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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68♠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2) (68/95)

포르노쟈키68♠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2)

설마 창녀촌에 여자들을 팔아먹은 빨이꾼 인줄은 꿈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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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노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다시 입안에 침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예측했던 대로 노인도 김성도를 알고 있다

는 심증이 갔기 때문이다.

"음.....그렇지 않아도. 그 점을 궁금하게 생각했었지. 깡패들한

테 쫓기고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았었거든. 이제서야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겠구먼......헌데 아가씨가 찾고 있는 그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네....."

노인은 안됐다는 얼굴로 혜미를 바라보며 길게 담배 연기를 내

품었다. 그 얼굴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허무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면........"

그때 노파가 들어 왔다. 그녀의 손에는 귤 쟁반이 들려져 있었

다. 그녀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미를 눈치채고 노인을 쳐다보

았다.

"이 아가씨가 충무호 선장을 찾으로 왔다는 구먼."

노인이 짤막하게 대답하고 나서 헛기침을 했다.

"에이그......망망대해에서 오줌을 마시면서 한 달을 버티면 뭐

하누. 하룻밤 사이에 불귀의 객이 되어 버렸는데......."

노파는 혜미 앞에 귤 접시를 내려놓으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혜미는 그런 노파와 노인의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언가

쉽게 말하지 못할 곡절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사고라도......"

혜미의 예상은 적중했다. 노인은 김성도가 얼마 전에 수협 공

판장 내 창고 뒤에서 자동차에 치여 바다로 빠져 죽었다고 느릿

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구요?"

혜미는 마지막 믿었던 믿음의 끈이 어이없이 끊어지는 것을 느

끼며 허탈하게 외쳤다.

"이상 한건, 충무호 선장이 왜 그 시간에 인적이 드문 창고 뒤

를 갔느냐 라는 거여. 하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저승 사자가

유혹을 한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말여."

노인의 말에 혜미는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김

성도 역시 아버지처럼 사고사로 위장한 타살인지 모른다는 생각

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없나요? 충무호 선

장이 교통사고를 당한 시간부터 말이에요."

혜미가 심장이 졸아드는 듯한 긴장 속에 아버지 죽음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르는 김성도의 죽음에 대한 전말을 듣고

있을 때 였다. 담장을 바깥으로 한 문간방에 있는 다혜와 민규

는 어색하고 무료한 시간을 축내려고 다혜의 과거사를 캐고 있

었다.

"씨팔, 그래 니 발로 그 여자가 지정하는 장소로 찾아갔단 말

이지?"

민규는 다혜가 해도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강원

도 산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처지라지 만 전봇대에 붙은 룸싸롱

종업원 모집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기도

했고, 스스로 창녀가 되길 원한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었

다.

"전 몰랐거든요."

다혜는 방문 앞에 앉아서 노파가 가져다 준 귤을 맛도 모르고

까먹으며 바람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월수 이백 만원을 준다

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여자는 삼십 대 초반의 여자 였다. 첫눈

에 보기에도 술집 마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자였다. 그러나

설마 창녀촌에 여자들을 팔아먹은 빨이꾼 인줄은 꿈에도 몰랐

다. 아니 주간지나, 방송 같은 곳에서 가끔 그런 인신 매매꾼이

있다는 줄은 알았지만 자신이 인신 매매꾼 중에서 가장 지독한

빨이꾼의 마수에 걸릴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래서, 그 여자를 따라 우선 일반 가정 주택으로 갔겠군. 거

기서 며칠 묶었을 테구......."

민규는 그 다음 스토리는 안 들어도 뻔했기 때문에 흥미가 없

었다. 하지만 여자들이 창녀촌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은 그 유

형은 대동소이해도 열 번 들어도 질리지 않기도 했다. 약간은

스릴과 안됐다는 동정심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었다.

"어머?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쨔사, 이래봬도 내가 영등포에서 한 가닥 했잖냐. 척 하면 삼

척이라고 안 들어봐도 뻔할 뻔 자지. 그 스토리는 뻔하다. 그러

니까. 괜히 잔머리 굴려서 날 감동시킬 생각하지 말고, 있는 그

대로 ㅇ어봐. 근데 혜미는 도대체 뭐 하는 거여. 저녁 먹고 나서

저 혼자 바닷가에 산책 나갔을 리도 없고......"

민규는 벌떡 일어섰다. 앉은뱅이 책상 위에 있던 이불과 담요

뭉치를 들어서 구석에 던졌다. 그 위에 비스듬히 누우며 다혜에

게 이야기 할 것을 재촉하다 잠깐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다가

다혜를 바라 봤다.

"오빠가 알고 있는 그대로 예요. 그 집에서 이틀인가 더 머물

고 있는데 저하고 나이가 비슷한 영옥이라는 애가 들어 왔어요.

그리고 이틀 더 있다가 영옥이하고 천호동에 들어가게 됐어요."

"허허, 내 말은 네가 거기서 빵을 당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거

지. 천호동에 입촌식 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냐. 그러니 어

서 사실대로 직소해 봐."

민규는 혜미가 오는 대로 소주를 사올 돈을 달라고 해야 갰다

고 생각하며 권태스러운 표정으로 다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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