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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67♠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1) (67/95)

포르노쟈키67♠제15화 아랫목, 윗목에서(1)

"그럼 이 쪽이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색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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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으로 보이는 집 마당은 골목길 보다 한 뼘 정도 밑으로

내려가 있었다. 다혜가 조심스럽게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니

은자 로 된 슬레이트 지붕의 부엌문이 열리면서 육십 대 노파가

나타났다.

"할머니, 제가 말씀 드린 오빠하고 언니예요."

다혜는 노파가 민규와 혜미를 번갈아 살펴보고 있는 앞으로 걸

어가서 붙임성 있는 목소리로 웃으면서 말했다.

"영감!"

노파는 다혜의 말에 대답을 하지 않고 방문 쪽으로 향하여 고

개를 돌렸다. 방문이 열리고 희색 도파를 입은 육십 대 중반으

로 보이는 노인이 마루 앞에 섰다.

"젊은 이 들이 깡패들한테 쫓기고 있다는 사람들인가?"

노인은 마루 밑으로 내려서 슬레퍼를 질질 끌고 마당 한 가운

데로 나왔다. 민규는 노인이 가까이 오는 순간 생선 비린내와,

술 냄새가 훅 풍긴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 뵙겠어요. 제 동생이 말씀 드린 것처럼 어려운 일이 있

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혜미는 다혜보다 거짓말에 능숙했다. 그는 마치 노인의 손녀나

되는 것 착착 감기는 목소리로 말하며 거리낌없이 노인의 손을

잡았다.

"그럼 이 쪽이 술집에서 도망쳐 나온 색신가?"

노인이 다혜를 쳐다보며 턱으로 혜미를 가리켰다. 민규는 다혜

의 거짓말에 속 웃음을 치면서 노인 앞으로 갔다.

"술집이 아니고, 서울 다방에서 도망쳐 나온 동생들입니다. 그

런데 다방 주인이 보낸 깡패들이 여기 까지 따란 왔다는 거 아

닙니까?"

혜미는 민규의 불량스러운 목소리에 양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그런 말에 어느 정도 익숙해 져 있는지 별로 기분

나쁜 얼굴이 아니었다.

"방 값은 충분히 드리겠어요."

혜미는 민규가 뭐라고 말을 하려는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앞으

로 나가서 손 지갑을 열어 보였다.

"아니오. 우리 집이 여관도 아니고, 방세는 저 처녀가 주었던

걸로 충분해요. 그나저나 방이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네......."

"이 방 이유."

노인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노파가 기다렸다는 얼굴로 도로 쪽

으로 나 있는 방문을 열어 보였다. 바다 쪽으로 커다란 창문이

나 있는 방이었다. 도배지는 오래 된 것이었으나 깨끗했고, 누군

가 머물고 있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원양어선 타는 김씨 방인데, 그 사람은 지금쯤 사모아에 가

있을탱께 다음 달에 나 돌아 올 꺼요."

노인이 뒷짐을 진 자세로 민규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민규는

고맙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방을 얻기로 한 이상 가

능한 말수를 줄이는 게 좋다는 게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

런 습성은 어제오늘 몸에 벤 것이 아니었다. 무릇 뒷골목에 살

다 보면 낮 선 자를 늘 경계해야 하는 것은 제 일 수칙이고, 그

다음이 이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거 였다.

그 들은 저녁상을 준비 해 두었다는 노파의 말에 한껏 감사를

드리며 노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그리고 나서 혜미와 다

혜는 노파를 도와서 설거지를 했다. 그 다음에 혜미는 다혜를

방으로 들여보내고 나서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노인에

게로 갔다.

"들어 와요."

노인은 방 중앙에 있는 재떨이와 담배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

며 자리를 내 주었다.

"저녁 잘 먹었어요."

혜미는 싫다는 노인에게 억지로 식비를 지불했다. 그래야 다음

에도 부담감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저 할아버지........"

혜미는 민망한 표정으로 돈을 받아 쥔 노인에게 목소리를 낮추

며 표정을 살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거 같은디, 어서 말 해 봐요."

노인은 무릎걸음으로 텔레비전의 볼륨을 줄였다. 혜미는 노인

이 담배 불을 붙일 때까지 말을 않고 기다렸다. 그러다 노인이

잔기침을 하며 고개를 쳐드는 순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혹시 충무호 선장님을 알고 계시나 해서요."

혜미는 마음속으로 숨을 길게 내 쉬었다. 묵호에 온 목적은 충

무호의 선장이자, 아버지의 친구인 김성도 씨를 만나기 위해서

였다. 또, 김성도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가장 최근에 접했던 인

물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충무호......선장이라면........."

혜미는 노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살펴보면서 마른침을 삼

켰다. 노인도 충무호 선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였다. 하긴 그녀가 알고 있는 김성도에 대한 상식은 묵호에 가

서 길가는 사람을 아무 붙잡고 물어 봐도 김성도 라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유명한

깡패거나, 갑부는 아니었다. 그가 묵호에서 유명 인물로 떠 오른

것은 각 신문사나 방송사에서 대서특필한 사실이긴 하지만, 바

다에서 한 달 동안 표류를 하다 극적으로 살아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네. 사실 이곳에 온 목적은 그 사람을 찾으로 온 것이거든요.

그러던 중에, 버스 터미널에서 나쁜 사람들을 만나 쫓기게 된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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