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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12화 (213/344)

Chapter 212 - 212화- 독사가 포로를 처리하는 방법

-난 하, 항복하지 않을 거야.

-나는 신을 위한 검. 악마의 검이 될 순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배교자가 되지 않을 거야. 나는, 나는 절대로….

저항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티아스의 애처로운 목소리에 페르포네는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의미 없는 짓이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정말 개구쟁이구나.'

저항을 이어나가봤자 돌아오는 건 파멸뿐이다. 이기겠다고 발악해봤자 누구 한 명 지지해주는 사람도 없다. 설령 이긴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시점에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겠나? 바보 같은 짓에 불과하다. 잃은 것이 다시 돌아오는 일도 없고,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만 다 빼앗기게 될 거다.

그걸 왜 티아스는 모르는 걸까?

아니, 모르기 때문에 저항하는 거라고 봐야 한다. 페르포네 자신도 결말은 이미 정해진 지 오래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끝까지 발버둥을 쳤으니까. 진실을 모른 채 멍청한 짓을 한 것에는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뭐,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해도 파멸은 확정이지만 말이다.

'후후, 계속 울부짖으렴.'

지금도 들려오고 있다.

-우끕, 우끕, 우끕, 우끄으윽! 나는, 나는 항복 안…후으읍!

테미네르의 엉덩이에 얼굴이 박힌 상태로 농락당하는 티아스의 신음이 들려온다.

-흐아아아, 아아아악! 이렇게 해도 난 무너지지 않아. 절대 무너질 순 없어어어어!

손목을 묶은 촉수를 통해 독이 주입되고, 발목을 묶은 촉수를 통해 독이 주입되고, 보지에 꽂힌 촉수를 통해 독이 주입되고 있다. 허용치를 뛰어넘은 독이 전신을 침식하고, 침식되면서 참을 수 없는 성욕의 파도에 휩쓸린다. 그 휩쓸림에 당해도 어떻게든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티아스의 비명이 들려온다.

그렇게 발버둥을 침에도,

-주, 죽고 싶지 않아.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 않다고….

강도 높은 고문에 버티기 힘들어 훌쩍거리는 티아스의 진짜 목소리를 페르포네는 들을 수 있었다.

'부디 네 마음에 솔직해지는 날이 얼른 오기를 바랄게.'

망가져 가는 마음을 어떻게든 지탱하려고 노력하는 티아스를 향해 페르포네는 기원했다.

부디 어리석은 짓은 그만하기를. 그만하고 자신들 편에 서기를. 사로잡힌 순간부터 이미 패배는 확정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를. 두 번 다시 원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티아스가 빨리 받아들이기를 페르포네는 원했다.

설령 지금 받아들이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 싸움이 끝나면 주인님의 조교를 받게 될 테니까. 그때가 되면 조금이나마 남은 이성의 조각도 다 날아가 버릴 거다.

포로로 잡힌 12군단도 마찬가지다.

[이걸로 다 잡은 거 맞지?]

거대한 녹색 뱀, 페르포네는 밑에 있는 지휘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12군단이 주둔한 섬에 상륙해서 12군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강철 군단을 이끈 자였다.

"예, 한 명도 남김없이 붙잡았습니다."

생기 없는 얼굴로 지휘관은 그리 말했다. 목소리에는 기쁨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기계가 하는 것처럼 말할 뿐.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는 현재 처형이 진행 중입니다."

감정을 제거했으니까. 지휘관뿐만 아니라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주인님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이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여자들은 저쪽으로 모아놨습니다.”

반역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으니까. 악마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그대로 놔두면 역모를 꾀할 거다. 역모를 꾀한 자는 죽여야 하나,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자식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 강림은 강철 군단의 일원이 될 자식들 머릿속에 명령어를 입력했다.

너희들은 그리드를 위한 장기 말이다. 장기 말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전부다. 이의도 제기해서도 안 되고, 의문도 가져선 안 된다. 오직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걸 최우선으로 여겨라. 그것이 강철 군단의 전사가 가져야 할 사명이다. 그 이외의 것은 철저하게 배제해라.

그런 식으로 머릿속에 명령어를 입력했고, 명령어가 입력된 자식들은 어떤 의문도, 의혹도 품지 않게 되었다. 품지 않게 되었기에 자연스레 감정도 가지지 않게 되었다. 살아있으되, 로봇인 존재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렇게 되었기에,

12군단 병사들의 목에 직접 검을 쑤셔 넣어도, 직접 병사들의 목을 참수해도, 싸늘하게 식은 시신을 산처럼 쌓아도, 그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음, 많이도 죽였네.]

시체들로 겹겹이 쌓인 산을 봐도 페르포네는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았다. 학살을 저지르면 행여 동요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전혀 그러지 않았다. 너무 시신이 많아서 역병이라도 도는 게 아닐까 걱정될 뿐이었다.

역병이 돌기 시작하면 주인님에게 여러모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요, 어마어마한 손해가 날 터.

이런 식으로 포로들을 처리하는 건 너무나 비효율적이지 않을까? 지금 전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 데려갈 수 없다는 이유로 번거롭게 처형을 진행해도 되는 걸까?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잠시 고민 끝에 페르포네는 명령했다.

[잠깐, 멈춰 봐.]

페르포네가 내린 명령에 처형을 집행 중이던 병사들이 일제히 행동을 멈췄다.

[전부 물러나. 내가 해결할 테니까.]

명령을 받은 병사들은 뒤로 물러났다. 페르포네는 사지가 포박되어있는 12군단 병사들 앞으로 기어갔다. 스르르 뱀의 특유의 혓소리에 12군단 병사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공포에 떨었다.

