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15화 (115/259)

조인광은 장서원이 제공하는 푸른 돌을 이용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그는 실험을 통해 푸른 돌을 정제해 인체에 주입하면 어느 정도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장서원에게 보고해 적극적으로 푸른 돌의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조인광은 장서원이 푸른 돌을 제공하는 목적이 캠프의 전력 강화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장서원이 원했다고 해도 인체실험이라는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행위에 조인광은 거리낌이 없었다.

조인광이 보기에 푸른 돌의 정제액은 연구할 요소가 무궁무진했다.

처음에는 정제액이 일반인에게 어느 정도의 육체를 강화해주는 걸 확인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초능력자에게는 조금 애매했다.

신체 능력이 올라가긴 하지만 일반인처럼 극적이진 않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신체가 기형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사고능력도 떨어졌다.

모든 인간에게 100퍼센트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지만, 전력으로 사용하기에는 치명적이었다.

그러다 좀비에게 정제액을 주입했을 때 터무니없는 괴물이 된다는 걸 알아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좀비에게 주입했다가 시설이 반파되고 이곳으로 연구실을 옮겼다.

다소 피해는 있었지만,

좀비의 피와 푸른 돌의 정제액을 섞었을 때 상당히 극적인 반응이 일어난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좀비에서 추출한 피와 정제액을 섞어 인간에게 주입했다.

그러자 일반인뿐만 아니라 초능력자도 그 능력을 어느 정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좀비의 피와 섞인 정제액으로 부작용 확률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었다.

조인광은 여기서 조금만 더 연구한다면 일반인을 초능력자로 만드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부작용은 얼마나 해결됐습니까.”

“20퍼센트까지 낮췄습니다.”

“이제는 전처럼 푸른 돌을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장서원은 푸른 돌이 단순히 강화제뿐만 아니라 발전기에도 쓰인다는 걸 알게 됐다.

푸른 돌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그러니 전처럼 마냥 조인광에게 몰아줄 수는 없었다.

실험을 위해서도 전기는 필요하다.

그만큼 전기는 중요하다.

오히려 급한 건 발전기 쪽이었다.

조인광도 그걸 알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비 삭감이라니...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다른 곳을 정찰해서 수급처를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발전기 쪽은 어떻습니까. 진전이 있습니까?”

푸른 돌을 원료로 돌아가는 발전기는 혁명 그 자체였다.

조인광은 자신의 전공이 아니라고 해도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가져온 게 하나뿐이라 지지부진합니다.”

장서원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괴물을 잡기만 하면 튀어나오는 푸른 돌.

그걸 전기에너지로 전환해주는 말도 안 되는 물건이다.

그런데 그 귀한 물건을 역설계해 본다고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답도 없었다.

장서원은 결국 박운호를 더욱 철저히 감시할 필요를 느꼈다.

발전기를 더 구하려면 그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

*

*

여자들은 문주 할배를 불러 일단 천부문으로 보냈다.

물론 무턱대고 떠넘긴 건 아니었다.

나도 그 정도 양심은 있었다.

천부문은 필요한 물건을 얻고 나는 그녀들을 맡기고 서로 이득이었다.

천부문으로 떠나는 그녀들의 눈빛이 조금 아련한 게 걸리긴 했지만….

굳이 식구를 늘릴 생각도 들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녀들을 정리했으니 이제는 장서원 차례였다.

설화를 데리고 느긋하게 도적놈을 잡으러 출발했다.

“낭군님은.....그들을 전부......처분할 생각이십니까?”

발전기 도둑놈들의 캠프로 향하던 중 설화가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설화는 내가 데려온 여자들을 통해 약탈자 아지트에 있던 놈들을 전부 처리했다는 걸 알 거다.

이번 장서원의 생존자 집단도 그렇게 처리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물어본 거 같았다.

나는 살인을 꺼리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 약탈자 놈들과 장서원의 집단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약탈자 놈들의 아지트는 인간 막장들만 모아놓은 곳이라면, 장서원의 캠프는 그 정도는 아닐 터였다.

내가 대량 학살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힘을 보여주고 경고를 할 셈이었다.

물론 리더인 장서원은 봐줄 생각이 없었지만.

“적당히 할 생각이야.”

“그렇습니까.”

내 말에 설화는 조금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

*

*

장서원은 박운호가 백설화와 함께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천수호의 추측이 맞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설마 진짜 자신감이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객기일 뿐인가.

박운호가 강하다는 건 이해했다. 하지만 개인은 집단을 이기지 못한다.

