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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69♠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3) (69/95)

포르노쟈키69♠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3)

난 커피숍에 써빙 구한 다는 광고를 보고 커피숍에 들어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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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능글능글한 표정으로 다

혜를 쳐다 보는 민규의 눈빛과, 어쩌면 그 누구에게 하지 못한

뼈 아픈 아픔을 털어 놔야 할 시기가 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

는 다혜의 절망어린 시선이 교차되면서였다.

"빵 이라니요? 무슨 빵을 말하는 거예요? 전 거기서 빵을 먹지

않았는데......"

다혜는 차마 성수동 최언니라는 짐승만도 못한 여자의 집에서

사내 두 명에게 돌아가며 윤간을 당한 이야기는 할 수 없어서

목소리를 흐리며 물었다.

"허어! 너 거기서 곧 장 천호동으로 간 건 아니지. 내 말은 어

떤 놈인가 널 건 들였을 거란 말여. 내 말 틀렸어?"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다혜는 자신의 치부를 보인 것 같아 귀밑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물론 창녀촌으로 들어오는 많은 여자들이 어느

장소에선가 윤간을 당하고 들어오기 일쑤 였다. 그러나 대부분

그때 일을 발설하지 않고 가슴속에 묻어 두고 지내는 형편이었

다. 결코 유쾌한 기억이 못되기 때문이다.

"내가 분명히 말했지. 네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난 다 알고 있

다고 말여. 노파심에 다시 한 번 읊어 보자면 넌 거기서 적어도

두 명 이상 인 놈들에게 돌림빵을 당했을 거란 말이다. 어때 내

말 틀렸어?"

민규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혜의 눈을 응시했다. 다혜가 떨리는

눈초리로 시선을 피하며 두 번 정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사실이

기 때문이다.

"좋아요. 그 대신 오빠 만 알고 있어야 해요. 사실 난 거기서도

애 들한테 그 때 당한 일을 한 번도 말 한 적이 없거든요......"

다혜는 민규의 눈을 속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역시 지금은

쫓기고 있는 신세지만 창녀촌에서 기생을 했던 건달이었기 때문

이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수동 최언니

라는 집에서 겪었던 악몽 같은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름을 말해 주지 않은 체 자신을 최언니라고 만 부르는 키 백

육십 센치 정도의 삼십 대 여자 집에서 이 틀 밤을 지내고 있을

때 였다. 그 동안 최언니와 백화점에 들려서 꽤 비싸 보이는 외

출복을 한 벌 사 입은 것을 빼 놓고는 외출을 하지 않았다. 최

언니는 직장에 나갈 때까지 우선 쉬라고 했지만 누군가 기다리

고 있는 눈치 였다. 그렇다고 섣불리 물어 볼 처지도 돼지 못해

서 불안한 기분 속에 이틀 째 밤을 보내고 있을 때 였다.

"자! 앞으로 같이 일 할 처지니까, 서로 인사를 시켜 주지."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방문이 덜컥 열렸다. 최언니가

쓱 들어오면서 밖을 향하여 손짓을 했다. 이어서 갸름한 얼굴의

비슷한 또래가 망설이는 몸짓으로 걸어 들어 왔다.

"이쪽은 대구가 고향인 영옥이, 그리고 이쪽은 강원도에서 온

다혜. 앞으로 서로 같이 지낼 처지니까. 서로 인사들 해."

다혜는 이틀 낮 동안이나 혼자 있었던 탓에 반가운 생각이 들

었다. 얼른 일어서서 영옥이라는 여자 앞으로 가 손을 내 밀었

다.

"지는 영옥이라고 부릅니더."

자신을 영옥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왠지 겁먹은 듯한 눈초리 였

다. 다혜는 그런 그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참! 영옥이 저녁 먹어야지?"

최언니가 방을 나가려다 갑자기 뒤 돌아서서 물었다.

"언지예, 지는 생각 없심더. 기차 안에서 김밥 하나 사 묵었더

니 생각이 없심더."

"그래, 그럼 배고프면 언제든지 거실에 있는 오빠들한테 먹

을 걸 시켜 달라고 해. 밤이 늦어도 야식을 배달해 주는 곳이

많으니까."

최언니가 묘한 웃음을 날리며 밖으로 나갔을 때 였다. 영옥이

가 얼른 방문을 닫고 나서 다혜 앞에 쪼그려 앉았다.

"니? 예가 뭐 하는 덴 줄 아나?"

"응. 최언니가 그러는데 룸살롱 같은데 소개를 해주는 직업소

개소라고 그러던데......왜 아닌 것 같니?"

"나도 그래서 여길 왔다 안 하나? 칸데 왠지 분위기가 안 좋데

이. 니는 그런 기분이 안드나?"

"글세?......"

다혜는 그때까지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 문 앞에서 사

내 두 명이 그림자처럼 방문을 지키고 있다는 것, 화장실을 갈

때 도 직접 문을 열어 주고 밖에서 지키고 있다는 것이 좀 이상

하긴 했으나 불길한 정도의 기분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다. 최

언니의 말에 위하면 그들이 자신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들 역시 룸살롱에 웨이터로 취직을 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 카면 넌 여기 온지 얼마나 됐노?"

"으응. 나 그저께 저녁에 왔으니까 오늘이 이틀 째 야. 너도 광

고보고 왔니?"

"광고라꼬?"

"그래. 전봇대에 붙어 있는 광고 말야?"

"난 커피숍에 써빙 구한 다는 광고를 보고 커피숍에 들어갔다

가, 주인한테 소개받고 여기로 왔데이. 그 칸데 왠지 밖에 있는

사내애 들 눈이 보통으로 안 보인데이? 니는 그런 생각 안 드

노?"

"아 그 남자들. 그 사람들도 룸 살롱에 웨이터로 취직 할 남자

들이라고 하든데."

다혜는 영옥이가 들어오면서 남자들을 잘도 살펴봤다는 생각

이 들기 전에 어쩌면 그녀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웨이터로 취직을 하러 온 남자들

치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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