갑자기 처형을 중단시키다니.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남자는 필요 없다는 이유로 다 죽이려는 주제에 왜 이러는 걸까? 설마 자신들을 고기 방패로 써먹으려는 건가? 고기 방패로 써서 왕국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하려는 걸까? 아니면 더 끔찍한 짓을 저지르려는 걸까?

공포에 떠는 병사들을 향해 페르포네는 입을 열었다.

[고통은 한순간이니까 눈 질끈 감고 있어.]

고통은 한순간이라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병사들은 의혹에 빠졌고,

의혹은 바로 풀렸다.

거대한 뱀이 고개를 쳐들었다. 쳐듦과 동시에 몸 아래에서 무언가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무언가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뱀의 목덜미 부근까지 치솟아 올랐다. 양 볼이 부푼 상태에서 페르포네는 병사들을 향해 확,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케에에에엑!

초로색 독액을 토해냈다.

-으아아아악! 몸이, 몸이이이!

-소, 손이 녹아내리고 있어, 발도…아, 안 돼 모, 목이 떨어져….

-아, 안돼. 어, 어서 손을 붙어야 해. 아직 살이 있으니까 붙을 수….

강한 산성으로 이루어진 독액을 그대로 뒤집어쓴 병사들은 녹아내렸다.

머리카락이 녹아내려 대머리가 되고, 피부가 녹아내려 근육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어 근육도 녹아내리자 병사들은 앙상한 뼈만 남은 해골바가지가 되었다. 남은 살점이라곤 눈구멍에 박혀 있는 눈알과 아직 바닥에 흘러내리지 않은 내장뿐이었다.

남은 두 눈알도 바로 밖으로 튀어나왔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두 눈알은 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바닥에 넘쳐흐르는 녹색 독액에 빠진 두 눈알은 순식간에 녹아 없어졌다.

지탱해 줄 살가죽이 사라지자 내장도 바닥에 쏟아져 내렸고, 마찬가지로 녹아 없어졌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못한 병사들은 눈이 있었던 자리를 더듬고, 내장이 있었던 자리를 더듬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진 해골들도 녹색 독액으로 이루어진 호수에 잠겼고,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며 녹아 없어졌다.

포로로 붙잡힌 수만 명의 12군단 병사가 이 세상에서 지워지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제 저쪽을 처리해야지.]

저대로 방치하면 큰일이니까. 페르포네는 시신들로 쌓인 산을 향해 고개를 틀었다. 지독한 악취에 벌써 날벌레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 저주받은 산을 향해 페르포네는 독액을 내뱉었으며,

독액을 뒤집어쓴 시체 산은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며 아래로 점점 하강했다. 고기죽이 되어버린 산은 독액으로 이루어진 호수에 영원히 잠겨 버렸다.

[좋아, 완벽해.]

골치 아픈 문제를 깔끔하게 처리했다는 것에 페르포네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이리할 것을. 왜 귀찮게 병사들에게 다 맡긴 걸까? 그냥 독액 뿌리면 다 끝나는데. 이렇게 끝낼 수 있었다면 빨리 다른 사람들을 지원하러 갈 텐데 괜히 번거로운 짓을 해버렸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이렇게 처리하자. 그렇게 방침을 정한 페르포네는 여자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남은 것은 여자들뿐인가?]

다음 목표를 향해 페르포네는 혀를 날름거리며 기어갔다. 자신들을 향해 기어 오는 거대한 독사의 모습에 제12 군단 여군들은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소중한 동료들이 눈앞에서 녹아 없어졌는데 당연히 공포에 떨 수밖에 없을 거다. 제아무리 굳건한 신앙심으로 무장한 이들이라도 초월적인 존재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도 죽은 동료들 곁에 가게 될 거란 생각에 다들 눈을 질끈 감았다.

당연히도 페르포네는 이들을 죽일 생각은 없었다.

[너희들은 먹을게.]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쓸모가 많으니까. 페르포네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선포했다.

[너희들은 씨받이로 사용되어야 하니까.]

그 말과 동시에 페르포네는 여군들을 먹어 치웠다.

●●●

[좋아, 이걸로 끝.]

남은 여군까지 전부 잡아먹은 페르포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야, 많이 먹으니 힘이 넘쳐나네.]

페르포네는 들을 수 있었다.

-후끕, 후끕, 후끕, 후끕!

-히끅, 흐끅, 으끄읍, 으끄으으읍!

-호꼭, 호꼭, 호꼬옥, 호꼬오오옥!

촉수에 농락당하는 여자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이 처한 현실에 절망하다 끝내는 굴복한 여자들의 목소리를. 굴복한 끝에 내는 교성을 페르포네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과연, 이 중에서 제정신으로 유지하는 녀석들은 몇 명이나 될까? 티아스도 거기에 포함할까?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페르포네는 몹시 기대되었다.

[철수 준비를 서두르도록. 가서 아군을 도와주러 간다.]

"알겠습니다."

페르포네가 지시를 내리자, 지휘관은 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병사들에게 서둘러 함선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했다.

갑자기 먼 곳에서 커다란 물기둥이 치솟아 오른 건 그때였다.

[뭐지?]

물기둥이 솟아오른 곳으로 페르포네는 고개를 돌렸다. 잠시 뒤, 물기둥은 사라지고, 거대한 손이 페르포네의 눈에 들어왔다. 보였다. 손은 무언가를 잡고 있었으며, 그 상태로 꽉 움켜쥐었다. 손에 잡힌 무언가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검은색 촉수 더미들이 수면 위로 떨어졌다.

그걸 본 페르포네는 경악했다.

[타, 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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