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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하는 히로인이 없는 이야기!-30화 (30/37)

〈 30화 〉 핑크빛 캠퍼스 라이프 (1)

* * *

틱 틱 틱 틱.

검은색과 하얀색에 시침과 분침에 미묘하게 금색 자수가 놓인 시계가 틱틱거리며 움직인다.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게 꽤나 비쌀...

"주인님, 죄송합니다만 빈잔을 마시고 계십니다."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눈앞의 싸움을 외면하려 하지만 하인젤이 내 상념을 깨운다.

"오오~ 이 커피 확실히 맛이 좋다~ 알렉...아니 수현님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것 치고는 잘 만들었어!"

"흣... 고마워요, 당신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것 치곤 연기실력이 출중하네요?"

으르렁, 캬오옹.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고양이랑 토끼가 서로를 향해 보이지않는 검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 수현아 여기 집 어때? 아까는 말 못했는데 너랑... 또 내 후배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먼저 현설이의 선공. 은근슬쩍 여기는 내 집이다. 너흰 내 후배다. 라는 인식을 주면서 자신의 우위를 확보하려 노력한다.

"헹... 주인님. 잔이 비셨네요? 더 따라드릴까요? 더 필요한건 없으신가요? 평소 좋아하시던 커피가 아니라 입맛에 안 맞을수는 있지만... 제가 다음엔 꼭! 준비할게요."

그에 레이즈는 코웃음 치며 순식간에 현설이의 코앞에 있던 커피포트를 뺏어들곤 현설이의 공격을 받아친다.

...근데 아까 커피 맛있다 그러지 않았나? 아, 비아냥대는 건가?

"후룹, 아 주인님 여기 이 쿠키도 드셔보십시오. 고소한 맛이 나는게 질좋은 버터를 쓴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선 차라리 내게 기성품인 3천원짜리 부모손길 과자를 고급과자라며 권해오는 하인젤이 훨씬 나았다.

"훗... 아까는 분명 본인입으로 맛있다고 그러시지 않으셨나요? 수현이도 불쌍해라~ 이렇게 건망증 심한 메이드가 시중드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이익...! 내 솜씨에 비하면 아~주 하찮지만 기분을 생각해서 칭찬해 줬더니! 알렉, 이건 마실 가치도 없어 차라리 내가 다시타줄게!"

저 봐라 저 봐라 메이드가 말이야 으이? 주인보다 먼저 자기 잔에다가 따르고 말이야. 어이구? 이젠 그냥 잔도 안쓰고 포트채로 먹네?

솔직히 처음 레이즈와 하인젤을 대면시키고 그녀들에게 그녀들의 정체와 나에 대해서 설명해줄 때는 조금 걱정 되었다.

일단 내가 그녀들이 그리도 싫어하는 신과 밀접한 관계이고, 또 이미 현설이라는 임자가 있음에도 그녀들에게 다리를 뻗은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다행히 처음엔 다소 불만이었던 듯 보인 그녀들이 현설이의 보충설명에 누그러졌다.

아, 그러고보니 내가 사실 알렉이 아닌 차수현이라는 사람이라고 밝힐 때는 경멸의 시선도 각오했는데 막상 반응은

"...? 어차피 그때 저희에게 온건 주인님이시잖아요. 겉모습만 바뀐거지 내면은 그대로니까 상관없지 않나요?"

라는 반응이었다. 이때 다시한번 그녀들이 내게 깊게 빠져있단 걸 실감했다.

아무튼 하인젤은 그렇게 바라던 현설이와 만나게 되니 다소 질투를 보내긴했지만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레이즈는... 한창 서열싸움을 치루고 있었다. 원 세상이 일부다처제였던 만큼 하인젤과 레이즈는 하렘에 딱히 큰 거부감을 느끼진 않는 것 같았다.

전부터 계속 다른 여자를 견제한 건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자기들끼리만 독점하려는 생각이었겠지. 그래도 막상 자기들이 인정하는 상대가 나타나니 순순히 인정한다.

물론 하인젤과 레이즈가 내 앞에선 내숭이랍시고 연기를 하는만큼 내가 없을땐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이번기회에 확실하게 해두는게 좋겠지.

이건 이미 세워놓은 계획이 있었다.

근데 그건 그렇고...

"근데 현설아 내 원래집은 어떻게 하고 또 여긴 어디인거야..."

아까부터 궁금했으나 분위기 때문에 물어보지 못했던 질문을 했다.

물론 그 작은 원룸보다야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이 좋긴하지 그런데 뭔가 설명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 걱정마 원래 다니던 자취방은 안쓰긴 하지만 남아있어. 음... 그리고 여긴 신님이랑 내가 준비한 우리 집이랄까...? 다니던 대학교에서도 안 멀어! 물론 차는 있어야 되긴 하지만..."

'아 맞다. 대학교.'