그게 초능력자라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몰래 습격하거나 게릴라전을 한다면 이해라도 됐다.

하지만 당당하게 백설화와 데이트라도 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걸어오고 있다고 한다.

아니면 그저 단순한 항의를 위한 방문일까.

박운호는 어디에 숨겨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탐낼만한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인간이다.

단순히 발전기를 강탈당한 것이 화가 나서 그걸 항의 하기 위해 온다는 건 위험천만한 행동이었다.

박운호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병력 소집해.”

그가 진짜 천수호 말대로 자신의 힘을 믿고 하는 오만한 행동이라면….

이쪽도 제대로 된 힘을 보여줘 그 오만함을 꺾어줄 때였다.

*

*

*

바리케이드가 쳐진 위병소.

그 옆으로는 콘크리트로 튼튼히 보강된 길게 늘어진 담장이 보였다.

경비초소와 부대를 둘러싼 그 콘크리트 벽 위에는 각성자와 군복을 입은 군인들로 구성된 상당한 병력이 포진해 있었다.

캠프는 이미 전투준비가 완전한 상태인 거 같았다.

그렇게 하라고 느긋하게 온 것도 있었다.

그리고 부대의 바깥쪽 앞에 뜬금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커다란 철제 박스 하나.

스캔해보니 박스 안에 있는 건 하급 침식체로 보였다.

‘뭐 하자는 거지.’

-철컥. 철컥.

의아한 생각이 들 때쯤 무언가 풀리는 듯한 마찰음이 들리더니 철제 박스가 개봉이 됐다.

그곳에서 나온 건 하급 침식체 중에 제일 약한 거대 좀비였다.

‘설마....저걸로 나를 상대하려고 하는 건가?’

그렇다면 조금 실망이었다.

동시에 어이없는 기분이 들었다.

‘천수호에게 내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천수호가 그렇게 의리 있는 놈으로 보이진 않았다.

-퓩퓩퓩퓩!

사방에서 거대 좀비에게 마취총의 주사기 같은 게 박혔다.

그걸 맞은 거대 좀비가 무릎을 꿇었다.

-크르르.

처음에는 놈들이 뭐 하는 짓인가 했다.

하지만 거대 좀비의 피부가 울룩불룩 부풀어 오르며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원래 덩치보다 두 배는 더 커졌다.

한 5, 6M쯤은 되어 보였다.

-크어엉!!

무릎 꿇고 있던 좀비 놈이 몸을 일으키며 포효했다.

‘참 신기한 짓을 하는군.’

등급은 변한 것이 없는 거 같은데....더 강해진 모습으로 변신했다.

-쿵. 쿵.

거대 좀비가 앞에 보이는 나와 설화를 보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낭군님.”

그 거대 좀비의 모습을 보고 설화가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아니다. 내가 하지.”

설화의 행동을 제지하고 앞으로 나섰다.

내 특유의 검은색 마력이 흘러나와 몸을 감싸고 그 부피를 점점 키웠다.

나도 마력으로 거대한 덩치를 만들 생각이었다.

목표는 거대 좀비 크기의 두 배인 10미터 정도였다.

외부로 발현된 마력이 내 의지에 따라 순식간에 부풀어 올랐다.

그렇게 쓸데없이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어 가며 부피를 키운 마력은 결국 10미터의 검은 거인을 만들어냈다.

처음에 만들 때는 마력 갑옷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덩치를 키워놓고 보니 그것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시야나 감각 자체가 덩치에 맞게 내가 진짜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 감각은 내게 상당히 신기한 기분을 선사해줬다.

나도 그저 덩치를 키울 생각으로 부풀린 마력이 이런 현상을 일으킬지는 몰랐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제 꼬마가 된 좀비 놈은 내 거대해진 덩치를 보고도 주눅 드는 기색 없이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그런 놈을 향해 주먹을 내려쳤다.

-푸적!

좀비 놈은 기세 좋게 오던 모습과는 다르게 그대로 찌부러져 고깃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와 함께 내 얼굴도 찌푸려졌다.

내 진짜 손이 아닌 마력으로 만든 거대 손이었지만 좀비 놈이 내 주먹에서 찌부러지는 감각이 너무 생생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퀴벌레를 손바닥으로 잡은 듯한 더러운 기분이었다.

내 거대해진 모습과 처참하게 찌부러진 거대 좀비의 모습에 초소와 담장에 있던 인간들의 경악한 얼굴이 보였다.

-쿵. 쿵.

그런 그들에게 거대한 검은 거인이 다가간다.

-고, 공격해!!!

장서원의 발작적인 외침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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