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file-00 크리스탈 호수의 살인귀-4 (4/66)



〈 4화 〉file-00 크리스탈 호수의 살인귀-4

“으, 으아아아악! 아악! 이, 미친년!”

그 남자는 귀를 부여잡으면서 울부짖었고, 그녀는 잘라낸 귀를 껌처럼 씹다가 삼킨 뒤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도시 괴담에서 볼법한 살인 광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오른쪽 눈 밑에 있는 한 쌍의 눈물점 때문에, 그 모습은 정말로 정신 나간 광대처럼 보였다. 그녀는 음침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그의 무릎을 발로 힘껏 밀어 차서 으스러트렸다.

뼈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무릎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였고.그는 균형을 잃고 썩은 통나무처럼 주저앉아버렸다.

그녀는 곧바로 발의 방향을 바꿔, 반달 같은 섬광을 그려 그의 턱을 후려쳐 날려버렸다. 그의 턱뼈가 두 조각 난 채 얼굴에서 떨어져 나가, 피부에 걸친 상태로 덜렁거렸다.

입 주변이 피투성이가 된 여성은 짐승처럼 달려들어, 턱뼈가 박살 난 그 남자의 등에 올라탄 채로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뭐라고 했는지 알려줄까?”

그 남자는 턱이 반쯤 날아가 덜렁거린 상태에서, 어린애처럼 울부짖으며 고개를 마구 저었다. 다만 턱이 닫히지 않아 바람 빠지는 소리가 섞여, 좀비 영화에서 자주 들릴 법한 기분 나쁜 소리만 새어 나왔다.

그녀는 그의 머리통을 도장처럼 바닥에 힘껏 내리찍은 뒤, 다시 한번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난 다크 나이트 같은 정의의 수호자 같은 게 아니라, 사람 죽이는  좋아하는 제이슨 부히즈다. 너희 같은 되먹지 못한 녀석들을 잘게 찢어야만 오르가즘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 들린다면 다시 귀를 갖다 대보라고. 그땐 더 확실히 대답해줄 테니까!”

키 큰 여성은 남자의 이마에 붉은 도장이 찍힐 정도로 바닥에 세게 처박았다. 그리고 피를 보며 입맛을 다신 뒤, 새빨간 과즙이 흘러 얼굴이 토마토처럼 변할 때까지. 유리 파편과 돌조각이 가득한 비포장도로 바닥에 찧어댔다.

그는 턱이 박살 난 탓에 비명 같지 않은 비명을 질러대다가 목이 쉬어, 바람 빠진 파이프처럼 숨넘어가는 소리만 내뱉었다. 그리고 멀리서  모습을 지켜보는 패거리들은, 총을 겨누고 있지만 밑에 그가 깔려 있어 함부로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초승달 같은 미소를 지은 뒤, 코트 안쪽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리고 모두가 눈 깜짝할 사이에, 코트 안에서 큼직한 벌목도가 번득이더니 그의 목을 마치 찰흙 베듯 가볍게 잘라냈다.

그의 목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그 여성의 하얀 피부를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온몸에 피를 발라대며 폭소를 터트렸다.

“아하하하! 이거야 이거라고! 역시 이게 가장 짜릿하다니까! 음  향긋한 피 냄새! 화약 냄새만 곁들이면 딱이라고!”

굶주린 늑대가 양을 단번에 물어 죽이듯, 사람 목을 종이 인형처럼 가볍게 잘라내며 웃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약탈자들 모두가 넋을 잃어버렸다.

사람 몸을 째고 찢어 죽이는  익숙해진 그들이라도, 이 정도의 광경은 적응하기 힘든 모양인지. 약탈자 무리 모두 다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장신의 여성은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잘린 머리통을 패거리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던졌다. 그 남자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잘린 머리통을 피하려 했다.

하지만 뒤이어 요란한 총성이 터지며, 그 남자의 머리통이 수박처럼 깨져버렸고.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패거리들의 얼굴에 들러붙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참상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크게 놀라서 쩍 벌어진 그의 입에 박살  머리통에서 튀어나온 눈알이 깊게 들어갔다.

“으아아악! 으악! 이 미친!”

“빌어먹을! 우웩!”

동료의 눈알을 삼켜버린 남자는, 실수로 안에 들어간 눈을 씹어버려 뱃속에 있는 걸 죄다 게워냈다.

맨 앞에서 피와 육편을 가장 많이 뒤집어쓴 남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이성이 마비되었는지. 그 자리에서 마네킹처럼 뻣뻣하게 선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몸에 묻은 육편과 눈알. 치아 조각 등을 털어냈고, 몇몇은 광경을 견뎌내지 못하고 저녁에 먹었던 음식 쓰레기들을 바닥에 토해냈다.

“왜 이래? 너희들? 사람 죽이고 다닌 게 하루 이틀도 아니잖아?! 이 정도쯤은 수박 하나 박살 난거랑 똑같잖아? 왜? 힘없는 평범한 녀석들 시체가 아니라서 겁이라도 처먹은 거야? 이 샛노란 병아리 새끼들아!”

장신의 여성은 이번엔 패거리들을 향해, 두 자루의 큼직한 자동권총을 겨눴다. 그리고 패거리들을 향해 흉측하게 일그러진 미소와 함께,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하하하하! 병아리 새끼들 따끈따끈한 베이크드 빈즈라고! 다 처먹고 잘근잘근 으깨져라!”