생각해보니 이제 슬슬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할 시기였다.

으... 그 지옥같은 수강신청을 다시해야 된다니... 근데 그러고 보면 얘네들은 그동안 뭘해야 되는거지? 신분이나 그런게 있나...?

"아 맞다! 수현아 나도 이제 너랑 같이 학교 갈수있다~ 짜잔."

마침 내가 생각하던 그녀의 신분에 대한 답을 깔끔히 제시했다.

"어? 나랑 같은학교에 같은 학과네? 학년도 똑같아? 뭐야, 편입그런식으로 오는거야?"

"으응...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겠어. 신님도 그냥 '가보면 안다.'라고 해서... 에헤..."

흐으음... 뭔가 수를 썼겠지.

어라? 그럼 하인젤이랑 레이즈의 신분증도 있는건가? 살짝 기대를 담고 현설이를 바라보았지만 현설이도 내가 말하고 싶은게 뭔지 아는 듯 난처하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나도 받은게 이것 밖에 없어서... 쟤들은 모르겠어..."

하긴... 현설이가 신도 아니고 어떻게 알겠는가.

그나저라 자동차라... 면허를 따두긴 했지만 막상 차가 없어서 쓴 적은 별로 없는데 잘 몰수 있을까...?

툭.

그렇게 생각하던 와중 갑자기 하늘에서 보따리 두개가 툭하고 떨어졌다.

"헐... 바... 방금 뭐야? 쟤네 아까 저기 식탁에 있지 않았어...?"

그리고 그걸 순식간의 두명의 메이드가 날카로운 눈으로 받아내니 토끼같은 현설이의 눈이 똥그래졌다.

아, 쟤네 먼치킨인거 현설이는 모르지?

뒤늦게 자신이 누구한테 까분건지 깨달은 현설이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져 간다.

"흥...! 봤지? 내가 이정... 뭐야, 반응이 왜그래?"

현설이의 감탄을 들은건지 레이즈가 으스대지만 눈치빠른 하인젤이 툭툭치며 눈치를 주니 레이즈가 뒤돌아서 쫄아있는 토끼 한마리를 발견한다.

"...뭐야 왜 그렇게 쫄아있어? 내가 잡아먹는 것도 아니고..."

아. 큰일인데. 이렇게 되면 균형이 무너져 현설이가 쭈구리가 될 위험이 있었다.

"아, 그 레이ㅈ..."

"누... 누가 쫄았다고! 흥, 너네가 어? 싸움 좀 한다고 해서 어쩔건데 그... 여긴 경찰도 있고! 그... 아무튼 나를 건드리면 수현이도 가만있지 않을걸!"

오... 우리의 토끼는 전투토끼였다. 분명 무서울 텐데도 오히려 강하게 나왔다.

"흥... 그렇게 나와야지! 쫄아있으면 재미없다고 임마."

다행히 레이즈도 현설이의 그런 반응에 과민반응하지 않고 귀엽다는 듯이 코웃음치며 반응한다. 레이즈가 어른스런 반응을 보여주는 걸 보아 하인젤이 뭔가 언질을 준게 분명했다.

'저러니까 왠지 서로 다투는 남매 같기도 하고...'

어찌된건지 사실 나이순으로 따지면 현설이가 큰언니 그 다음이 레이즈, 하인젤 순일 텐데 우리 여성진은 위계가 거꾸로 가고 있었다. 막내인 하인젤이 맏이 맏이인 현설이가 막내 같단 말이지...

그래도 저렇게 투닥이면서도 서로 선은 지키는게 뭔가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이정도면 크게 걱정안해도 될지도?'

그래도 내 계획은 그대로 실행할거다. 사이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주지. 흐흐흐...

"음...? 기...현대? 주인님 이건 뭔가요?"

아까 떨어진 보따리를 푼 하인젤이 내용물은 내게 보여준다. 기현대라면 내가 다니는 학교인데? 혹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하인젤이 건내준 신분증을 보니 역시나 우리학교 학생증과 하인젤. 아니, 하은정의 이름이 박힌 주민등록증이 동봉되어 있었다. 레이즈는... 오, 나은주구나? 뭔가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이름들이었다.

크으... 역시 바쁘신 와중에도 애프터 서비스 확실하구만.

그럼 애들이랑 다같이 행복한 캠퍼스 라이프를 즐길수 있는건가?

솔직히 지난 3년간은 전염병과 군대크리로 꿈에 바라던 캠퍼스 라이프는 꿈도 못꾼 세월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염병도 끝나고 군대도 갔다왔으니 즐길수 있는건가? 싶었지만 복학생 아싸의길은... 처참했지.

하지만! 현설이랑 함께라면! 우리의 메이드 자매와 함께라면! 꿈에 그리던 캠퍼스 라이프도 꿈은 아닐것이다.

