 그녀들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는 출발은 내일로 할 수밖에 없었다.

약탈자 놈들의 시체가 사방에 널브러진 마트 안에서 자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어쩌겠나.

그나마 대충 깨끗한 곳을 골라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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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습니다.”

성가연이 말했다.

성가연은 잠정적으로 리더 역할을 하는 여자였다.

어제 여자들을 모으고 잠정적으로 그녀들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된듯했다.

여자들의 의견을 내게 전달해주는 역할이라고 해야 할까.

두목 놈을 열심히 정글도로 난도질하던 그녀의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꽤 다부진 얼굴을 하고 내 앞에 서 있는 26명의 젊은 여자들이 보였다.

그녀들은 어쩌면 이동할 준비를 하느라 한잠도 못 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런 것까지 배려해줄 생각은 없었다.

원래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남는다는 선택지를 고른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나야 후딱 이 약탈자 놈들의 시체로 가득 찬 이 건물을 벗어나고 싶었고, 그녀들도 그런 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들은 나체였던 전날과는 다르게 나름 활동하기 편한 옷을 입고 커다란 백 팩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커다란 가방을 메고는 오래 걷지 못한다.

그녀들이 대단한 운동능력이 있어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걷기도 오랜 시간 한다면 쉬운 게 아니다.

“짐은 다 내려놔.”

내 말에 그녀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메고 있던 가방을 주섬주섬 내려놓았다.

나는 그걸 전부 다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그녀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짐 때문에 늘어질 이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가방들을 보고 놀란 듯했지만, 그녀들은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다기보다 그저 내가 어려워서 감히 물어보지 못하는 거 같았다.

나야 쓸데없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 편했다.

“출발하지.”

그렇게 여자들을 줄줄이 데리고 행군을 시작했다.

어제 길잡이 놈과 왔던 길을 되돌아갈 뿐이었다.

별문제가 없다면 오후에는 도착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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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은 특별한 위협은 없었다.

어제 놈들이 몰려오면서 정리를 했을 수도 있고 나야 신경을 덜 써도 되니 편했다.

이동 속도가 답답하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늦은 오후쯤에 별문제 없이 세종시에 있는 나의 거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걸어서 그런지 여자들은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아이들은 아직 천부문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어제 일로 부서진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설화가 위에서 멋지게 떨어져 착지하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오셨습니까. 낭군님.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도적놈들을 막지 못했습니다.”

“도적?”

“강 건너 도적 집단이 낭군님의 발전기를 가져갔습니다.”

“........”

황당하기는 했다.

강 건너라면 그 장서원이라는 놈의 생존자 캠프 놈들을 말하는 거 같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내 능력을 알고 있는 원래 세계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좆망한 세상에 장서원 쪽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천부문이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해야 할까.

화는 별로 나지 않았다.

엄청나게 귀한 물건도 아니고,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장서원 그놈을 용서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낭군님...이 여자분들은?”

설화가 내가 줄줄이 데리고 온 여자들을 보고 물었다.

그녀들은 오랜 걸음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놈들 아지트에 있던 여자들.”

설화는 내 말의 뜻을 이해한 듯 흠칫하며 뒤에 여자들을 슬쩍 훑어봤다.

그녀도 여자들이 그곳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을지 아마도 예상하지 않았을까.

“일단 이 여자들 쉴 곳 좀 부탁해.”

“알겠습니다. 낭군님.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여러분 따라오십시오.”

여자들이 나를 힐끔거리며 쭈뼛쭈뼛 설화를 따라갔다.

빈 교실이야 많았으니 쉴 곳이야 대충 마련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 천부문주 할배를 부르기에는 조금 애매한 시간이었다.

오늘은 늦었으니까 여자들은 이곳에서 재우고 내일이나 천부문 할배 불러서 어떻게 떠넘길지 의논을 좀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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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놈들이 떼간 발전기를 다시 설치했다.

발전기야 인벤토리에 여분이 있었으니 별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천부문에 있던 아이들을 다시 불러왔다.

“오빠, 여자들은….”

한두 명도 아니고 20명이 넘는 여자들을 데려왔으니 지아가 궁금해할 만했다.

“약탈자 놈들 아지트에 있던 여자들이야.”

“그, 그럼….”

“어휴...그 쓰레기 놈들….”

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을지 알 테니 아이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내일 천부문주 할배를 만나보고 그쪽으로 보낼 생각이다.”

그 후에는 장서원 놈을 어떻게 처분해야겠냐는 문제가 남는다.

암살할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폐기했다. 암살을 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결국 다른 놈이 리더를 맡을 테고 결국 또 이쪽을 겁 없이 건드리려 할 거다.

원래 세계와 비슷하게 건드릴 엄두도 못 하게 힘을 보여주는 게 가장 괜찮을 듯싶었다.

“낭군님, 이번에는 저도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도 혼자 움직일 생각이었지만, 설화가 동행을 요청해왔다.

“......왜?”

“후....사형이 그 도적놈들과 같이 있습니다.”

설화가 참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천수호가 거기 있다고?”

어처구니없게도 천수호도 같이 와서 발전기를 훔쳐 갔단다.

“사형은 지금 천부문에서 파문당하긴 했지만, 낭군님께 큰 폐를 끼쳤습니다.”

그놈은 겨우 살아남았으면 멀리 도망이라도 갈 것이지. 눈치가 없는 건 여전했다.

“그래도 한때 천부문의 식구였던 그입니다. 사형의 처분은 제가 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지난 정을 생각해 제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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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원은 부하에게서 박운호의 보고를 받았다.

발전기를 가져온 후에 그에 대한 감시는 더욱 중요해졌다.

“20명이 넘는 여자를 데리고 복귀하다니......욕심이 많은 남자군요.”

그 여자들이 전부 다 초능력자는 아닐 거다.

그런데도 짐밖에 되지 않는 여자들을 굳이 데리고 복귀했다.

어지간한 색골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게 그놈의 본성입니다.”

천수호가 분노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대답했다.

“그가 어떻게 나올 거로 생각합니까.”

“아마도 쳐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설마.....이곳으로요?”

“그놈은 오만합니다.”

천수호는 자신과 사제들을 제압하고 거침없이 천부문을 쳐들어가던 박운호의 모습이 생각났다.

약탈자 놈들의 아지트를 쳐들어가는 것도 그렇다.

천수호는 이곳이라고 그가 다른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장서원은 천수호와 다르게 박운호가 무모하게 쳐들어온다는 생각에는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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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원은 복도를 걸었다.

복도에 길게 늘어서 있는 철문들이 보였다.

-크어어….

그 안에는 좀비와는 다른 기괴한 형태의 생명체가 있었다.

한때 인간이었던.

장서원도 멀쩡한 인간을 실험재료로 쓰라고 조인광에게 주진 않았다.

다행히도 세계가 이렇게 망가진 후.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짓을 해서 어떤 처우를 당해도 좋을 법한 좋은 명분을 제공해주는 놈들이 많았다.

덕분에 아직은 실험재료에 부족함은 없었다.

장서원은 제일 끝의 문을 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살덩어리의 표본이 담긴 유리통들.

그리고 각종 플라스크와 실린더가 보이는 실험실다운 곳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곳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조인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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