타이프라이터를 두들겨대는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는 짐승의 송곳니 같은 새빨간 화염이치솟았다.

그녀가 굵고 기다란 자동권총을  두 손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어지럽게 흔들어대자, 들개 같은 약탈자 패거리들의 몸뚱이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

뒤이어 그들의 몸뚱이에 박힌 총알이 폭발하면서, 그들의 몸은마치 폭죽처럼 비린내 나는 불꽃 같은 피와 육편을 마구 튀겨댔다.  광경은 마치 총구에서 축포가 터지면서 사방으로 새빨간 꽃가루가 흩날리는 것처럼 보였다.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에 코가 막힐 것 같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렇게 하이에나 패거리들을 단  명을 제외하고, 마치 소시지 공장의 폐기물 처리장의 내용물이 되어버렸다.

남은 한 명은 고기 반죽이 되어버린 동료들의 시체 위에 오줌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총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권총을 든 여성은, 총을 대충 흔들어 담배를 입에 문 것 같은 총구의 연기를 걷어냈다.

“어라? 하나 남았네. 내 실력도 다 죽었나 보네.”

그녀는 느긋하게 담배 하나를 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권총을  자루만 뽑아, 주저앉은 약탈자를 향해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의 권총은 메탈 가수의 그로울링처럼 울부짖으며, 화약 냄새 가득한 불꽃과 함께 무수한 탄환을 그의 발밑에 쏟아 부었다.

“히, 히익! 이이이이. 미친!”

2초만에 탄창 하나가 텅 비어버려, 빈 격철 때리는 소리만 들렸지만. 오줌을 지린 채 주저앉은 그의 몸에는 단 한발의 총알도 맞지 않았다.

그녀는 탄창을 빼서 내다 버린 뒤,  탄창으로 갈아 끼우며 씩 웃었다. 그리고 다시 슬라이드를 당겨 장전한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민  씩 웃어 보였다.

“아 역시. 이거 실력이  죽은 것 같은데. 이런 파리 한 마리도 못 맞추고. 이제 총으로 쏴 맞추는 건 그만둘까?”

살아남은  명은 그녀가 자신을 못 맞춘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맞췄다는 걸 금방  수 있었고. 그 사실에 대변까지 지리면서 서서히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그녀가 쥐고 있는 총이 그립 아래쪽에 탄창이 길게 늘어졌고 총신이 크고 두터운 걸로 봐선, 지금은 거의  쓰는 폐물이나 다름없는 기관권총FU-K69 ‘민스 미트’

몸뚱이에 박히면 폭발을 일으키는 전용 특수탄 때문에, 한 발이라도 맞으면 다진 고기가 된다는 뜻에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저, 저 미친 년! 저런 무기를!”

유일한 생존자인 계급장 박힌 군용 모자를 남자는, 그녀의 손에 쥐어진 총이 뭔지 알아차리고 욕설을 내뱉었다.

총알 한 발 가격만 해도 그들이 평생 약탈해도 살 수 없을 정도의 고가품인 ‘파핑 캔디’인 것은 둘째 치고, 초당 30발을 쏘면서도 탄창 하나당 두 발 맞추면 명사수라고 할 정도로 탄환 낭비가 심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저런 돈지랄로 가득한 무기를 쓸 사람은  근처에 딱 한 명 밖에 없었다.

‘검은 코트의미치광이.’

그는 이제 상대가 어떤 자인지 알게 되었고,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어디에서 힘이 났는지 몰라도, 개구리가 뛰듯 빠르게 일어나, 열 살 때부터 쥐어왔던 무기마저 버리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민스 미트를 버리고 톱날이 들쭉날쭉한 칼 한 자루를 꺼내 그립을 쥐었다. 칼의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날 부분이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마치 귀신이 우는 것 같은 섬뜩한 기계음이 크게 울려 퍼졌다. 이 전기톱 같은 작고 얄팍한 칼은  기갑차량 장비 ‘베이비 백립’이다. 그녀는 입꼬리를 거의 귀 끝까지 올리며, 도망가는 자의  뒤를 향해 뛰어올랐다.

“그래 바로 그거야! 울부짖고 비명 지르면서! 힘껏 도망가라고!”

검은 코트의 미치광이는 검은 코트를 입은 채 밤하늘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높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기세로 떨어졌다.

그녀는 땅으로 착지하면서 남자의 뒤통수를 상어 이빨 같은 톱니가  칼로 내리찍었다. 칼은 사나운 모터 소리를 내지르며, 마치 물이나 공기를 가르듯 막힘없이 그의 몸뚱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뒤이어 남자의 몸이 머리에서부터 항문까지 붉은 줄이 그어졌다.

키 큰 여성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그의 뒤통수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렸다. 붉은 줄이 그어진 남자는 천천히 바나나 껍질 벗겨지듯 갈라져, 정육점 고기처럼 두 쪽이 난  더러운 흙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렇게 담배  개비를 다 태우기도 전에  수 명이나 되는 약탈자 패거리들은, 자기 몸뚱이로 훼이첸의 거리 한 구석을 정육점처럼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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