아 맞다 일단 차부터 사야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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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국내 유명 커뮤니티등에서 검색해본 결과 결국 캐딜락 에스컬레이터...? 그걸로 구매하기로 했다.

처음엔 그냥 가볍게 여럿이서 탈수 있는 스타x스 나 카x발을 사려했지만 집도 이렇게 으리으리한데다가 통장에 찍혀있는 액수를 보니 욕심이 나더라. 그러다 보니...

­ㅋㅋ 야 스타x스 탈거면 돈 조금 보태서 펠xx이드 탄다.

­엥 펠xx이드 살돈이면 제네x스 타지

­ㅋㅋㅋ 제네x스 탈돈이면 돈 더 보태서 벤x gls타지.

­엥? 그럼 그냥 최근에 나온 마이바흐 타는게 낫지않냐?

­야 야 그러면 그냥 방탄차로 가자ㅋㅋㅋㅋ 캐딜락 가즈아

이런 과정으로 결국 하이엔드급으로 가더라... 마이바흐도 좋았지만 나는 이 셋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7인승으로 갔다. 그런의미로 주문제작으로 유명한 롤스로이스도 배제했다.

그렇게 차량 출고 날을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알게 된건데, 무슨일인지 현설이가 꽤 유명하단 사실이었다.

대학로 usb녀였나? 그런 이름이었는데, 영상이 있길래 보니 조회수가 천만을 바라보고 있어서 한번 놀라고 또 현설이의 노래실력에 두번 놀랐다.

게다가 처음듣는 노래라서 그런지 댓글들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개중에 유명 연예기획사의 공식 계정 댓글도 있길래 물어 봤더니 아이돌캐스팅 제의도 받았다고 했다.

'현직 아이돌이 내 여친...?! 헤으으응...'

그런 상상도 했지만 나랑 꽁냥대고 싶어서 거절했다는 그 말에 그자리에서 덮쳐버렸다.

그러다 영상에 나온 노래에 대한 끝없는 앨범제의에 내가 왜 안하냐고 물어보니 이미 자신이 만든 곡이 아니라고 하길래 상의 끝에 내가 작곡, 현설이 작사로 결국 앨범을 내었다.

처음엔 그냥 추억삼아? 데이트 같은 느낌으로 하려고 했는데 이게 또 의외로 히트를 쳐버렸다. 국내 유명 싱어송 아이돌인 유아이가 커버하면서 억소리 나는 저작권료가 통장에 꽂혔지.

물론 방송출연 제의는 전부 거절했다. 아 추가로 하인젤과 레이즈도 앨범 녹음하러 스튜디오에 놀러갔다가 그 자리에서 캐스팅되어서 재미삼아 오디션을 봤는데 하인젤은 음치였고 레이즈는 몸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프로듀서는 그럼에도 아이돌로 즉시 데뷔를 들먹이며 캐스팅하려 했지만 어림도 없지. 이쪽 방면에서 잔뼈가 굵을 만큼 굵은 현설이의 제지에 본래 목적이었던 오디션만 보고 나왔다.

그 날은 그녀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 흥분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메차쿠차 안아줬다.

아, 그리고 아직 내 계획중 하나였던 4p는 못해봤다. 이쪽은 양쪽다 살짝 거부감을 보여주었기에 어쩔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코올의 힘을 빌려야지 흐흐흐... 마침 내일이 대학생이 개강해지는 날이니 계획대로 라면 내일 할수 있을 터다.

그리고 내일이 개강이라는 뜻은...

"네~ 고객님 여기, 여기 그리고 여기에 싸인해 주시면 됩니다~"

바로 마이 드림카가 오늘 도착한다는 뜻!

꽤 아름답긴 했지만 우리애들과 비교하면 좀... 마음이 허전한 직원이 와선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려 했지만 그녀가 차에서 내리는 걸 보자마자

레이즈와 하인젤이 쏜살같이 다가와선 내 앞을 가로막고 경계의 눈빛을 보내서 나는 들어가고 현설이가 대신 나와서 계약했다.

어쩐지 계약하는 현설이의 으스대는 모습이 말그대로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토끼의 모습이라 조금 귀여웠다.

처음엔 왜이러지 하던 직원은 프로였는지 능청스레 아하하~ 웃고는 현설이에게 내게 하려던 설명을 했다.

"...쯧, 방금 그 여자의 주인님을 보는 눈빛 보셨습니까?

"응,응 역시 니가 있어서 다행이야."

현설이랑 하인젤은 둘이 은근 죽이 잘 맞는 것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왠지 현설이가 하인젤을 귀여운 동생 보듯이 한다고 해야되나?

왠지 죽이 잘 맞는것 같아 다행이었다. 레이즈? 레이즈는 뭐...

"킁.. 킁킁... 하아아..."

나를 밀착경호에서 내게 들러붙는 여우에게서 보호한다는 명목이었지만... 하는 짓을 보면 그냥 자기 사심 채우기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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